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인벤토리에서 무언가를 찾더니 조그만 물건 하나를 꺼내 아린에게 주었다.


"....이..이건...?"


"새로운 유니폼일세"


아린은 그의 '선물'을 받아들고선 얼굴을 붉혔다.

단지 유니폼일 뿐이지만 좋아하는 사람에게서 선물을 받은 그녀는 수줍은 소녀처럼 기뻐했다.


"특별히 제작한 아이템이지, 자네에게 아주 잘 어울릴거야"


"!!"


볼테르는 다정하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의 말은 어색함이 느껴질 정도로 퍽이나 로맨틱했다.

평소 그는 우리 부부를, 특히 아린을 적당한 거리를 두고 대해왔는데 오늘은 만지거나 말을 하는데 별로 거리낌이 없어 보였다. 

마찬가지로 태도가 돌변한 아린과 함께 두 사람 사이에는 어딘가 남녀 사이의 질적한,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아린은 손에 든 새로운 유니폼을 자세히 보았다. 

그것은 가죽으로 만든 벨트에 버클이 달려있었고 그 고리에는 가죽끈이 달려 있었다.

그 모양이 어딘가 익숙한 것 같아 고민하던 나는 그것이 '개목걸이'와 똑같은 모양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신기하게도 그녀의 새로운 유니폼은 '개목걸이'와 똑같이 생긴 것이었다. 


"마음에 들어요♡"


그녀는 신이 나서 유니폼을 자신의 목에 걸었다. 

스스로 벨트를 목에 감은 뒤 버클에 끼우고 고정 시킨 그녀는 볼테르에게 감상을 물어보듯 자신의 목을 내밀었는데 그는 목줄의 손잡이를 잡고 가볍게 당겨보더니 '딱 좋군'이라며 짧은 감상평을 남겼다.


"이거 기분이 이상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바닥에 앉아 목줄을 걸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한 마리 암캐 같았다.

그녀는 그런 자신의 모습을 부끄러워 하지도 않고 목줄을 쥐고있는 그의 손을 기쁜듯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목줄을 신기한 듯이 만지며 애달픈 눈빛으로 허덕였다.


"하하, '일'에 도움이 될 만한 여러가지 옵션을 달아놓았지 "


"옵션....? 아 매직 아이템이었구나"


"괜찮다면 자네가 옵션을 한번 읽어주겠나? 그 편이 서로에게 좋을 것 같으니"


"아, 예? 음....알겠습니다."


나는 강아지같은 자세로 볼테르의 앞에 앉아 그의 다리에 볼을 부비적거리고 있는 아린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현실에서도, 이 세계에서도 그녀가 이렇게 품위없는 모습을 보였던 적은 없었기에 굉장히 위화감이 들었는데  여자는 사랑에 빠지면 무엇이든 하는 생물이니 그려러니 했다.


나는 볼테르가 요구한 대로 아린의 스테이터스 창을 켜 그녀가 착용하고 있는 유니폼을 확인해 그 옵션을 주욱 읽었다. 


[붉은 가죽 목줄]

방어력 + 1

매력 + 999


●유니크 옵션: 착용자를 [볼테르]소유의 [펫 아이템]으로 취급합니다. 

●유니크 옵션: 한번 착용시 [볼테르]의 허가 없이 해제가 불가능 합니다.

●유니크 옵션: 착용자의 스테이터스에 [음란도]와 [흥분도] 항목이 추가됩니다.  착용자가 절정에 도달하면 보유한 [흥분도]수치를 [음란도]수치로 전환합니다. 

●유니크 옵션: [음란도] 가 999에 이르면 본 아이템은[예속의 고리]로 전환됩니다. 

●착용자의 [흥분도]가 지속적으로 증가합니다.


"이건...."


"하하하 조금 이상한 옵션이지?"


유니폼의 옵션을 확인한 나는 당황하여 볼테르를 쳐다보았다. 

그것은 거의 스파이웨어나 다름없는 버그성 아이템이었다.

착용자를 [펫 아이템]으로 취급한다니, 그런것은 이 세계에서 용납받지 못하는 치트행위였으며 [음란도]와 [흥분도]같은 존재하지도 않던 스테이터스를 추가하는 것도 말도 안되는 것이었다. 

내가 따지듯이 볼테르를 보자 그는 멋적은 듯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자자 이번에 부탁할 일은 거기에 적혀있는 [예속의 고리]에 관한 거야, 일단 마왕이 격퇴되긴 했지만 위험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란건 알고 있지? 

그 [예속의 고리]는 '마스터볼' 같은 건데 그것만 있으면 그 어떤 위험한 존재도 그저 발정난 암캐로 만들 수 있거든"


"...!!"


"맞아, 나는 자네들에게 그 [예속의 고리] 제작을 부탁하려는 걸세  그것만 있다면 앞으로 이 세계에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한번에 해결할 수 있으니 말이야, 모리스의 길드장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네"


"......"


