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올라온 글: https://arca.live/b/physics/70221383



디락 방정식에 대해 설명을 요구하는건 아마도 왜 그렇게 생겨먹었냐는 질문일거라 생각함.

클레인-고든 방정식이 슈뢰딩거 방정식의 비교적 자연스럽게 생각할 수 있는 relativistic form인거랑 대조적으로,

갑자기 왜 1st-order form인지, 디락 스피너는 뭐고 감마 매트릭스는 뭔지 나도 참 어질어질했음.


비교적 클리어하게 이해하게 되고 나서는 두 가지로 나눠서 이해하게 됨.


1. 역사적으로 무슨 아이디어를 거쳤길래 왜 이런 형태를 띄게 되었나

2. 오늘날의 관점에서 어떤 형태가 자연스러운가

그리고 후자는 이미 어떤 분이 댓글로 달아주신 것처럼 로렌츠 그룹(의 표현)을 공부하면 아주 도움이 됨.


1번을 먼저 좀 설명하자면, (*과학사를 공부한게 아닌 이상 피상적으로 말할 수 밖에 없음)

비교적 자연스러워보이는 클레인-고든 방정식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었음.


하나는 양자역학에서처럼 진폭 제곱을 확률로 해석하려니 생기는 문제인데,

기존의 양자역학에서는 시간 연산자로서 기능하는 헤밀토니안 H가 hermitian이다보니

time evolution exp(iHt) 꼴이 유니터리였고, 전체의 크기 제곱 적분이 1이면 쭉 그대로 갔음.

물론 이건 2nd-order로 변형된 클레인-고든 방정식에서 그렇게 되어야할 이유가 없고.

이게 디락이 1st-order eq.를 추구한 첫번째 이유라 하고,

물론 1st-order eq.라고 무지성으로 psi^mu round_mu 시전하면 로렌츠 변환에 대해 적절히 변환하지 않으니,

거기서 적절한 commutation 조건을 만족시키는 감마 매트릭스 따위가 필요해진거임.

이건 표현론의 관점에서 후술하도록 하고.


다른 하나는 negative energy solution이 존재한다는거임.

energy eigenstate를 exp i(px - Et) 꼴로 쓰면 E^2 = p^2 + m^2 로부터 E의 부호가 양수로 결정나지는 않지.

여기서 나온 아이디어가 그 유명한 디락의 바다... 에반게리온에도 나오더라...

개념 자체는 요즘 더 이상 안 쓰이는 모양이지만, 어쨌든 다른 솔루션을 안티 파티클로 해석하는건 좋지.



이제 요주의 토픽인 2번, 표현론 관점을 좀 설명해보겠음.

내가 어떤 상태 |phi>에 대한 양자역학을 하려고 하면, 로렌츠 그룹에 의해 적절히 변환해야할텐데,

만약 숫자 몇개로 표현된 상태 |a, b, c, ...>가 있으면 구체적으로 대체 계산을 어떻게 한다는 소린가?

이걸 고민하는게 표현론임.

아주 쉬운 예시로 숫자 4개짜리 v가 있고 로렌츠 변환 A가 있으면 무지성 곱하기 Av를 떠올릴 수 있는데,

이렇게 변환하면 "벡터처럼" 변한다고 말할 수 있겠지. 스핀 1임.


좀 더 잘 정의하자면, 어떤 그룹의 표현이란,

그룹에서 "상태들의 유니터리 변환"으로 가는 일종의 맵임.

그룹의 A가 |phi>를 변환시킨걸 A|phi>라고 쓰면,

표현이란 결국 조건 (AB)|phi> = A(B(|phi>)) 를 만족시키는 녀석들이라 보면 되겠음.

수식으로 써서 그렇지, 사실 엄청나게 자연스러운 조건임.

(오른쪽으로 90도 돌린 왼쪽으로 30도 돌린) 상태 = (오른쪽으로 90도 돌린 (왼쪽으로 30도 돌린 상태)) 같은 소리랄까.

특히 벡터라면 너무나도 당연한 소리임.


하지만 이 정의에 따르면 identity가 identity로 가야하는데,

대체 스핀 1/2처럼 한 바퀴 돌면 부호 변하는 괴상한 표현이 대체 왜 나오냐는게 궁금할 수도 있겠음.


이게 내 생각엔 참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임.

|phi>라는 상태가 있으면 우리가 뭐 굳이 2|phi>니 3|phi>니 그런 스칼라 배를 많이 생각하진 않음.

