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Semiconductors)에 대한 학부생 이상에서 요구되는 개념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결정구조, 캐리어(Carrier)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반도체라 하면, 일반인들은 바이든이 들고 나온 깔끔한 실리콘 웨이퍼(Wafer)가 먼저 떠오를텐데, 그건 Si원자들이 거대한 단결정(Single Crystal)을 이루는 잉곳(ingot)을 <1mm 두께로 잘라낸 것이며, 단결정이란 규칙적인 원자배열이 흐트러지지 않고 특정한 방향성을 가지는 것을 의미한다.


https://www.etnews.com/20211112000172

- 왼쪽이 실리콘 잉곳, 오른쪽이 잘라낸 웨이퍼.


일상적인 물질(특히 금속과 같은 무기물)의 경우 그 안에는 셀 수 없이 복잡한 결정구조인 다결정(Polycrystal)을 이루고 있다. 각각의 단결정 사이의 결정경계(Grain Boundary)는 원자들의 규칙적인 배열이 깨져, 비정상적인 원자간 결합을 이루게 되며, 특히 여기에 온갖 불순물이 끼어들게 된다. 반도체 물질의 경우, 이러한 결정경계를 통해 전류가 비정상적으로 많거나 적게 흐르게 되기 때문에, 기판 전체가 단결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잉곳을 성장시키는데 있어, 균일하고 순도높은 단결정을 달성하는 것이 결함 많은 다결정 구조를 이루는 것 보다 어려울 것이라는 것은 직관적으로 이해 가능할 것이다.



https://toparapa.tistory.com/entry/[%EB%B0%98%EB%8F%84%EC%B2%B4%EB%9E%80?]%EB%B0%98%EB%8F%84%EC%B2%B4%EA%B2%B0%EC%A0%95%EA%B5%AC%EC%A1%B0-40793994



그런데, 정말로 완벽히 순수한 실리콘 단결정은 전류가 그리 많이 흐르지 않는다. 따라서 극히 적은 첨가물을 넣게 되는데 이것을 도핑(doping)이라 한다. 보통 10^(17~18) atoms/cm3을 넣게 되는데, 아보가드로 수가 6.02x10^23 /mol이라는 점을 상기하고, 대충 숫자를 때려보면,

Si 1cm3는 2.33g이 존재하며, H 1g = 1mol은 6x10^23 atoms인데, 6x10^18의 농도로 도핑되었을 경우 0.00006g만이 들어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는 다시 0.002% 질량비와 같다. 


이렇게 극미량의 도핑 원소(dopant)들이 균일하게 잘 섞여있으면서도 웨이퍼가 단결정을 유지한다면, 마치 도체와도 같이 전류가 잘 흐르게 되며, 이종(Hetero)의 원소로 잘 도핑된 두 반도체를 접합(Junction)한다면 필요할땐 도체(Conductors)처럼 전류가 잘 흐르면서도, 또한 원할때는 절연체(Insulators)처럼 전류가 전혀 흐르지 않게 하도록 할 수 있다. (PN접합, 쇼트키접합 등)


http://jalbum.com/index.php?mid=board_tLCp11&document_srl=36525&listStyle=viewer&page=8



그러나, 이것은 이상적인 세계의 이야기이다.

우리는 현실 물질세계에 살고 있다.


즉, 원하지 않는 때에도 전류가 흐르는 현상이 있는데, 이를 누설전류(Leakage Current)라 한다. 그러다고는 해도, 정상적인 On 상태에서 1A가 흐르는 반면, Off상태의 누설전류는 pA급으로 억제할 수 있다. (On-Off ratio 10^10 수준)


이러한 누설전류의 대표적인 원인은 열에 의한 통계적인 전류도 있지만, 더욱 현실적인 이유로는 도핑의 불균일성, 단결정임에도 국부적으로 존재하는 각종 격자결함(전위-dislocation, 침입-interstitial, 치환-substitial, 쌍정-twin 등)이 전류를 더 잘 통하게 하는 통로가 되거나 반대로 전류가 흐르지 못하게 막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는 전류의 흐름을 막는 함정(Trap)으로 작용한다.

