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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츠카의 발걸음은 그리 빠르지 않았다.


그러나 만일 다른 이가 지금 걸음을 옮기는 리츠카를 봤다면 그 발걸음에는 기대감에 더해 안달난 듯한 느낌이 있었노라 말할 것이다.


매번 성욕이 올라올 때면 나이팅게일에게 달려가 성욕 처리를 부탁한지 어느덧 한달.


리츠카는 자신의 비참한 성욕을 달래기 위해 의료실에 갈 때면 자신의 안에 있는 자존심이라는 기둥이 느리게 깎여 나가는 것을 느끼지만 동시에 뭐라고 형연할 수 없는 흥분감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었다.


마치 성욕에 패배해 새로운 주인을 섬기게 된, 어리석기 짝이 없는 존재가 된 듯한 느낌의 반복. 도착한 이후의 일도 그리 제대로 된 일은 아니었다.


귀찮다는 듯 너무나 사무적인 대딸 행위.


나이팅게일이 리츠카에게 자발적으로 해주는 일은 오로지 그것 하나 뿐이기에 그는 나이팅게일에게 더한 행위를 요구하고 싶은 마음을 참으며 그저 그 딱딱한 손놀림에 혼자 비참한 신음을 내며 미리 준비한 휴지에 정액을 토해내는 일 밖엔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만일 자신이 더한 것을 요구한다면 나이팅게일은 분명 응해줄 것이다.


아마 섹스는 몰라도 펠라까지는.


문뜩 든 생각.


아니, 진실만을 말하자면 나이팅게일에게 자신의 성처리를 맡기면서 늘 하게 되는 생각이긴 했으나, 지금 이 순간, 어쩐지 그 생각은 더 강렬하게 리츠카의 머리를 살살 만지고 있었다.


'아니. 아니야. 난 그녀의 마스터, 만일 그녀에게 그런 요구를 한다면 나는 나이팅게일을 존중하지 않는것이겠지.'


마스터와 서번트라는. 어찌보면 직장 상사와 비슷한 관계는 리츠카에게 최후의 일선을 넘지 못하게 하는 요소 중 하나였다.


물론...


그도 지금 관계가 제대로 된 관계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의료행위라는 광증에 매몰된 나이팅게일에게 마스터의 건강관리를 핑계로 성욕을 해소시키다니.


어쩌면 단순 섹스를 요구하는 것보다 끔찍하고 비참한 행동이 아닐까.


리츠카는 자신의 비참한 현실에서 흥분하면서도 더 이상 이 이상한 관계를 끝낼 수는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다.


리츠카는 어두운 복도를 천천히 걸어. 저 먼곳에 의무실의 문이, 그리고 그 문의 겉면을 감싸는 듯 흘러나오는 빛을 바라본다.


그리고 소리도 듣는다.


의무실에서 들을 것이라곤 상상도 못한 소리를.


그것은 여성의 신음이었다.


"오오오오옹!♥♥♥♥"


마치 짐승과 같은 거칠고 강한 신음.


폭력적인 쾌락을 받아 참으려는 생각조차 못하고 단순히 자신의 몸 밖으로 조금이라도 이 과한 수준의 쾌락을 밀쳐내려고 노력하는 여자의, 아니, 암컷의 신음 소리는 차라리 고통을 참는 병사의 그것과 같았다.


그래, 남자로써, 여자를 범한 경험이 없는 리츠카는 지금까지 들어본 적 없는 소리, 아니 만일 경험이 있다고 해도 그는 못 들었을 소리란 사실을 거의 본능을 깨달은 탓일까.


마치 연약하고 어린 초식동물이 처음 듣는 소리를 듣고 경계하는 것과 같이 리츠카는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을 늦쳤다.


'무슨...아니.. 말도 안 되잖아.'


리츠카는 지금 이 순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확실한 것은 그가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비참한 신음이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의료실에 다가가 소리가 나지 않도록 문을 약간 열었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몸이 지나지 못할 정도로. 안의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딱 그 정도의 얇은 틈.


