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팅게일 X BBC ♠




00. 나이팅게일은 흑인 남성을 마스터로 삼는다.




“으읏⋯ 후웃⋯♥ 응쿳⋯ 후웃⋯♥


야심한 밤, 개미 한 마리 기어나오지 않을 듯한 칼데아의 숙박동. 어두운 복도의 적막을 깨고 있는 것은 무언가를 억누르고 있는 여인의 신음 소리였다.


파앙, 파앙, 파앙!


조금 더 귀를 가까이 하면, 탄력 넘치는 파찰음이 리드미컬하게 울리는 소리 또한 들을 수 있었다. 성적인 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단번에 얼굴을 붉힐 만 한, 적나라한 살결의 교접음이 야릇한 저음의 신음 소리와 듀엣을 이뤄 연주되고 있었다.


인리보장기관 칼데아. 현 인류의 최전선이라 부를 수 있는, 어찌 본다면 장엄함마저 깃든 조직의 숙박 시설에서 난다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천박한 남녀의 합주. 그러나 이를 주의주는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단 한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단지 눈치채기 힘들 정도로 빼꼼 열린 방문 사이를 복도에서 꼴사나운 자세로 몰래 훔쳐보는 검은 머리의 동양인 소년 한 명이 있을 뿐이었다.


후지마루 리츠카. 막 성인의 나이가 된 소년에게 있어서 방 안을 가득 채운 남녀의 원초적인 성행위는 아직 이른 것이었을까, 아니면 자신도 모르게 조막만한 텐트를 친 바짓단이 신경쓰여 자리를 벗어날 수 없었던 걸까. 혹은⋯ 다른 사정이 있었던 걸까.


주황색 수면등의 불빛이 잔잔히 새어나오는 방 안의 광경에서 소년은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철퍽, 철퍽! 철퍽!


침대 위에서는 파격적인 몸매의 백인 여성과, 탄력적인 근육으로 몸을 무장한 거구의 흑인 남성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태어난 모습 그대로 서로를 껴안고 땀을 쏟아내며 적나라한 교접을 이어가고 있었다.


격렬한 정사를 이어갈 때마다 주인의 체구에 맞게끔 특별 제작되어 방 안을 가득 채운 라지킹 사이즈의 침대가 지푸라기처럼 흔들렸고, 여인의 뽀얀 몸을 뒤덮고 있던 흑인의 몸 사이로 쾌락에 젖어들어가고 있는 여체가 바둥바둥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끄흑⋯ 흐읍⋯ 후웃⋯♥ 미스터 말릭, 흐읍, 너무⋯ 너무 격렬합니다⋯ 조정을, 끄흐읍⋯♥


침대를 가득 채운 거구의 흑인 밑에 깔려, 한 손으로 입가를 가리고 신음을 억누르고 있던 여인이 평소에는 전혀 들을 수 없던 흐트러진 목소리로 말을 내뱉었다.


그러나 후지마루에게 있어서 충격적이었던 것은 따로 있었다.


“⋯미스 나이팅게일, 이것은?”


왕복운동을 잠시 멈춘 탓에, 듣는 이를 오싹하게 하는 남성미가 느껴지는 중저음의 목소리가 방 안을 낮게 울렸다. 그의 시선을 따라 가니 방금 전까지 여성을 껴안고 범하던 두꺼운 손이 허리춤에 있는 색다른 이물질을 가리키고 있었다.


방금 말한 것과는 정 반대로, 여인의 새하얀 양다리가 흑인 남성의 두꺼운 허리를 단단히 끌어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문화권이나 인종, 사용하는 언어가 다를지어도 본능적으로 알아챌 수 있는 비언어적 표현이었다.


자신의 몸 안에 생식기를 집어넣은 수컷이 허리를 빼지 않기를 바라는⋯ 임신의 가능성을 용인하고 사정을 재촉하는, 암컷이 정상위 자세에서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행동 중 최고로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


“⋯⋯.”


“Oh⋯.”


한 뼘 조금 넘는 거리에서 남녀의 시선이 교차했다.


몇 초가 지났을까. 본능에 따라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서로의 육체를 다시금 꽉 껴안았다. 여성의 뽀얗고 풍만한 젖가슴이 새까만 사내의 단단한 대흉근에 힘껏 찌부러질 때까지.


