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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편


몽상가는 찰나에서 영원을 보았다.
늘어져 가는 시간에서 그는 죽음에서 유예되었고, 거대한 관 속에서 꿈을 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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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열감이 모두를 뒤덮었다.


저것이 외벽을 타고 흐르는 불꽃의 것인지, 무릇 생명이 가지는 온기의 증명인지 우리는 모른다.


또한, 그것을 알아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금속으로 가득 찬 공간 속, 가진 것 없이 철제 의자에 앉은 사람 수백명.


인간 역사의 증명인 기술과 기계 속에서 인간은 태초로 돌아갔다.


원초회귀, 우리는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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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백의 입에서 수십 가지의 언어로, 수없이 많은 기도문들이 노래되었다.


열기는 더욱 심해졌고 진동은 이를 뒤따랐다.


숨이 가빠지고, 시야는 흐릿해져간다.


아까 짜릿한 차가움을 주던 의자는 뜨겁게 달아올라 불쾌감만 주었다.


덜커덩, 덜커덩 거리는 소리를 지우듯이, 기도문은 커져만 간다.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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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적 단절은 저주받은 상상력을 건드리기에는 충분한 요소였다.


만약 떨어지면 어떻게 하지?


만약 타고 있는 잠수함이 고장 난다면?


우리는 이렇게 죽는 건가?


사고는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갔다.


털썩, 결국 상념을 끝낸 것은 어느 힘 없는 소리였다.


정정하여, 소리"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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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천히, 천천히 사람들은 스러졌다.


다가가서 본 그들은 소사한 시체에 가까웠다.


그들의 목과 입술은 말라붙어, 갈라진 목소리만 그곳에서 맴돌고 있었다.


허억... 허억...


간신히 숨만 쉬는 그들의 생사는 갈비뼈의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으로도 구분가능했다.


그만큼 그들은 야위어 있었고, 이것이 그들의 마지막 희망이었다는 걸 보여주었다.


허나, 말하지 않았던가 그들은 안식에 들지 못한다.


꿈은 상상하는 것, 죽음을 겪지 않은 자가 죽음 이후의 세계를 꿈꿀 수 없는 법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영원히 존재할 것이다.


육신이 썩어 문드러져 모든 감각이 소멸하는 그날에도 그들은 기상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


...


...



 나는 비명 소리에 눈을 떴다.


무슨 일인가 하여, 흐릿한 시야로 주위를 둘러보자 사람들이 한데 모여 하늘을 보고 있었다.


다가가서 상황을 묻자 그들은 "사람이 하늘에서 떨어졌다." 답했다.


그 말에 화들짝 놀라 하늘을 보았는데 그들이 웃으며 말했다.


"이미 그는 떨어졌습니다. 저쪽으로요."


공교롭게도 그 방향으로 누군가의 발걸음이 이어져있었다.

 

...


...


...


 푸른 창공 속에 총천연색의 별들이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외벽이 뜯겨져 나간 탓이다.


호흡하자, 폐 안으로 서늘한 공기가 들어왔다.


나를 괴롭히던 열기가 가시는 것이 느껴졌다. 꽤나 오랜 시간 만나 친숙해진 것이었지만, 내가 한기와 가진 담화들에 비할 바 되지는 않았다.


내뱉자, 새하얀 김이 부드러이 솟아올랐다.


참으로 몽환적인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산란되는 빛, 떨어지는 유성우, 나를 이끄는 바람, 그리고 떠오르는 태양.


천천히 항해해나가는 잠수함의 끝에서, 나는 꿈의 마지막을 보았다.


건물이 허물어지고, 벽에는 금이 간다.


가로등의 불빛은 회색으로 침묵했고, 먼지가 쌓인 유리는 세상의 윤곽만을 비출 뿐이다.


그것들을 휘감은 것은 푸른 초목들이었다.


꿈의 끝이란 이런 것이다.


비밀스러운 밤하늘이 걷히고 남은 무대는 삭막하고 조용하다.


하지만 나는 꿈을 꾸기에,


다시금 무대에 불이 들어와, 사람들에게 하룻밤의 연극을 보여줄 것을 알고 있다.


보아라! 태양이 떠오르고 있지 않은가?


밤하늘이 걷혔으니, 이제 잠에서 깰 차례였다.


그리고...


...


...


...


 나는 모든 걸 깨닫고 절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