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팅게일 X BBC ♠




01. 암약하는 암컷들은 흑인의 아기씨를 받고 싶다




나이팅게일이 마음 속으로 섬길 진정한 마스터를 정하기 일주일 전, 청년 후지마루는 남몰래 최근에 생긴 고민으로 머릿속을 헤집어놓고 있었다.


스트레스의 원흉은 한달 전 기적적으로 깨어난, 본래 후지마루의 자리에 있어야 됬을 8인의 정규 마스터의 일익, 말릭 브라운에 관한 일이었다.


말릭 브라운.


케어 룸의 차갑고 삭막한 캡슐에서 깨어나자마자, 참관인으로 참석해있던 후지마루의 손에 있는 성흔을 보고 나체 상태 그대로 반색하며 제일 먼저 살갑게 악수를 내밀던 인상적인 사내.


전생에 내노라하는 실력을 자랑했던 남성 서번트들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 거구와 더불어 한계까지 단련해 강철처럼 단단해보이던 남성미 넘치는 근육질 몸매의 소유자.


—무엇보다도 사타구니 사이에서 덜렁거리며 존재감을 과시하던, 거구에 맞는 육중한 검은 성기를 보고 그자리에 있던 몇몇 여성 서번트들이 침을 꿀꺽 삼킨 것을 후지마루는 기억한다.


육체적인 조건을 제하더라도, 마술사로써 그의 계위는 전위(프라이드)였다.


능력면에서 보자면, 전설적인 엘더는 물론이고 그랜드(관위), 브랜드(색위) 보다도 한참 떨어지지만, 일반적인 마술사들의 입장에서 보기에는 죽어도 닿지 못할 하늘 위의 존재임에 틀림없었다.


홀로 자신의 성을 딴 가문을 일궈낸 말릭과 비교해, 풋내기 마술사였던 후지마루가 인리수복이라는 거대한 위업을 이뤄내고도 명예상 받은 계위가 그보다 두단계 떨어지는 코즈(개위) 였으니 둘의 실력차이는 명백하기 그지 없었다.


솔선수범해서 후지마루를 서포트 해주던 캐스터 계열 서번트들이 눈을 빛내며 말릭의 참전으로 인해 늘어날 전략의 가짓수를 두고 끝없는 토론을 시작한 것 또한 후지마루는 기억했다.


하지만, 제일 후지마루의 마음 속을 후벼놓았던 것은 보다 남성적인 육체에서 오는 열등감도, 보다 뛰어난 능력에서 오는 열등감도 아니었다.


[—말릭 선배!!!]


거대한 말릭의 몸에 와락 안기는 작은 체구의 소녀.


평소에 보여주는 가녀린 모습과는 다르게 전장에서는 누구보다 늠름하게 일선에서 적의 공격을 막아내던 아름다운 후배가, H컵이라는 육감적인 젖가슴을 흑인의 단단한 복부에 꾸욱 부비며 끌어안던 장면은 후지마루의 뇌리에 아물지 않는 상처로 남았다.


남자답게 잘생긴 흑인의 옆자리를 차지한 보라색 단발의 미녀, 마슈는 이전 A팀 소속일 때부터 제일 친하게 지냈던 사람의 생환이 기뻐서 그랬다고 후지마루에게 해명했지만, 자신보다도 한참 큰 이상적인 남성을 올려다보며 볼을 발그레 붉히던 그녀의 모습을 보고 청년은 공허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마슈와 나이팅게일 사이에서 참을 수 없는 연모 감정에, 둘 중 누구를 택할지 남자답지 못하게 갈팡질팡하던 후지마루에게 있어서, 마슈의 변화는 한 쪽 날개를 잃은 것 같은 감각을 불러일으켰다.


어쩌면, 그건 트라우마일지도 모른다.


매너 좋고 능력 있으며, 남자로서의 기능도⋯ 아마 인류 상 0.001%에 들 것이 분명한 흑인이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고, 한 때 후지마루를 전력으로 믿던 서번트들이 하나 둘 자신의 곁을 떠나고 결과적으로 내쫒겨지는 불운한 미래가 올지도 모른다고 의심하는 편집증일지도 모른다.


혹시나, 그가 인리수복에 참여했다면 자신은 원래대로 대기용 인력으로, 차가운 의자 위에 앉아 계속해서 대기하는 생활을 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만약 그렇게 됐다면, 저 남성 호르몬 넘치는 흑인의 성기가 마슈의⋯.





“⋯하아.”


덜컹.


후지마루가 들고 있던 바벨을 힘없이 내려놓고 한 숨을 내뱉던 때였다.


“말릭 선배~ 아침에 이야기 해주신 대로 프로틴 타왔어요!”


칼데아의 여느 시설 답게 현대적이고, 큼직큼직한 체육실 문을 열고 활짝 웃는 표정으로 들어오던 보라색 단발의 미인이 후지마루를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어라, 후지마루 선배. 혹시 말, 아니 브라운 선배님 못보셨나요?”


후지마루. 몇번의 고난을 넘어서 리츠카 선배, 라고 이름으로 불리던 것이 자연스럽게 원상복귀된 후에 마슈의 안에서 그 자리를 차지했던 것은 검은 피부의 흑인 남성이었다.


청년을 애써 배려해 그의 앞에서는 이름인 말릭 대신에 브라운으로 구태여 바꿔 부르는 그녀의 마음씨가, 그녀의 진의를 의심하는 후지마루에게 있어서는 쇠송곳처럼 가슴에 더한 상처를 박아넣고 있었다.


“Oh, 마슈짱. 저는 여기— 있습니다.”


후우—


후지마루와는 정 반대편의 구석자리, 벤치프레스 기구 위에 누워서 후지마루가 방금 든 것과는 차원이 다른 고중량을 반복해서 들고 있는 검은 육체의 남성이 허스키한 저음으로 대답했다.