나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의 설명은 굉장히 설득력이 있었다.


마왕은 죽었고 그것으로 설정된 메인 스토리는 끝이 났다. 사실 이 세계가 다시 위험에 빠질 일은 없다.

그러나 그 사실을 아는 것은 아린과 나 둘 뿐이었다. 

이 세계에 살고 있는 NPC들은 여전히 마왕의 부활 같은 위험한 일들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인공지능을 가진 NPC들은 지금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었다.

모험가 길드의 수장이 이런 말도 안되는 아이템의 존재를 알았다면 그로써는 충분히 욕심을 낼만한 상황이었다.

나는 상황이 조금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따지고 보면 특수한 조건을 가진 아이템을 제작하여 길드에 전달하는 퀘스트는 그리 특별한 것도 아니야'


생각해보면, 몬스터 1000마리를 죽이고 그 피를 묻혀야 하는 마검이라던지 

착용한 채로 성스러운 우물에 몸을 담궈야 하는 성물 팬던트라던지 

이전에도 그러한 퀘스트는 몇 번 있었고 이번에는 그 방법이 조금 특이할 뿐, 큰 틀에서 다른 점은 없었다

나는 꿀꺽 침을 삼키고 그에게 물었다.


"[음란도]라 하면은..."


"아아 물론 섹스지, 이제부터 아린은 매일매일 섹스와 자지만 생각하며 [흥분도]를 끌어올리고 오르가즘에 도달하여 [음란도]를 쌓는 거야. 섹스로 세상을 구할 수 있다니 편리한 일이지"


"그런....?"


나는 말문이 막혀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말도 안되는 일인데 한편으로는 딱히 이상하게 생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저, 이런 말 하긴 그런데 저와 아린은 섹스를 할 수 없습니다."


"뭐라고?"


"이 부분은 저... 설명해도 모르실 건데....어쨌든 저는 지금 섹스를 할 수 없습니다."


문득 청소년 보호모드에 대한 것이 떠올라 나는 조금 반색하며 말했다. 

그의 부탁을 거절하는 것은 미안한 일이지만 확실히 그녀를 흥분시키고 섹스하여 오르가즘에 도달시키는 것은 나의 일이 아니다.

볼테르는 내 말을 듣고 곰곰히 생각하는 듯 하더니 크게 웃으며 말했다. 


"뭐 어쩔 수 없구만, 그렇다면 내가 도와주도록 하지" 

 

"예??!"


"마침 잔뜩 쌓여있기도 하고 아린은 내 취향이니까 즐겁게 할 수 있겠구만"


그 의외의 대답에 나는 뒷통수를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그런 방법이...!"


생각해 보면 나는, 볼테르를 좋아하는 아린을 위해 이곳에 와있었다. 

사랑하는 여자의 행복을 위해 좋은 남자를 이어주는 것, 그것이 남편의 도리인 것이다. 

그리고 형편좋게도 볼테르의 의뢰는 그런 우리의 바람에 딱 맞는 것이었다. 


"그렇군요...확실히 길드장님이 직접 하시면 되겠군요 마침 아린도 바라는 일이니 잘된 일입니다"


"하하하 잘 됐구만! 그럼 이 의뢰, 받는 걸로 생각해도 되겠나?"


띠링!


--------------------------------------------------------------

<EXTRA QUEST>


[볼테르의 의뢰] (파티 퀘스트)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볼테르가 [예속의 고리]를 원합니다. 

[붉은 가죽 목줄]을 찬 여성을 타락시켜 [예속의 고리]를 획득하세요

수단은 상관없습니다!


#퀘스트 조건 : [예속의 고리] 획득


진행상황 : 

[아린]의 [음란도] : 3/999

[아린]의 [흥분도] : 2/10

 

#퀘스트 보상: 없음



'정식 퀘스트??'


나는 시스템 알림과 함께 눈앞에 팝업창이 뜨자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것은 이 의뢰가 정식으로 설정된 것이라는 뜻이었다. 


'마지막으로 퀘스트 알림창을 본 것이 메인 퀘스트하던 십수년 전이었는데'


혹시나 싶어 아린을 보자 그녀도 놀란 표정으로 팝업창을 보고 있었다. 

나와 그녀는 시선을 교환했고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정식 퀘스트라면 그것은, 문제삼을 것이 없다. 


"예 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하하하 그럴줄 알았네! 두 사람은 언제나 세상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구먼"


"하하..."


볼테르가 즐거운 듯이 호탕하게 웃었다. 

마왕이 격퇴되었음에도 여전히 세상을 위협하는 것들을 대비하다니, 그저 아린과 변태짓이나 벌이고 다녔던  나는 그를 보며 부끄러움을 느꼈다.


"반드시 [예속의 고리]를 만들어 보이겠습니다"


"나도 열심히 할께"


나와 아린은 마주보며 의지를 불태웠다. 

볼테르는 그런 우리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