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츠카가 고개를 들었을 때, 남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칼데아에 처음 들어오고 나서부터 자신을 지탱해주던 소중한 여인, 마슈와 함께 어디로 갔을까.


괴로움이 가슴을 조였다.


그러나 어두운 색의 물감은 더 어두운 색에 의해 가려지는 법.


리츠카는 바닥에 떨어진 바지를 입을 생각조차 못하고 비틀거리며 의료실 안으로 들어갔다.


늘 깔끔하고 새하얀 알코올 향으로 가득 차 있던 의료실.


그 풍경은 늘 보던 그대로 변함이 없었으나 냄새만은 평소와 달랐다.


어쩐지 약간 싸하면서도 얼얼한, 하지만 오히려 그 얼얼함이 깔끔하게 느껴지는 알코올 특유의 향으로 가득 차 있던 방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역겹고 음란한 냄새로 변해있었다.


소변, 정액, 애액, 땀이 뒤섞여 나는 음침하면서도 음란한 향기.


그 냄새의 근원인 침대로 리츠카는 비틀거리면서도 멈추지 않고 다가갔다.


침대 위에 누워있는 한 여성.


평소 보여주는 딱딱하리 만큼 깔끔한 복장은 없었다.


간호사나 의사라기보다는 군의 장교를 떠올리게 하는 붉은 코트 모양 윗옷은 반쯤 찢겨 침대 구석에 걸쳐져 있었으며, 그 안에 입었을 흰 와이셔츠는 단추가 뜯겨 침대에 누워 있는 나이팅게일의 봉긋한 젖가슴을 전혀 가려주지 못하고 있었다.


속옷 역시 진작 뜯겼는지 브라는 침대 밑에 널부러진 상태로 버려져 있었고, 늘 하고 다니는 흰 스타킹은 허벅지 안쪽부터 찢겨 있었으며 팬티는 아에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 수 없었다.


옷차림도 비참한 걸레와 같이 망가졌으나 그녀의 몸에 비하면 멀쩡한 편이었다.


늘 연한 편이었던 나이팅게일의 얼굴 화장은 침과 땀으로 인해 엉망진창으로 녹아 있었으며, 특히 상태가 심한 그녀의 연한 분홍빛의, 색소가 거의 없어 립밤에 가까운 입술 화장은 심하게 번져 한쪽 입가를 물들이고 있었다.


크고 아름다운 젖가슴은 민감한 부위라 부드럽고 섬세하게 다뤄도 부족할 판에 거칠게 만져지고 빨렸는지, 붉은 키스 자국과 멍자국으로 보이는 손자국이 남아 있었으며, 해부대 위의 게구리 마냥 쩍 벌리고 있는 두 다리 사이에서는 붉디 붉은 핏방울과 흰 정액이 뒤섞여 기이한 색을 만들며 천천히 흐르고 있었다.


더 심한 것은 그녀가 기절하듯 잠들어 있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의 젖꼭지를 세운 상태로 온 몸을 부르르 떨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마치 섹스의, 사람과 사람이 사랑으로 한다기보단 사나운 짐승이 유린한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섹스의 흔적이 마음에 들었고 지금은 그저 그 여운을 즐기고 있다는 듯한 모습이라고, 리츠카는 눈에서 눈물을 흘리며 생각했다.


리츠카는 비참했다.


오랜 시간 연을 쌓은 여자를 빼앗겨서? 늘 당당하던 여자가 자신에겐 안 보여주던 비참한 모습을 보여줘서? 자신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와 같은 수준으로 여자의 몸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본능으로 깨달아서?


전부 진실이었으나 가장 큰 이유는 아니었다.


리츠카는 지금 이 순간 나이팅게일의 몸을 보며 짐승처럼 흥분하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비참했다.


리츠카는 정액이 말라 붙은 젖가슴을 빨고 싶었다.


리츠카는 붉게 부어 올라 그 사이에서 정액을 토해내는 보지에 자신의 자지를 밀어 넣고 싶었다.


리츠카는 울며 바닥으로 넘어지듯 쓰러졌다.


마치 잔인한 사냥꾼이 설치한 덫이 자신의 잔인한 손아귀에 걸린 짐승의 목을 강하게 조르듯.


정조대는 리츠카의 성기를 조였다.


그렇기에 리츠카는 괴로웠다.





2


리츠카가 바닥에 넘어져 울고 있자, 침대 위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마스터. 무슨 문제 있습니까?"


침대에서 내려온 나이팅게일이 조심스럽게 무릎을 꿇고 리츠카의 머리를 부드럽지만 조심스러운 손길로 들었다.


고통에 몸부림치던 리츠카가 자연스럽게 고개를 들자 자신을 내려다보는 나이팅게일의 얼굴이 보였다.


늘 그러하듯 무표정하고 냉정한 얼굴.


언제나 그러하듯 변함이 없는 표정.


평소와 다른 것이 있다면 그저 그녀의 몸이 알몸이며 섹스 직후라 몸의 여러 곳이 망가지듯 부어 있다는 사실이겠지.


"울지 마세요."


