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판금화가 이뤄진 시점에서의 갑옷은 그림과 같이 고관절 부분의 좌우 가동을 신경써서 사타구니 부분에 거추장스러운 금속 구조물을 달아놓지 않은 형태였음


비어 있는 사타구니나 겨드랑이, 팔꿈치 등의 부위는 사슬 치마나 사슬 소매 등을 덧입거나 혹은 갑옷 내의로 입는 더블릿에 사슬을 덧대어 보완하는 식으로 해결했고


그럼 갑옷에 코드피스를 달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그건 의류와 관련된 세상만사 모든 것이 그렇듯이 패션 때문임


중세 시대에 입던 바지는 나일론 등의 신축성 좋은 섬유가 개발되지 않았다는 점 때문에 대부분 이렇게 펑퍼짐한 형태를 띄었음


문제는 갑옷은 사슬갑옷 시절부터 몸에 딱 맞도록 제작하는 물건이었기에 대충 아무 펑퍼짐한 바지 위에 껴입으면 뒤지게 불편하다는 거




그래서 구라파 놈들은 갑옷 안에 입어도 불편하지 않은 쫄바지를 만들 수 있도록 고심한 끝에 아이디어를 냄


신축성 없어서 불편한 부분은 고관절이랑 무릎 부분인데 무릎 부분은 다리를 굽혀서 좀 밀려 올라와도 크게 불편하지는 않으니 고관절 부분을 분리하자는 것


그래서 구라파 놈들은 바지를 양쪽 다리 부분으로 쪼개서 입는 폭거를 저질렀음


이 양쪽으로 쪼갠 다리 부분은 사슬갑옷을 입을 때 다리 부분 내피로 쓰던 부분의 이름을 따서 쇼스라고 불렀음


문제는 쇼스만 입으면 정작 고간 부분이 휑하게 드러나는 쥬지까꿍바지가 되는지라 쥬지가 금속에 으스러지는 대참사와 안구테러를 막기 위해서는 가리개가 필요했다는 거


그래서 그 고간 가리개를 코드피스라고 부름




그렇게 코드피스가 등장했음


원래는 쇼스와 코드피스는 갑옷을 풀세트로 입는 자라면 누구나 착용하는 물건이었지만, 그렇게 입는 인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기사들이 점차 귀족화되며 귀족 패션의 전유물 비스무리한 것이 되어감


그리고 누구나 귀족 패션을 따라하고 싶어했기에 이 외설스러운 고간가리개 패션은 널리 퍼져나갔고




이 꼴뵈기 싫은 패션의 확산으로 인해 혹자는 갑옷에도 사슬 고간 보호구 대신 코드피스를 달아버리려 하기도 했고


헨리 8세같은 멋쟁이들은 사타구니가 잘 드러나지 않는 복장을 입었을 때도 '나는 코드피스를 입은 패셔니스타다'라는 것을 굳이 강조해서 드러내기 위해 코드피스에 뽕을 넣어서 고간의 크기를 부풀리기까지 함




그렇게 코드피스는 드러내면 좋은 패션의 상징, 크면 클수록 좋다 등 해괴한 패션 상식들이 쌓이고 쌓여서 등장한 것이


굳이 난 갑옷에도 코드피스를 붙인 패셔니스타다라는 걸 강조하고 싶어서 만든 강철쥬지


그 와중에 갑옷 거동에 불편하지 않도록 고간에서 떨어져 있게 유격을 두어 실용성을 해치지 않게 한 건 덤이고




이제 장붕이들은 갑옷에 코드피스같은 강철쥬지가 달린 것이 자신의 패션감수성을 드러내고 싶던 인싸들의 끔찍한 만행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