뜨거운 숨을 내쉬며 자신은 절대로 들 수 없는 무게를 가뿐히 들어올리는 근육질의 흑인은 허약한 동양인 청년에게 있어서 감히 마주칠 수 없는 육식동물과도 같았다.


애써 눈을 피한 탓에 굳이 보지 않았던 우락부락한 흑인의 몸이 후지마루의 시야에 잡혔다.

그리고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입고 있는 하얀색 반바지 밑으로 구렁이처럼 머리를 보이고 있는 성기였다.


‘무, 무슨 길이가⋯.’


멀리서 보았을 때 전혀 발기하지 않아보임에도 불구하고, 반바지에 완만한 터널을 세우는 것도 모자라 수많은 여자를 울렸을 것 같은 검붉은 귀두가 그 거대한 머리를 옆으로 툭 떨구고 있었다.


“앗, 선배!”


살짝 떨리는 마슈의 목소리가 옆에서 울렸다.


그 모습을 마슈도 본 것이 틀림없었다. 평범한 인간인 후지마루와는 비교할 수 없는 육체를 타고난 후배였기에, 수갈래 근육으로 쪼개진 새까만 허벅지 옆에 조약돌처럼 튀어나온 검붉은 귀두를 보지 못했을리가 없다.


“운동, 방해해서 죄송해요! 제가 너무 일찍 왔죠?”


하지만 후지마루의 기대는, 옆에서 쌩 하고 스쳐 지나가는 그녀에게 닿지 못하고 산산히 부서졌다.


분명히 말릭의 자지를 봤을 텐데도 불구하고, 심지어 그를 향해 뛰어갈 때도 고개를 그쪽으로 돌렸음에도, 마지막으로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더욱 솔직해지는 그녀답게 귀를 새빨갛게 물들이면서도 애써 마슈는 그것을 지적하지 않았다.


철컹.


“Whee—, 마슈 후배. 오늘도 유혹적인 복장이군요. 미스터 후지마루와 go out 하는 겁니까?”


한치의 흔들림 없이 기계적인 정확함으로 바벨을 안전대에 내려두고 벤치에 앉은 흑인이 휘파람을 불며 마슈에게 손을 내밀었다.


남성의 말 그대로, 최근의 마슈는 뽀얀 옆가슴이 살짝 드러나는 검은 민소매 셔츠를 고집하고 있었다. 특히나 가슴골 사이로 떨어지는 붉은 넥타이가 매번 그녀를 보는 후지마루의 고간을 연신 뜨겁게 하고 있었다.


“에엣, 아니에요! 후, 후지마루 씨와는 그런 관계가 아니에요⋯. 말릭 선배⋯여기요.”


“Haha—! 프로틴, 감사—합니다.”


체육관 전체를 쩌렁쩌렁 울리는 쾌활한 웃음을 내뱉고는 어눌한 일본어로 감사인사를 하며 내민 손에 건네진 보틀을 잡고 꿀꺽꿀꺽 목울대를 울리며 세차게 프로틴을 마시는 흑인의 모습을 보며, 마슈는 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가슴에 손을 모으고 가만히 서있었다.


마슈의 탄력적인 옆가슴을 몇센치 거리에서 본 탓일까, 아까보다도 더욱 길어진 성기가 허벅지 옆에서 복부의 흔들림에 맞춰 건들건들거리고 있었다. 가죽 커버로 된 벤치보다도 더욱 광택있어 보이는 검은 말자지는 눈에 띌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그런지 마슈의 고개가 아까보다 더욱 밑을 향해있는 것임에 틀림 없었다.


이를 보는 후지마루의 속에서는 불길이 일어나고 있었지만, 저 멀리 존재감을 과시하는 근육질 수컷에게 적대적인 언행을 한다면 그대로 짓뭉게질 것이라는 본능적인 두려움이 운동을 하고 조금씩 분비되던 남성 호르몬의 발현을 멈추게 했다.


분명 둘 뿐만 있었더라면 후지마루는 아무말 하지 않은 채 고개를 숙이고는 운동을 하다가, 체력적 한계를 느껴 먼저 온 흑인보다도 빨리 나갔을 터였다.


하지만 그의 마음을 설레게 한 매력적인 암컷의 존재가, 봉긋 솟아오른 탄력적인 옆가슴을 보고 씨를 싸지르고 싶어 흥분한 육체가 감히 눈 앞의 거대한 수컷에게 말을 걸 용기를 가지게 했다.


“저, 저기⋯. 말릭?”


“Oh, 미스터 후지마루. 뭔가요오?”


세차게 들이키던 마슈 특제 프로틴 병을 입에서 떼고, 생기넘치는 눈으로 멀리 움츠리고 서있는 후지마루의 말을 흥미롭게 받아들인 말릭이 큰 목소리로 물었다.


그리고 옆에 서있던 마슈는⋯, 무언가 중요한 일을 방해 받은 사람처럼 그녀 답지 않게 살짝 눈초리를 올리며 후지마루를 획 돌아보는 것이었다.


“그⋯ 그게. 너, 바, 바지. 바지춤을⋯.”


“Bro, 잘 안들려요우—. 마슈 후배는 미스터 후지마루의 말이 잘 들립니까?”


후배인 그녀와 강렬한 인연이 생기고, 그 이후로 자신에 대해서는 본 적이 없는 마슈의 날선 표정이 비수가 되어 후지마루의 말을 더욱 어눌하게 했다.


“⋯하아. 그게 말이죠,”


점점 쥐꼬리만해지는 목소리의 그와는 다르게, 목청 크게 말하며 떡 벌어진 어깨로 못알아듣겠다는 바디랭귀지를 펼쳐보인 흑인이 마슈를 바라보자, 그녀는 잠시 지끈거리는 머리를 매만지고는 말릭의 귀에 입을 가까이 했다.


