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찾았나. '


모든 수호자를 즉시 옥좌의 홀로 불러 모으고 아인즈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칠드런의 존재는 플레이어가 만들어 낸 것이며, 자신이 칠드런 메이커로 트레이시를 만들어낸 것처럼 이 세계에 샤르티아에게 월드 아이템을 사용한 플레이어가 있다면 칠드런을 키워낼 이렇게나 좋은 기회는 없을 것이다. 위그드라실 때처럼 칠드런을 저격하는 플레이어도 없고, 주변 존재들은 하나같이 나약하다. 100레벨 칠드런을 소유한다면 그 목적 여부에 따라 월드 아이템 급의 힘을 발휘할 수도 있다.


" 아인즈 님, 수호자 전원 집합하였나이다. "


다른 수호자를 게이트로 오가게 하는 일을 마친 샤르티아를 마지막으로 수호자가 전원 집합해 알베도가 말했다.


" 이야기는 설명했느냐. "


" 네. 시급한 일인지라 전언으로 급하게 설명했습니다만... "


자세한 내용은 아직이다. 그야 그럴 것이다. 아인즈도 알베도에게 자세한 내용을 설명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 아인즈 님, 지금이라도 빨리 아가씨를 나자릭으로 복귀시키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 건은 그냥 넘어갈 사태가 아니지 않습니까! "


가장 먼저 데미우르고스로부터 입을 열기 시작했다. 보인 적 없는 감정을 드러내며 흥분하는 그의 모습에 다른 수호자 일동이 조금 놀란다.


" 데미우르고스, 너는 이번 행위를 어떻게 보느냐. "


" 아가씨를 마주치고, 그 정체도 파악한 적이 자신의 정체까지 밝히고 놓아주다니, 이는 명백한 도발입니다. "


" 음, 동감이다. 그러나 트레이시를 불러들이는 것은 할 수 없다. 그 이유도 너라면 이미 알고 있겠지? "


데미우르고스는 입술을 깨문다. 당연히 트레이시를 다시 나자릭으로 불러들여 안전을 보장하는 것과 비교해 디메리트는 막대했다. 전이 마법 사용시 방해될 위험도 있고, 전이 마법은 상대를 따라 이동하는 여러 방법이 존재했다. 더불어 나자릭의 위치를 공개해야 하며, 나자릭의 정보를 일방적으로 유린당할 뿐이다. 거기에...


" 네, 상대는 이미 저희의 전력을 파악했다고 보아도 좋겠지요. "


" 그렇지. 자신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다. "


" 아인즈 님, 한 가지 여쭈어보아도 괜찮겠습니까? "


" 뭐냐, 샤르티아. "


" 아인즈 님께서는 어째서 트레이시 아가씨를 홀로 내보내신 겁니까? 한조나 섀도우 데몬, 그 외에도 떠다니는 눈이나 여러 탐지 마법을 사용하고 계신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만... "


" 샤르티아, 그 말은 아인즈 님을 추궁하는 의미로 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


샤르티아의 말에 데미우르고스가 소리쳤다. 그 목소리에는 나지막이 분노가 서려 있었다.


" 겨, 결코 그런 뜻은 아니었습니다! "


" 괜찮다. 묻고자 하는 의도는 이해했다. "


' 그야 그렇겠지, 죽으면 내가 손해를 보고 딱히 정신계 마법보호도 세세하게 걸어주지 않았고 적당한 장비만 주었으니까. '


그러나 아인즈에게 있어서 트레이시의 존재는 수호자들 대신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패였다. 소환된 서번트들은 시시각각 직접 명령을 내려주지 않으면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 부족했고, 당연히 수호자를 내보낼 수는 없었다. 아인즈는 길드원의 자식 같은 수호자들이 당하는 것보다는 적어도 자신이 당하는 편이 나았으며, 자신이 당한다면 적어도 손해를 덜 보는 방향이 좋았다.


' 게다가... 어째서인지 트레이시가 부탁하면 거절하기가 힘들단 말이지... '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 터치 미에게 들었던 말이다. 분명 그랬을 거다. 실제로 내 자식인가를 따지자면 생물학적으로는 전혀 아니겠지만, 이런 몸이 되고 나서부터 이미 그러한 감각은 잊은지 오래였다. 그러나 판도라즈 액터와는 다르게 태어나는 순간부터 보아왔기 때문일까 트레이시에게 느껴지는 감정은 조금 달랐다.


