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산만한 손으로 서둘러 휴대폰을 확인하자 '왕자님'의 카톡이 와 있었다.

그는 sns 뒷계의 유명인사로 영앤 리치, 톨앤 핸섬한, 흔히 말하는 알파 메일이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영앤 리치에서 리치를, 톨앤 핸섬에서 핸섬을 뺀 지극히 평범한 남자

그러나 운이 좋게도 엄청난 미녀를 쟁취하고 만 역전의 사나이였다.


[네 좋습니다. 아주 미인이시군요^^]


꿀꺽, 나는 침을 삼키기 위해 찻잔의 라떼를 비웠다.

이곳은 카페, 나는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는 중이었다.


부자연스러운 나의 행동을 의심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여자친구, 세영이를 피해 나는 잠시 화장실로 가서 왕자님에게 답장을 했다.


[그럼 10분 있다 이쪽으로 와주세요]


[네, 적당히 가까운 지인...맞죠?]


[예 어제 맞춰둔 대로 입니다.]


휴대폰을 집어넣고 짧게 쉼호흡을 한다.

나는 여자친구에게 못된 짓을 하려고 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여자친구가 못된 짓을 하도록' 하려 하고 있다. 


평범한 연인이라면 해서는 안 될 작당모의

나는 잘생긴 얼굴, 여유로운 태도, sns의 뒷계에 야한 영상을 올리는데 매일 여자가 바뀌는, 그런 위험한 수컷을 소중한 여자친구의 앞에 데려다 놓을 계획이었다. 

그 목적은....여자친구가 그와 바람피도록 하기 위해서.

그래서 나의 속에 있는 검은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서이다.


나는 화장실 거울을 마주보고 가볍게 얼굴 근육을 풀어준 다음 최대한 자연스러운 얼굴로 나와 자리로 돌아갔다.

한창 유튜브를 보던 그녀는 내가 나오자 바로 폰을 집어넣고 밝게 미소지었다.


"누구야? 여자야?"


그녀가 장난스럽게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내가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은 그녀도 알고 있을 테니 저것은 일종의 애정표현이다.


"아니 아는 동생인데, 마침 근처라고 해서"


"그래? 여기 오는 거야?"


"어.. 좀 그러면 말해 거절할께"


"아니 괜찮아"


세영이는 조심스런 나의 말에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배려심이 좋다.

상대방이 앞에 있으면 휴대폰도 보지 않고 왠만한 사정은 모두 이해해준다.

사람의 그릇이 크다는 느낌? 

예쁜 얼굴 만큼이나 성격도 좋고

성인군자같은 그런사람은 아니지만 사람을 기쁘게 할 줄 알고 예의가 있었다.

근데 나는....


"형, 안녕하세요"


서글서글하고 호감이 가는 말투, 말하는 것조차 신경쓰는 사람이라는 듯이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아직 10분 안 지났는데 ' 


'왕자님'이었다.

세영이와 나는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보았다.

나는 뒤에 있는 그를 쳐다보려다 먼저 앞에 있는 세영이를 보게 되었는데 그녀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에 가볍게 충격을 받았다.

세영이같이 수준이 높은 여자는 쉽게 짓지 않는 표정,

순수하게 아름다움에 감탄하는, 깜짝 놀라 동공이 커지고 눈썹이 치켜 올라가는 

본능적이며 특히 여자들이 잘 숨기지 못하는 

그런 표정이 그녀의 얼굴에 떠올라 있었다. 


"......아 왔구나~"


나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뒤를 돌아보았다.

뒤이어 '왕자님'의 얼굴을 보는데 세상에, 서강준 같이 생긴 남자가 우리에게 다가와 악수를 건네고 있었다. 


"형 진짜 너무 반가워요~"


악수라니, 붙임성 있는 웃음으로 가볍게 건네는 손을 붙잡고 세영이를 쳐다보는데, 그녀는 다음 차례로 건네진 그 손을 덥썩 하고 마주 잡았다.


"아"


"아?"


그녀의 입에서 작은 음절이 터져 나왔다

내가 쳐다보자 마주친 세영이의 눈동자가 잠깐 흔들렸다. 

그녀는 곧 멋적게 내 손목을 잡은 뒤 헤헤 하고 웃었다 .

나는 최대한 멀쩡한 웃음으로 그녀에게 답했다.


악수는 분명히 별 일은 아니다

손을 맞잡는 것일 뿐, 충분히 할 수 있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키고 그녀에게서 시선을 돌려 '왕자님'을 바라보았다.