따지고 보면, 도핑이란 격자 결함이 이득이 되는 특별한 한 형태라고도 말할 수 있다.


http://www.ktword.co.kr/test/view/view.php?m_temp1=6213



전기적인 트랩이 어떻게 작동하는 것일까?


우선 전류(Current)란 전하(Carrier, 캐리어)의 흐름으로 정의된다. 캐리어의 대표는 모두가 잘 아는 전자(Electron)이며 전기적으로 음성(negative potential)을 띈다. 그렇다면, 전기적으로 양성(positive potential)인 캐리어도 있을까? 반도체에서는 정공(Hole, 홀)로 표현되며, 이는 원자 내 전자의 부재를 의미한다. 


심화과정에서는 원자이온(ion) 역시도 캐리어가 될 수 있는데, 고체(Solid State)의 경우는 단단한 결정구조를 뚫고 이온들이 일정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이 대단히 어려움으로, 보통 액체상태(Liquid State)의 주된 캐리어가 된다. 한편, 기체상태(Gas State)에서 이온과 전자를 캐리어로 하여 전류가 흐르는 것이 바로 플라즈마(Plasma)이다.


전하들이 일관된 한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하면, 그 거대한 흐름이 일을 하게 되고, 이를 전류라 한다. 앙페르 법칙에 따르면 전하의 흐름은 자기장을 만들어 낼 수 있으며. 페러데이의 법칙에 따라 그 역도 가능하다.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8033571&memberNo=35743453


https://m.blog.naver.com/toshizo/220755118154



전류란 곧 전하의 흐름이며, 다시 말해 캐리어, 물질이 이동하는 것이다.

즉, 전류가 흐르는 반도체를 잘 살펴본다면, 물질 전자들이 물질 원자 사이사이를 헤집어 뛰어 넘어 다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길이 복잡하면 복잡할수록, 장해물이 많을수록, 징검다리의 간격이 넓을수록 빠르게 이동하기 힘들 것이라고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전자가 보는 세상과 우리가 보는 세상은 조금 다르므로, 조금 우리의 직관과는 다른 여러가지 현상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전하의 흐름을 양자역학적으로 이론화한 사례가 바로 표류속도(drift velocity), 전하이동도(mobility, μ), 유효질량(effective mass, m*) 등이다.

모빌리티는 물질마다 다른 고유의 값을 가지는데, 국도, 고속도로,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를 생각하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쉽다.


https://www.electrical4u.com/drift-velocity-drift-current-and-electron-mobility/



그렇다면, 자명하게도, 고속도로에 구멍이 뻥뻥 뚫려있다면 자동차의 흐름이 느려지듯, defect에 의한 trap이 많을수록 캐리어가 붙잡혀 전하 흐름이 방해받는다는 이론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trap에 캐리어가 붙잡히는 더 상세한 이론은 양자역학적 에너지준위까지 끌고와야 하므로 우선 넘어가자.


그런데, 제아무리 트랩투성이인 반도체 소자(Semiconductor Device)라 하더라도, 그 수량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혹은, 트랩을 도핑의 일종이라고 생각할수도 있다. 그렇다면, 충분히 오랜 시간, 충분히 많은 캐리어를 디바이스에 일관되게 주입한다면, 결국 트랩은 모조리 캐리어에 의해 포화되어 더 이상 장해물로써 기능할 수 없게 된다.

이것은 의외의 사례로 쉽게 이해할 수 있는데, 방사능 유출의 상황에서 아이오딘(I) 약제를 복용하는 사례와 유사하다. 갑상선에는 아이오딘이 쉽게 축적되는 특성이 있는데, 방사능 유줄에 의한 방사성 아이오딘에 노출될 경우 모조리 갑상선에 축적되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다. 때문에 미리 정상아이오딘을 과량 복용해 갑상선을 포화상태로 만들어 방사성 아이오딘의 축적을 방지하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오늘의 주제인 Current Annealing이 발생하는 원리이다.

결함 많은 디바이스를 측정(measurement)한다면, 매 측정마다 결과가 다르게 나오는데, 상술한 결함들의 트랩 작용으로 일부 설명할 수 있다.