눈 앞에 있는 극상의 암컷이 보내는 앙큼한 행동이, 흥분한 수컷에게 기름을 뿌려버린걸까. 보는 것만으로도 야성미가 넘치는 흑인의 둔부와 대퇴부 근육이 별안간 씰룩이더니 더욱 격렬한 피스톤질이 시작되었다.


팡! 팡! 팡! 팡! 파아앙!!!


“으흑⋯! 오옥♥ 오오오옥!!!”


정갈하고, 세련된 외모로 본의 아니게 평범한 사람들의 기를 죽였던 강철의 간호부장은 그자리에 더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그곳에 있는 것은 생기넘치는 육체를 가지고 있는 남녀, 수컷과 암컷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들의 교미를 뒤에서 몰래 지켜볼 수 없던 후지마루였기에, 눈 앞에서 짐승 같은 신음소리를 터뜨린 여성이 왜 그럴 수 밖에 없는지 열등한 수컷으로써 납득할 수 밖에 없었다.


여체의 새하얀 나신을 게걸스레 먹어치우듯이, 검은색 아나콘다 뱀이 생각나는 흉악한 길이의 남성기가 그녀의 구멍을 두고 육중하게 들어왔다 나가기를 반복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치욕스러운 기억으로 남아있는, 의도치 않게 소년의 침입을 방해한 적이 있던 그녀의 볼륨 넘치는 엉덩이는⋯ 단련된 팔뚝이 생각나는 몽둥이 크기의 자지와 근육이 가득 들어찬 허벅지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저내리고 있었다.


철퍽! 철퍽! 철퍽!


자신의 남성성을 고심하게 만든 여인의 뛰어난 육체가, 눈 앞의 검은 수컷에게는 그저 철퍽거리는 교접음을 더욱 문란하게 만들어주는 스파이시가 될 뿐이라는 사실을 들이밀어진 소년은 허망한 표정으로 절정에 이르기 시작하는 남녀의 교미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얼이 빠진 상태로 몇분을 가만히 보고 있었을까.


아득해지는 시간 너머로 조금의 균열이 들리기 시작했다.


“오옥, 오오옥, 하앗! 항!”


파앙! 팡! 팡! 파아앙!


후지마루가 오기 전부터 계속해서 교미를 이어나가고 있던 참이었는지, 그 후로도 수차례 절정에 오른 암컷을 쉼없이 박아대던 수컷이 온 몸의 근육을 꿈틀이고는 육중한 몸을 더욱 거세게 움직였다.


뛰어난 지구력과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속도를 내리지 않고 계속해서 암컷의 내부를 유린하던 검은 자지의 표면에 울퉁불퉁한 핏줄이 뚜렷하게 올라왔다. 흑인은 천천히, 하지만 자지가 완전히 빠지지는 않게 최대한 허리를 뒤로 빼내었다.


투둑, 투둑.


연속된 거사에 뜨겁게 달구어진 검은 흉물에는 약간의 김이 새어나오고 있었고, 무엇보다도 애액인지 정액인지 모르는 찐득하고 허여멀건한 액체가 검은 생식기를 번들번들하게 칠하다 못해 침대 위로 툭툭 떨어졌다.


아기 주먹보다도 거대한, 보는 것만으로도 여성을 유린할 것 같은 각진 모양의 귀두갓이 그녀의 보지 안에 반쯤 파뭍혀 있었고, 그곳에서부터 뿌리까지 어지럽게 표면을 새기고 있는 혈관들이 하나같이 마지막 스퍼트를 남겨둔 달리기 주자의 심장박동처럼 거칠게 맥동하고 있었다.


후지마루에게 있어서는 평생 노력해도 얻을 수 없는 순수한 힘의 상징. 팔뚝만한 사이즈를 가진 남성의 거대한 성기가 처음으로 여성의 몸에서 거의 빠져나왔을 때야 비로소 후지마루는 눈 앞의 수컷이 자신과는 차원이 다른, 규격외의 존재라는 것을 깨달으며 상실감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shit, 미스 나이팅게일. 마력 패스를 준비 해주세요.”