"하하 듣던대로 정말 미인이시네요~ 형 진짜 부럽다"


"으...응, 하하 고마워"


별거 아닌 한마디, 

그러나 나는 그가 내뿜는 '알파 메일' 에너지에 한대 후려맞은 것 같았다. 

분위기라는게 있지 않나

적극적이고, 대담하고, 자신감 넘치는,

대학에서 여자들을 후리고 다니는 선배가 내뿜곤 하는 그런 아우라가 그에게 있었다.


"안녕하세요~'


아주 살짝 신경쓰이게도

세영이가 먼저 인사를 건냈다. 

왕자님은 세영이와 나 사이, 딱 가운데 자리를 잡고서 장난스럽고 과장된 동작으로 다시 한 번 손을 내밀며 그녀의 인사를 받았는데 세영이는 입을 가리며 웃더니 가볍게 그 손끝을 잡았다.

만난지 1분만에 두 번이나 피부를 맞댄 것이다.

나는 비교적 명확하게 알 수 있는 기분나쁨과 함께

왜 그런지 알 수 없는 흥분을 느꼈다.


"어때 잘 생겼지?"


"응?? 으음~"


나는 너스레를 떤다고 왕자님을 치켜세웠다.

세영이는 대답하지 않고 말을 흐렸는데 참 어색했다.

누가 봐도 그는 잘생겼다.

기분 나쁠 것도 없고 그냥 감탄이 나올 정도로,

세영이의 어정쩡한 반응은 그녀가 나를 신경쓰고 있었기 때문에 나온 것이었다. 

그 것은 나로선 당연히 기뻐 할 만한 것인데,

상황과 분위기라는 것이 묘해서, 나는 왠지 속이 좀 쓰린 것 같았다.


"맞다, 이 친구 너랑 같은 헬스장 다니더라 알고 있었어??"


나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준비해온 것을 꺼내들었다.


 "앗 진짜요?? 한 번도 못 본 거 같은데?"


세영이는 깜짝 놀라 왕자님을 바라보았다. 

같은 헬스장에 다닌다는 얘기는 어젯밤 둘이서 맞춘 설정이다.

이리저리 세영이와 둘의 접점을 찾다가 헬스 이야기가 나와 급조한 것으로

왕자님도 꾸준히 운동하던 사람이라 오늘 세영이가 그의 기준에 '통과'한다면 바로 그쪽으로 옮기기로 말을 맞추고 있었다.


 "ㅇㅇ동 맞죠? 저는 항상 아침에 가거든요"


왕자님이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자 세영이는 손뼉을 치며 굉장히 기뻐했다. 


"헐 대박, 그래요? 다음에 같이 운동해요~"


그녀는 오랫만에 동창이라도 만난 것 마냥 반가워하며 소리쳤다.


"하하하..."


왕자님은 여유롭게 웃으며 말끝을 흐렸다


"아, 좀 그런가....히히"


세영이가 어깨를 움츠러뜨렸다.

나는 지금 세영이가 굉장히....(뭐 아직은 평소 그녀의 살가운 성격대로 하는 것이긴 하지만) 좀 '간질거린다' 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나 화장실 좀..."


"응.....어??"


내가 갑자기 일어나자 세영이는 내 눈치를 봤다. 

나는 의식적으로 웃으며 서둘러 자리에서 빠져나와 화장실로 향했다.


"후..."


화장실에 혼자 남으니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가 생생히 들렸다.

뭐랄까, 내가 의도한 일이라 괜히 그쪽으로 생각이 드는 걸 수도 있는데.....그녀는 내 다른 친구들을 소개 시켜줬을 때 보다 더 적극적인 것 같았다.


물론, 그녀는 원래 남녀노소 안 가리고 엄청 거리감이 없고 사교적이긴 하다.

애초에 알고 있었고, 내가 반한 것도 그녀의 그런 모습이었다.


 "그래도 엄청 기분이 이상하네"


나는 거울을 보며 중얼거렸다.

거울 속 내 얼굴이 아까 전에 봤을 때 보다 왠지 못나 보였는데 

영화관에서 원빈을 보다가 옆의 남친을 보면 오징어로 보인다는 인스타 피드가 생각나 쓴맛을 삼켰다.


두근두근 


심장이 뛰고 손 발이 떨린다. 

세영이는 지나가다 쓰레기가 바닥에 버려져 있으면 직접 주워서 버리는 그런 여자다.

아이가 울고있으면 지나치지 못하고, 인간극장을 보면 언제나 펑펑 운다.

그런 세영이가 남자친구를 두고 다른 남자를....


"....."


나는 갑자기 당장 밖으로 나가 세영이의 손을 잡아 끌고 모텔로 데려가 섹스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아래를 보니 자지가 잔뜩 발기 되어 있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충동을 가라 앉히기 위해 눈을 감고 애국가를 외운다.

