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햇빛에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5교시 무렵 가볍게 열어논 창문으로 흘러들어온 바람이 그녀의 단발을 스친다. 

그런 아름다운 모습이 무색할 정도로 헝크러진 머리카락에 여러 남성의 물건을 게걸스럽게 탐하는 수 분의 영상들이 내 핸드폰 익명의 단톡방에 매일 갱신된다. 

쳐다보는게 고작인 그녀의 옆자리엔 내가 있지만 핸드폰 속의 그녀의 옆엔 내가 없었다. 

손이 스치기만해도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 그녀가 방금 전에 누구와 배꼽을 맞췄는지 나는 안다. 

그녀가 나를 보고 웃는다. 나는 그녀가 더 크게 웃을 수 있다는 것을 안다.

반의 남자수는 13명, 영상에는 12명이 그녀와 침대를 적신다. 

그녀와 가장 가까운 옆자리지만 나는 반에서 어느 남자보다 그녀와 먼 곳에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