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죄부는 다들 알 거임 

중세 카톨릭 교회에서 재정 확충을 위해 죄를 면할 수 있다는 면죄부를 돈 받고 팔았다는 걸 

그리고 이 면죄부 때문에 신심 가득한 근본 충인 마르틴 루터가 개 빡쳐서 95개조 반박문을 달리며 신교 즉 개신교가 나왔다는 걸 말이야 

하지만 이 면죄부가 무려 중세도 아니고 근세 말기나 마찬가지였고 그것도 당대 세계 최강(진)이었던 청나라가 시행했다면 믿을 수 있을까?

가짜같지?

진짜임 

오늘의 이야기는 청나라판 면죄부 제도, 의죄은 제도와 그 악영향에 대해 말해볼 거임 


일단 18세기의 청나라는 명실상부 세계관 최강자였음 

아무리 뭐 영국이 엄청난 해외식민지를 거느리고 꺼드럭댄다고 해도 

이 당시 강희제 - 옹정제 - 건륭제 쓰리콤보로 존나 강력해진 청나라에는 못 비볐음 

말 그대로 당새 세계관 최강자는 청나라가 맞았음 

당대 유럽의 난다긴다하는 열강들이 인구 억을 넘어가는 게 오직 밭에서 인구를 수확하는 러시아 제국 뿐이었던 것에 비해 

청나라는 4억이라는 미친 인구를 자랑했다 

말 그대로 진짜 세계관 최강이었고 그에 따라 청나라는 태평성대가 이루어짐 

그게 바로 로마의 팍스 로마나와 같은 청나라의 최전성기, 강건성세임 

황제는 셋이었지만 미친 일중독자라서 과로사한 옹정제를 빼면 강희제61년, 건륭제 60년+4년 섭정으로 둘만 합해도 124년, 옹정제의 13년까지 합하면 137년의 긴 세월이 청나라의 최전성기였지 

하지만 이런 최전성기의 말기에 청나라는 망테크를 착실하게 타기 시작함 

바로 청나라는 최강대국 지위에 확고하게 올려놓고 영토도 엄청나게 늘린 최전성기의 황제인 건륭제가 

"난 열번싸워 모두 이긴 십전노인... 정국이... 시시해졌다."

하면서 황제이지만 잘 하던 국정을 손에서 놔버림 

그리고는 신하들에게 알아서 하라고 한 다음에 본인은 사치와 취미생활을 즐기기 시작함

그러니까 간단하게 말해서 그냥 은퇴해서 희희낙락한 생활을 구가하려 한 건데 

문제는 일반적인 CEO들에 경우는 이게 가능하겠지만 건륭제는 청나라라는 대제국을 운영하던 황제란 게 문제였음

심지어 청나라는 명나라때 확립된 황제 독재 체제를 거의 그대로 이식했기에 정국 운영에 황제가 꼭 필요했음

하지만 건륭제는 노년이 되어 질려버렸다며 사실상 은퇴를 시전해 버렸고 그러면서 자신의 심복에게 국정을 맡기니...

그게 바로 청나라 최악의 권신 중 하나인 니오후루 허션임 

얼마나 평판이 좆같았으면 조선에 니오후루 허션이 최종보스인 소설이 나오냐...

어쨌거나 니오후루 허션은 원래 능력이 있었음. 능력이 있었고 미남이었기에 건륭제의 총애를 받아 그를 보필했지. 

하지만 아부와 아첨에도 능력이 있었던 바 그는 건륭제를 엄청나게 구워 삶았고 결국 건륭제의 취미생활과 사치를 도우면서 사실상의 황제로 군림람. 이 정도가 얼마나 심했냐면 건륭제 말기에 "무역 좀..." 하면서 온 영국의 메카트니가 허션을 제 2의 황제라고 했을까. 

어쨌거나 허션은 엄청난 권력을 가진 권신으로서 사실상의 독재 체재를 구축해서 잘 먹고 잘 살았으면 됐는데 

이 놈이 황제의 사치와 취미 생활을 위한 황실의 자금을 위해서 하지 말았어야 할 최악의 정책을 만들어냄 

그게 바로 오늘의 주제인 의죄은임 


의죄은 간단하게 말해서 죄를 지은 관료가 은을 내무부에 납부하면 그 죄를 감형 혹은 면해주는 제도임

즉 돈으로 형벌을 감형 받거나 아니면 면죄 받을 수 있다는 말

말 그대로 청나라판 면죄부임 

문제는 이게 두 가지인데 

1; 이거 대상이 관료임

2: 이렇게 얻은 은은 내무부로 들어가서 '세수'가 아니라 그냥 황실 내탕금이었음

범죄를 돈으로 무마하는 게 가능하다? 

이건 보석금 제도랑 아예 격이 다른 개짓거리였음 

특히나 이건 허션이 건륭제의 취미생활을 위한 자금을 모으기 위해 한 제도로서 건륭제는 그런 자금을 통해 잘 놀고 잘 먹으면서 이 제도를 눈감아 주게 되었기에 아주 질이 나쁘지 

개인적으로 이거랑 격이 비슷하다고 보는 씹새끼 짓은 후한말의 영제가 십상시들이랑 같이 직접 매관매직을 장려한 거 정도임 황제가 직접 관직으로 장사질을 한 미친 시대 

어쨌거나 이런 제도의 문제점을 뜯어 보면 다음과 같음 

관료가 대상이니 관료의 죄는 대채적으로 뭐지? 부정부패지 

그런데 그런 부정부패의 죄를 은을 납부하는 걸로 감형 혹은 면죄 받을 수 있다?

그럼 당연하게도 부정부패한 탐관오리만 살판나는 거임 

역설적으로 청렴한 관리들은 조금만 실수해도 처벌 받지만 탐관오리들은 백성들에게 착취해서 얻은 돈으로 무마했으니까 

즉 청나라의 관료 전반에 극심한 부정부패를 조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음

당연하게도 이 후폭풍은 훗날의 청나라의 관료들이 개무능, 부정부패로 맛이 간 걸로 나타나지 

여기에 더해서 이 의죄은으로 모인 돈은 세수가 아니었음

세금이 아니었다고 

내무부에 납부하는 데 그대로 이건 황실의 내탕금이 되었음 

그리고 이렇게 모인 자금은 황제인 건륭제의 사치와 허션의 부정축제로 쓰였지 

세금이었다면 모를까 황제의 개인 사치를 위해서 국가 관료 전반에 부정부패를 조장한 미친 제도가 의죄은 제도임 

결국 그 결과는 다들 알다시피 최악의 전쟁인 아편전쟁으로 청나라가 병신임을 증명하며 여기에 청나라 말기에 있는 각종 사건사고들 전반이 결국 관료 전반의 부정부패와 무능으로 일어난 것들이 매우 많은 걸 감안하면 정말 멸망의 씨앗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