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관장님, 그게 무슨..."



"말그대로야. 마음의 평화를 얻으려면 요가 같은거나 하라고. 좌선 같은걸 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도 있지. 하지만 무(武)라는건 아무리 미화시키고 아무리 스포츠화가 되었다 하여도 그 뿌리는 상대를 때려눕히고 재기불능으로 만들고자하는 살인기.

결국 투쟁심이 없으면 춤사위나 다름이 없는 수준에서 그칠 수 밖에."



"하지만 관장님, 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모든 무술이 살인기에 그치지 않는다면, 격투기를 배움으로서 겸손과 행동교정이 이루어진 경우도 다수 존재하지 않습니까? 그 사람들이 전부 거짓말을 한단 말입니까?"



"인류가 오랜 세월 고도로 현대화된 사회에 살면서, 이 사회의 구성원들은 '평화 네이티브'가 되었지. 날때부터 평화로웠고, 투쟁심은 커녕 투쟁의 본질도 알지 못해.

그 과정에서 인류가 잃은 가장 큰 지식이 무엇인지 아나?

바로 '상대를 때리려면 나도 맞을 각오를 해야한다. 그 어떤 상황에서라도'라는 중요한 가치야.

예를 들어보도록 하자. 여기 불량배 소년이 있어. 이 소년은 사람을 거리낌없이 때리고 괴롭힌다네. 왜냐면 투쟁의 본질을 모르는 자들만을 때렸기 때문이야. 본인 역시도 투쟁의 본질을 모르기 때문이야. 이 기고만장한 소년이 그 오똑한 코를 격투기 도장에 들고왔다고 가정을 해보자. 하지만 나처럼 키도 작고 후즐근한 중년을 보면 누구라도 방심을 하고 말거야.

KO라는건 당하면 아무 생각도 들지 않지. 내가 쓰러진다기보단, 바닥이 나를 향해 일어서는 감각. 그런 감각을 몇 번 느끼면 알게 된다네.

잊고있었던 '맞는다'는 감각.

고슴도치에는 가시가 있고, 벌에겐 침이 있고, 뱀에겐 독이 있어.

자연에선 너무나 당연했던 진리를 우리는 잊은거야.

아무리 약해보이는 자라도, 포식자를 물어뜯을 수 있다는 것을.

겉으로 약해보이는 자라고 해도, 포식자일수 있단 것을.

그리고 역설적으로 야생을 알아야, 투쟁을 알아야 비로소 현대 사회의 가치를 알게된다는 것이지. 평화라는게 어떤 무게의 가치인지를.

평화는 자신을 거세시키는 가치가 아니라, 자신을 살려주는 가치였단 것을."



"잊어보이게 말씀하셨지만, 결국 쳐맞으면 교정된다는 것이군요."



"넌 교정이 덜 된 거 같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