“하읏! 아, 알겠습니다⋯.”


툭툭.


체중을 실어 마지막 사정을 시작하기 전에, 흑인은 두꺼운 팔을 움직여 강압적인 어조로 여성의 볼을 툭툭 쳐서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검은 가죽으로 둘러 쌓인 흑인의 육중한 정소가, 참기 힘들다는 듯 꿀렁이며 농밀한 마력을 담은 신선한 정자를 배출하기 직전처럼 보였다.


“마력패스⋯ 연동, 완료되었습니다⋯”


“Well⋯.”


행위의 끝이 다가왔음을 알리는 여성의 목소리는 후지마루에게 있어서 천사의 속삭임과도 같았다. 사그라들었던 희망이 리츠카의 몸 안에서 다시금 살아나기 시작한 것과 동시에, 그녀를 범하고 있던 흑인의 오른 팔뚝에 새겨져 있던 검은 색 문신에도 불길한 빛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의 마력회로 또한 기동 준비를 마쳤다는 뜻이었다.


“그럼⋯.”


“자, 잠깐만요. 미스터 말릭.”


그렇게 준비를 마친 흑인이 여유로운 자세로 넘쳐나는 씨를 뿌리기 직전에, 그의 행위를 멈춘 여성은 고심하다가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키스⋯ 해주세요.”


털썩.


후지마루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밖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알고도 무시하고 있는 건지 두 남녀의 얼굴은 서서히 가까워져 갔다.


“하응⋯ 후움⋯. 움, 쯉⋯.”


츄릅, 츕. 


알몸인 채로 정신없이 혀를 얽으며 서로의 육체를 탐닉하는 백인 여성과 흑인 남성은 조금 더 밀착하기 시작했다.


남성 영령들과 비교해도 뒤쳐지지 않을 듬직하기 그지없는 근육질 육체를 가진 알파메일과, 폭력적인 젖가슴을 남성에게 마구 비비며 잘록한 허리를 휘며 거근을 받아들이는 알파피메일의 정사는 후지마루로써는 절대 그려낼 수 없는 한 폭의 그림을 연출하고 있었다.


이윽고 거대하고 길쭉한 번식기관이 여태껏 보았던 것보다도 더욱 깊게 여인의 질내로 들어갔을 때, 열정적인 입맞춤은 이윽고 문란하기 그지 없는 동물적 번식의 일환으로 변질되었다. 수십분이 흘렀을 텐데도, 애액으로 흥건한 보지 언저리에 수컷의 치골이 부딪치며 물이 튀는 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


철퍽! 철퍽!


“끄흐으으윽⋯! 하악! 츄릅, 하아앙! 쮸웁♥


비명이라고는 부를 수 없을 극상의 쾌락을 느끼고 있는 여인의 신음소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거대하고 새까만 마력 파이프를 질내 가장 깊은 곳에 박아넣은 남자는 키스를 이어가며 자궁 입구를 탐색하듯 허리를 빙그르르 돌렸다.


그러나 일반적인 여성으로도 받아내기 힘든 검은 생식기를 한계 끝까지 받아낸 자궁구는 한없이 찌그러져 있었고, 질내를 유린하던 귀두의 움직임에 그 주변부가 자극받게 되어 여인에게 더욱 강한 포르치오 절정을 선사하고 있었다.


“!? 우웁, 츄릅! 츄르르릅!”


복부 깊은 곳에서 파도처럼 몰아닥친 절정을 격한 딥키스로 잠재워보려던 여인의 시도는 흑인 남성의 마지막 피스톤질에 좌절되고 말았다. 초월적인 영령의 육체이기에 왠만한 일로는 함락되기 어려운, 자궁구라는 성채를 비집고 들어온 검붉은 귀두가 계속해서 억눌러오던 마력을 분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두근, 두근.


그것은 여태까지 후지마루 리츠카가 일생 경험한 사정 시간을 다 합한 것 보다도 훨씬 길고, 농후했다.


탄탄한 여인의 몸을 우악스런 손길로 고정하고, 얼굴로는 쉴새없이 진한 키스를 나누면서 자궁 안쪽과 고환 사이에 연결된 길고 굵은 검정색 생식관을 통해 일반 남성과는 수십배 이상 차이나는 정자들이 마력과 함께 여인의 몸 속에 전달되는 중이었다.


