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사... 입니까?"


"그래. 물론 장고가 원할 때의 이야기지만."


"...해보겠습니다. 아니, 하게 해주세요 촌장! 이 힘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거기까지 열의에 차지 않아도 괜찮은데... 뭐 됐나."




내가 마을의 주민으로 새로 받아들인 장고는 최면술사였다.


다만 최면술사라고 해도, 마법이 존재하는 이세계의 정신을 마음대로 지배하는 그런 이미지와는 달리 지구의 최면술사와 비슷했다.


요컨데 최면 어플로 뭐든지 되는 그런 존재가 아닌, 약물 유도와 충분한 암시, 그리고 끈기가 필요했다.


한마디로 최면술사라기 보다는 정신과 의사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지.


다만 이세계 요소가 없지는 않아서 어느 정도는 행동이나 인식을 바꿀 수 있다는 듯 하다.




"그래봤자 하고 싶은 걸 하게 만드는 정도입니다만."


장고는 그렇게 말하며 쓴웃음을 지었지만 그래도 굉장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장고의 이주 신청에 대해서 회의를 했을 때 반대하는 목소리는 있었다.


이 마을이 오는 사람을 그다지 안막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드문 일이지만 사안이 사안이기에 중요하게 다뤄질 수 밖에 없었다.



"정신을 다루는 기술이라니, 그런 건 마법으로도 존재하지 않아. 솔직히 마을에 들이기에는 너무 위험해."


"만약 촌장이 조종당한다고 생각하면... 마을은 끝이에요!"



매정한 말이지만 틀리지는 않았다.


남이 자기 머리속을 멋대로 주무를 수 있다면 기분 나쁘기도 할테고,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장고의 최면은 마법 같은 신비적인 힘보다는 경험과 기술에 의거한 것.


그렇게 간단히 할 수 있는 것이 아닐 뿐더러 그가 이 마을에 이주하고 싶어한 이유를 생각하면 거절하고 싶지 않았다.




"제 일족은 최면술사의 가계였습니다. 물론, 이걸로 밥벌어 먹고 살 수는 없으니까 어디까지나 부업으로 하는 겁니다만..."


"그 부업은 어떤 걸 하는 거야?"


"살다보면 마을에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 생기곤 합니다. 날 때부터 그런 사람, 혹은 끔찍한 일을 겪고 미친 사람... 그런 사람들의 가족이 용한 의사의 소식을 듣고 찾아오면 치료해 주는 거지요."


"그런데 이렇게 우리 마을에 왔다는 건..."


"사람이란게 원래 자신이 모르는 것에 대해서 공포나 혐오감을 느끼곤 합니다. 그래서 저희 일족은 대대로 떠돌아 다니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렇게 말한 장고의 얼굴에는 피로감이 차있었다.


같은 마을의 사람들에게서 탄압 받아 살 곳을 찾아 헤메는 그의 모습에 돕고 싶다는 마음이 솟아올랐다.


이 마을의 구성원 대부분이 있을 곳이 없던 사람들이다.


위험만을 따지자면 뭐든 갈아버리는 내 만능 농기구도 충분히 위험하다, 장고 한 명만 거부하는 것은 불합리했다.




"내가 직접 모두가 보는 앞에서 장고의 최면에 받고 위험하지 않다는 걸 증명할게."


물론, 모두가 결사 반대했다.


하지만 이윽고 내 뜻이 굳건하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다른 사람이 최면을 받기로 했다.


드워프 중 한 명이 호기심으로 자원해 큰나무 앞에서 시연해 보였다.




"이제 당신은 물을 포도주로 느끼게 됩니다...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맛의 포도주로... 1, 2, 장고!"


"오오, 뭐냐 이 물은! 포도주 맛이 나고 있잖아!"



그 외에도 다른 여러 최면을 시도했지만 성공한 것은 대체로 본인이 하고 싶은 일에 치우쳐 있었다.


장고 본인이 말한 대로 당사자가 거부할 만한 일은 불가능한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고 흥미가 돋았는지 자기도 해보자는 사람도 있었고, 쿠로들이나 방석의 아이들도 눈빛을 빛내고 있었다.


그것보다 동물한테도 먹히는 건가?




"숲의 동물처럼 지능이 낮은 동물은 무리지만, 마을의 쿠로 씨 정도면 문제없을 겁니다. 어쩌면 술 슬라임도."


진짜냐. 은근히 약삭빠르다고는 생각했지만 그 정도인건가.



이리하여 최면술사 장고는 마을의 일원, 상담사 장고로서 받아 들여지게 된 것이었다.


뭐, 주로 이용하는 건 술을 아끼고 싶어하는 드워프나 부족한 단맛을 원하는 여성진들이었지만.


...그런데, 나한테는 남들에게 말할 수 없는 고민이 있다.


원래라면 굳이 남한테 상담할 일은 아니고, 무덤까지 가지고 갈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한번 죽었고, 이렇게 이세계에 와서 고민이 실제 문제가 되는 상황에 처했다.




"아니, 내 상담을 모두 같이 듣겠다니..."


"이것 만큼은 양보할 수 없습니다 촌장."


"그래요, 촌장의 안전은 곧 마을의 안전과 직결되어 있다구요!"


"앤 씨와 리아 씨 말대로에요. 히라쿠 씨는 좀 더 자신이 중요한 사람이란 걸 자각해야 된다구요."



티어의 말이 가슴에 날아와 꽂힌다.


그녀들은 나를 소중히 여기고 있고, 나도 그녀들을 소중히 여기고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내 욕망은 그녀들이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고, 결국에는 상처입힐 것이다.


그러니까 들키고 싶지 않은데...




"그렇게 숨기고 싶어하는 걸 보니 꽤 무거운 고민이 있나보네. 우리에게 털어놓지 않은 건 좀 분하지만... 그래도 서방님의 고민은 남의 일이 아니야. 우리의 고민이고 마을의 고민이지. 힘든 일이 있으면 함께 하기로 했잖아?"


그렇게 말하는 루루시에게 결국 함락 당하고 말았다.


여기까지 만이라면 좋은 이야기로 끝났을 텐데.




        [~히라쿠, 최면 상담후~]




"미안해, 서방님...! 당신이 그렇게 힘들어 하는 줄도 모르고..."


"히라쿠 씨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테니까 더 이상 괴로워하지 말아주세요...!"


"촌장을 위해서라면 다른 남자의 씨를 받아도 괜찮으니까요!"


"주인님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해내 보이는게 귀인족 메이드, 원하신다면 다른 남자와 잠자리를 가지는 것도..."




최면 중의 일은 기억이 안나는데 이거 설마...?


"촌장의 그... 네토라레, 라세 취향? 이라는 성벽이 탄로 났습니다."


장고가 비지땀을 흘리며 면목없다는 듯이 말했다.



"덤으로 촌장의 성벽을 형성하게 된 연애사에 대해서도..."


죽고 싶은 기분이다.


하지만 티어가, 앤이, 리아가... 루루시가, 내 여자가, 내 아내가 다른 남자에게 안긴다.


그런 말을 듣고 내 자지는 터질듯이 발기해 텐트를 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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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는 잘 못써서 짧게짧게 쓸 예정입니다.


그리고 꼴리는 시츄 추천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