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차르와도 같이 귄위주의를 내세우며 러시아에 군림하는 푸틴 정권을 생각해볼떄 떠올리기 힘들 수 있지만, 사실 러시아는 군사조직들의 파편화와 파벌싸움이 꽤나 심각한 나라임.

 

각 파벌들은 푸틴에게는 충성하지만, 서로를 끝없이 견제하며 심지어 무력충돌까지 벌여대는데 물론 이것은 상호 견제를 통해 감히 지도자의 권위에 도전하지 못하게 만들려는 푸틴의 의도일 것이나

 

이는 바그너 그룹이라는 PMC-사실상 군벌 집단이 한때 5만에 달하는 군세를 자랑하며 전선의 한 축을 맡고, 여러 갈등 끝에 심지어 푸틴에게까지 칼을 겨누는 돌발사태까지 발생하는 원인이 되기도 헀음. 

 

물론 서방에서도 자국 정규군의 피해를 줄이고, 비공식적인 개입으로 대외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PMC를 이용하는 일이 더러 있지만. 정부를 대상으로 반란까지 일으킨 바그너의 사례에서 보듯 러시아의 PMC들은 서방의 그것과는 상당히 결이 다른 모습을 보여줌

 

미국 싱크탱크인 국제문제전략연구소에 따르면 러시아에는 37개에 달하는 개별 용병집단이 존재했고(또는 했었고) 어디까지나 민간 자본이 주축인 서방 민간군사업체에 비해 러시아 PMC는 3분의 2 가량이 자금을 국고에서 충당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음.

 

이는 반대로 생각하면 정규군에 들어가야 할 국방예산이 애먼 사병 집단에 흘러 들어간다는 뜻이기도 한데. 쇼이구 국방장관조차 자체 PMC를 만들어 굴리고 있을 정도라면 말다했다 싶지. 미국의 럼스펠드도 신자유주의 군대를 표방하며 PMC들에 돈을 쏟아부었긴 했지만 거긴 적어도 사병놀이 하려고 그랬던건 아니니까.

 

바그너 그룹의 반란을 겪은 후인 지금은 국가 근위대와 정보기관들이 어느정도 총대를 메고 정리했지만, 러시아의 PMC들은 군대, 정치인, 기업, 심지어 종교기관인 정교회까지 나섰을 정도로 사회의 유력 인물과 단체들이 폭넓게 발을 담근 사업임.

 

특히 ‘올리가르히’라는 용어로 대표되는 정경유착 재벌들도 주로 물주로서 여기에 참여했는데, 기업이 자체적으로 군사 조직을 만든다는 점에서 사이버펑크의 기업 사병들이 떠오를 수도 있지만

 

사실 개인적으로는 나라의 인증을 받은 유력자들이 설립한 군대에 거상들이 물주로서 지원하는- 중국의 태평천국 전쟁 시기 회군, 초군과 같은 ‘단련’들에 가까운 양상이 떠오르는 듯.

 

아무튼 이러한 러시아의 PMC들 중 기업과 재벌들이 관여한 케이스 몇 개를 소개해 보겠음. 

 


 


1.바그너 그룹

 

작년에 있었던 돌발적인 반란 사태로 빅재미를 선사해줬던 것이 인상에 남아있을 듯한 바그너 그룹은 GRU 특수부대 지휘관 출신인 드미트리 우트킨과 사업가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설립한 민간 군사 업체로서

 

군인 출신 지휘관+물주 사업가라는 러시아 PMC의 전형을 보이는데 이는 이후에 창립되는 민간군사업체들에도 꽤 영향을 줌.

 

사실 바그너 그룹은 순수한 의미의 PMC라기보다는 러시아의 대외 영향력 행사를 위한 위장 업체에 가까워서 물자와 장비, 심지어 군복까지 러시아군의 것을 거의 그대로 갖다 쓰는 등 그런 사실을 숨길 생각조차 없어 보였는데

 

이들은 중동, 남미, 아프리카 등지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퍼뜨리는 첨병 역할을 하였으며 현지 정권 혹은 반군들과 협력해 아프리카에서 프랑스의 영향력을 축소하는데 한몫 거들기도 했음.