두꺼운 자지만큼이나 굵은 괄약근이 목울대처럼 꿀렁꿀렁 넘어가며 주먹만한 크기의 고환에서  연달은 교미로 인해 한계까지 담아두었던 정자들을 계속해서 펌핑하고 있었고, 탄력을 받은 정액덩어리들이 소방호스만큼 굵은 자지의 맥박에 따라 자궁구 안쪽에 바로 쏟아지고 있었다.


과거 후지마루가 내뿜은 정자들이 대부분 질내에서 안타깝게 사멸되는 결말에서 그친 것과는 달리, 곤란할 정도로 긴 자지를 선천적으로 보유했던 눈 앞의 수컷에게 있어서 정자가 자궁 속에 안착하는 것은 그저 당연한 이치에 불과했다.


더불어 사정량과 지속력, 지구력 등 유전적인 차이 외의 요소에 있어서 남자와 리츠카의 차이는 명백했다. 다빈치가 언급했던 그와 자신의 마력충전에서의 효율성 차이는 필시 이것을 두고 말한 것이겠지.


괄약근과 자지에 마지막으로 힘을 지긋이 주어 마지막 정액을 부어넣은 거한의 흑인이 뽀얀 살결을 가진 백인 여성의 몸에 삽입되어있던 검고 긴 구렁이를 느긋하게 빼내었다.


“수고하셨습니다, 미스 나이팅게일. 먼저 씻으시겠습니까?”


연이은 교미에 살짝의 휴식시간을 얻게된 새까만 자지는 살짝 힘이 빠진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잔뜩 달궈져 쭈뼛거리는 후지마루의 그것보다 두배는 길고 굵어보였다.


누런 정액과 하얀 애액이 섞여 번들거리는 검은 구렁이를 풀린 눈으로 응시하던 여성이 두 손으로 그것을 조심스레 쥐고 입에 넣고 빨기 시작했다.


“Umm, 청소 펠라. 좋습니다.”


“쪼오옥, 쯉, 츄릅, 쪼오오옥⋯♥


꿀꺽, 꿀꺽. 쪽.


양 손으로 줄기를 쥐어짜내 남은 정액을 입에 털어 넣거나, 검고 질긴 가죽으로 감싸진 고환을 매만지는 등 일련의 봉사행위를 끝내자 자지는 기존의 새까만 검은 색깔을 되찾았다.


다만, 여태까지 행위 중에 허여멀건한 체액들로 인해 보이지 않았던 적나라한 키스 자국과 펠라치오 자국들이 희미하게 드러나게 되었다.


옅은 틴트자국은 평소 꾸미지 않는 그녀의 성격을 반영하는듯 했다.


“Haha, 알겠습니다. 미스 나이팅게일. 욕실에서 먼저 씻고 있겠습니다.”


남녀는 청소펠라가 끝난 후에도 후지마루가 들리지 않는 거리에서 무어라 속삭이더니, 한차례 웃음을 터뜨린 흑인 남성이 몸을 돌려 욕실 쪽으로 향했다.




행위가 끝난 방 안은 적막했고, 홀로 남은 여인은 무엇을 생각하는지 가만히 침대에 앉아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주섬주섬 정신을 차린 후지마루 또한 자리를 벗어나려 몸을 쭈뼛쭈뼛 일어나려는 참이었다.


“어딜 가시는 건가요.”


찰박. 찰박.


맨발의, 관계 후의 모습 그대로 나오는 백인 여성의 몸매는 변함없이 아름다웠다.


98cm의, H컵에 이르는 폭력적인 거유와 동시에, 일자를 그리는 탄력적인 복근과 허벅지에서부터 쭉 뻗어있는 각선미까지. 몸의 포텐셜을 한계까지 사용할 수 있는 영령 고유의 특징이 영체에도 반영된 것이리라.


만약 몸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는 키스마크와, 결합부에서 후두둑 흘러내리고 있는 정액 덩어리들만 없었더라면 후지마루는 그녀와 거사를 치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가슴을 두근거리고 있을 터였다.