(루트 2분의 1) (|phi> + |another>) 이런거라면 모를까?

그리고 |phi>나 -|phi>나 물리학적으로 관측값에 영향을 주진 않지 보통.

(*이건 글로벌 페이즈에 한정. 아닌 경우로는 가령 Aharonov-Bohm effect 참조...)


만약 우리가 상태 |phi>를 "스칼라 배로 같은 것들은 서로 같다"고 묶어서 일종의 사영 공간을 정의하고,

그 사영 공간이 실제로 물리학적 상태들이 노니는 공간이라고 생각해보자.

(AB)|phi> = A(B(|phi>)) 보다 자연스러운 조건은,

"AB|phi> = c A(B(|phi>)) for some scalar c"가 될거임.

이러면 좀더 표현의 가짓수가 많겠지?


그래서 구체적으로 얼마나 더 많이 가능하냐면,

"그룹 G를 사영 공간에 표현하는 방법"은 대충 "그룹 G의 유니버셜 커버 G'를 유니터리 표현하는 방법"과 대응된다는 사실이 알려져있음.

(*Bergman's theorem, 엄밀히 말하면 안티 유니터리도 가능하지만 여기서는 빼고 설명함.)


지금 당장 유니버셜 커버가 뭔지 모를 수도 있지만, ad-hoc으로 뭐의 유니버셜 커버는 뭐다 하는 식으로 진행해보겠음.

가령 3차원 회전변환 SO(3)의 유니버셜 커버는 SU(2)이고, 딱 두 배 더 큼. (*네임드 그룹들의 정의를 모른다면 구글링하자.)

특히 SU(2)에서 -1에 해당하는 원소와 +1에 해당하는 원소가 모두 SO(3)에서 +1로 매핑됨.

SO(3)에서 theta만큼 돌렸다? 그건 SU(2)에서는 theta의 반 밖에 안 돌린거임.

그래서 360도 돌려봤자 SU(2) 입장에서는 180도 돌려서 -1 도달한 셈이고, -|phi>로 변환시키는 표현이 됨.

이게 스핀 1/2임.


이제 로렌츠 그룹을 생각해보자.

특수 상대성 이론을 따라서, 시공간의 메트릭은 -dt^2 +dx^2 +dy^2 +dz^2 꼴로 정의되고,

로렌츠 그룹 SO(1;3)이란,

A^-1 * diag(-1, +1, +1, +1) * A = diag(-1, +1, +1, +1)을 만족시키는 A들을 모은 그룹임.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철학(?)을 설파해보겠음.

이런 짓을 할땐 절대로 그룹의 원소로 계산하지 말고 항상 제네레이터로 계산하자.

저걸 만족하는 A를 생각하지 말고,

어떤 존내 작은 epsilon에 대해, (identity + epsilon * A)가 저걸 만족한다고 치셈.

epsilon^2을 버린다 치면, 결국 제네레이터 A는 다음 녀석들로 생성되는 것들임:


"부스트" sigma_0a : a축 방향으로 상대속도를 부여함


예를 들어서

sigma_01 = [

[0, 1, 0, 0],

[1, 0, 0, 0],

[0, 0, 0, 0],

[0, 0, 0, 0]]


sigma_02 = [

[0, 0, 1, 0],

[0, 0, 0, 0],

[1, 0, 0, 0],

[0, 0, 0, 0]

]


sigma_03도 비슷함.


"로테이션" sigma_ab : a축에서 b축으로 3차원 회전시킴.

예를 들어서

sigma_12 = [

[0, 0, 0, 0],

[0, 0, 1, 0],

[0, -1, 0, 0],

[0, 0, 0, 0]]

요런 식.


이제 어떤 로렌츠 변환 Lambda를 생각할 때는,

적어도 표현을 계산할 때는, Lambda 자체를 생각하기보다는

Lambda가 아주 작은 epsilon(부스트 + 로테이션)을 여러번 한 셈 치고,

실제로 계산해야 한다면 exp 맵으로 Lambda를 복원하는게 훨씬!! 편함.


그러면 내가 제네레이터가 |phi>에 작용하는 방법만 알면,

전체 그룹이 |phi>에 작용하는 방법이 유일하게 결정되냐?


물론 이때 제네레이터들끼리 commutation relation AB-BA=C 같은게 있으면 되있으면,

적어도 (AB-BA)|phi> = C|phi> 처럼 지켜져야겠지.