소곤소곤. 쪽.


멀리있는 후지마루에게 들리지 않게끔 손바닥으로 가린 후 말릭에게 짧은 귓속말을 한 뒤 물러나는 마슈. 하지만 분명히 속삭이는 소리 끝에는 확실하게도 입술의 파찰음이 들렸다.


“Ooops, Sorry—합니다, 미스터 후지마루! 못볼 꼴을 보였군요, haha.”


마슈의 말을 듣고 몸을 들썩이며 튀어나온 자지를 바짓속으로 대충 집어넣은 말릭이 후지마루를 보고 하얀이를 드러내며 겸언쩍은 미소로 답했다.


그러나 후지마루의 눈에는 그런 말릭의 얼굴보다도, 하얀 바지 안에 구렁이처럼 휘어져 뚜렷하게 보이는 답답하게 들어간 물건의 길이가 얼마나일지 신경쓰였고, 그보다도 더욱 따가운 것은 아까부터 그를 사납게 노려보기 시작한 마슈의 눈초리였다.


“⋯후지마루 선배.”


“뭐, 뭔데? 마슈?”


“하아⋯.”


“자, 잘못은 말릭이 했잖아! 마슈도 봤지? 그⋯ 검고 기다랗게 튀어나온 흉측한 것을!”


가슴을 도려내는 듯한 마슈의 한숨을 듣고, 순간 말릭의 위압감 떄문에 눌려있던 반항심을 마슈에게 돌린 동양인 청년은 삿대질을 하면서 한껏 작아졌던 목소리를 높였다.


“후지마루 씨.”


평소의 나름 이지적이고 예의바른 모습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첫사랑이 막 좌절되어 아픈 상처를 서툴게나마 부여잡고 있던 어수룩한 소년의 반항기는 연보랏빛 예쁜 외모를 가진 아담한 체구의 여성의 말에 단칼에 막혔다.


“뭐, 뭣.”


“말릭 선배의 신체부위를 흉측한 것이라고 하지 마세요. 정정과 사과를 요청합니다.”


타박타박.


후지마루에게로 천천히 다가오는 아리따운 여성의 몸짓은 그가 평소에 느껴왔던 착하고 귀여운, 허나 여성스러운 매력이 넘치는 들뜬 발걸음이 아니라 전투에 임하는 무거운 그것이었다.


“그리고 잊으셨나요? 마스터와 서번트 사이는 상호 존중의 관계. 제 잘못도 아닌, 실수했네요. 애초에 잘못도 아닌 실수를 가지고 삿대질과 고성을 받아야 할 입장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제서야 후지마루는 전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조금씩 성숙한 어른으로 자라나고 있는 소녀의 육체는, 앞에 전차포를 들이밀어지더라도 방패 하나만 있다면 상처 하나 없이 막을 수 있는 인체공학과 마술으로 디자인 된 최적의 산물이라는 것을.


“정말 믿음직스러우셨던 선배는 어디가시고 이런 행동을 일삼으시고 계시다니⋯. 되돌아갈 수 있다면 과거의 저를 붙잡고 일말의 마음도 주지 말라고 호통치고 싶은 입장이에요.”


여태까지의 모든 추억과 인연을 ‘일말의’ 이라고 정리하는 사랑하는 후배의 말에 후지마루는 살짝 뒷걸음 칠 수 밖에 없었다.


“⋯애초에 후지마루 씨.”


자신보다도 살짝 작은 여성의 기에 눌려 덜덜 떨면서 후퇴하던 후지마루가 턱 하고 벽에 몰렸을 때, 가리지 않은 한 쪽 눈을 스산하게 빛내며 이어진 마슈의 말이 그의 편집증적인 사고의 핵심을 그대로 찔러넣었다.


“ ‘당신’ 은 애초에 나의 ‘선배’ 도 아니잖아.”


“마, 마슈, 그건⋯.”


“애초에 당신이 제 말을 듣기는 했나요? 저는 분명 말릭 선배에게 아무 마음도 없다고 말했을 텐데, 그런데도 당신은⋯.”


“아니야. 아니라고, 네가 먼저⋯.”


격해지는 마슈의 언사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방어하는 후지마루. 연인 사이의 추궁이라기에는 애정이 부족했고, 선후배사이의 말싸움이라기에는 질척했다.


“그 소리도 듣기 싫어요. 그러니까⋯.”


“뭐야 뭐야, 다투는 것이냐?” “어머, 보기 드문 장면이네요.”


후지마루를 향해 격한 언사로 말을 내뱉던 마슈가 획을 그으려고 했을 때, 다시금 문이 벌컥 열리며 장신의 여인 두 명이 체육관 안으로 사뿐사뿐 들어왔다.


짙은 보랏빛 피부와 새파란 긴 머릿결, 무엇보다도 이마 위에 난 두갈래 뿔이 인상적인 여성과, 그와 대비되어 다리까지 내려오는 검보랏빛 머릿결과 고운 피부를 가진 두 인요는 칼데아 내에서도 돋보이는 둔부와, 머리보다 큰 폭력적인 폭유를 자랑하는 미녀 한 쌍이었다.


“⋯하아. 라이코우 씨, 이부키도지 씨. 그런 건 아니에요.”


지나가던 사람들 모두가 뒤돌아 볼 출렁거리는 가슴을 숨길 생각도 하지 않고, 상의는 비키니 차림에 하의는 둔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핫팬츠 차림으로 들어온 여성들이 각자 상반된 반응을 보이며 마슈와 후지마루에게 말을 걸자, 마슈는 그제서야 기세를 물리고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Sorry. 말리려고 일어섰는데, 두 사람의 기세가 과해서 그만. 죄송—합니다.”


