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이도원. 솔직히 말해봐, 매번 안좋은 소리 들어먹을거 알면서도 오는거, 사실 나한테 관심있는거지?"


도원은 6년 내내 질긴 악연을 이어온 팀원이었다.


공통점이 있다면, 헌터길드의 동기로 입사하며 두 사람 다 기대받는 유망주라는 것.


그리고 서로를 싫어한다는 점이었다. 마주칠 때마다 으르렁 대는 것은 기본이었으니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었다.


"약먹었어? 컨셉 공주병으로 잡기로 시작한거야? 다른 여자면 몰라도 너같은 여자는 줘도 안가진다."

"허세는, 그래 말이라도 그렇게 해야지~ 나랑 한번이라도 자면 못잊고 매달릴까 겁이 나는거지?"


희원이 팔짱을 끼고 빈정거렸다. 의도가 뻔히 보이고 유치하기 짝이없는 시비였다.

둘 다 선을 넘을 생각이 없으니 명분이라도 챙겨야겠다는 

마음이 반, 도원을 어떻게든 눌러주고 싶은 마음이 절반이었다.


문제가 있다면 도원도 노골적인 도발을 모른 척 넘어갈만큼 어른스럽지 못했기에 그녀의 말을 뾰족하게 맞받아 쳤다는 것이다.


"팜므파탈 코스프레는 꿈에서 하시고요, 남자한번 사귄 적 없는 숫처녀가 잘한다고 호소하면 없던 경험이 생기냐?"


사실 아카데미에 다니던 어릴적 부터 1등과 2등을 두고 엎치락 뒤치락 하며 티격태격 하던 사이인 두 사람이기에, 더더욱 서로의 존재하지 않는 연애의 역사를 속속들이 알고있었다.


"와, 여자 근처에도 못가본 아다가 퍽이나 잘하겠다! 내 벗은 몸 보고 긴장해서 안서는거 아냐?"

"잘 아네, 세우면 다행이지. 니가 상대면 시무룩해져서 안서서 상처줄까봐 걱정했는데"


희원은 왠지 울컥했다. 막말로 자신이 어디 빠지는 모양새는 아니지 않은가.


"옷만 한꺼풀 벗어도 벌떡 서는거 아니고?"

"아서라. 세상 지천에 널린게 비키니고, 누드 사진인데 그거 가지고 세워지겠냐?"


'열받네...'


희원은 긁혔다.


도원과의 흔한 말싸움이었지만 오늘따라 더 열받았다.

그녀에게 여자로써의 매력이 없다는 소리가 거짓말인줄 알면서도 오늘따라 비수처럼 꽂히는 것이다.


"하, 서면 어떡할건데?"

"내기해? 내기? 콜? 오늘 멸망전해?"


멈출 수 없는 치킨 레이스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