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했습니다 나리!"

"휴... 이런 숲길을 다닌건 처음이라 지치는군. 자 여기 팁일세"

"...금화?! 이런 큰 돈을 받을수는 없습니다!"

"괜찮네, 오늘길에 말동무 겸 자세한 지역사정을 얘기해준 답례니까. 아까 말했던 두 딸에게 새 목걸이나 사주게"

"그렇다면 감사히...근데 행색만 보면 어디 대부호로 보이시는데, 이런 낙후된 곳엔 어쩐일로?"

"말하자면 길어지는데... 간단히 사업을 하러 왔다고만 해두지."




이곳은 왕국 남부의 작은 산림지대인 프레란드
10년 전 과세를 반복하던 지방관이 민중의 반발에 의해 쫒겨난 후, 자치의회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곳이다

"역시 멍청한 것들은 착취도 제대로 못하는군. 나라면 좀 더...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뜯었을 텐데"

보이는 거라곤 숲밖에 없는 척박한 곳이지만, 특별히 이곳에 찾아온 이유가 있으니
지질학자들의 말에 따르면 이곳 지하에 엄청난 양의 마광석이 매장되어있다고 한다

"이 마광석을 제도에 유통할 수 있다면... 금융업 따위론 상상도 못할 금이 내 손에 들어온다...!"

행복한 상상을 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중앙 광장에 도착했고, 마을에선 마침 혁명 10주년 행사가 이뤄지고 있었다

"위대한 의병 로렌트 훅과...그와 함께한 민중들을 위해 건배!"

""건배!!""

이때까지 참석했던 수많은 사교모임과 호화로운 파티에 비하면 소박했지만, 그렇기에 나오는 특유의 정겨움이 마냥 싫지만은 않았다

"...어때요? 이런 마을 축제도 나름의 흥이 있죠?"

갑작스런 목소리에 등을 돌아보니, 그곳에는 한 남자가 서있었다

"그렇네요...근데 누구..."

남자는 아무말 없이 웃으며 광장 중앙에 있는 동상을 가리켰다

"...아! 당신이 그 위대한 의병?"

"뭐 그렇게도 불리죠. 그나저나 차림새를 보니 평범한 방문자는 아닌것 같은데, 다른 곳에서 얘기할까요?"

그렇게 나는 여관 2층의 개인실에서 그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니까 그 마광석이 이 숲 밑에 묻혀있단 건데... 네 말대고 개발한다 한들 결국 남 좋은 일만 하는거 아닌가?"

"마광석 판매액의 5할은 지방 의회에 내겠다고 약속하죠. 혹여나 속인다면 당신들은 절 내쫒으면 없던 일이 되니 손해볼건 없지 않나요?"


물론 시세 판단은 이쪽에서 할 거고, 만약 날 내쫒으려 해도 용병을 고용해 위협할 생각이다

로렌트도 나를 완전히 믿는것 같진 않았지만, 광산 개발 계획은 승인해주었다

"그럼 개발 자금은 이쪽에서 대는 대신... 처음 1년동안만 8할을 이쪽에서 가져가는걸로..."


그렇게 광산 개발은 시작되었고, 나는 더욱 신뢰를 얻기 위해 이곳에 남아 직접 광산 개발을 감독했다

그러던 6개월 후...




"그 개자식이 사병을 끌고 돌아왔다! 무기를 챙겨!"

객사한 줄 알았던 지방관은 이웃 백작령의 후원을 등에 업고 다시 나타났고

나는 걱정스런 마음으로 로렌트에게 물었다 


"괜찮은 건가요? 혹시라도 광산에 공격이라도 당하면..."

"어찌 그런 말을, 저희 의병대가 이미 집정관의 군대를 물리쳤단걸 모르는 겁니까?"

로렌트는 확신에 차있었지만, 그럼에도 역시 불안한 건 어쩔수 없었다

'이 사업에 금화 몇천장이 들어갔는데, 여기서 고꾸라질수는 없어'

나는 온갖 곳에서 용병을 고용해오며, 이 걱정이 기우이길 바랬지만...

"지원군을 이끌고 돌아왔네 로렌트는?"

"그...로렌트 님은..."

로렌트는 지방관과의 여러번의 전투 끝에 패배해 사망했고, 지방관의 사병이 내 광산이 있는 이곳으로 온다는 절망적인 소식만 들려왔다

'...지금이라도 지방관 쪽에 붙어야하나? 아니, 광산 감독으로 머무른것 때문에 꼬리를 잡힐수도...'

막대한 투자 실패에 절망하던 중, 옆에 있던 쫄병 하나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그러면... 이제 뭘 해야하죠?"

"뭐?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내가 어이없어 하자, 그는 내게 어떤 종이 한장을 건내줬다

하아... 이럴 줄 알았으면 그 능글맞은 은행가 말을 들을 걸 그랬군
이대로 지방관에게 다시 짓밟힐 바에는...그 은행가를 붙잡고라도 버텨 주겠다
그에게 내 모든 권력을 위임할것을 이 문서로 선언한다
-로렌트


"뭐...? 로렌트 이 미친 작자가!!"

나는 순식간에 공식적으로 로렌트에 이은 혁명군의 후계자가 되어있었고,

여기서 모든 손해를 감수하고 도망친다 해도 지방관과 그 뒤에 백작에게 쫒겨다녀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젠장...이렇게 된 이상 따면 잭팟 아니면 파산이다... 모든 자금을 용병 재정비에 돌려야겠어!"


자원 개발로 돈 좀 뜯으려다 제 발에 걸려 혁명군 수장으로 몰리고,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원치않은 혁명가 행세까지 하게되는 속물 캐릭터가 보고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