' 트레이시가 죽어서 내 레벨이 낮아지는 것이 수호자들이 가는 것 보단 낫지. 아니... 애초에 아무도 보낼 필요가 없었다면 좋았을 텐데... '


처음 제국에 간 이유는 단순히 마법을 배우고 싶었다는 이유 하나였을 텐데 어째서 트레이시는 지금 제국 황제의 측근으로 잠입해 들어갔으며, 투기장에서 싸우게 되었을까. 처음부터 단순하게 생각해 보면 자신이 이 세계에 와서 마법을 배운 적이 없었기 때문일 터다. 자신이 마법을 가르쳐 줄 수 있었다면 이렇게 일이 번지지는 않았을 텐데.


' 아니 다르게 생각하자... 트레이시를 내보냈기 때문에 플레이어와 접촉할 수 있었던 거니까. '


그렇지만 아인즈는 샤르티아의 말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너희를 잃을 수는 없었으니까 하고 말할 수도 없었다.


" 그건 트레이시의 성장이 더뎠기 때문이다. "


" 성장 말입니까? "


" 이곳 나자릭은 대부분 레벨이 높지, 트레이시의 레벨은 1부터 시작하지만, 그에 반면 나나 너희 수호자들은 레벨이 100이다. 레벨 차이가 크게 나는 경우 제대로된 성장은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


실제로 위그드라실에서도 그런 소위 말하는 버스를 막기 위해 높은 레벨 차이가 나는 파티 사냥은 경험치가 적었지만, 그것은 플레이어와 다른 플레이어 간 관계뿐이었다. 칠드런은 일종의 펫과 같은 존재이므로 그런 제약은 없었다. 그렇지만 아인즈는 자기가 말했지만, 생각보다 말이 되는 이야기였다.


" 이전에 내가 토브 대삼림에 데려간 적이 있었지, 그때는 며칠을 수련시켰지만 큰 성장이 없었다. 그러나 얄다바오트의 왕국 사건과 제국에 간 지 몇 주 만에 그녀는 이전보다 몇 배나 강해졌지. 자신과 비슷하거나 조금씩 강한 상대를 쓰러뜨리는 것이 더 빠른 성장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


" 그렇군요... "


샤르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것을 이해하는 것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샤르티아 뿐 아니라 다른 수호자도 마찬가지 일터다. 그들은 태어났을 때부터 자신의 최대 레벨로 태어났기 때문에 성장할 필요가 없었다. 수호자뿐 아니라 다른 NPC들 또한. 성장한다는 의미를 알고 있는 것은 아인즈가 생각하기에 코퀴토스나 알베도 그리고 데미우르고스 정도였다.


" 아인즈. 님. 현재. 아가씨. 의. 상태. 는. 어떻. 습니. 까? "


코퀴토스가 입에서 냉기를 계속해서 내뿜었다. 겉으로는 숨기고 있지만 잠시도 참을 수 없다는 것을 누구라도 알 수 있었다.


" 지금은 별문제는 없다는구나. 황제의 방에서 명령을 기다리고 있지. "


" 어떻게. 하실. 생각. 이십. 니까? "


딱히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적이 도발해 왔다고 그것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멍청한 짓은 하지 않는다. 적의 전력을 모르는 이상 당분간은 정보 수집이었다.


" 데미우르고스, 정보 수집에 능한 탐지계열 서번트를 다수 활용하여라. 이전에도 말했듯, 트레이시의 건을 전부 너에게 일임했다는 말은 그냥 한 말이 아니다. 프레이야라는 자의 정보를 조사해라. 그리고 도플갱어도 데려가도록. "


" 네, 알겠습니다. "


" 아우라, 여덟 손가락을 사용해서 제국 내부로 가는 여러 물자를 약탈하도록 지시해라. 용병이나 도적이나 아무나 고용해도 좋다. "


" 네! "


" 샤르티아, 권속을 소환할 수 있는 숫자와 쿨타임을 계산해서 주기적으로 뒷골목을 습격하게 해라. 모두 죽이지는 마라, 적당히 살려 보내는 편이 좋다. "


" 알겠습니다! "


" 마지막으로 수호자들이여, 단순 플레이어가 아닌 어쩌면 미지의 길드와 접촉할 가능성이 있으니 결코 너희들이 직접 나서서는 안 된다. 적이라고 판단되면 일반인 행세를 해도 좋다. 얼마든지 자원을 사용해도 좋다. 절대로 본 실력을 드러내지 마라. 이 아인즈 울 고운 길드 장으로서 정보전을 건 것을 후회하게 해주겠다. "


" 네! "


아인즈의 말을 마지막으로 수호자 일동이 동시에 대답했다.



***



회의를 마치고 집무실로 돌아온 아인즈는 이후 방침을 생각하고 있었다. 이번 적이 샤르티아를 세뇌한 적과 같을 경우, 샤르티아의 존재와 함께 나자릭의 존재 또한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만약 또 다른 제 3 세력일 경우에는 더욱 골치가 아파졌다.