“마스터, 여기에 있는 것은 계약 위반 사항에 해당합니다. 저와 말릭 씨와의 마력 공급 절차를 훔쳐본 것은 아니겠지요?”


방금 전까지 그렇게나 격렬한 정사를 했던 사람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힘든 날카로운 목소리가 후지마루를 훑고 지나갔다.


계약 위반 사항. 지극히 삭막하고 사무적인 단어가 오늘 따라 그의 가슴을 도려내는 듯 했다.


이전 같았더라면 어느정도 요령을 발휘해 후지마루의 일탈을 봐주었을텐데, 최근들어 기존의 쌀쌀한 태도로 돌아간 나이팅게일의 어조가 후지마루에게 있어서 더 깊은 상처를 주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정신적인 아픔을 돌보아줄 정도로 나이팅게일은 느긋한 사람이 아니었다. 병마를 단숨에 진찰하는 뛰어난 관찰안으로 후지마루의 몸을 한차례 내려보던 그녀가 바지춤을 보며 고개를 멈췄다.


“엉거주춤한 자세⋯.”


“나, 나이팅게일, 이건⋯ 그, 그게 아니고.”


싸늘한 눈빛으로 구부정한 자세의 후지마루를 내려다보는 여성의 눈빛에, 허둥지둥 가랑이를 정돈하는 후지마루.


그에겐 불행하게도, 달궈진 음경을 필사적으로 가라앉히려던 노력이 거꾸로 작용해 반발기한 남성기가 자꾸 바지 자크에 스쳐 쓰라린 탓에 제대로 서있지 못했다.


“아, 아니. 이게 아니라, 윽, 자⋯ 잠깐만!”


“⋯⋯하아.”


흠칫.


고개를 숙이고 있는 후지마루의 머리 위에서 들린 생소한 한숨 소리에, 화들짝 놀란 그가 쭈뼛 거리며 위를 올려다보니 여성은 눈을 찡그리며 팔짱을 끼고 풍만한 젖가슴을 가리고 있었다. 


마치 자신의 알몸을 눈 앞의 열등한 수컷 따위에서 보이기 싫다는 듯.


그것은 방금 전까지 근육질의 흑인 앞에서 아름다운 나신을 기꺼이 보여주었던 태도와는 달리, 생리적으로 혐오감을 느끼는 투기어린 여성의 눈빛이었다.


“⋯제가 오해했군요. 이전의 진찰을 정정하지요.”


한 층 더 싸늘해진 여인의 말소리가 후지마루의 머리 위에 전해져 내릴 때, 그는 직감할 수 밖에 없었다.


“중증 네토라레 마조로써 정상적인 지휘 업무를 수행하기 힘든 상황이 예상되는 바, 일체의 음란물 소지 및 자위행위 금지를 지휘부 측에 건의하겠습니다.”


차가워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누구보다 따스한 마음을 가진 백의의 천사로써, 그리고 여태까지 자신을 위해 싸워주었던 최고의 서번트 중 일익으로 자신을 곁에서 항상 위로해주던 그녀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공공에 대한 헌신 외에는 모두 태워버린 광인의 적안에, 자신을 향한 측은지심은 티끌 하나도 남지 않았다는 것을.


“진명,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본인으로써, 현 마스터인 후지마루 리츠카에서 프라이드 계위 마술사, 말릭 브라운 씨에게로의 마스터 변경을 요청합니다.”


이것은, 어쩌면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던 이야기였을 지도 모른다.


“마스터의 허락은 불필요합니다. 다빈치씨의 입회 아래, 이어진 마력 패스를 거두고 말릭 씨와의 새로운 패스를 열면 끝나는 간단한 작업이니까요.”


하지만 후지마루의 눈 앞에서, 더욱 활기넘치고 남성적인 매력을 뽐내는 수컷이 주입한 정액 덩어리를 당당하게 내보이며 말하는 그녀를 조망해보자면⋯ 이는 필연적인 운명이 아니었을까?


수많은 필부들이 우월한 여성에게 구애하듯이, 우월한 암컷일수록 보다 완벽한 수컷에게 반한다. 그것은 욕구를 가진 생물체로써, 나아가 욕망을 가진 인간으로써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 이만, 저는 몸을 씻으러 가야합니다.”