대화의 공백을 깨고, 어느샌가 벤치에서 일어나있던 말릭이 미안하다는 자세로 뒷목을 긁으며 발언하자, 홀린듯이 그의 말을 듣고 있던 라이코우와 이부키도지가 반색하며 뛰어나갔다.


“아, 아니노라. 그대를 보고 무어라 한 적은 꿈에도 없느니라.” “마, 맞아요오⋯ 마스터. 이 라이코우는 당신에게 그런 말을 할 사람이 아닙니다⋯?”


두툼한 흑인의 팔에 각자 안겨서, L컵은 진작에 넘겼을 폭력적인 가슴에 근육과 핏줄이 서있는 늠름한 팔을 끼우고 격하게 부정하는 장신의 여성들을 후지마루는 멍하게 볼 뿐이었다.


180cm의 오니와, 175cm의 여성 무사가 그보다 훨씬 큰 남성에게 안겨 아양떠는 모습은 마치 영웅설화의 한 장면 같기도 했고, 혹은 춘화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야시시한 분위기를 띄기도 했다.


“그리고 그⋯ 오늘은 마력 공급의 날이니까요⋯. 저 라이코우는, 오늘을 한껏 기대해 열심히 준비하고 왔답니다⋯?”


“자네가 그렇게 말하면 이 몸이 무색해지지 않느냐. 이보게 말릭 공, 기대해도 된다네. 우리 두 인요가, 진득—하게 오늘 밤을 장식해 줄 터이니.”


오똑한 코에, 세련된 미모를 겸비한 두 절세미인이 근육질 수컷의 양 옆에서 분위기를 돋구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후지마루는 추하게도 사타구니가 볼록해지고 있음을 자각했다.


키가 겨우 170을 넘을까 말까 하는 자신이, 힐까지 신고 있는 두 여성의 옆에 껴있었다면 아마 성인 여성 사이에 껴있는 아이로 보이지 않을까. 말 그대로 폭력적인 몸매에 다리가 긴 모델 체형을 보유하고 있는 두 인요의 치마폭에 들어가 있는 꼴일 터였다.




이전, 후지마루는 남모르게 안심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두 인요의 취향은 모두 자신이 지켜 줄 남성을 요하고 있었으니까.


즉, 대놓고 휘두르기 힘들어 보이는 말릭보다는 나약한 후지마루를 돌보아주지 않을까 내심 기대도 하고 있는 참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후지마루에게 안타까웠던 점은, 이부키도지와 라이코우에게도 미적 심미안은 있었다는 점이 첫째였고. 무엇보다도 대외적으로는 다루기 힘들었던 알파피메일들이었던 그녀들 또한 사실은 사내다운 사내, 알파메일의 앞에서 침을 삼킬 뿐인 한낱 암컷에 불과하다는 것을 몰랐었다는 것이었다.


불과 일주일 전, 그 당시에는 흔쾌히 말릭의 권유에 따라 같이 운동을 하고 나오던 후지마루의 앞에서 그녀들은 땀이 줄줄 흐르고 있던 말릭의 몸에 달라붙은 채로 그렇게 말했었다.


[그게 말이다, 후지마루우. 오해하지 말았으면 좋겠지만, 이 몸에게는 역시 이 몸의 페이스가 있지 않느냐. 이른바 몸의 상성, 아니. 전투 상성이 말릭 공⋯ 주인과 맞는다고 생각해서 말이다.]


[리츠카 군⋯. 미안해요⋯. 어머니가 되어 지켜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역시 말릭 군을 보다보면 전생의 아들이 생각난답니다. 듬직하고 늠름한⋯ 하지만 그런 아들의 성생활, 아니 생활 습관이 엇나가게 하지 않는 것 또한 어머니의 임무겠죠⋯.]


미안하다는 듯 얼굴 근육을 조정해 눈꼬리를 아래로 내리고 있지만, 눈동자만은 어쩔줄 모르고 흑인의 검은 잔향을 좇고 있는게 드러나는 표정으로 후지마루에게 마스터 이양의 뜻을 전했었던 것이 그녀들의 마지막 가식이었다.


이윽고 다음날 낮에, 말릭에게 이끌려 허리를 부여잡고 야릇한 냄새가 풍겨나오는 방을 나서던 두 여인들이 각각 왼쪽과 오른쪽 젖가슴에 검은색 스페이드 문신을 하고 나오는 것을 후지마루는 볼 수 있었다.


평소에 보지 못했던 두 여성 서번트의 생 젖가슴을 보았다는 감회보다도, 그것이 이미 누군가에게 더럽혀져 품질 등급이 매겨지듯 검은색 도장이 찍혀졌다는 것이 그와 그녀들의 거리를 의미하는 것 같아서 더욱 가슴아팠었다.


말릭 특유의 마력패스가 연결됨을 의미하는 검은색 스페이드 문신.


이후로 그 문신이 잘 보이게 가슴골이 확 트여보이는 적나라한 복장을 입은 두 여인은 말릭과 있을 때마다 약속이라도 한 듯 각각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공식이 되어있었다.


왼쪽 젖가슴에 문신을 한 라이코우는 말릭의 왼팔에, 오른쪽 젖가슴에 문신을 한 이부키도지는 말릭의 오른팔에 붙어서, 각자의 마력패스를 나타내는 문신이 가려지지 않고 사랑하는 주인의 눈에 보이도록 더욱 허리를 젖혔다.


가뜩이나 그녀들보다 훨씬 키가 적은 후지마루에게 있어서는 말릭이 고개를 내리지 않고도 문신을 볼 수 있게 어필하는 그녀들의 행위가 다행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눈 앞 가까이에서는 그녀들의 밑가슴만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위안 아닌 위안을 하고 있던 그에게 더욱 충격적인 사실이 놓여져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후지마루는 곧바로 체육관을 빠져나갈 수 있었을까.


