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배경은 1980년대의 남아공


당시 남아공에서는 피부색이랑 종족의 차이를 가지고 서로를 강제로 분리하는 몹쓸 악법인 아파르트헤이트가 존재하고 있었어.


차별에 의해서, 차별을 위하여 만들어진 이 더러운 악법의 취지는 ‘백인이랑 순혈 엘프들을 유색인종이랑 다크엘프 같은 유색 원주민 엘프들로부터 격리시키는 것은 차별이 아니다’라는 얼토당토 않은 발상에서 시작되었지만 그 본질은 차별을 정당화 하기 위한 추악한 신분 제도 정책에 불과했었어. 


단순히 그들 사이를 분리만 한 게 아니라 유색인과 하프엘프, 혹은 다크엘프들은 백인이랑 순혈 엘프들이 쓰는 것보다 열악하고 비위생적인 시설만 이용해야 했던 게 현실이었지. 


이야기의 주인공인 잭은 어렸을 적 남아공으로 이민을 온 영국계 백인이였어. 


잭의 아버지는 남아공에서 알로에 농장을 운영하였는데 농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의 대다수는 고용임금이 매우 저렴하던 흑인이랑 다크엘프들이 대다수였지. 


이들은 새벽 해가 뜰때부터 저녁노을이 질때까지 죽어라 일했었어. 


알로에 가시에 베여 온 몸에 상처가 나고, 무거운 알로에를 옮기느라 등이 휘어질때까지 일을 한 것의 대가라고는 간신히 풀칠을 할 수준의 쥐꼬리만한 돈밖에 받지 못하였지만 그들한테 있어서는 이것도 매우 귀중하기 그지없었지.


그러다가 잭이 29살이 될 무렵, 그의 아버지가 풍토병으로 돌아가시고 잭이 아버지의 알로에 농장을 물려받게 되었어.


잭이 농장주가 되자 그는 농장에서 일하는 흑인들이랑 유색엘프들의 임금을 조금씩 인상해주었고 휴식시간도 적절히 주었으며, 일하는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나름 깔끔한 시설도 지어주는 등등 그들의 처우를 조금씩 개선해주려 했었어. 


잭은 딱히 농장을 관리하는 일에 큰 관심이 없었을 뿐더러 그가 어렸을 적에 알로에 농장을 돌아다니던 도중 일하다가 열악한 처지에서 과로사한 어느 다크엘프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었기에 자신은 절대 그들을 그런 식으로 혹사시키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였지.


당연히 잭의 행실에 농장의 일꾼들은 그를 우러러보고 칭송하였지만 남아공 정부는 잭의 그런 행동이 아니꼬왔는지 세금을 추가로 부과하거나 벌금을 매기려는 등 별 이상한 트집들을 잡아가면서 그를 조금씩 압박해 나가려고 했었지.


그러던 어느날 잭이 알로에 농장을 시찰하러가던 중에 그는 어느 다크엘프 여자랑 눈이 마주치게 되. 


까무잡잡한 피부와 그 피부색에 대비되는 긴 생머리의 은발, 그리고 루비색의 영롱한 눈빛이랑 햇살같은 환한 미소가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지. 


잭은 하루종일 그녀한테 시선이 팔려서 그날의 시찰을 건성건성 대충 넘겨버려.


집으로 돌아온 잭은 그녀의 이력서를 찾아 그녀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게 되었지. 


그녀의 이름은 마리아 네리리, 반투스탄(백인이랑 순혈 엘프 정권이 유색인종이랑 유색 엘프들을 강제로 격리시키려 설립한 자치령) 출신으로 4자매의 장녀였었어. 


늙은 노모가 에이즈에 걸려 입원히게 되자 병원비를 벌기 위해서 알로에 농장에서 일하고 있던거였지. 


잭은 이력서에 있는 마리아의 사진을 한참동안 바라다보았어. 


그 뒤로 잭은 시찰을 핑계대면서 며칠에 한번 꼴로 농장을 방문해 멀리서 그녀를 바리다보곤 했었지.


그러던 어느날 그는 평소처럼 그녀를 보러 농장으로 왔다가 그녀가 보이지 않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어.


잭은 그녀와 친하던 하프엘프 동료 한명을 불러서 그녀한테 무슨일이 있었는지 물어봤지.