첫번째 측정에서 주입된 캐리어가 디바이스 내에 트랩되어 출력(output)되는 전류가 감소하였다가, 미처 트랩된 캐리어가 빠져나오기 전에 두번째 측정을 진행할 경우 트랩될 빈 공간(trap site)이 포화되어(saturated) 전류가 증가할 수 있다.

또는 반대로 두번째 측정에서 전류가 감소할 수도 있는데, 이것은 오히려 트랩된 전자가 애매하게 박혀있어, 자체적인 전기적 반발력으로 다른 전자의 흐름을 방해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것은 한번 측정이 아닌 반복적인 측정에 의해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언뜻보면, 실험의 재현성을 해치는 요소로 평가될 수 있다. 때문에, 반복적인 측정으로 항상 일정한 결과가 나오는지 반복적인 실험이 필수적이다.


또는, 고의적으로 장시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전류를 흘려주는 것으로 모든 트랩들을 과포화시켜 이후 측정에서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도 있다. 사실 이러한 의도적인 행위가 Current Annealing의 용례에 더 적합하다.


Annealing이라는 단어는 본래 금속의 열처리 공법으로, 노냉을 의미하지만, 반도체 업계의 경우 다종다양한 온갖 열처리에 다 갖다 붙이고(Rapid Thermal Annealing 등) 혹은 지속적인 변화가 꾸준히 일어나는 현상들에 갖다 붙이기도 한다.


나아가서, Current Annealing에 의한 다양한 현상들을 관측할 수 있다.


- CVS, CCS

Constant Voltage Stress의 약자로, 일정한 전압을 장시간에 걸쳐서 가하면, 전류가 꾸준히 감소하여 저항이 감소하는 현상이다. 상술했던 트랩이 포화되기 때문일 수도 있고, 전류에 의해 발생한 열 때문에 금속-반도체 접합의 열처리 효과 때문일 수도 있다.

Constant Current Stress의 약자로, 일정한 전류(전압 가변)를 흘려주는 것이다. 이 경우, 오히려 변화한 전압의 차이를 평가하여 디바이스 내 트랩 농도를 계산할 수도 있다. 전하량(Q) = 정전용량(Cp) x 전압(V)


https://link.springer.com/article/10.1007%2Fs00339-018-2159-3



- 전기적 풍화

제아무리 전자가 원자보다 작다 한들, 전자 역시 물질이며, 그 흐름은 에너지를 갖는다. 바람이 충분히 강하면 나무도 쓰러뜨리듯, 수년간 사용한 가전제품을 뜯어, 그 회로를 정밀분석해보면, 마치 대나무처럼 금속 도선 내부에 구멍이 뻥 뚫려버린 경우도 있다. 이는 장시간에 걸친 전류에 의해 도선을 이루던 원자들이 밀려났기 때문이다. 이것을 Electromigration이라 한다. 이쪽업계에서 migration이라는 단어는 원자들이 제 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모습을 말한다.

특히 이 사례는 얼마 전, 이태원 압사사고를 연상케 한다. 끝없이 밀려오는 인파에 의해 중심에 집중된 과도한 압력이 참사로 이어졌듯, 끝없이 때려대던 전자에 의해 결국 훨씬 무거운 원자들이 밀려나버린 것이다.

또는 전기적 압력에 의한 소성변형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압력을 가하는 방법은 수압, 공압 등 기계적 방법 뿐 아니라, 전자기적으로도 가능하다. 당연히 전류 또한 압력의 일종으로 생각할 수 있으며, 이 원리를 기계적인 압축시험으로 빗대어 사고할 수도 있다.


http://dx.doi.org/10.1016/S0254-0584(02)00018-4



https://www.zwickroell.com/ko/industries/materials-testing/compression-test/




그런데, 이것들은 모두 체계화되어 이론적으로 다듬어져 학계에 보고된 사례인 것이지만, 실험실 규모에서는 불안정하고 결함투성이인 재료들을 너무 많이 다루다 보니, 온갖 사태가 동시에 물밀듯이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밀려들어온다.

이것은 실무자(대학원생)의 입장에서 자살하고싶어지는 충동을 들게 하는 지랄맞은 상황을 자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