“후후, 기왕 이렇게 된 것 말하는게 어떻겠느냐. 마슈 소녀여.”


아쉽게도, 이미 퇴로는 마슈에게 막혀 이도저도 못하게 된 후지마루를 보며 살짝 기분나쁜 미소를 지은 사람은 다름아닌 이부키도지였다.


이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 그렇게 생각한 후지마루가 의문과 의심이 담긴 시선을 자신에게 향하던말던, 특유의 내려다보는 시선으로 가볍게 무시한 이부키도지는 말을 이어갔다.


“사실⋯ 후후⋯.”


말릭에게 가슴을 밀어붙인 자세 그대로, 쿡쿡 웃으며 입가를 가진 요녀의 모습을 보인 이부키도지가 괜찮냐는 듯 말릭을 바라보았다. 후지마루와 마슈 두 사람을 돌아본 말릭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이부키도지의 눈매에 띈 웃음이 짙어지고 라이코우는 손부채를 팔랑이며 어머, 어머거리며 마슈 쪽을 바라보았다.


“그것이 말이다, 후지마루 소녀언~”


“그만!”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이부키도지가 말을 이어가려는 찰나, 말을 끊은 것은 지금까지 후지마루가 의지했던 당찬 목소리였다.


“그만하세요. 이부키도지 씨.”


“무엄한지고⋯. 마슈 소녀여, 이건 다름아닌 말릭 공이 용이한 일일 터인데⋯ 뒷감당을 질 자신이 있겠느냐?”


요괴의 정점에 있었던 여인의 홍안 안에 자리잡았던 동공이 요사스럽게 갈라지며 마슈와 후지마루를 옭아매었다. 지금 이 순간, 체육관의 분위기는 이부키도지의 날카로운 살의 아래 놓여있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러나 후들후들 다리를 떨고 주저앉기 직전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후지마루 뿐이었다. 말릭은 당연하다는 듯 두 여인의 품 안에서 꼿꼿이 서서 사태를 관망하고 있었고, 살의에 제일 노출된 마슈 또한 의연한 자세로, 왠지 모르게 귀를 벌겋게 물들이고 서 있었다.


그것은 분노에 휩싸여 사자후를 내지른 소녀의 그것보다는, 마치⋯.


마치, 부끄러운 고백을 정인 뒤에서 앞둔 듯한 사랑하는 소녀의 얼굴이었다.


그제서야 후지마루는 흩어질듯한 의식 속에서 하나 의문을 품게 되었다.


애초에, 이부키도지가 발설하려던 내용이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애시당초, 왜 말릭의 허가가 필요하는 것이었지?


마슈와 말릭의 관계.


마슈 말로는 선후배 관계에 불과한다고 하였고, 후지마루가 추측하기로는⋯ 아마 몸까지 섞은 관계일 터였다.


이윽고 후지마루는 자신이 마슈, 그리고 칼데아를 둘러싼 상황의 특수성을 배제하고 여태까지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즉, 남녀관계에만 한정된 사고를 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아득한 무의식의 심저에서, 후지마루가 말릭을 처음 보자마자⋯ 혹은 보기도 전에 이미 모종의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던 이유를 끄집어내고야 말았다.


그도 그럴게⋯ 당연하지 않은가. 말릭은 본래 마리스빌리 아니무스피어, 칼데아의 설계자에 의해 초청된 예정된 최후의 8인. 즉 A팀의 마스터이자⋯


마슈, 후유키 시의 참변에서 살아남아 가까스로 후지마루와 마력패스를 열게 된 그녀는⋯ 애초에 A팀 전용의 서번트로써 철저하게 태어나고 길러진 디자인 베이비였다는 사실을.


마지막으로, 현재 A팀 마스터는 말릭을 빼고 전원 리타이어 상태.


공식적으로, 그리고 상황적으로도 마슈는 말릭의 전용 서번트인 것이 당연하다.


스륵.


옷가지를 들쳐 올리는 소리가 눈 앞에서 들렸다.


눈 앞의 소녀는 고개를 숙이고, 귓가부터 시작해 뺨을 발갛게 물들이며 탄탄한 복부를 후지마루에게 보여주었다.


“꺄하하—! 지고로 요마의 마음을 가지고 놀 줄 아는지고! 아까까지 결례를 범한 것은 내 사과하지.”


“어머나⋯ 정말로 저건⋯.”


귀를 찢는 카랑카랑한 요마의 폭소와, 마음을 간질이는 딱한 듯한 여인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젖어들어와도, 후지마루는 눈에 준 힘을 도저히 풀 수 없었다.


“그러니까⋯ 그렇게 된거라고요. 후지마루 씨.”



마슈의 아랫배. 해부학적으로 자궁 바로 윗쪽에 위치한 자리에는 떡하니 검은 스페이드 모양이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후지마루는 이해할 수 밖에 없었다. 이해하기 싫어도, 설사 이해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사실만이 존재할 때가 있다는 것을 그는 인리수복의 경험을 통해 뼈아프게 느껴왔다.


하지만 이것은⋯.


이것은⋯.


“아닌척 하면서, 잔인한 면모가 있지 않았느냐. 마슈 소녀여.”


“잔인하기 그지 없답니다⋯ 후후.”


정말로, 마음에 사무치는 고통이었다.


한계를 맞이한 무릎이 땅에 떨어졌다.


“Sorry, 후지마루 bro. 일단은, 지휘부의 명령이었어요우.”


“말릭에게 듣자하니 마력패스의 위치는 마음대로 정할 수 없는 것이라 한다, 후지마루 소년. 그러니 마슈 소녀에게 악감정은 가지지 말게나⋯ 후후.”


