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마는 힘을 내려주는 조건으로, 나에게 쓸모 없는 것 3가지를 가져가고 싶다 말했다.

그것을 가져간 뒤에는 처음부터 그것들이 필요하지 않은 몸으로 만들어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아, 물론. 목숨이 짧아지던가, 사람이 아닌 것으로 바꾸는 사기꾼 같은 짓은 하지 않습니다."


첫 번째로 가져간 대가는 눈물이었다. 


"정확히는 슬프거나 기쁠 때, 북받쳐 오르는 그 감격의 눈물을 가져갈 것입니다."


"이제 당신은 얼굴이 빨개질 때까지 울어서 코를 훌쩍이거나, 딸꾹질을 하거나, 감정이 북받쳐 논리적인 말을 할 수 없게 되는 일은 없게 되겠죠."


"아무리 슬퍼도...아니, 애초에 슬픔도, 동정심도, 감동도 느끼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이 바라던 대로."


두 번째 대가는 심장의 고동이었다.


"비유적인 의미로, 당신의 심장은 얼어붙어 돌처럼 단단해지겠죠."


"그 어떤 공포도, 그 어떤 열정도, 당신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당신의 심장은 결코 녹지 않고, 벅차오르지 않을 것입니다.


세 번째 대가는...


===


세 번째 대가는 아직 못 정함.


악마에게 "눈물"과 "고동"을 대가로 바쳐, 힘을 얻은 주인공.

세계관은 늘 그러하듯이 게이트가 열리고 각성자가 나타나는 현대 판타지 아카데미물.

별 볼 일 없던 주인공이 모종의 계기로 악마와 계약하는 방법을 알게 되어 힘을 위해 3가지 대가를 바침.


아무튼 재능충이 된 주인공은 순식간에 아카데미의 수석이 되며 히로인 격 인물들의 주목을 받게 되지만...

아무리 예쁜 히로인을 보더라도 심장이 두근거리지 않고, 근본적으로 애욕이 없어짐. 그냥 예쁜 꽃이나 그림을 보는 감각이 됨.

눈물을 흘리지 않게 되면서 타인에 대한 연민은 물론, 숭고한 행위에 대한 감동이 사라짐.

자신의 목숨을 바쳐 학생을 지키려는 교사를 보고도 "도움도 안 되는 주제에 왜 목숨을 버리지?"라는 생각밖에 안 하게 됨.


사실, 근본적인 문제는 주인공이 이런 상황을 전혀 불편하게 여기지 않고, 오히려 기꺼워하고 있었다는 점.

주인공은 쿨찐은커녕 반사회적 인물 일보직전이던 인격파탄자라서, 감동이나, 연민, 사랑 같은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모든 요소들을 쓸모없다 일축해왔음. 그래서 악마에게 이것들을 대가로 바치는 데에 거리낌이 없었던 것.


한편, 주인공과 계약했던 악마는 역으로 주인공에게서 받은 대가로 인하여 인간성을 깨우치게 되고,

인간에 대한 연민으로 최종 보스격인 존재에게 닥돌했다가 개같이 패배(유의미한 피해는 줌), 약체화되어 인간 세상으로 떨어지고...

점차 인간에 가까워지며 자신과 계약했던 주인공의 이상성을 깨닫고, 자신이 내려준 힘으로 무슨 짓을 할지 걱정되기 시작함.

그렇게 여차저차해서 주인공과 만나 진심을 확인하고, 수정펀치를 날리든 어쩌든 해서 최종 보스 때려잡고 엔딩.


...세 번째 대가는 뭐로 하는 게 좋을까. 이것만 정해지면 플롯이 딱 나올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