두 번 정도 애국가를 완창하자 카톡이 왔는데 세영이였다.


카톡!


[뭐해 빨리 와]


그녀의 메세지에 시계를 보니 벌써 15분이 지나가고 있었다. 

화장실에 있기엔 조금 많은 시간이다. 

나는 마음을 다잡고 화장실에서 나가 자리로 향했다.

세영이는 한창, 왕자님과 즐겁게 얘기하고 있었다.




"해수야 우리 저녁먹으러 갈 건데 같이 갈래?"


나는 말을 맞춘 대로 왕자님을 저녁식사에 초대했다.

카페에서 한 시간, 분위기는 굉장히 좋았고....그는 세영이와 충분히 친해져 있었다.

왕자님, 해수는 능글맞게도 고민하는 척 하다 세영이에게 선택을 넘겼다.


"어...괜찮긴 한데 두 분 노시는데 껴도 돼요?"


세영이는 그와 눈이 마주쳤다가 시선을 돌려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뭐 어때 그치?"


"....어 뭐, 그치"


솔직히 말해서, 해수는 유쾌하고 재미있었다.

우리의 검은 계획이 없었더라도 알게 되었다면 아마 저녁식사에 불렀을지도 모른다.

분위기는 굉장히 자연스러웠고 거절은 오히려 어색했다.


"같이가자 술은 좀 해?"


나는 그렇게 말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말야, 이 오빠가 저번에 뭐랬는지 알아? 세상에 나보고 바람 피려면 피래~ 들키지만 말래"


그리고 새벽 3시가 되면, 우리는 3차를 달리고 있었다.


주량을 넘기고도 벌써 반 병을 더 마신 세영이는 꽐라가 되어 있었다.


"하하하...."


해수는 금요일 밤 클럽 거리를 돌아다니는 남자들에게서 볼 수있는 그런 눈빛으로 세영이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는 세영이보다 한병 반은 더 마셨음에도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얘가 뭐래 엄청 취했네~"


나는 세영이의 상태를 보고 해수에게 눈짓을 했다.

해수는 미소짓는 것으로 대답했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나 화장실~"


"이 오빠 오늘 화장실 자주가네에~ 빨리 가따와~"


텐션이 높아진 세영이가 엉망인 발음으로 소리쳤다. 

나는 그녀를 뒤로하고 일어나 방문을 열었다.


내가 화장실에 가면 해수가 세영에게 전화번호를 물어 볼 것이다.

그것이 우리 계획의 첫 단계였다.


노래주점의 야릇한 조명 아래에서 즐겁게 얘기하고 있는 세영과 해수를 뒤로하고, 

나는 문을 닫았다. 


"....."


아니, 닫으려 했다.

원래라면 정말 화장실에 갈 계획이었는데

발걸음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나는 조심스래 문을 살짝만 열어두고 완전히 닫지 않았다. 

다행히 우리 방도 다른 방도 노래를 틀고 있지 않아서 문이 열려있단 게 들킬 일은 없다. 

조용히 문 뒤에서 귀를 기울이자 세영의 웃음소리와 해수의 말소리가 들렸다.


"해수야 너 몸 진짜 좋다~ 운동 되게 열심히 하나봐"


"예 뭐 ㅋㅋ, 매일매일 꾸준히 하고 있거든요. 만져볼래요?"


"응?? 으음, 그럴까아?"


잠깐 침묵

누군가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옮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와씨~! 미쳤어 딴딴한거 봐"


"킥킥킥... 아 어딜 만져요~"


"어허 가만 있어봐~ 누님이 동생 건강 체크좀 해보자"


"아 완전 아저씨야 이누나"


꿀꺽

침을 삼킨다. 

안에서 들려오는 대화 내용은 보수적인 커플이라면 이미 문제가 될 만한 것이었다.


"맞다 누나 진짜 다음에 운동 같이 할래요? 내가 누나 운동하는 거 봐 줄께요"


"뭐?"


"이 근육 보이죠? 제가 누나 이렇게 만들어 줄께요"


"미친, 내가 그렇게 되면 나 오빠한테 차여 ㅋㅋㅋ"


"ㅋㅋㅋ 그럼 가슴 커지는 운동 시켜드릴까요? 형님이 좋아하실텐데"


"얘가 못하는 말이 없네~!"


점점 성적인 텐션이 높아지는 대화

성희롱을 당한 세영이가 아무렇지도 않게 꺄르륵 웃어 넘겼다. 

