안녕하세요, '동현이네 와플 가문'입니다.

저희 가게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퍼지는 것을 막고자 이렇게 글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몇몇 고객님들께서 '규칙서'가 정말 가게에 존재하는지 제게 하루에도 몇 번씩 연락하곤 합니다.

그 '규칙서'에 대한 저의 입장을 밝히고자 합니다.



1. 저희 가게는 일반적인 와플을 파는 가게입니다.

사람을 먹거나 반으로 갈라버리는 와플은 팔지 않습니다.

구성성분도 다른 매장의 와플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습니다.

제가 가끔씩 딸기를 하나 더 넣는 경우는 있어도, 와플에 고깃덩이를 추가하는 일은 없습니다.


2. 와플의 종류는 총 세 가지로, 저희 가게에서는 딸기맛, 초코범벅, 생크림 와플만을 팔고 있습니다.

녹차맛, 무지개맛, 바늘맛 와플은 물론, '어머니와의 마지막 추억'맛 와플은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

그러니 키오스크에 해당 메뉴가 없다고 항의하지 말아주십시오. 저로선 억울합니다.


3. 저희 매장은 무진초등학교 사거리에 위치해있으며, 입장하기 위해선 매장 바로 정면에 달린 문을 열고 들어오시면 됩니다.

저희는 어떠한 경우에도 대가로 사람의 한 쪽 팔을 요구하지 않으며, 포유류의 혈액 또한 받지 않습니다.

입장료는 완전히 무료이니 많이 방문해주세요.


4. 가게 바닥은 체크 무늬 도자기 타일로 깔아두었습니다.

우리 점원은 흰색 타일을 밟은 자를 살해하지 않으며 저주 또한 하지 않습니다.

가끔 타일이 들리거나 아예 빠질 때도 있다는 것은 사실임을 인정합니다. 죄송합니다, 저의 관리 부족입니다.

하지만 그 속에 불가해한 우주 생명체나 보는 것만으로도 이성을 잃을 수 있는 존재가 거주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5. 가게 내부에는 총 여섯 개의 테이블과, 각각의 테이블에 의자 네 개씩을 분배하여 총 스물네 개의 의자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가게의 구조는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의자나 테이블의 개수 또한 별다른 예고 없이 조정될 수 있습니다.

이것을 초자연적 현상이라고 오해하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6. 주문은 입구 좌측에 비치된 키오스크로 받고 있습니다.

키오스크는 사람이 아니므로, 인사나 절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키오스크의 기호품을 제게 묻지 말아주십시오. 저도 알지 못합니다.

더불어 모니터 액정에 이물질을 묻히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매너를 따지기 이전에, 상식적으로 벤젠 같은 화학 약품이나 인간의 혈액은 액정 위에 십자가나 오망성을 그리기에 적합하지 않은 물질입니다.


7. 결제는 카드나 현금으로 받고 있습니다. 카드로 결제하시면 10% 할인도 해드립니다.

제발, 제발 동물의 신체 부위로 대금을 치르지 말아주십시오.

일주일 전에 받은 아무개 씨의 기관계는 아직도 처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8. 와플이 나오면 원하는 자리에 앉아 테이블에서 혼자, 혹은 지인들과 맛있게 드시면 됩니다.

눈을 안대로 가리고 먹어야 한다던가, 주기도문을 세 번 읊고 나서 먹어야하는 규칙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평소 식습관이라면 매장 내 다른 손님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는 관여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아무리 특이한 식습관이더라도 권총으로 친구 두 명을 희생시키는 행위는 하지 말아주십시오. 제발, 이렇게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


9. 쓰레기는 저희가 치우겠습니다. 바닥에 흘린 가루도 매일 개점하기 30분 전에 간단히 쓸어놓아 매장을 깔끔하게 유지하겠습니다.

그러니 쓰레기가 생기는 것에 대해서 너무 광적으로 집착하지는 않으셔도 됩니다.

이틀 전에 한 손님이 와플과 함께 나온 영수증을 억지로 삼켜 그 자리에서 기도가 막힐 뻔 했습니다.

이러한 피해가 다시 생기지 않기를 바라겠습니다.


10. 매장을 나가실 때는 들어오셨을 때와 동일한 문으로 나가시면 됩니다.

그 문은 오직 입구로만 사용해야 할 정도로 융통성이 없지는 않습니다. 부디 출입을 자유로이 해주세요.

나가는 문이 없다고 저희 가게에서 무단으로 취식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알 수 없는 곳과 이어진 새로운 '문'을 만들지는 말아주십시오,



여러분께서는 '규칙서'가 매장 앞 메뉴판에 적혀있었다고 주장하시지만, 그건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일반적인 메뉴판입니다.

이러한 악질적인 장난은 더 이상 참지 않을 것이며, 이후에도 이런 불상사가 지속된다면 법적으로 대응할 것입니다.

사흘 전에 옷을 다 벗고 매장 중앙에서 두 시간 동안 노래를 부른 손님, '부딪히면 안 돼'라는 말을 반복하면서 매장 내 다른 손님들을 피해가다가 테이블을 부순 손님, 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어째선지 그 부분은 CCTV에 녹화되지 않아서 증거불충분으로 경찰은 못 불렀지만, 이제는 강경하게 대응할 것입니다.

ㅡ 동현이네 와플 가문 올림.












[ '동현이네 와플 가문'의 사장이었던 김동현 씨는 해당 입장문을 올리고 나서 이틀 뒤에 실종되었다. 경찰은 매장 바닥에 깔린 타일 사이에서 김동현 씨의 팔목 아래가 잘려나간 오른손 한 쪽만을 발견할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