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모든 효소는 단백질이라는 것이 정설이었습니다. 이 정설을 바꾼 것이 리보자임의 발견입니다. 1981년 토머스 체크(Thomas Cech, 1947~) 박사는 원생동물의 일종인 테트라하이메나(Tetrahymena)의 RNA를 연구하는 도중 자기 스스로 화학 반응을 촉진할 수 있는 RNA를 발견합니다. 그는 이와 같은 단백질 효소처럼 생화학적인 반응을 촉매할 수 있는 RNA 분자를 리보자임(ribozyme)이라고 명명합니다. 비슷한 시기에 시드니 올트먼(Sidney Altman, 1939~) 박사는  tRNA를 연구하는 중 리보핵산가수분해효소를 분리하는데, 그와 동시에 그 효소의 화학반응을 촉매하는 활성화 부위가 RNA에 존재함을 발견합니다. 이후 1989년에 토머스 체크 박사와 시드니 올트먼 박사는 발견의 공로로 노벨화학상을 수상하게 되죠. 참고로 리보자임(ribozyme)은 RNA(ribonucleic acid)와 효소(enzyme)의 조어입니다. 


RNA 세계 가설은 처음 알렉산더 리치 (Alexander Rich, 1924~2015)에 의해 제안되었고, 월터 길버트(Walter Gilbert, 1932~)가 1986년에 'RNA 세계'라는 단어를 처음 제안했습니다. RNA 세계 가설은 생명의 기원에 관한 가설로 자체적으로 복제하는 RNA가 DNA나 단백질보다 먼저 존재하여 RNA가 생명의 기원이라는 가설입니다. 참고로 이와 유사한 가설은 이미 1960년대에 프렌시스 크릭 등에 의해 제안된 적 있습니다. 


RNA 세계 가설에 따르면 생명의 탄생, 발달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자신을 복제할 수 있는 리보자임이 나타나고, 자기 복제를 시작했습니다.

2) 인지질의 합성 반응을 촉진하는 리보자임이 나타났고, 이후 인지질 이중층의 막이 RNA를 감쌌습니다. 

3) 단백질의 합성을 촉진하는 리보자임이 출현하면서  세포에 단백질이 포함되게 되었고,  단백질은 리보자임이 행하지 못하는 화학반응을 촉진시켜서 세포 내의 화학 반응이 더욱 복잡해지고 다양해졌습니다. 

4) RNA의 기본 골격인 리보뉴클레오타이드가 DNA의 기본 골격인 디옥시리보뉴클레오타이드로 변환되는 화학반응을 촉진하는 리보자임 혹은 단백질이 나타나면서, 세포는 DNA를 합성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후 RNA보다 안정한 DNA가 유전 정보를 유지하는 기능을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RNA 세계 가설은 현재 최초의 자기 복제계의 기원을 가장 가능성 있게 설명해내는 시나리오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것과 관련된 실험들도 꽤 많죠. 가령 생명 이전의 평범한 조건에서 아미노산 서열을 작은 RNA 주형 위에 부호화하는 일은 쉽게 해낸 실험과, RNA 세계에서의 최초의 리보자임들은 길고 안정적이었음을 보여주는 실험, 물속에서 뉴클레오타이드가 쉽게 뭉쳐서 100개 이상의 뉴클레오타이드가 모여 RNA를 형성되는 걸 보여주는 실험, 진화에 의해서 새로운 유전자들이 거듭해서 만들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 실험 등이 있습니다. 



정보 출처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 분자·세포생물학백과, 《RNA 세계》.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 분자·세포생물학백과, 《리보자임》.

일본 뉴턴 프레스, 뉴턴 코리아 옮김, 《생명이란 무엇인가?》, 2010.

도널드 R 프로세로, 류운 옮김, 《화석은 말한다》,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