“⋯자, 잠깐만! 나이팅게일!”


여인이 몸을 돌리고 문을 닫으려고 하자 후지마루가 급히 손을 내밀어 이를 막았다. 마치 마지막 기회를 달라는 듯, 간절한 목소리에 눈초리를 올린 여인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뭔가요.”


“그, 저기⋯. 이상하잖아⋯.”


“뭐가 말입니까?”


떨리는 후지마루의 목소리는 마치, 그러면 안된다는 듯 현실을 부정하는 사람의 그것과 닮아있었다.


“마력 공급 때문에 몸을 섞은 거라며⋯. 근데, 그, 욕실에⋯. 브라운 씨가 들어가 있잖아⋯.”


태생부터 많은 인원을 수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숙박동은 1인실이 대부분으로, 간단한 욕조나 샤워실이 구비된 조그마한 화장실 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만약 거구의 흑인이 말한 대로 먼저 씻고 있다면, 욕조는 이미 꽉 차있으리라.


그리고 지금, 눈 앞에 서있는 여인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도 계약에 따라 몸을 섞었을 뿐인 남성과 같은 욕조에 들어가고자 한다.


위생 관념을 그렇게나 강조하던 그녀가, 한껏 더렵혀진 지금도 여전히 뽀얀 나신을 자랑하는 그녀의 몸에, 새까만 거구의 흑인 남성과 같은 샴푸, 바디워시, 타올을 공유하고자 한다.


“설마 같이⋯ 씻는거야?”


그런 후지마루의 절박한 물음에,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관계 없지 않습니까.”


“⋯어?”


떨리는 심장 박동, 부들거리는 손. 눈가에 흐르는 식은땀과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다리.


여인의 시선에서 후지마루는 어떻게 보였을까.


어쩌면 추레해진 ‘전’ 마스터가 그나마 사내답게 반항해왔다면, 그를 보는 여인의 눈빛도 조금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고작 말하는 것이 몸을 같이 닦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라니. 참으로 그 답다면 그 다울 언행이었다. 사내답게 거구의 흑인에 맞서기보다, 여인이 다른 마음을 가지지는 않았는지 의심부터 해온다.


정말⋯ 방금 전까지 관계를 가졌던 늠름한 수컷과는 비교할 수 없는, 생물학적으로 같은 염색체를 가진 종이 맞는지 확인해보고 싶을 정도로 마음가짐이 다르다.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따라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제가 누구와 씻던, 누구와 키스를 하고 누구와 섹스를 하던 간에, 후지마루 씨가 마스터로써 질문할 수 있는 권한은 이미 해소되었습니다.”


“나, 나이팅, 그⋯ 그게 아니라⋯!”


“그러니, 어서 방으로 복귀하십시오. 미스터 후지마루.”


“윽⋯!”


여인은 접근하려는 후지마루의 어깨를 잡고 뒤로 손쉽게 밀어냈다. 전라의 백인 여성에게 가볍게 제압당하는 동양인 수컷의 모습은, 그 내막에 영령과 인간이라는 비교할 수 없는 격차가 숨겨져 있었다고는 해도 겉으로만 본다면 적나라하기 그지없었다.


“나이팅이라는 애칭, 두번 다시 당신의 입에서 듣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


“그럼 이만. 좋은 밤 되시길.”


쿵.


문이 닫히며 여인의 마지막 선고를 들은 후지마루는 그 자리에서 무너저내리듯 주저앉았다. 올려다 본 명패에는, 무정하게도 방금 그가 남몰래 연모하던 여인과 짐승처럼 관계를 맺은 남성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말릭 브라운]


다섯 음절의 단어만 보았는데도, 알 수 없는 패배감을 느낀 후지마루는 그가 처음 깨어난 날을 생각하며, 무력감에 고개를 떨굴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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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처음 쓰는 소설...


다들 열심히 쓰시는 것 같아서, 미력한 필력이지만 나도 재밌게 쓰고 있어!


플롯이나 설정은 다 짜뒀는데 대회 기한 안에 마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ㅋㅋㅋ


모두 재밌게 봐줬으면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