그 뒤로도 한 동안 운동이 관련된 피지컬적인 대화가 오고가고 두 사람은 즐겁게 웃고 떠들었다. 


"짠"


"짠~!"


내가 자리를 비우고 있는 동안 나 없이 잔을 부딫히고 술을 마신다.

세영이는 벌써 주량 초과 한 병째

나는 해수가 곧 행동을 할 것이라고 직감했다.


"누나 번호 줘 봐요"


"으응~?"


"저랑 운동 시간 맞춰봐요~"


'왔다...!'


들려온 대화에 심장이 쿵쾅거리고 자지가 또 다시 발기했다.

'왕자님'이 드디어 사냥의 첫 단계를 시작한 것이었다. 

그가 내 여자친구를, 세영이를 자신의 SNS에 올릴 야한 영상의 주인공으로 만들려 하고 있었다.

나는 고막에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남자친구가 자리를 비웠을 때 번호를 묻는다. 이 상황을 세영이가 어떻게 받아들일까'


"ㅋㅋㅋ 오빠한테 따로 연락해~"


'....세영아!'


나는 세영의 대답에 그만 잡고 있던 문고리를 돌릴 뻔 했다. 

꽤나 단칼인 거절

고민을 하지도 않고 세영이는 해수의 부탁을 거절했다.


나는 당장 문을 열고 들어가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았다. 

방 안에선 계속해서 해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ㅋㅋㅋ 아 형님 귀찮게 하기 그런데"


"몰라아~"


"누나 딱 두번만 더 물어볼께요"


"ㅋㅋㅋㅋㅋㅋ뭐야 진짜"


"가르쳐줘요~"


"응 안돼~"


'......'


근데 대화가 이어질 수록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나는 해수가 좀 질척인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세영이는 목소리가 그닥 기분 나빠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 이제 마지막이다 누나"


"응 뭐라구? 잘 안들리네"


"번호~"


"어어? 뭐??"


"번호~~!!"


들어갈 타이밍을 잡고 있던 나는 어느새 들어가기 망설이고 있었다.

방 안의 분위기는 뭔가, 

질척이고 귀찮아 하는 그런게 아니라

간질간질 하고 따끔따끔한 그런 것이었다.


"아 정말, 빨리 오빠 오라고 해야겠다아"


"......"


방안과 복도에 침묵이 흘렀다.

나는 순간적으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깨달았다.


"......에잇~"


"응?? 야 뭐야 ㅋㅋㅋㅋ 내놔"


"ㅋㅋㅋㅋ5초, 5초 있다 줄께요"


"아 진짜 ㅋㅋㅋ가져와~!"


방 안에서 약간 투닥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다가 금새 멈췄다.

나는 지금 해수의 손에 무엇이 들려있을지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었다.

나를 부른다고 '괜히' 꺼낸 휴대폰, 그것을 해수가 낚아챈 것이다.


"끝~ 누나 연락 할께요"


"아 진짜~ 몰라 나 저장 안 한다??"


"네 ㅋㅋㅋ 차단만 하지 마요"


"ㅋㅋㅋ 하는 거 봐서"


부들부들

손이 떨렸다.

이 상황은 분명....

나는 문에서 천천히 떨어진 후에 화장실로 걸어갔다.

그리고 변기칸 문을 열고 잠근 뒤 바지를 내렸다.

미친 듯이 발기된 자지가 튀어나왔다.


나는 그것을 손으로 쥐고 거칠게 흔들었다.


머릿속으로 세영이의 알몸, 그 동안 했던 섹스들을 떠올렸다.


"씨발...."


세영이의 가슴, 세영이의 보지, 세영이의 신음, 혓바닥, 몸놀림

그 모든 것들을 떠올리는데

갑자기 해수가 그곳을 비집고 들어왔다.


[형 잠깐만요]


상상속의 해수는 여유로운 웃음을 한 채 한창 섹스하던 나의 어깨를 잡고 뒤로 밀었다.

근육질의 몸은 세영이 위를 올라타더니 sns에서 익히 봤던 그 우람한 자지를 세영이의 보지에 맞추고 밀어넣었다.


[아♥ 좋아~]


그녀는 넣고 있던 자지가 바뀌었는데도 아는지 모르는지 달아오른 신음소리를 냈다. 

아니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들어 올린 다리를 해수의 엉덩이에 휘감고 단단히 고정시켰다.


[해수야...하읏! 더, 더해줘♥]


"씨발"


퓻 퓻


나는 거기까지 이른 뒤 변기에 그대로 사정했다.


마치 눈 앞에 여전히 두 사람이 있는 것만 같았다.

