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점은 제5 특이점 이후 이지만 큰 상관은 없음



***

"으으........ "




 후지마루 리츠카는 그의 방이었던 장소에 감금 아니, 보호 되어있다. 그가 신음을 흘리면 일어난 것은 평소와 같은 그의 침대 위였지만 머리를 둔하게 울리는 아픔과 답답한 가슴의 두근거림이 가시지 않는다.


"하아..... 여긴?"


 잠에서 급하게 깨어난채 앉아서 한참을 숨을 고르던 그가 정신을 차리고 방 풍경을 돌아본다. 열이 있는듯 머리가 무겁고 그 때문인지 시야도 조금 뿌옇다.


 이윽고 자신이 방 침대에 누워 있다는 것을 기억해내지만, 평소와 같이 마스터의 업무를 위해 하루를 시작한 것도, 그의 서번트들과 특이점을 수복하기위해 나가지도 않은체 왜 갇혀있는지는 선뜻 기억나지 않는다.


 시계를 찾아 벽면을 이러저리 훑어보지만 말라죽은 화분이 하나 보일뿐, 벽시계가 보이지 않는다.




뚜벅 




 그런 가운데 묘하게 조용한 통로를 울리며 뚜벅이는 발소리가 점점 다가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에 맞춰 갑자기 리츠카의 심장이 미친듯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뚜벅 뚜벅


 


 갑자기 일어난 신체 변화에 스스로도 이해를 하지 못한체 당황한 표정을 짓는 리츠카, 그의 손은 단지 이불을 꽉 붙잡을 뿐이다.




뚜벅 뚜벅 뚜벅 뚜벅




 점점 가까워오는 발 소리에 리츠카의 심장은 더욱 거세게 고동치기 시작하고 살짝 살짝 식은땀마저 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와 대조적으로 그의 얼굴색은 오히려 더 창백해지는것 처러 보인다.




뚜벅 뚜벅


쿵쾅 쿵쾅 쿵쾅 쿵쾅 쿵쾅 쿵쾅 쿵쾅 쿵쾅 쿵쾅 쿵쾅 쿵쾅 쿵쾅 




 이제는 긴장한 심장 박동 소리가 가장 크게 들린다. 심장 박동소리가 너무커서 복도에 울리는게 아닐까하는 걱정까지 들정도이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리츠카는 깨달았다. 그의 심장 박동소리외에는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그건 복도를 걸어온 인물이 바로 저 문 앞에 서 있다는 뜻이었다. 




쿵쾅 쿵쾅 쿵쾅 쿵쾅 쿵쾅 쿵쾅 쿵쾅 쿵쾅 쿵쾅 쿵쾅 쿵쾅 쿵쾅 쿵쾅 쿵쾅 쿵쾅 쿵쾅 쿵쾅 쿵쾅 쿵쾅 쿵쾅 쿵쾅 쿵쾅 쿵쾅 쿵쾅 쿵쾅 쿵쾅 쿵쾅 쿵쾅 쿵쾅 쿵쾅 쿵쾅 쿵쾅 쿵쾅 쿵쾅 쿵쾅 쿵쾅 쿵쾅 쿵쾅 쿵쾅 쿵쾅 쿵쾅 쿵쾅 쿵쾅 쿵쾅 쿵쾅 쿵쾅 쿵쾅 쿵쾅 




 이제 그의 세상은 그의 심장소리만 가득해졌다. 미친듯이 진동하는 심장 박동으로 리츠카의 몸마저 조금씩 진동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거의 양손은 침대의 이불을 거의 찢을듯 쥐고있고 동시에 눈은 한없이 커진체 오직 하나뿐인 방의 출입문을 바라보고 있다.




끼이이이익


***


"... 마스터. 일어나셨군요."



 그렇게 말하며 천천히 방으로 들어오는 인물은 이제 칼데아에 상주하고 있는 서번트 나이팅게일 이었다. 평소와 같은 그녀의 상징적인 붉은색 복장이 눈에 낯익다. 

 그의 낯선 눈길을 느낀것인지 나이팅게일이 의아하게 반문했다.

 


"... 무슨 문제라도?"


"아, 아니야... 나이팅게일"



 너무 일상적인 대화라 의식하지 못한사이 대화를 해버리고 난후 리츠카의 정신이 급격히 각성했다. 꿈에서 깨어나듯 급격한 자의식의 인식이 이루어지고 나서야 그는 이상함을 깨달았다.



'뭐였지?? 방금전의 그건...?'



