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ㅁ...뭐?! 처...처녀?!?'


'그래, 처녀냐고. 똑바로 들은 거 맞으니 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



이런 어처구니없는 질문을 이해하자마자 방금 전까지의 부상 후유증으로 인한 고통조차도 잊고 분함으로 얼굴을 붉히며 손을 부들부들 떨던 그녀였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응..'


'좋아, 한 달 동안 유예기간을 줄테니 그 안까지 너의 처녀성을 포함해서 모든 것을 바치고 내 아이를 임신한다면 너의 탄원서를 에닉에 접수해주지'




'뭐?!??!?!!! 너 미쳤어?? 이.... 이 개같은 소아성애자 새끼, 너...너같은 건 그냥 죽어버려!!!! 아니, 죽더라도 니가 나한테 이딴 개소리한건 반드시 말하고 가겠어!!'


'죽음의 위기가 닥치니까 판단력도 떨어지나 보군, 최연소 CEO 양반. 저승길 선물로 굳이 대답해주자면... 이 상황에서 죽기 직전 너의 헛소리를 어느 누가 진지하게 들어줄지 정말 궁금하거든'





한 순간 황당함과 분노가 그녀의 타고난 똑똑함까지 능가했을 만큼 분명 말도 안 되는 요구였음에도 밉살스러울 만큼의 정론이었다. 슈엔한테는 자신을 싫어함에도 몸을 요구하는 이 미친 남자의 약점을 공략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여자로 타고난 본능이 약간의 꺼림칙함을 느끼긴 했지만 설마 자신같은 어린아이의 육체를 이 정도까지 노골적으로 원할 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음에도 그녀의 빠른 두뇌와 이러한 현실은 상상 이상으로 그녀의 사고를 빠르게 타협의 길로 돌려놓고 있었다.





(어쩔 수 없어, 이 자식 말고 내 목숨을 살릴 수 있는 사람은 없어. 이만큼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할 줄 알았다면 진작 도청기라도 가져올 걸 그랬지만.... 지난 건 지난 일이야..)


'혹시 도청기라도 가져올 걸 싶었나? 아 잠깐, 아까 우리가 무슨 말 했더라? 뭐 잘 기억은 안난다만 설사 너조차도 떠올리지 못한다 한들 별 상관없긴 해. 이 문을 나가면 니케형 집행일 전까지 우리가 만날 일은 다시 없을 테니까'


'...........!!'





슈엔은 아랫입술을 꼭 깨물었다






(버텨내야 돼, 이 순간만 이겨낸다면 분명 이 자식을 없앨 기회가 올거야)


'..........아니, 기억나게 해줄께. 네 말이 맞아. 지금 이렇게 된 마당에 거스를 수 있는 방법은 없겠지. 너가 원하는 대로 해도 좋아.'


'호오....좋아. 하지만 언제든지 물어뜯을 기회를 노리는 짐승을 억지로 굴종시키는 방식은 취향이 아니지. 그래서 잠깐 언급한 것 같지만 너같이 건방진 꼬맹이도 진심으로 이 일을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여러가지를 준비해놨어'


'뭐?'





한 순간이었지만 지휘관의 입가에 스쳐지나가는 비릿한 미소를 슈엔은 놓치지 않았다. 설마


'자 자, 일단 샤워부터 하고 와서 기다려. 즐거운 건 그 뒤야. 샤워실은 말 안해줘도 어딘지 알겠지? 난 잔업을 처리해야돼서'





커다랗고 흰 목욕 수건을 머리 위로 던진 뒤에 그녀의 모습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어느 새 뒤돌아 나가는 지휘관을 보며 슈엔은 잠시동안 멍하니 서있었다. 





ㅡ 샤워실


수도꼭지를 틀자 쏟아지는 찬물로 살짝 놀랐음에도 이내 기분좋게 떨어지는 온수에 아까까지의 상황은 흘려보내고 싶은 마음으로 몸을 맡기는 슈엔이었다



'그 자식..... 정말로 내 몸을 원하다니..'


'아무리 그 깡통들이 인간이 아니라지만.. 항상 그런 년들 사이에 둘러쌓여 있는데도 내 몸을 원한다고? 어떻게 돼먹은 거야 그 변태자식은!!'