신경질 적으로 휴지를 뜯어 대충 뒷처리를 하고 변기칸을 나와 거울을 보니 한층 더 한심해 보이는 내가 있었다.

나는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겼다.


카톡!


"음...해수?"


문 앞에서 나는 해수의 카톡을 받았다. 

열어 보니 그 곳엔 

그의 연락처에 저장된 세영이의 번호와 방금 나눈 카톡대화를 캡쳐한 사진이 있었다. 



연락처

.

유세영(25)(남친 있음)(상)

유세희(31)(남편 있음)(상)

조가영(18)(남친 없음)(최상)

조나희(24)(남친 없음)(중상)

.

.

.

.


유세영(25)(남친 있음)(상) 의 대화방


[누나 내일쯤 알려줄께요]


[응응]


[형한테 같이 운동한다고 말 할 거에요?]


[해야지~ 그리고 대화방은 지울거]


[이모티콘]


[네 ㅋㅋ 누나]


[ㅋㅋㅋㅋ 말로 해 바로 앞에 있는데]




"...."


한 발 뺐기 때문이지 두근거림이나 흥분은 줄어 있었다.

나는 표정 관리를 한 뒤에 문을 열었다.


똑 똑


"......아, 오빠! 왠 노크야 ㅋㅋㅋ....?"


"ㅎㅎ 그러네, 미안 좀 늦었지"


문을 열자 세영이 어색한 얼굴로 나를 반겼다.

그녀는 내 말을 듣더니 걱정하는 얼굴로 말했다.


"오빠 오늘 어디 아픈거 아냐? 내일 나랑 병원갈까?"


"그냥 아침에 먹었던 게 좀 탈이 났나봐 괜찮아"


나는 한 쪽에 앉아 있는 해수를 바라보았다.

그는 싱긋싱긋 웃으며 손가락으로 ok 표시를 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나가자 오빠 지금 되게 안색이 안 좋아"


세영이는 계속해서 내 얼굴을 살피며 울상을 지었다.

그 모습은 내가 익히 알던 세영이였다. 

그녀는 나를 옆에 앉히고 물컵에 물을 따라주고 손을 잡고 계속 나를 걱정했다. 

나는 왠지 눈물이 날 것 같아서 고개를 돌렸다.


"...오늘은 쫑내자"


"응응 내가 택시 부를께"


우리 셋은 곧 밖으로 나왔다.

세영이 계산을 하고 밖에서 택시를 기다리는 동안 나에게 꼭 붙어 있었다. 

그 동안 해수는 거의 왕따를 당했는데 그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아 저는 이쪽으로 가볼께요 오늘 재밌었어요 형님, 세영 누나도요"


"응 잘가~"


해수는 곧 택시를 잡았다.

나는 해수에게 손을 흔드는 세영의 옆모습을 몰래 훔쳐보았다. 

그녀의 얼굴에선 특별한 감정이 느껴진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해수가 반대쪽 방향으로 택시를 타고 떠나자 세영이 싱글싱글 웃으며 나에게 팔짱을 껴왔다. 


"오빠 오늘 쉬고 갈 꺼지?"


"응? 응...."


"나 왠지 오늘 엄청 흥분돼, 너무 취했나봐 히히"


세영이가 말을 하면서 온 몸을 나에게 비벼왔다. 

몸을 밀착시키는 것은 그녀가 달아올랐을 때 자주 하는 행동이었다. 

그녀의 체취나 체온이 느껴지자 나 또한 점점 흥분되었는데 그녀가 내 발기된 자지를 느끼고 야릇하게 웃으며 키스를 해왔다.


"음....음♥"


"후...흡"


늦은 새벽이라지만 도로변, 사람도 간간히 있어 눈치가 보인 나는 금새 그녀를 떼어냈다. 

욕심 많은 그녀는 끝까지 입을 떼지 않으려 했는데 덕분에 뗴어냈을 때 입에 침이 실처럼 연결돼 턱으로 흘렀다.

그 모습은 엄청 야하고, 귀엽고 예뻤다.

그런 그녀가 내 여자친구라는 것이 너무 기뻐서 꽉 끌어안으니 그녀도 나를 꼭 끌어 안아 주었다.


"오빠 오늘 뭔가 귀여운데?"


"...."


"히히 좀 있다 각오해 오빠♥ 내가 콱 쥐어짜 버릴테니까"


그녀의 품 안에서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편안해지고 아까의 기억이 흐릿해지는 것 같았다. 

그녀의 폰에 다른 남자의 전화번호, 다른 남자와의 채팅방이 생겼다는 것이 아무렇지 않은 일인 것 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꽤 오래 껴안고 있었다.

충만하고 행복한 기분

그러나 그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