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배경의 소설 도입부임..읽고 평가좀 해주라





 고향에도 봄이 왔을 것이다. 나는 조용히 어머니께서 돌아가시던 집터를 그려보았다. 


 골목에는 오래된 담이 줄줄이 늘어서고, 뒤로는 개천가가 흘러가던, 샛누런 빛의 그 낡은 집 — 그 집터는 나흘만에 허물어졌다. 장례가 사흘간 치뤘음을 생각하면, 식이 끝나자마자 팔아넘긴 셈이다. 


 집을 허물고 남은 조그마한 땅은 삼백사십오 원 하고도 오십전에 팔려나갔다. 남정네 하나가 메마른 창자를 채워내고, 몇달간 놈팽이처럼 지내기에는 충분한 돈이었다.


 나는 그 돈으로 요시와라 유곽에 갔던 것이다. 도박을 하고, 여자를 사 밤을 보내고, 술을 꽤나 많이 마시었다. 해가 뜨는 유시부터 푸른 옥엽과도 같은 월광이 기와 사이의 틈을 비추는 축시까지 그렇게 며칠을 보내며 과거를 씻듯이 시간을 흘려보냈다. 사는 것도 죽는 것도 다 같으니, 무정한 하늘 땅에 외쳐본들 주제넘는 일에 불과할 것이었다. 


 남들처럼 태어날 때부터 호강을 즐기지는 못했으려니마는 이제라도 홍등가 그늘 아래서 십수 명씩 있는 창부들과 광대에 가까운 춤을 즐기며, 싸구려의 말초적인 쾌감을 추구하였다. 가끔씩은 메마른 흉곽을 적시려고 갈적색의 잎을 돌돌 말아 불을 붙이기도 했다. 그러고 있으면 몇몇 사람들이 뒤뚱뒤뚱 걸어와 합석을 청하는데, 이들도 그 조그만 잎을 물기를 즐기며 찌꺼기와도 같은 인생을 살아가는 놈팽이들이었다. 


 아직도 선선히 기억에 남는다. 이리야역에서 내려 니혼바시 근처 옆길로 몇 번 돌아가면 나오는, 수려한 장식이 분분히 달린 하카테차야. 특히 내가 즐겨 방문했던 곳은 하리미세다. 북쪽으로 들어가서 한참 깊숙히 들어가면 나오는, 철창이 줄줄히 선 인간적인 천국, 그곳을 찾아들기를 즐기였다. 요즈음 말로 하자면 찰나의 타락한, 그러한 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나 그마저도 꿈, 꿈이면은 좋겠다. 지금 내 눈앞에 놓인 것은 깨진 거울을 버러지같이 들여다보는 하나의 부랑아였다. 새로이 얻었던 일시적 환락은 다 떠나갔고, 이제는 악마와도 같은 빈곤이 찾아와 나의 추악함을 지적하고 있었다. 


 필연컨대 나는 오늘 죽어야만 할 것이다. 이미 천장에 노끈도 묶어두었고, 잠깐의 결단이면 모든 심려를 다 떠나 편안한 사체가 될 수 있으려마는, 이 짓을 행하기 전에 한 가지 글을 남기고자 한다. 그 글은 과거 만났던 홍진이라는 창부에 대한 것이다.






*요시와라 유곽: 전근대 일본의 집창촌

*하카테차야: 오이란(고급 창부)을 소개해주는 찻집

*하리미세: 주로 저급 창부들이 모인 유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