한숨을 내쉬며 슈엔은 문득 자신의 몸을 바라봤다. 바디샴푸의 거품이 흘러내리고 있는 나신에는 약간의 멍 흔적을 제외하면 흠 한 점 없이 하얗고 매끈한 피부, 이제 2차 성징이 막 시작되고 있는 하반신에 탄력있는 허벅지가 돋보였다. 보다보면 은근하게 열등감을 자극하던 외모의 니케들 앞에서 성장 가능성과 더불어 여자로서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무기였던 셈이다.





'그것보다..... 그 녀석이 했던 말, 설마.... 정..정말로 나를 임신시키려고 한다는 거야? 대체 왜!?'


'.....이유는 모르겠지만.. 들을 수 없다면 나한테 좋은 방향으로 이용할 수 있는지부터 생각해야겠지, 그런데 배...배가 나온다면 업무는... 어떻게 처리하지? 옷은? 애초에 임신 사실을 어떻게 할 생각인거야? 으으..'




머리 속이 복잡해지는 것을 느끼며 구석구석 몸을 닦아내고 흰 수건을 몸에 두른 채 밖으로 나가는 슈엔이었다.






ㅡ 지휘관실


아직 채 물기가 가시지 않은 작고 흰 발로 바닥을 밟은 채 서 있던 슈엔한테 그새 잔업을 마치고 왔는지 먼저 침대에 와서 앉아있던 지휘관의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샤워를 꽤나 오래 하나 보군, 기다렸다. 여기로 와서 앉아'




쭈빗쭈빗하면서 걸어와 옆 자리에 앉은 슈엔의 긴장된 눈동자에는 문득 비춰진 지휘관의 풀어젖힌 와이셔츠 안 쪽에 자리잡힌 근육질의 가슴이 들어왔다.


가릴 것이라곤 흰 목욕 수건 하나를 위에 걸친게 고작인 그녀한테 있어서 앞으로의 일이 어떻게 벌어질지 예상하는 것은 아무리 성 경험이 없는 어린 숫처녀더라도 구체적이지 않은 선에선 자명했을 것이다.





'지금 당장 널 범하기 전에.. 아까의 주제를 다시 꺼내야겠지? 너같이 똑똑한 아이라면 예상했겠지만, 난 너의 몸만 원하는게 아냐.'


'....너, 너 내가 임신하길 정말 원하는 거야? 나한테 짐을 지우려고?'


'...조금 실망스러운 질문인데, 아무래도 자극이 너무 강했던 탓인건가? 다시 말하는 거지만 너의 몸만 바친다고 이 거래는 끝나는게 아니야. 너가 유예기간동안 임신하지 못한다면, 거래를 결렬하고 너를 넘기는 거지'


'하? 그러니까 그게 무슨 의미인거냐고!?!!'





착각일 수도 있었겠지만 슈엔은 한 순간 지휘관한테서 맡아지는 체취와 함께 아까 전 보여줬던 비릿한 미소를 다시 한 번 분명하게 느꼈다. 그런 느낌이 생각으로 발현되기 직전 눈 깜짝할 새 지휘관의 주먹이 날아들었다.





'카학!!ㅡ커윽....'



지휘관은 그대로 침대 위에 나동그라져 맞은 아랫배를 부여잡은 채 고통으로 신음하던 슈엔의 앞머리를 난폭하게 움켜잡아 올려 우악스레 자신의 얼굴로 들이밀고 말을 이어갔다.





'네가 낳을 아기가 곧 네 목숨이라는 사실에 조금 더 엄중해지라는 의미지. 지금이라도 당장, 설녕 집행선고가 해제된 이후에도 배가 커진 너를 니케형에 넘긴들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진 않을 거야. 만일 내가 지휘관직을 박탈당하더라도 아군 따위 없는 너가 죽음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해. 공교롭게도 다른 니케들은 임신이란 걸 하지 못해서 말야. 그래서 어린 너라도 목적성을 일깨워준다면 분명 임신 정도는 기꺼워하도록 조교되겠지?'



멀쩡한 얼굴로 태연하게 광인의 소리를 주워섬기던 지휘관을 바라보는 슈엔의 눈동자에 고통과 더불어 역력한 공포심이 서서히 짙어져 갔다. 이런 남자한테, 나는 그런 어리석은 질문을 했던 것이구나. 찰나에 무의식적으로 그런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설명은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고... 그럼 시작할까'


'흣....으.....흑.....콜록..'




그의 오른손이 아까 전 충격으로 거의 풀어질 듯 아슬아슬하게 슈엔의 상반신에 매달려 있는 목욕수건을 한 꺼풀 풀어헤치기 시작했다.






하 니케안하는데 이 씨발년 진짜 개꼴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