“후지마루 군⋯ 너무 낙심하지는 말아요. 어머니와 마슈 빼고도 매력적인 여성은 이 세상에 많답니다⋯?”


고개를 숙이고, 땅을 짚고 있는 후지마루에게 흑인과 두 요마가 뭐라뭐라 말하며 자리를 뜨는 것을 들었지만 그의 귀에 들어오는 것은 단 한사람의 목소리 뿐이었다.


“앞으로는⋯ 친하게 불러주지 말았으면 해요⋯.”


“어째서⋯.”


세상에서 제일 사랑했던 사람 중 한 명. 일반인으로써 풋풋한 삶을 보내왔던 청년이 평생 볼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던 그녀였기에, 그는 사랑을 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이 상황이 그저 절망스러웠을 뿐이었다.


“어째서인거야⋯. 마슈우우⋯.”


끝머리는 거의 울부짖는 패배자의 목소리로 마지막 질문을 건넨 후지마루에게, 마슈는 답할 길이 없다는 듯 고개를 숙이고는 조그마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니까⋯ 못난 저는 잊어주세요.”


터벅터벅.


방금 전까지 후지마루를 몰아세우고, 끝내는 진심을 내보였을 마슈의 뒷모습에 손을 뻗는 후지마루였지만 허물어져가는 의식 속에 그는 눈을 감을 수 밖에 없었다.


칼데아의 모든 서포트를 받는 상황도 아니었을 뿐더러, 방심한 일반인의 육체에 꽂힌 이부키도지의 위압을 생각해보자면 여태까지 버틴 것은 초인적인 정신력 덕분이었다.


“안녕, 선배.”


그렇기에, 후지마루의 머릿속에 후배의 마지막 작별인사는 더욱 선명하게 새겨졌다.


“미스 마슈⋯? 무슨, 마스터가 쓰러져 있지 않습니까?!”


저물어가는 의식 속, 마슈와 엇갈려 뛰어 들어오는 또다른 여성의 목소리를 끝으로 후지마루의 의식은 잠시 암전했다.


“마스터, 정신 차리세요. 마스터!”


백의의 천사. 그와는 다르게 항상 빨간 제복을 고수하는 특이한 백인 여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항상 지탱해줘 지금은 그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


나이팅게일.


아직 후지마루의 곁에는 자리를 지키는 여성 서번트가, 홀로 남아있었다.




***




“오오오오오옥♥ 오곳, 오옷! 흐오오오오옥!!!”


찰팍! 찰팍! 찰팍!


노움 칼데아의 특별실. 혹시나 있을지 모를 내부의 적에 대비해 시온 엘트남 소칼리스가 설계한 방음방진의 넓찍한 회의실은 지금, 열명이 넘게 누워도 자리가 남을 특제 침대와 성행위만을 위해 만들어진 각종 시설, 나아가 성감과 분위기를 극한까지 끌어올려주는 신비한 향으로 가득 차 있었다.


“오옷, 쿠흣, 아아, 아아아아아앙♥


철퍽! 철퍽! 철퍽!


다빈치 왈, 교배만을 위해 제작된 방. —이렇게 말한다면 애써 전략적인 공간을 만든 시온이 잔소리를 퍼부을 것이라 모두들 예상했으나, 자랑의 보랏빛 트윈테일을 만난지 하루만에 교배 손잡이로 붙잡혀 이틀 내내 씨받이 섹스를 경험한 그녀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방이었으니 오히려 기세가 등등해지는 결과만을 낳을 뿐이었다.


“아아— 라이코우도 말릭 앞에서는 그냥 암컷에 불과했다니. 이거, 서번트 포지션을 정정해야될지도 모르겠네.”


되려 왜 자신을 리모델링에 추가해주지 않았냐고 항의한 천재 영령, 다빈치 여사는 살짝 질린 목소리로 천박한 교미가 이루어지는 침대 위를 관조하며 멀찍이 떨어진 의자 위에 앉았다.


“쿠후후, 짐도 저 여자도 격을 넘을 정도로 뛰어난 수컷 앞에서는 한낯 여인에 불과한지라. 다빈치 자네도 성인의 몸으로 겪어봐서 알지 않느냐?”


“⋯하아~, 말릭의 물건은 다른 면에서 보구 급이기는 하지. 응. 만약 그걸 마력이 부족했던 시절의 영기로 받았었다면⋯.”


쓰게 웃으며 으슬으슬 몸을 떨던 다빈치는 자신의 자궁 언저리를 손으로 살짝 문지르며, 말릭과 나눈 첫날 밤 영기 자체에 각인될 듯한 극렬한 자극을 자궁구에 받으며 짐승처럼 소리질렀던 날을 추억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네 번이 한계였나~ 응, 물론 말릭 기준으로. 그도 그럴게 개구리처럼 배가 불룩 튀어나올 때까지 씨를 받았었다고~ 그에 비해 이부키도지 씨는 회복이 빠르지 않아?”


“뭐어, 이 몸은 반푼어치인 자네와는 다르게 영기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으니 말이다. 아, 딱히 뭐라 하는 건 아니라네. 그저, 그의 아기 씨앗을 몸 속 구석구석으로 빠르게 퍼트릴 수 있다는 것이지.”


“아하하, 조금 질색이네⋯. 그거, 좀 무겁지 않으려나~”


침대 위에서 난잡한 섹스를 이어가는 두 사람의 열기가 이쪽까지 전해져 온걸까, 아니면 뜻하지도 않은 거물을 상대하느라 살짝 식은 땀이 나는걸까.


칼데아에서도 손꼽히는 마이페이스인 다빈치였지만, 역시 둔중한 애정을 마음 속에 꽉꽉 들어채운 사람이 제일 상대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며 옷깃을 열고 부채질을 했다.


