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시 소방서 부속실 근무에 투입되는 사회복무요원을 위한 인수인계 기록(1)

https://arca.live/b/napolitan/86152883?category=%EA%B7%9C%EC%B9%99%EA%B4%B4%EB%8B%B4&p=1


__________________



아, 너구나, 점심 맛있게 먹었어? 별 일은 없었고? 없었다구? 다행이네, 아직 시간이 좀 있으니까 오후 근무 관련해서 이야기를 좀 해줄게.


일단 점심은 오후 한시까지야, 꼭 한시까지 먹고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돼, 그래야지 서장님이 서에서 널 찾는다고 사무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일이 없거든? 만약 그렇게 됐으면... 딱히 네가 뭘 할수는 없어, 날 찾아와도 바뀔건 없을거고, 그때는 그냥... 나도 그렇고 누구도 찾지말고 최대한 서를 벗어나야돼, 근데... 걸어서 나가기는 어려울거고, 일층까지 차고로 잘 숨어가면 소방차가 몇대 있을건데 빨간색 소방차, 그러니까 우리가 보통 소방차라고 생각하는 거 말고 살짝 누르스름? 아니 초록색 소방차가 있어, 화학소방차라고. 그 밑으로 기어들어가면 차량 밑에 매달릴 수 있거든? 거기서 버티다가 화학차가 출동할때 나가면 그나마 집에 갈 수는 있을거야.


근데... 만약에 다른 소방차들이 안나가는데 화학차만 나간다면... 그때는 그냥, 음... 종교같은거 믿니? 신에게 기도해봐, 뭐... 그게 그나마 효과있을거 같아.


일단 오후 미팅은 두번 진행돼, 한시부터 세시까지. 세시부터 다섯시까지 총 두번. 오시는 손님들이 좀 다양한데... 일단 시간이 없으니까, 부속실 맨 밑에 서랍에있는 리스트 봤니? 그 두꺼운 책 같은거. 그거 확인하고. 


중요한거는 일단 전화받는거야, 오전엔 전화가 없지만, 오후에는 전화기를 가져다 놓거든? 점심때 전화기 두개를 행정과장님이 갔다 놓으셔, 하나는 흰거, 하나는 검은거. 흰거는 내선이고 검은건 외선이야.


 하얀거는 전화가 오면  번호부터 확인해, 사백이십번이 내 번호고, 세자리수로 오는 번호는 거의 다 직원분들 내선번호야, 전화는 괜찮으니까 질문하면 예의바르게 답변드려, 모르면 죄송한데 알아보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하면 뭐 대부분 알겠다고 하시거나 됐다고 하실거야, 근데 이제 종종 네 이름을 묻는 분들이 계셔, 그럴땐 그냥 바로 전화를 끊어야돼, 그러면 괜찮을건데. 다시 같은 번호로 전화가 오거나. 발소리가 나면서 부속실 불이 나간다 그러면 바로 책상밑으로 들어가서 눈 감고 귀 막고 있어, 오전에 말했던 그 소방관 세분 기억하지? 방화복에 산소통까지 입으신분, 그분들이 또 오셔서 해결하고 가실거야.


그리고 만약 내선 번호가 사백사십사번이나 세자리가 아니다 하면, 바로 뒤에 선을 뽑아서 싱크대에 넣고 물에 담궈야돼. 진짜 그 전화는 안받는게 좋아, 지난번에 누가 받았다가 의가사 전역했거든. 물에 담구면 거품이 막 뽀글뽀글 거릴텐데, 오분안에 푹 잠기게 두면 문제 없을거고, 늦었으면 어쩔수 없어. 서장실 문 두번 노크하고 일층으로 도망가야돼, 화학소방차, 기억하지? 그러면 해결 될 때까지 출근하지 말고 있다가, 톡 남겨줄테니까 확인하고 출근하면 돼.


검은색 전화는 외선이야, 서장님과 일정을 잡는다고 외부기관에서 연락들이 오거든? 부속실 서랍 세칸중에 가운데가 일정및 메모 기입용 다이어리. 맨 윗칸이 펜같은 필기구고, 제일 아래엔 매뉴얼 있으니까 잘 기억하고.

미팅관련해서 연락이 오면 일정 기입해놨다가 잘 미리미리 준비해야 돼, 혹시 기관 관련해서도 디테일하게 신경쓸 건 매뉴얼에 적혀있어.


그리고 미팅 끝나면 5시 반쯤에 잔 빼드려, 물론 앞에 있었던 상황이나 매뉴얼 상황에 해당하는 이야기가 없었을 때 빼고 이야기야. 그렇게 잔 빼면 설거지 하고, 잔 말려놓고 퇴근하면 돼. 퇴근은 별거 없지?


아, 참. 연가랑 병가는 꼭 쓰기 전날에는 말해줘. 당일 오전에 급작스럽게 이야기하면 좀 곤란할 수 있거든. 이거는 너보다도 나한테 좀 위험한거라... 사실 다른건 다 몰라도 되지만 연가랑 병가는 꼭 부탁할게. 알겠지?


아무튼 시간 좀 남을테니까 메뉴얼 가서 확인하고, 첫날 남은 근무도 화이팅해, 내일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