그녀의 동료왈, 오늘 그녀는 갑자기 열병이 나서 노동자 보건실에 누워있다고 말했어.


소식을 들은 잭은 그녀의 안위가 걱정되어 노동자 보건실쪽으로 발걸음을옮겼지.


노동자 보건실로 가자 수액을 맞은 채 침대에 누워 새근새근 자고 있는 마리아가 보였지.


잭은 곤히 누워자고 있는 마리아 옆에 앉아 그녀의 은색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었어.


그녀의 부드러운 머릿결은 마치 비단실을 만지는 듯한 느낌이였지.


잭은 시간이 가는줄도 모르고 그녀의 옆에 앉으며 그녀를 계속 간병했었어.


그렇게 몇시간 뒤, 마리아는 열이내려가고 어느정도 몸상태가 나아졌는지 잠에서 깨어났어.


그리고 살며시 떠진 그녀의 눈에 들어온 모습은 그녀를 간병하다 의자에 앉은 채 졸고 있는 잭의 모습이였지.


그 모습에 마리아는 깜짝놀라 소리없는 비명을 질렀어.


어째서 자신의 주인님이 여기에 계신건지, 왜 자신을 간병하고 있는건지 혹시 설마 자신이 지금 주인님한테 폐를 끼친 것은 아닌지.


온갖 복잡한 생각들이 마리아의 머릿속에 떠다니던 찰나에 잭도 잠에서 깨어났었지.


잭이 잠에서 깨어나자 마리아는 아직 완쾌되지 않은 몸을 이끌고 잭 앞에 엎드리며 죄송하다고 빌기 시작했어.


다시는 주인님한테 이런 폐를 끼쳐드리지 않을 테니까 농장에서 쫒아내지만 말라고 사정하면서 말이야.


영문도 모른 채 마리아의 폭풍사과를 받게 된 잭은 당황하면서 그녀를 달래기 시작했어.


너가 아픈 것은 너의 잘못이 아니라고, 그리고 직원들의 건강을 살피는 것도 자신의 의무라고 그녀를 다독였지.


마리아는 불안이 가시지 않았는지 여전히 벌벌 떨면서 자신이 쫒겨나지 않을까를 걱정하였지만 잭은 따듯한 미소와 포옹으로 그의 불안한 마음을 달래주었어.


생전 처음 느껴보는 이 따뜻한 감정에 마리아의 가슴 한 곳에서 무언가가 뭉클해져왔지. 


마리아는 겉으로는 힘든 내색하지 않고 항상 밝게 지내왔었지만  사실 속으로는 굉장히 슬픈 감정들을 묻고 사는 이였어.


반투스탄이라는 열악한 환경에서 태어나고자랐던 그녀의 삶은 어둡기가 그지없었던 나날이였지. 


사별한 아버지 대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그녀의 어머니는 반투스탄의 집장촌에서 몸을 팔면서 마리아랑 그의 자매들을 양육하고 있었지.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불행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마리아의 어머니는 호객 행위를 잘해서 자식들을 어느정도 먹이고 살릴만한 처지는 되었었지.


하지만 몇년전의 어느날 그녀의 어머니는 에이즈에 걸리고 말아. 


 다크엘프랑 인간은 면역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HIV 바이러스가 다크엘프의 몸속에서는 오래 살아남지 못한다는 점이 밝혀졌는데 집장촌이 이 점을 악용해서 에이즈 걸린 백인들이나 엘프들을 상대로도 호객행위를 시작한거지. 


마리아의 어머니는 수많은 에이즈 보균자 백인들의 손을 거쳤고 결국 마리아의 어머니는 그만 면역 체계가 박살난 나머지 앓아눕고 말아.


제 아무리 인간보다 우월한 면역 체계를 가진 다크엘프라지만 콘돔이고 나발이고 피임기구 한개도 제공해주지않는 비위생적인 환경에서는 버티는데 한계가 있었지.


그녀의 어머니는 HIV가 나을때까지 집창촌으로부터 무기한 휴가를 받았지만 사실상 해고통지나 다름이 없는 얘기였어.


더이상 어머니가 병으로 일을 못하게 되자 이제 장녀인 마리아가 가정의 기둥을 도맡아야만 했지.