그 탓에 들어난 황금비율의 풍만한 가슴과, 무엇보다도 쇄골에 선명하게 새겨진 검은색 스페이드 문신이 이부키도지의 시선을 끌었다.


“자네도 뭐라고 했었지, 그— ‘아하하, 뼈 위에 새겨지는 복종의 문신이라니, 로맨틱하지 않아?’ 라고 말했던 전적이 있지 않은가.”


“굳이 성대모사까지 하진 않아도 돼⋯. 크흠. 그도 그럴게, 나는 인간의 뼈를 자세히 연구한 적도 있고, 물론 순수한 탐구의 영역이었지만 말야. 말릭 군이 마력이 내 영기에 새겨진다는 기적적인 일이 일어난다면, 다음에도 그와 함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을 뿐이라고.”


“⋯그게 무거운 것 아니더냐⋯.”


흑인에게 사로잡힌 암컷들은 공기 중에 서로의 스페이드 문신을 거리낌 없이 노출하면서, 이윽고 침대 옆에 쓰러져 있는 한 인영에게로 시선을 집중했다.


“그건 그렇고, 저 아이는 왜 저렇게 누워있는거야?”


괜찮은 건 맞지? 뛰어난 두뇌로 상황 파악을 끝내두었음에도, 확인을 요하는 다빈치의 시선에 이부키도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입을 열었다.


“다른 의미로는 괜찮지 않지⋯. 사실, 우리 중에서 가장 무거운 것은 저 아이가 아닐까 싶기도 하네.”


“음⋯ 자궁 바로 위쪽에 난 마력패스만 봐도 말야.”


초대형 사이즈의 침대 옆에 정액을 한가득 뒤집어 쓰고 쓰러져있는 전라의 여성은, 방금 전까지 후지마루와 절절한 이별을 했던 마슈였다.


“전 주인 앞에서는 그렇게 말했지만은⋯ 사실은 위치 생성 원리가 그것 아닌가?”


“응, 말릭 군과 마슈 양 둘의 속마음에 따라 위치가 정해진다고 했어. 이건 말릭 군 공인.”


끄덕이며 답하는 다빈치를 보지 않고, 바닥에 고개를 처박고 질과 항문에서 젤리 형태의 정액을 끊임 없이 쏟아내고 있는 마슈의 뒷모습을 보면서 쯧, 혀를 찬 이부키도지가 말했다.


“말릭 공도 너무한지고, 나와 저기 씨를 받고 있는 여자는 그저 잘 싸우는 젖소 취급이니 말이다.”


“뭐어, 나도 쇄골이라는 위치긴 하지만 말야. 그렇다고 이부키도지 씨도 말릭 군을 포기할 생각은 아니잖아?”


“포기라니.”


이부키노지가 홍안을 치켜뜨며 사납게 미소지었다.


“끔찍한 소리 하지마려무나, 인간. 그가 나를 내팽개치얼정, 나는 그의 곁을 죽어서도 벗어나지 않을 것이야.”


“미안미안. 아까 이부키도지 씨도 말실수 했으니까 피장파장으로 치자고. 그건 그렇고⋯ 역시 마슈는 그거겠지?”


분노를 내보인 이부키도지 앞에서 능청스레 넘어간 다빈치가 살짝 안타까운 미소를 지으며 교배를 끝마친 마슈의 적나라한 모습을 바라보았다.


“뭐, 짐작한대로였다. 방에 도착하자마자 말릭 군의 사타구니 사이에 머리를 쳐박더군. 후지마루를 보고 쓰레기, 병신, 그렇게 매도하며 고환을 낼름거리던 모습은 참⋯ 말릭 군이 말하는 빗치, 라는 말이 떠올랐지고.”


“정말⋯ 그 상태로 한달이면 오래 참기도 했네. 후지마루 군에게 있어서는 지옥과도 같은 시간이었겠지만 말이야.”


마슈에게 고개를 돌리고는, 침대 위에서 체위를 바뀌며 격렬하게 이어지는 미녀와 흑인의 성행위를 눈동자에 담은 다빈치가 말했다.


“말릭 군과 제일 먼저 섹스를 한 사람이, 마슈 양이었다고 했었지.”


“정말 잔인한 일이지⋯. 물론, 주인이 안은 암컷이 하도 많은 탓에 그 뒤로 정확한 순서는 알지 못했지만 말이야.”


다빈치와 이부키도지 모두 우월한 마스터이자, 알파메일인 말릭에게 어느정도 호감은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후지마루를 배신한다는 방향으로 이어지는 길목에는 제일 먼저 마슈의 추천이 있었다.


“나중에는 메이브, 그 여자가 더욱 솔선수범해 거의 모두를 타락의 길로 이끌었지만⋯ 제일 먼저 스페이드 문신을 보여준 것은 마슈 저 계집이였지.”


“아마 다들 그럴거야. 특히나 시온이나 나 같이 칼데아에 핵심적인 여자들부터 그의 암컷이 되었으니까 말야. 신뢰도 높은 마슈의 추천이니 힘을 빼고 간다, 이성적으로 약간의 호감이 있었던 말릭의 플러팅에 원나잇을 오케이 한다, 그럼 게임 끝. 대부분은 그 과정이었다는데.”


“뭐, 대부분의 여성은 저기 저 극태의 흉물에 쑤셔져버리면 전생의 인연까지 잊어버릴 정도이니 말이네. 제일 애를 먹었던 것이 우리 앞의 무사 여자고.”


침과 애액, 정액으로 번들번들하게 칠해진 검은 아나콘다가 쉴새없이 라이코우의 안에 들었다 나왔다 하는 모습을 이부키도지는 손톱 끝으로 가리켰다.


물론, 검은 자지 이곳저곳에 나있는 키스자국과, 뿌리 근처에 칠해져있는 원형의 틴트 자국은 마슈와 라이코우 뿐만이 아닌, 이부키도지까지 합쳐 세개의 색깔로 이루어져 있었다.