' 샤르티아를 세뇌한 적도 찾아내지 못했는데 또 다른 적이라니, 나자릭 침공 때를 떠올리게 하는 군... '


트레이시에게는 당분간 황실에서 얌전히 지내며 며칠 동안은 밖에 나오지 않을 것을 당부했다. 투기장 건은 취소하도록 명령하자 반발이 있을 거라는 생각과는 다르게 얌전히 수긍했다.


' 데미우르고스의 말 대로라면, 지르크니프는 트레이시를 이용해서 나자릭과 이중 스파이를 시킬 생각이었지만 그만두었다고 했지... 그런데 어째서 스파이지? 나는 딱히 숨기는 것이 없었는데? '


또 무언가 오해로 시작된 일이 번진 것은 아닐까 아인즈는 생각했다. 그러나 제국 내에서 자신의 인망은 천천히 오르고 있었다. 자신이 제국을 구해낸 일은 자세하게는 아니어도 주변 국가에도 전해진 모양이다. 아인즈 울 고운이라는 매직 캐스터가 대량의 언데드에 습격받은 바하루스 제국을 구해냈다는 이야기가 모몬에게도 전해졌기 때문이다.


' 내가 언데드라는 사실은 빠지고 말이지. '


" 그 사건 이후에 나타났다는 것은... 확실하다고 봐야겠지. "


수호자들을 시켜 이번 제국에 가한 압박은 이전 위그드라실에서 있었던 길드 전에서 사용했던 전법이었다. 뽕실모에가 고안하고 두 번이나 성공했던 작전이며 가장 리스크가 적었기에 아인즈는 부담 없이 이 작전을 실행할 수 있었다.


' 플레이어라면 가장 소중한 칠드런을 그냥 내버려 둘... 음,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근거지는 제국이겠지. 그러니 뽕실모에 씨가 고안해낸 작전, 흰개미 퇴치 작전을 성공시켜야 해... '


작전이 시작되고 끝날 때까지, 아인즈는 당분간 모몬을 판도라즈 액터에게 일임하고 나자릭에서 상황을 예의 주시하기로 결정했다.



***



" 투기장을 나가지 않겠다니 무슨 소리냐! "


황궁의 복도에서 분노에 찬 목소리와 함께 레이너스가 트레이시를 벽으로 몰아세웠다.


" 앗! "


" 이봐! "


" 괜찮아. "


아르셰가 급하게 지팡이를 들어 레이너스와 트레이시 사이를 가로막았지만, 트레이시가 아르셰를 제지했다.


" 아무튼 당분간은 못 해. 내가 나가지 않는 것 가지고 왜 그래? 설마 그 저주 때문이야? "


단순히 저주를 풀 수 있을 이야기를 듣지 못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레이너스는 과거의 자신처럼 나약했던 이가 당당하고 강하게 투기장에서 승리하는 모습에 은근히 그녀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다음 경기만 승리하면 끝이었음에도 출전하지 않겠다는 바보같은 이야기에 참을 수 없었다.


" 내가 했던 이야기는 사실이야. 그 저주를 풀 만한 사람은 있어. 다음에 만나면 이야기 해볼게. "


" 큭! 그런 이야기가 아니야! 이유가 있을 것 아니야! "


" 말 못한다니까. "


" 쳇, 간만에 마음에 드는 녀석이라 생각했건만 겁쟁이 녀석. "


주변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고 레이너스는 고개를 돌려 묵묵히 자리를 떠났다.


" 괜찮아? "


" 아무렇지도 않아. 당분간은 조용히 지내라고 했으니까 어쩔 수 없지. "


" 갖고싶었던거 아니야? "


" 응? 뭐가? "


" 레이너스 말이야. "


" 뭐? 어떻게... "


아르셰의 질문에 트레이시가 당황하며 되물었다. 아르셰에게 말한 적은 없다. 아니, 그 누구에게도 말한 적 없었다. 생각만 했던 것인데도 아르셰가 알고 있다는 것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 언제부턴가 느껴졌어. 트레이시가 무얼 하고 싶은지. "


" 어어... 언제부터였어? "


" 투기장을 나왔을 때 즈음부터. "


" 딱히 별다른 느낌은 없었는데... 아버지가 말했던 새로 배운 능력인걸까...? 아니, 그러면 내 생각을 전부 읽고 있던거야!? "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트레이시가 두 손으로 아르셰의 어깨를 부여잡고 마구 흔들었다.


" 으와아아앗! 아, 아니! 그건 아니야! 어렴풋이 그렇게 해야 할 것 같다 라던가...! 그렇게 느꼈을 뿐이야! "


아르셰가 어지러워 쓰러질 때까지 그날 트레이시는 아르셰를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