 생계가 막막해진 마리아는 우연히 알로에 농장 구인구직 광고를 보게되었고 비록 낮은 임금이었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농장에서 일을 하게 되었던거야.


이런 불행한 일들을 겪었기에 마리아 한테 백인과 순혈엘프는 증오의 대상이나 다름이 없었어.


그녀한테 있어서 백인과 순혈엘프란 오만하고 독선적이고 남들을 깔보기만 할 줄 아는 그런 존재들이였지.


하지만 마리아가 잭한테서 느낀 감정은 그런 부정적인 감정들이 아니였어.


그녀가 여지껏 느껴보지 못하였던, 온화하고 남들의 마음을 헤아릴줄 아는 따뜻한 감정들을 그한테서 느꼈지.


이전까지만 해도 마리아는 주인인 잭을 어느정도 나쁘지 않은 사람으로 보는 한편 그의 어느 한구석을 의심하고 있었지만 이 일을 계기로 그는 잭한테 서서히 마음을 열게 되었지.


그 뒤로 이번에는 마리아가 잭한테 조금씩 다가오기 시작했어.


잭이 농장을 시찰 올때마다 손수 만든 간식을 그한테 건네주거나 따가운 뙤약볕이 잭한테 닿지 못하게 양산을 씌어주는 등 점차 잭이랑 거리를 좁혀나가려 애썼어.


한편속으로는 마음 속 몰래 얼굴을 붉히면서 마치 10대의 소녀 마냥 수줍게 자신의 속마음을 숨기려 애쓰기도 하였지.


잭도 그 나름대로 마리아한테 이것저것 영국에서 배달 온 물건들을 그녀한테 선물해주거나  그녀한테 티타임을 권유하는 등 그녀와의 거리를 좁히려고 노력을 했었어.


서로의 노력이 통하기라도 한 것일까, 잭이 먼저 그녀한테 고백함으로써 둘은 마침내 서로 사귀는 사이로 발전을 하게 되었어. 


물론 사회가 사회인 만큼 그들의 사랑은 겉으로 드러날수가 없었지만 남들의 시선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들은 서로 은밀한 비밀 연예를하면서 서서히 사랑을 키워나갔어.


둘 다 쑥맥이였던지라 아직 그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가벼운 입맞춤까지 하는 정도의 관계로 급속히 관계가 발전을 하였지.  


사실 둘의 관계는 이미 농장의 직원들도 다 눈치챌만큼 좀 노골적이긴 했지만 농장직원들 역시 착한 주인이랑 성실한 다크엘프의 풋풋한 사랑에 어느정도 감명을 받았는지 다들 모른 채 해주고 있었어. 


하지만 둘의 사랑을 하늘이 보고 시기라도 하는 것일까, 아파르헤이트 체재는 시간이 흘러갈수록 점점 더 폭압적으로 썩어문드러지기 시작했고 정부의 탄압수위도 점점 더 높아져만 갔었어. 


남아공 정부는 자신들의 줏대없는 기준으로 사회적, 종교적으로 불온하다 판단되는 것들을 모조리 금지시켰고 일요일에는 안식일이라는 명목으로 하여 모든 시설에 대한 휴무를 강제했었지.


이 지긋지긋하기도 짝이 없는 체재에 염증을 느낀 몇몇 백인이랑 순혈 엘프들도 하나 둘 씩 양심껏 소신껏 흑인들이랑 다크엘프들의 편에서서 아파르트헤이트에 반대를 하기 시작했어. 


남아공 정부는 이들을 반역자로 몰아세워서 죄다 체포 한뒤 김방안에다가 잡아넣거나 비밀경찰을 통해 암살하는 방식으로 불만을 진압 해왔지만 그럴수록 불만은 점점 불에 기름을 들이붓듯이 커져만 갔지.


남아공 전역 곳곳에서 아파르트헤이트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고 몇몇 지역에서는 유혈진압에 맞서 폭동을 일으키기도 했어.


이 모습을 본 잭은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의 붕괴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하게되지.


그래서 잭은 아마 그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후회할만한 선택을 하게 되고 말아.




2편은 쓰기 귀찮아졌으니 장붕이들이 대신 써와주는 데스우 데프픗

세레브한 와타시는 1편만 운치처럼 싸고가는게 너무 좋은 데샤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