“처음에는 어마무시하게 저항했던 걸로 알고 있었는데, 우리가 강제적으로 하려던 것을 말릭 군이 막았을 때는 살짝⋯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질 뻔 했달까? 그때까지 섹스파트너였다는 느낌이었다면, 그 이후부터는 진짜로 연인 관계 같은 감정이 들더라구.”


“암, 모든 여성을 거느린 주인다우려면 강제가 아닌, 자발적으로 여인이 자신을 바치게 만들어야 하는 법. 결국에는 저번주에 성공하지 않았더냐.”


“그건 그렇지⋯. 그리고 이제는, 한 명 남았을 뿐이고.”


“그래⋯ 곧 때가 온거로구나.”


그렇게 두 여인의 대화가 끝남과 동시에, 침대 위를 뒹굴던 흑인이 장신의 여성 무사를 온몸으로 짓누른 채 자신의 씨즙을 자궁에 주입하기 시작했다.


둔기와도 같은 검은색 기둥이 쿵쿵 맥동하며 무한히 생성되는 정액을 라이코우의 자궁은 물론 난소까지 퍼부어대는 성스러운 의식이 끝난 이후, 축 처진 라이코우를 마슈 옆에 정성스레 눕힌 말릭이 근육을 맥동하며 제정신인 두 여성에게 고개를 돌렸다.


“Phew⋯ oh, 미스 다빈치. 무슨 일입니까?”


“말릭 구운~! 드디어 끝났다니. 누나, 많이 기다렸다구?”


방금 전의 이지적인 목소리와는 달리, 끈적한 애정이 가득한 목소리로 의자에서 퍼뜩 일어난 다빈치를 보며 이부키도지는 못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But⋯, 아쉽지만, 미스 다빈취는 오늘 순번이 아니에요우.”


“그걸 내가 몰랐겠니 말릭 군? 모든 절차를 내팽개치고 온 것은, 드디어 마지막 준비가 끝났기 때문이야!”


“Oh! 그것 말이죠우?”


다빈치의 말에 반색한 말릭은, 마슈와 이부키도지 안에 정액을 가득 내뿜고도 모자라 라이코우까지 잡아먹어 치운 팔뚝만한 거대하고 강한, 생식기를 꺼떡거렸다.


“그래, 나이팅게일에게 이야기를 방금 끝내고 오는 길이야.”


가진바 힘은 다른 여성 서번트에 비해 특출나지 않았지만, 후지마루에 대한 압도적 지지로 칼데아 안에서 그의 위치를 보장해주던 의료과의 톱, 백의의 천사를 함락시킬 계획이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다빈치는 선언했다.


툭. 툭.


그리고 그렇게 말한 지식의 정수, 천재적인 두뇌를 보유한 여성은 바닥에 치마와 스타킹을 벗어 떨어뜨렸다.


“Oh⋯.”


“이정도면, 보수⋯ 받아도 되지?”


이부키도지와 대화를 한창 나누고 있을 때도, 어쩌면 방에 들어오기 훨씬 이전부터 젖어있었던 것이 분명한 다빈치의 음부는 이미 애액 범벅이 되어 뚝뚝 즙을 흘러내리고 있었다.


찌꺽, 찌꺽.


“그러니까 어서, 그 검은 생식관으로, 내 자궁을 있는 힘껏 때려박아줘.”


세 손가락을 넣어 보지 안을 헤집기 시작한 다빈치는 이미 후지마루가 여태까지 알고 있던, 그리고 접해왔던 이성의 화신이 아니었다.


그곳에 있는 것은 단지, 한 마리의 암컷.


“무엄한지고. 이제 다시 내 차례란 말이다.”


그리고 그 옆에 또다른 암컷 한마리가 달라붙었다.


“Hmm⋯. So what?”


그리고 그 자리를 언제나 주도하는 것은, 그녀들보다 압도적인 체구를 가진⋯ 알파메일 흑인이었다.


“다 박아드리겠습니다.”


꺼떡, 꺼떡.


전라의 요마와, 자신의 생식구를 한껏 들어낸 황금비의 미인을 두고 검은 말자지가 꿈틀꿈틀 맥동했다.


“이리 오시죠우”


침대 위에서 기다리는 흑인을 향해, 두 여성이 기어가기 시작했다.


수컷 하나와 암컷 네 마리의 난교는, 이제 막 시작한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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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일이 바뻐진 탓에 이제야 올리는 2화... 만족이 됬을지 모르겠네


나도 한 때 달빠였고, 고증은 지키려고 노력하는 편이긴 한데 이부키도지는 내가 페그오 접고 나온 캐라 잘 그려졌는지는 모르겠어 ㅋㅋ


사실 개인적인 페티시지만, 이부키도지나 라이코우 같은 장신 다이너마이트 보디의 여성이 더 우월한 흑인이랑 야스하는 것도 꼴려서, 등장시킨 것도 있거든 (결말부에도 한번 더 나올 예정...)


이제부터는 완전히 나이팅을 조교시켜가는 과정을 그려나갈 예정이고, 프롤로그 뒤의 이야기도 있을 예정이야


공지 나왔을 때 설정과 플롯은 모두 다 짜놨지만, 타의로 인해 지금에야 글을 올리는게 많이 아쉽네...


대회 입상 하고 싶은게 솔직한 바람이지만 말야 ㅋㅋㅋ


솔직히 이번 대회로 글을 처음 써보게 됬는데, 정말 재밌고, 다른 분들은 어떻게 썼나 보는 재미도 있더라. 이부분은 대회의 순기능인듯!


다들 좋은 밤 되고, 우리 챈 더욱 활성화 됬으면 좋겠다.


대회 참가하는 사람들 모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