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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선 믿는 대로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믿는 대로 이루어지는 세상은 꿈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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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잠수함을 보며, 나는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실감했다.

밤은 완전히 괴담들의 것이 되어 하루의 반은 공포에 떨어야 했으며, 낮에 지켜야 할 규칙은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협의회는 절박했고, 결국 도박을 하기로 했다.

본디 하늘은 상위의 세계로서 인식되었다.

법칙을 만드는 자들이 기거하는 곳.

지상은 그것을 받들었다.

이는 현실과 꿈의 관계와 비슷하다.

현실은 상위의 세계며, 현실의 몇몇 규칙들은 꿈에도 내려와 변하지 않는다.

우리가 꿈에서 사과 형태를 보며 사과라 부르듯이, 사람 형체를 보며 사람을 떠올리듯이, 우리가 당연하다 여기는 규칙들은 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꿈속에서 하늘로 상승하는 행위는 무엇을 의미할까?


잠듦은 하강, 기상은 상승이다.

하늘은 현실이고, 지상은 꿈이다.

즉, 하늘을 향한 상승은 현실을 향한 기상인 것이다.

협의회는 의식의 바다를 항해하여, 현실에 정박할 거대한 잠수함을 만들었다.

제대로 실현된다면 모든 일들은 하룻밤의 꿈이 되겠지.

일장춘몽(一場春夢),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영원과 찰나는 그리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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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것들 보니 탑승이 시작되는 모양이다.

정신을 차리고 빠르게 대열에 합류해,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는데,

"무슨 종교 만능주의야, 그게 너네 목숨을 지켜주고 있는지도 모르고..."

앞 사람은 협의회 일원이었는지, 창작가들을 욕하고 있었다.

일정 부분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세상이 망하게 된 계기 중 하나는 창작가들이 종교 만능주의적인 작품들에 대한 반발로

종교나 제약의 영향을 받지 않는 괴담들을 만든 것에 있기 때문이다.

이에 동의하던 건 나뿐만이 아니었던지, 뒤쪽에서 열띤 반응이 튀어나왔다.

"맞는 말이지."

"폭동은 어떻고? 통금 시간 어기면서 폭동 일으키다가 괴담 만나서 혼란만 가중시켰잖아."

"의심병자 새끼들은 잡아도 잡아도 안 사라지고!"

내가 있던 대열은 순식간에 사람들의 말소리로 가득채워졌다. 아마 그들도 각자만의 한이 있었겠지.

같이 말할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것만으로 있던 두려움이 사라지고 즐거움이 생기는 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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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함에 다가갈수록 종교적인 상징들이 보였다.


이들은 우리가 하늘의 괴담들을 뚫고 올라가야만 한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했다.

천주교, 불교, 이슬람, 힌두교들의 상징들로 가득 찬 거리를 걸으며 잠수함의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눈을 감고 자신들이 믿는 신에게 기도하고 있었다.

경건함마저 느껴지는 광경에 나는 저들의 절박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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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제 의자에 앉으니, 한기가 올라오며 정신을 일깨웠다.

묘하게 급박한 진동이 느껴졌다. 곧 출발하는 것 같다.

이제 남은 것은 기도하는 것뿐이다.

제발 모든 것이 원래대로 변하기를...

나 또한 절박하다.

아니 그렇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남은 사람들 사이에 상실을, 아픔을 겪지 않은 자는 없었다.

가족이, 친구가, 동료가 하룻밤 사이에 미쳐버렸다는 사건들은 너무나 비현실적이었지만, 그것이 끔찍한 사실이었다.

자살 시도를 하는 사람을 보는 건 이젠 일상이 된 일이었다.

하나 서글픈 것은 모든 건 꿈이었기에 그들에게는 정상적인 죽음조차 허락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계속 땅에 머리를 박아가며 울부짖는 그들의 모습은 참으로 안쓰러웠다.

드드득..

아, 이제 출발하는 모양이다. 우리의 미래에 안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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