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가의 사생아로 태어났는데
엄마는 낳아주자마자 죽고
아빠는 자식취급 안해주고
사생아긴 한데 피는 이었으니까 쫒아내지는 않고 대놓고 학대도 굳이 안 하는데
몸이 엄청 약해서
멍도 잘 들고
넘어져도 골절에
뼈도 잘 안 붙고
깨어있으면 언제나 고열과 두통을 달고 살고
피 섞인 기침은 늘 나와서 숨 쉬는것도 고통스럽고
음식도 많이 못 먹는데
영양흡수 효율도 극악이라 비쩍 마른데다
걷는 것도 파들대고
햇빛 쬐면 화상입어서
맨날 침대 위에서 책만 읽으며 사는데
시종들의 업신여김이나 무시 속에서 자라며 밥도 가끔씩 굶고
배다른 형제자매들 같은 가족들은 그녀에게 관심 하나 안 주고
무관심과 고요 속에서 뒤틀리다가
그런 삶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자신을 증명해보려 열심히 노력하지만
재능도 하나 없고 그렇게 똑똑하지도 않은데다
아무리 노력해도 약하기만 한 몸과 맞물려 자신을 혐오하게 되고
뭔가를 하려 할 때마다 약한 몸이 아무리 애써봐도 발목을 잡으니
결국 전부 포기해버려서
죽을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천천히 죽어가는 몸 안에서 멍하니 숨만 쉬다가
어느 날 조용히 숨을 멈추는 거지
장례식도 없고, 슬퍼하는 사람 없이.
저택과 먼 곳 어딘가의 공동묘지 구석에서 이름 없는 비석 밑에 추모하는 이 하나 없이 묻히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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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폐가 맛보고싶은 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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