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블런더(Blunder).

사전적인 의미로는 치명적인 실수라는 뜻이다.

또한 그녀들 모두가 '체스 피스'의 악마였으니, 이보다 더 어울리는 단어는 달리 없을 것이다.

블런더는 본래 체스 게임의 용어였으니까.


"앗⋯, 흐읏⋯. 그, 그만해. 비비지마⋯앗."


다 녹아버린 얼굴을 하고서 그딴 말을 해봐야 설득력이 하나도 없단 말이지.

애초에 그 잘난 '소멸의 마력'으로 나를 갈아버렸으면 벌써 끝났을 이야기를 질질 끌고 있는 게 누구인데?


[메인 퀘스트 : 진정한 마왕 등극하기.]


젠장, '빙의 선택권'인지 뭔지 괜히 써먹었다가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나는 시야 한쪽에서 요란하게 점멸하는 퀘스트창을 찌릿 노려보고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엿이나 처먹어라, 병신같은 퀘스트야.'


요즘 소설에서 개나 소나 다 마왕한다고 마왕이 무슨 느그집 개 이름인 줄 알아?

그리고 뭐? 진정한 마왕?

내가 빙의한 소설이 하이스쿨 DxD인 시점에서 마왕은커녕 중급 악마가 되기도 쉽지 않은데, 진정한 마왕이 되라니 미친 소리도 정도껏 해라.

그나마 챙겨준 특전 몇 가지라도 없었으면 진짜 혀 깨물어서 자살했을 지도 모른다고.


거지같은 난이도에 혀를 쯧쯧 차며 나는 앞뒤로 움직이던 허리를 한 차례 거세게 튕겼다.


"하앗⋯? 읏!"


야릇하게 울려퍼지는 억눌린 교성.

이미 잔뜩 피가 쏠린 거대한 양물에 더더욱 피가 쏠리는 느낌을 받으며 씨익 웃었다.


'그래도 나쁜점만 있지는 않으니까.'



'리아스 그레모리'.

진정한 마왕, 서젝스 그레모리의 여동생이자 어린 나이에 벌써 상급 악마 자리에 올라간 홍발의 멸살희-루인 프린세스.

세계관 제일의 미녀 중 하나인 그녀가 내 허리놀림에 필사적으로 억누른 교성을 토해내고 있었다.


"큭, 절대로⋯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거니까⋯!"


"그래그래, 그러시든가."


"쓰레기 같은 자식 ."


음, 말이 너무 심하구만.

이쪽은 필사적으로 '삽입 금지'라는 계약 내용에 맞춰주고 있는데, 자기 권속 악마한테 쓰레기 자식이라니 참 못되먹은 킹이네.


"질질 흘리고 있는 주제에 입만 살아갖고."


"트, 틀려⋯! 이건 그저 생리현상으읏!"


"크큭, 그냥 야외라서 잔뜩 흥분한 거잖아? 누구한테 들킬까봐 오싹오싹한 거잖아."


잘근-.

아랫입술을 꽉 깨물어 말문을 닫은 리아스가 퍽 귀엽게 느껴졌다.

내가 조금씩 속도를 올릴 때마다 참지 못하고 신음을 흘리면서도 도도함만큼은 잃지 않는 모습이 마치 성깔 더러운 고양이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여하튼 그녀와 약속 했던 1시간이 슬슬 끝나간다.


"어때, 아직도 '삽입 금지'야?"


"⋯."


"대답."


그녀의 양쪽 허벅지를 잡고 좌우로 벌린다.

살며시 갈라진 좁은 틈.

그 연분홍빛 입구에 귀두를 닿게하자 리아스의 어깨가 흠칫 떨려왔다.


"삽입은 절대 안 되니까⋯."


칫, 오늘도 허탕이네.

그래도 몇 번만 더 시도하면 충분히 리아스의 처녀를 깰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게, 딱 보기에도 절정 직전이거든.

삽입도 아니고 자지를 좀 문지른 정도로 절정 직전까지 내몰렸으니 조만간 스스로 내 흑인 자지의 노예가 되겠다고 울며불며 매달릴 것이다.

나는 그 날이 머지 않았음을 느끼고, 비릿하게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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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나면 종종 짧게나마 연재하러 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