어두컴컴한 복도에서 리츠카는 마치 가구의 좁은 틈에 숨어있는 작은 벌레와 같은 모습으로,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약간 꿇고 신음과 빛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의료실을 들여다본다.


위치가 안 좋은 탓일까.


그 내부에서 보이는 침대 옆에 서서 연신 허리를 흔드는 남성의 뒷모습이 있었다.


두툼한 어깨, 큰 키, 튼튼하다는 말이 부족하지 않은 단련된 '수컷'의 몸임을. 단순히 뒷모습만 보아도 리츠카는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남자의 정면, 리츠카에게는 비명에 가까운 신음을 흘리는 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커튼도 쳐져 있으나, 그 이상으로 지금 눈 앞에서 허리를 흔드는 남자의 덩치가 크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남자의 양 옆으로 튀어나온 두 개의 아름다운 다리는.


익숙하다 못해 거의 무릎까지 오는 하이힐을, 언뜻 음란해 보이기까지한 짧은 치마를 평범한 패션처럼 만들어주는, 청결을 위해 입는다는 흰 스타킹은.


리츠카는 저 두 복장을 늘 입고 다니는 여자를 알았다.


또각거리는 아름다운 발걸음을 보여주는 도도하고, 언뜻 차가워 보이기까지 하는 한 여인을 알았다.


남자가 자신의 머리를 아래로 숙였다.


"하앙♥♥♥♥하아아앙♥♥츄우우항♥ 키슈는♥♥♥♥앙댑미다♥♥♥♥ 양치♥어시♥♥ 이반♥♥♥에 담긴 세규♥...ㄴ♥♥쮸우웁...쮸압♥"


잠시 키스를 거부려하는 듯한 말은 곧 사라지고, 신음소리가 마치 무언가에 막힌 듯, 축축한 액체가 뒤섞이는 듯한 소리로 바뀌며 여자의 입이 무언가를 끊임없이 빨아대는 소리와 음란하면서도 커다란 콧소리만이 방 안을 메우기 시작한다.


두 사람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는 여자 경험이 없는 리츠카라도 알 수 있었다.


남자가 천천히 나이팅게일의 몸을 잡고 침대 안으로 걸어 들어간다.


커튼의 틈은 매우 좁았고 그 좁은 틈 사이로 뻗어나와 있던 흰 스타킹의 두 다리가 남자의 몸을 휘감는 것을.


그리고 새하얀 위생 장갑이 자신의 얼굴에 붙어있는 다른 남자의 머리를.


부드럽게 안는 것을 보았다.


나이팅게일은 분명.


지금 이 순간


거부하지 않았다.


오히려 좋다는 듯 게걸스럽게 탐내는 암컷이 그 자리에 있음을 리츠카는 깨달았다.


리츠카는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바지를 내렸다.


그러나 만질 수 있는 것은 그저 차가운 쇳덩어리 뿐.


자신의 성기는. 수컷의, 남자로써의 증거품이라 할 가장 중요한 부위는 튼튼한 쇳덩어리로 막혀 너에게 남자의 쾌락은 주어지지 않는다고 말하는 듯 싶었다.


"츄릅.♥츕...♥ 하아...♥ 키슈는 안댄다고♥♥♥했습미댜♥ 위생♥"


두 개의 살덩이리가 무언가 미끄러운 액체속에서 비벼지던 소리가 끝나고 여자는 무언가 숨을 들이쉬고는 투덜거렸으나, 그 말은 분명 짜증이나 분노의 말이라 하기 보단 자신을 귀찮게 한 사랑하는 연인에게 하는 칭얼거림에 가깝다는 사실을. 리츠카는 거의 본능으로 알았다.


리츠카는 자신의 정조대를 만지작거렸다. 갈증이 났다.


지독하도록. 목을 찢는 듯한 갈증.


리츠카는 두 손가락 끝으로 정조대를 비볐다.


비참하게도.


손에 닿는 감각은 마치 발기한 수컷의 성기와 같이 지독할 정도로 딱딱했으나 그 감촉에 쾌감은 없었다.



2


얼마나 지났을까.