 나이팅게일을 보자마자 마치 사라진것처럼 몸을 흔들던 오한도, 미친듯 날뛰던 심장박동도 거짓말처럼 사라졌고, 오직 은은한 온기를 아직 간직하고있는 피부만이 조금전 과도한 흥분상태가 꿈이 아니었음을 상기시켜 준다.



"수면시간 6시간 23분 31초. 아직, 필요충분수면시간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마스터"



 그런 그의 속내를 알리가 없는 나이팅게일은 침대 옆까지 다가와 시계를 꺼내 수면 시간 체크부터 시작했다.



"혈압 측정합니다. ... 정상.  체온 측정합니다. ... 정상. 심박수 측정합니다. ... 정상. ... "



 수면 시간 뿐이 아니었는지 나이팅게일은 가져온 가방에서 의료기구 들을 꺼내 리츠카를 이곳저곳 진찰한다. 

 나이팅게일은 철저하게 환자를 대하듯, 가벼운 잠옷차림의 리츠카의 온 몸 이곳저곳을 만지고 촉진하면서도 전혀 동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녀의 신체접촉과 몸에서 아련히 풍기는 향긋한 여성의 향기가 리츠카를 자극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



"이건 여자친구로써의 회복기원 처방입니다."



 불의의 일격을 당한듯 벙쩌있는 리츠카의 볼에 살짝 키스한 나이팅게일은 여전히 무표정 이었지만 옅은 홍조는 숨길 수 없었다. 미처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살짝 시선을 옆으로 돌린것이 귀엽게 느껴진다.



"고마워"



 리츠카는 복잡한 속내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을 느끼며 그제서야 미소지을 수 있었다. 아, 나이팅게일은 내 여자친구. 분명 아까 그 두근거림은 여자친구를 기다리던 기대감이었구나. 하고



"아직 수면시간이 부족하니 추가적인 수면을 취하는게 좋습니다."



 나이팅게일은 여전히 같은 말을 하며 침대에 앉아있는 리츠카를 다시 눕혔다. 물론 이불을 덮어주는것도 잊지 않았다. 분명 아까와 같은 침대일텐데 땀으로 젖은 불쾌함도 들지 않았다. 



"고마워, 나이팅 게일. 그런데...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


"예, 말씀하십시오 마스터"



 너무나도 이상한 질문이었지만 리츠카는 이 질문을 꼭 해야한다는 생각을 지을 수 없었다. 



"내가 왜 여기서 치료를 받고있지? 무슨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않아"



 그런 그의 말이 너무 의외였을까 잠시간의 침묵이 흐르는동안 나이팅게일은 그저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작은 한숨과 함께 대답했다.



"설마, 이렇게 상태가 아직 안 좋을줄은 몰랐습니다. 마스터."

"마스터는 제5특이점 해결 이후, 이따른 과로 업무 및 누적된 피로로 인해 약 8시간 전, 통상 근무중 의식을 잃었고, 이후 원인을 단순 피로 누적으로 판단. 자택 요양을 위해 제가 이 방으로 모셨습니다."

"설마, 기억이 전혀 없을 줄은... 영양제를 추가 하고 수면시간을 더 늘리겠습니다."



 나이팅게일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하지만 걱정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그렇게 대답했다. 



"아,하하... 그랬던가... 아직 잠이 덜깼나봐. 나이팅게일 말대로 좀 더 자야겠네"



 나이팅게일의 말을 듣고나니 머릿속에서 분명하지 않았던 것들이 확실해지는 듯 느껴졌다. 그런 그의 멋쩍은 웃음에도 나이팅게일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듯 주사를 들고, 맞잡은 그의 팔에 주사를 놓기 시작했다.



"제가 특별히 제조한 영양제 입니다. 마스터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는데 탁월한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가장 우수한 개체의 추출물을 사용하였기에 자양강장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약도 맞았으니 한 숨 더 주무십시요 마스터. "



 주사는 놀라울정도로 아픔이 없었고, 맞고나니 몸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럼 마스터, 쉬십시요."


지이이잉, 철컥. 끼이익. 

문의 모서리 부분이 고장났는지 닫힌후 작은 끼임이 발생하는 소리가 났다. 



 그것을 끝으로 나이팅게일은 불을 끄고 방을 나갔다. 


 침대에 누운 리츠카의 머리속으로 어렴풋하게 제5특이점의 일들이 기억났다. 나이팅게일을 만나고, 인리를 수복하고.... 마신을 격퇴한 기억이. 그 마신 이름이 뭐였지? 라는 생각이 잠시 떠올랐으나 이미 격퇴한 상대의 이름을 떠올리기위해 노력할 이유는 없었고, 나이팅게일의 주사 탓인지 급속도로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이윽고, 후지마루 리츠카의 의식은 깊은 무의식의 저편으로 가라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