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올리버가 공포에 질린 듯 제법 큰 목소리로 침까지 튀겨가며 나에게 묻는다.

"저게... 대체 뭐죠!?"

"나도 저런건 듣도보도 못했다."

계속 녀석을 주시한다.

일순간, 녀석의 허리가 뒤로 꺾인다.

'눈'아래, 그러니까 복근 부분에서 무언가 변화가 일어난다.

몸뚱이가 점토라도 되는 양,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

'입'이다.

짐승의 '아가리'가 아니라 '입'이다.

입술, 혀, 치아까지 모든게 그것이 '아가리'가 아닌 인간의 '입'이라는 걸 증빙한다.

게다가 사람처럼 가로가 아닌 세로로 위치해있다.

녀석의 새로운 '입'의 내부는 마치 소용돌이처럼 칠흑색의 무언가 들이 서서히 돈다.

확실해졌다.

녀석은 동물, 사람의 행동, 모습을 보고 그것을 모방한다.

"우어어..."

아직 신음에 가깝지만, 아까 올리버의 말을 바탕으로 말까지 하게 될거다.

"그레...이...스..."

녀석이 존의 목소리와 흡사한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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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그레이스?

존의 딸 이름아닌가.

녀석이 그걸 어떻게 알지?

아.

20cm 단검을 녀석의 '머리'에 던졌다.

명중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지만 달의 빛에 의지하니 보일락말락 한다.

빨간색과 파란색의 피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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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녀석이 고통스러운 듯 '아가리'를 마구 벌린다.

저딴걸 '입'으로 부를바에 내 입도 '아가리'라고 부를거다.

그런 녀석의 앞으로, 무언가가 지나간다.

'인티메 게'다.

-스륵-

인티메가 녀석의 개구리, 오리가 섞인듯한 발을 지나갈 때 녀석의 발로 쑤욱 들어간다.

아니, 들어간다가 아니라 '흡수', '융합'이라는 말이 어울릴 거다.

존도 저런 식으로 죽인건가.

그렇다면 왜 머리와 발만 남기고 죽인거지.

그런 생각도 잠시, 녀석의 왼 손이 움찔거린다.

'아가리'를 만들었을 때처럼 세포 조직들이 징그럽게 꿈틀거린다.

'집게'를 만들었다.

녀석은 빨간색과 파란색의 피가 흐르는 '머리'를 뒤로한채 집게를 닫았다열었다 한다.

그러고는 '집게'를 자신의 '머리로'가져가 칼을 뽑아낸다.

-툭-

녀석은 분노한듯 '아가리'로 표효한다.

"우워어어!!!"

'아가리'에선 검푸른 침이, '머리'에선 빨강, 파랑색의 피가 흘러내린다.

그러고, '헤엄치듯 기어오며 뛰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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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7m, 5m, 3m, 1m...

녀석이 건물의 코앞까지 왔다.

하는걸 보니 아직 조류같이 날개가 있는 생물은 아직인가.

녀석이 '허리'를 반쯤 뒤로 젖혀 '눈'으로 우리를 바라본다.

밤바다의 심연을 바라보는 듯한 그 '눈'은 여러 생물을 합친 것같다.

뱀의 눈같게 변하기도 하고, 개의 눈처럼 눈깔이 검은색이 되기도 하고, 사람의 눈이긴 한데 동공안에 동공이 있는 것같기도 하다.

어림잡아 지름 30cm쯤 된다

더는 못 봐주겠다.

건물이 그렇게 큰건 아니라 내부에 사다리를 설치해놓고 이동하는 구조이다.

일단 제콥과 올리버에게 사다리부터 치우게 한 뒤, 엽총을 집어들었다.

-탕!- -탕!-

첫 발은 녀석의 왼쪽 '어깨'에, 다른 한 발은 심연같은 '아가리' 속으로 사라졌다.

녀석이 '웃는다'.

'입'으로가 아닌 '눈'으로.

초승달처럼 눈이 찢어지는 꼴을 보면 나도 모르게 공포감이 든다.

그래서 지가 뭐 어쩔건데.

우린 2층 건물 옥상에 있다.

녀석이 몸을 분해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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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눈'만이 남고 나머지는 꿀같이 끈적해보이는 액체로 변해 건물을 타고 올라온다.

녀석의 '눈'만은 그런 파도같이 밀려오는 몸에서 온전히 유지되고 있다.

녀석이 옥상에 도착했다.

4×4의 이 옥상에 지금, 녀석이 올라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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