의료실 내부를 멍하니 바라보며 저 남자가 끊임없이 나이팅게일을 범하는 것을 보았다.


나이팅게일은 마치 인형이라도 된 듯, 비참하게 온 몸을 비틀며 자신의 몸을 휩쓰는 쾌락과 고통에 비참하게 남자에게 매달려 신음을 낼 뿐, 더 이상 남자의 행동에 저항하거나 말으로라도 거부하지 못했다.


남자의 등에 가려 나이팅게일의 몸이 어떠한지 확인할 수 없던 리츠카는 오로지 눈에 보이는 양 다리와 팔 정도만 보고 상상만으로 지금 나이팅게일의 모습을 그려내야 했지만. 어쩐지 지금 그의 생각과 나이팅게일의 모습이 그리 다르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고, 그 기이한 확신을 느낄 때면 비참하게도 자신의 성기에 강한 고통을 느끼며 끊임없이 바닥에 쓰러져야만 했다.


그러나 리츠카는 바닥을 구르면서도, 정조대를 흔드는 행위와 침대를 훔쳐보는 행위를 멈출 수 없었다.


마치 


쩌어억.


무언가가 끈적한 구멍에서 끈적한 무언가를 꺼내는 소리가 들렸다.


리츠카는 남자의 뒷모습. 다리 사이에 거대한 성기가 아래로 축 쳐지는 것을 보았다.


"야, 좀 빨아봐."


남자의 몸이 깊숙히 이동했다가 무언가를 끌고 오는 소리가 들렸다.


"퓨츄읍...츄읍...♥"


아무 말도 없이. 지금까지 침대에서 나던 소리와는 결이 다른 음란한 소리가 퍼지기 시작했다.

 


3


곧. 남자는 만족했는지 옷을 입는 모습이 보였다.


'도망가야...'


남자로써의 남은 자존심은 저 사람에게만은 자신의 비참한 모습을 들킬 수 없다는 생각과는 별개로 그는 감히 움직일 수 없었다.


끊임없이 올라오는 정조대의 비참한 통증이 그를 바닥으로 내던졌기 때문에, 리츠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비참하게 그저 무릎 꿇고 바닥을 기는 것 뿐이었고.


결국 남자는 옷을 전부 입었는지 의료실 밖으로 나왔다.


리츠카는 바닥에 엎드린 상태로 그를 올려다 보았고, 그 남자는 잠들어 있는 분홍머리 여자 하나를 안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마슈...?'


리츠카의 머릿속이 새하얗게 불탔다.


방금 전까지 나이팅게일을 범하던 남자가 왜 마슈를 안고 있는 것인지. 저 남자의 가슴에 기댄 상태로 편하다는 듯 잠들어 있는 마슈의 평온한 표정이 지독하게도 날카롭게 그의 가슴을 찔렀다.


남자 또한 리츠카를 바라보았다.


처음엔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바지를 그 다음에야 엎드려 통증을 달래는 리츠카의 모습을 놀란 양 바라보던 남자는 그의 다리 사이, 채워져 있는 정조대를 보곤 마치 리츠카를 무시하는 것 같은 역겹기 짝이 없는 미소를 지었다.


리츠카는 그 미소가 왕이 내시나 노예를 바라보는 시선이라 느꼈다.


수컷으로 자신을 이기지 못할 결격품을 바라보는 차가운 눈.


그리고 분명 이 순간, 리츠카는 저 남자를 평생토록 이기지 못할 것이란 사실을 남자로, 수컷으로 인정했다.


리츠카는 자신도 모르게 엎드린 몸을 낮추고 자신의 머리를 숙였다.


그 모습은 마치 왕을 경배하는 노예와 같았고.


비참함에 눈물을 흘리던 리츠카의 다리 사이 통증은 점점 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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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네토 장르는 좋아해도 이입하는 방향이 조금 다르다보니 네토 마조가 어떨 때 꼴리는지 몰라서... 제가 제대로 방향성을 잡았나 모르겠네요.


혹시 이런 방향성이 좋겠다, 이런 건 조금 이상하다 하시는 분 계시면 댓글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