 

이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나서면서 한때 5만여명의 병력과 자체 항공대, T-90M 같은 신예 전차들까지 굴리는- PMC라는 외장에는 어울리지 않는 강력한 군세를 갖췄으나 전투 피해 누적과 러시아 정규군의 견제 탓에 불만이 쌓여 수장인 프리고진이 국방장관과 참모총장을 공개 모욕할 정도로 관계가 악화되었다가

 

정규군이 보급을 끊고 바그너의 진영에 로켓 폭격을 날린 것을 계기로 불만이 폭발해서 반란을 일으켰지만 결국 프리고진이 쫄튀를 하면서 일단락 되었으며, 자기들이 푸틴에게 용서 받은 줄 알았던 프리고진과 우트킨을 포함한 바그너 지도부는 비행기 공중 폭발로 단체 이세계행을 타면서 희대의 개그쇼 엔딩을 찍음.

 

프리고진 사후 바그너 그룹은 아들인 파벨 프리고진이 표면적으론 이어받았지만, 실질적으로는 대통령 직속의 국가 근위대가 목줄을 쥐고 관리하고 있음.



 


2.레두트 

 

러시아 GRU(정찰총국) 부국장 출신 블라디미르 알렉세예프가 설립하여 에너지 재벌 게나디 팀첸코가 자금지원을 하는 민간군사기업으로 바그너보다 인지도는 딸리지만 기원은 더 오래된 PMC임.

 

머릿수가 장점이던 바그너와 달리 비교적 소수지만 러시아 공수군과 정찰총국 출신들을 모집해 전문성을 갖추는 것을 지향한다고 함.

 

한편으로는 바그너 출신의 베테랑들에 대한 스카웃에도 나섰는데 이에 프리고진이 알렉세예프를 공개적으로 비난했지만 막상 알렉세예프와 만났을떄는 쩔쩔매면서 변명에 급급했다는 병신같은 일화가 있음.

 

바그너가 반란으로 몰락한 후에는 러시아에서 가장 유력한 PMC 중 하나가 됐다고.

 

 



3.가스프롬-파켈, 포톡, 플람야 대대

 

러시아 시가총액 1위 대기업이자 천연자원 회사인 가스프롬은 이전에도 송유관 등을 보호할 목적으로 보안요원들을 굴리고 있었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단순 보안을 넘어 군사 활동을 벌일 수 있는 조직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아마 당시 존재감이 커지던 바그너 그룹을 견제하기 위함으로 보임.

 

그렇게 Fakel, Potok, Plamya 등의 부대가 설립되어 우크라이나에서 활동하였는데, 아무래도 프리고진의 사례 떄문인지 국방부의 통제를 받으면서 그리 크지는 못하고 이중 Potok 대대는 아예 국방부의 요구로 레두트 PMC 산하로 옮겨져 버림.

 

 


4.성 안드레아의 십자가

 

사실 애네는 기업가들이 관여한건 아니고, 특이하게 러시아 정교회가 설립한 PMC라 넣어봤음.

 

러시아 정교회는 우크라이나 전쟁 초반부터 전쟁의 성격을 성전으로 규정했고, 서방과 우크라이나를 악마로 규정하고 이를 몰아내기 위해 러시아의 기업이나 사회단체들에게 ‘기부금’을 받아서 병력을 훈련시킨다는데

 

사실 십자군 어쩌고라 하면 좀 호들갑이고 러시아군이나 다른 PMC에 입대할 병사들을 모집하고 훈련 시키는 정도인 듯.

 


의외에도 송유관 회사 트랜스네프트라던지, 돈바스 지원병 연합이라던지, 기업이나 사업가들이 관여, 설립한 군사 집단은 계속 관찰되고 있다고 함. 물론 기타 국가기관이나 자치 공화국들 진퉁 사병 뺸게 저정도인거고ㅋㅋㅋㅋ




러시아는 대체 어떤 곳일까.......한국으로 치면 전시에 삼성 에스원이 총기와 장갑차량으로 무장을 하고, 그걸 견제하기 위해 SK쉴더스도 병력을 갖추며 현대에서 PMC를 만들어 국군과 작전을 뛴다는건데 도저히 현대인의 상식으로는 상상이 안가는 풍경이다.


이쯤되면 호족들이 사병 거느리는거랑 뭐가 다른가 싶은데 푸틴 뒤지면 어떻게 될지 뒷일 참 궁금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