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포유류와는 달리, 어류는 인위적인 시술이 아니더라도 성전환이 가능하다.


이는 확실하지 않으나 번식을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 집단에 수컷들이 줄어들면 암컷이 성전환해 성비를 맞추는 식으로 말이다. 또한 물고기는 체외수정을 하기 때문에, 체내 수정을 하는 육상동물보다 생식기관 구조가 단순해서 쉽게 성전환을 할 수 있다.


성전환이 가능한 물고기를 다 모으면 500여 종이 넘지만, 그걸 다 적기엔 여백이 부족하므로 딱 세 종만 골라봤다.

1. 흰동가리


픽사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로 잘 알려진 흰동가리는 농어목 자리돔과의 소형 어류다.


몸에 있는 하양과 붉은색 패턴이 어릿광대의 복장을 닮았다고 해서 영어로는 'Clownfish'라 불린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사실 흰동가리아과에 해당하는 물고기는 무려 20여종에 달한다.


이중 니모의 모티브가 된 종은 사진 속의 '오셀라리스흰동가리'(ocellaris clownfish/Amphiprion ocellaris)라는 종이다.


한국에도 남해와 제주도 앞바다에서 '클라크흰동가리'(Clark's anemonefish/Amphiprion clarkii)가 서식하고 있다.

<니모를 찾아서> 속 말린과 코랄이 순애를 보여줘서 착각하기 쉬우나, 사실 흰동가리는 무리 생활을 하는 물고기다. 700여 개의 알에서 생존한 개체들은 바다를 떠돌며 성장한다. 그러다 거처로 삼기 좋은 말미잘을 발견하면 거기서 삶을 살아간다.


보통 흰동가리들은 생후 12개월이 지나면 수컷으로서 성이 정해진다. 그렇게 말미잘에 여러 흰동가리가 모이면, 그중 단 한 마리만이 암컷으로 변해 우두머리가 된다.


위 사진처럼 암컷은 수컷들보다 기본적으로 훨씬 큰 덩치인데, 수컷들을 이끌며 합법역하렘쇼타콘의 삶을 누린다.


물론 그 많은 역하렘 중에서도 정실은 단 한 명이다. 남은 수컷 중 제일 덩치 큰 개체만이 정소를 발달시켜 정실의 자리를 차지한다.


남은 수컷들은 훨씬 크고 실한 암컷을 따라다니며 빵빵단의 삶을 살아간다.


만약 암컷이 죽으면, 그 정실 자리이던 덩치 큰 수컷이 암컷으로 성장해 다시 무리를 이끈다. 이때 암컷으로 변한 개체는 정소가 사라지므로 다시 수컷으로 돌아가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2. 파랑비늘돔(앵무고기)


파랑비늘돔은 놀래기목에 속하는 어류로, 주로 대서양과 태평양 지역에 서식한다.


특유의 부리가 앵무새를 닮아서 앵무고기라고도 불리며, 영어로는 아예 'Parrotfish'라고 표기한다.


위 사진처럼, 밤이 되면 점액질의 막을 쳐서 천적에게 냄새가 들키지 않게 하고 자는 습성이 있다.


또한 산호를 먹은 뒤 소화할 수 없는 물질은 배설한다. 이 배설물이 쌓여 모래가 되며, 카리브해 일대의 모래는 이 파랑비늘돔의 배설물로 많이 구성되어 있다.


맛이 은근 좋아서 식용으로도 쓰인다. 하지만 독성 산호를 먹고 축적된 성분이 맹독이 되기도 해서, 일본 등의 국가에서는 몇몇 파랑비늘돔 식용을 금지하고 있다.

이들은 흰동가리처럼 무리생활을 한다. 많은 놀래기목 어류가 그렇듯 수컷이 여러 마리의 암컷을 이끄는 하렘을 구성한다.


태어났을 때는 모두 암컷이지만, 무리를 구성하면서 제일 나이 많고 큰 개체가 수컷이 된다.


자기 스스로 남자로 변해, 주변 암컷들이 자동적으로 농이 되버리는 시스템인 셈이다. 


그렇게 훨씬 작은 암컷들과 생활하며 농농단의 삶을 만끽하던 수컷이 죽으면, 남은 암컷 중 제일 큰 개체가 수컷이 되어서 농농단을 이끈다.


3. 리본장어


리본장어는 이름 때문에 오해하기 쉽지만, 뱀장어과가 아니라 곰치과에 속하는 물고기이다. 특이한 인기가 있어 수족관에서도 볼 수 있다. 허나 워낙에 수질과 먹이에 민감해 사육 환경에선 1개월 이상 살리기 힘들며 1년 이상 키우는 곳은 손에 꼽는다. 


반대로, 그런 스트레스 요소가 없는 야생에선 20년 정도를 살아간다. 자연 상태의 리본장어를 보고 싶다면 스쿠버다이빙을 배워보자.


태평양의 따뜻한 물속에서 살아가며, 다른 곰치처럼 몸속에 독이 있어 식용할 수 없다.


리본장어의 특징은 위의 두 종처럼 살고 있는 환경에 따라 성전환을 하는 것이 아닌, 삶의 일정 주기마다 여러 번 성전환을 한다는 점이다.


먼저 어린 리본장어는 검은색의 몸(B번 사진 왼쪽)이지만, 성숙하면 온몸이 파란 수컷(A 사진)이 된다. 여기서 다시 온몸이 노란 암컷(C번 사진)으로 변했다가 파란 몸에 노란 지느러미를 가진 수컷(D번 사진과 B번 사진 오른쪽)으로 변한다.



즉, 이 종은 살면서 취향이 바뀔 때 빵빵단에서 쇼타콘으로 변했다가 농농단으로 변한다는 거다.


이렇듯 자연에는 영원한 TS 농농단과 영원한 TS 빵빵단은 물론 TS 농쭉빵쇼타콘도 존재한다.


우리도 이처럼 다양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인정하며 살아가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