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노트에 글씨를 찍어보네. 이 사태의 평범한 생존자였던 내가, 이 날을 계기로 달라졌고, 곧 죽게됐지. 

 오늘 날짜는 2027년 이후에는 세지도 못했으니 정확하진 않지만, 아마 6년 전 이었을거다. 의주에서 발생한 사태는 보는 너도 알거고 쓸데없이 분량만 길어지니 그냥 넘길께.

 사태 당시 나는 평양의 샐러리맨이었고, 의주와는 거리가 떨어져있으니 비교적 안전했다. 이제 피난만 가면 됐었다....

하지만 피난 준비를 하자마자 [매진과 동원]이라는 숙명같은 존재가 날 덮쳐왔다. 그들이 사람이었다면 난 저항도 못한채 붙잡혔을 것이다. 어찌저찌 1달 뒤에 출발하는 기차표를 샀지만, 그 전에 날 붙잡듯이 동원령이 떨어지고, 나는 군에 입대했다.
근데 이게 웬걸? 상당히 꿀이었다. 공군이 대동강 다리를 전부 끊어 방어선을 구성했고, 감염체들은 당분간 건너오지 못했다. 이곳이 군대가 맞냐는 느낌이 들기도 했고, 평화로운 전쟁이라니 괴리감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느낌은 오래 가지 못했다. 마치 학교의 쉬는시간처럼. 닷새 정도가 지나자 감염체들이 강남으로도 들어왔고, 결국 방어선은 무너져 군부대의 군대들은 전부다 쪼개졌다. 최소한 나는.

 군대들이 쪼개진 후 나는 귀소본능이 생긴거 마냥 내 집으로 도망갔다. 어떻게 이렇게 멍청한 짓을 했냐 생각할 수도 있을거다. 지금도 멍청한 짓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때는 나라가 난리였고, 탈영했다는게 밝혀지면 죽는게 뻔하니까.

  2년 정도는 집에서 주변의 식량들을 줍줍하며 살 수 있었다, 지루해서 미쳐버릴거 같았지만. 은신처가 있고 식과 주도 충족할 수 있는것에 안도감을 살고 있었다.

 2년 뒤에는 집주변의 식량도 전부 고갈됐고, 정들었던 집을 버리고 유랑생활을 해야했다. 이 삶은 4년정도 계속되다, 변화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