이게 지켜진다면, 유니버셜 커버링 그룹에 대해서는 표현이 유일하다는 사실이 밝혀져 있음. (Ado's theorem) 


이제 ad-hoc으로, SO(3;1)의 유니버셜 커버가 SL(2, C)임을 전제하겠음. (*정확히는 identity component의 유니버셜 커버...)


이 유니버셜 커버 SL(2, C)는 기본적으로는 2 by 2 matrix 형태이니,

각 제네레이터 A가 복소수 2개로 이루어진 v := (x_0, x_1)에 무지무지 변환을 가하는 방법이 있음.

바로 무지성으로 Av만큼 변하는거지.

근데 한 가지 방법이 더 있는데, A의 hermitian...은 아니고!

transpose 뺀 그냥 conjugate A-bar 을 v에 무지성 곱하는거임.


이거보다 기똥찬 방법이 있음.

복소수 4개로 이루어진 v := (t, x, y, z)에 대해,

X := [

[t + z, x - iy],

[x + iy, t - z]]

라는 2-by-2 matrix를 정의하고 AXA^*로 변환할 수 있음.

이를 (1/2, 1/2) 표현이라고 부름.


이제 SO(3;1)의 제네레이터 6개도 SL(2,C)의 제네레이터 6개에 대응시킬거임.

부스트 sigma_0a는 각각 파울리 매트릭스 sigma_a에,

로테이션 sigma_12는 파울리 매트릭스 sigma_3의 i배에,

로테이션 sigma_23은 파울리 매트릭스 sigma_1의 i배에,

로테이션 sigma_31은 파울리 매트릭스 sigma_2의 i배에 대응시킴.

그러면 X를 (1/2, 1/2) 방식으로 변환하는건 (t, x, y, z)를 "벡터처럼" 돌리는 것과 같음.

따라서 4-vector = (1/2, 1/2) 표현임.


이거보다 더더더더 기똥찬 방법이 있음.

복소수 4개로 이루어진 v := ((x_0, x_1), (y_0, y_1))에 대해,

Av := (A(x_0, x_1), A-bar (y_0, y_1))을 생각하는거지!

이게 흔히 말하는 (1/2, 0) + (0, 1/2) 표현이고.

디락이 역사적인 이유로 생각해낸 변환 방식은 오늘날의 관점에서 결국 스핀 1/2를 표현하는 적절한 방식이었다,

이렇게 재해석이 가능함.


이제 A로 돌아가는 (x_0, x_1) 부분을 left-handed, 줄여서 L이라 쓰고,

A-bar로 돌아가는 (y_0, y_1) 부분을 right-handed, 줄여서 R이라 쓰겠음.

(*이렇게 쓰는건 Weyl basis라고 부르고, 다른 basis도 있으니 교재에 따라 맞춰서 생각하자...)


지겨운 빌드업을 마치고 이제 본론인 "디락 방정식은 왜 이런 형태인가?"를 마무리하자.

디락 스피너 psi = (L, R)이라 하자.

이제 다이내믹스를 표현할 라그랑지안, 즉 어떤 스칼라가 필요함.

그리고 1st-order 디락 방정식 비스무레한 놈이라도 줄 라그랑지안은 아마도 (L, R)^* round (L, R) 꼴일텐데...

바로 (L, R)^* gamma^mu round_mu (L, R)가 여기서 "스칼라처럼" 변환하는 방식임.


결국 하고싶은 말은 이런거임.

gamma matrix란

1. 역사적으로는 디락이 이런 형태의 방정식을 추구하다보니 도입된것이고,

2. 현대적으로는 (1/2, 0)+(0, 1/2) 표현의 요소들을 잘 결합해서 스칼라를 얻기 위한 어댑터 같은 놈이다.

그리고 이때 자주 쓰이는 gamma^mu round_mu를 Feynman slash 노테이션으로 쓰면 우리에게 익숙학 디락 방정식이 되는거고,

그런 표기에 전혀 쫄 필요가 없다는거임. 그건 그냥 스칼라를 얻기 위한, 그리고 계산을 쉽게 하기 위한 도구니까.



여기까지가 free field에 대한 이야기였음.

도입부에 불과하지만, 이론적으로 납득가게 이해하기가 (그리고 설명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 아닌가 싶음.

디락은 ㄹㅇ 전설이다...









+) 디락이 아싸면?

봇치디락ㅋㅋㅋ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