나이팅게일이 자신의 손을 리츠카의 얼굴로 가져다 대다가, 늘 끼고 다니던 자신의 흰색 위생 장갑이 더럽혀져 있는 것을 보곤 멈칫하더니 조심스럽게 두 장갑을 벗어 바닥에 내려두고 리츠카의 눈물을 닦았다.


리츠카는 문뜩, 나이팅게일이 장갑을 벗고 무언가를 만진 적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비참함에 흘리던 눈물도 멈춘 상태로 눈을 크게 뜨고는 나이팅게일의 손을 바라보았다.


"..."


아무 말 없이 리츠카의 얼굴에 묻은 눈물을 닦아낸 나이팅게일은 천천히 리츠카를 일으켜 세우고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


"어딘가 괴로운 점이라도 있으십니까?"


마치 진찰이라도 하듯 천천히 리츠카의 몸을 살피던 나이팅게일은 곧 터질 듯, 발기하려는 성기를 막고 있는 정조대를 본다.


"많이 괴로우셨군요."


나이팅게일은 습관처럼 자신의 가방이 있을 옆구리에 손을 가져다 댔다가, 곧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침대 구석에 떨어져 있던 가방을 찾아 정조대 열쇠를 꺼낸다.


조심스럽지만 깔끔한 손질로 그의 자지 위를 덮고 있던 정조대가 풀리고 드디어 자유를 얻은 리츠카의 자지는 발기한다.


나이팅게일은 좁은 정조대 바깥으로 나와 발기한 성기를 부드럽게 만졌다.


워낙 작은 크기기에 오로지 손가락 두 개로 느릿하게 자지 전체를 훑는 방식의 간단한 대딸이나 그것만으로도 리츠카는 신음을 겨우 참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사정하고 말았다.


"...고생하셨습니다. 마스터."


자연스럽게 가방에서 손 소독제를 꺼내 손에 뿌리곤 정조대 역시 새척하는 나이팅게일의 모습에 리츠카는 다급하게 외쳤다.


"오늘은 더 하고 싶어."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말을 리츠카는 자신도 모르게 뱉어버린다.


나이팅게일이 빤히 리츠카의 얼굴을 바라보자 리츠카는 부끄럽게도 고개를 숙이며 잘못한 어린 아이마냥 안절부절 못한다.


마치 그녀가 자신에게 모독스러운 말을 할 거라고 예상하는 듯, 심하게 붉어진 얼굴은 지금 그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게 만들었다.


차가운 말로 거부, 혹은 그를 진정 비참하게 만들 마음대로 하라는 말이 나오길 그는 마음마저 붉게 물들이며 기다리고 있었으나, 나이팅게일의 행동은 리츠카의 예상을 벗어났다.


 나이팅게일은 그를 부드럽게 품에 안으며 마치 주사를 맞기 싫어하는 어린 아이를 달래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마스터. 제가 과거 했던 이야기를 기억하십니까?"


리츠카는 예상치 못한 부드러운 감촉에 굳어버린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 나이팅게일이 말을 이어나갔다.


"저는 타인에게 봉사한다는 사실에 즐거움을 느낍니다. 특히, 진료와 간호에 큰 기쁨을 느끼지요. 하지만 당신은 다릅니다. 당신의 몸을 간호할 때면, 전 당신이 괴롭다는 사실이 주는 슬픔에 잠겨버리죠."


나이팅게일의 가슴에서 풍겨오는 정액의 비릿하고 역한 냄새가 사라지기라도 한 것처럼, 따듯한 온기와 살 내음이 리츠카의 어지러운 머리를 부드럽게 안아주었다.


"마스터. 전 당신의 몸이 건강하길 바랍니다. 아픈 곳도 없고, 다치지도 않고, 저의 진료와 간호가 그저 당신의 병을 예방하는 것에 불과하길 바랍니다."


그렇기에.


"당신의 성욕은 다소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강하고, 그로 인해 과도한 자위를 바라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과도한 자위는 병을 만들 가능성이 참 높습니다."


그러니.


내가.


당신의 모든 것을 관리하고 통제하겠다는 한이 있더라도, 당신의 잘못된 습관을 고치고, 그로써 당신의 몸에 병이 생기지 않게 만들겠다는 말을 하며 나이팅게일은 리츠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부드럽고 사랑이 담긴, 지금까지 알던 고무 장갑의 딱딱하고 차가운 손놀림이 아닌, 맨손이 주는 따듯한 쓰다듬.


어린 아이가 어미의 달콤한 말투에 안도감을 느껴 잠에 빠지듯, 그 말에 지독하도록 달콤한 안도감을 느낀 리츠카는 그대로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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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 돼요, 안 된다구요! 방 위생 상황이 악화되고 있어요. 개선이 필요해요. 에~... 그러니 제게 맡겨주세요. 괜찮아요. 반드시 개선시켜 보일게요. 그래요, 그렇지요. 설령 둘의 목숨을 잃게 된다 하더라도!"


"무리를, 하지 않도록. ...당신에게 무언가 생긴다면, 나는 슬퍼. 당신을 치료, 간호하는 기쁨은 당신이 다칠 때의 슬픔에 잠겨버려."


나무 위키 발췌, 각각 인연 레벨 4, 5 레벨 대사라고 합니다.



글 쓸 때 뭔가 실수를 했는지 모르겠으나... 삭제 후 재 업로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