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노 대통령을 좋아하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글을 좀 읽어봐야겠다 해서 한겨레를 구독한 것으로 저의 정치에 대한 본격적 관심이 시작됐는데,

그때부터 진짜로 인민 즉 우리를 위한 정책이 무엇인지 고려하기 시작했고,

페미니즘과 사회주의, 반권위주의와 같은 것을 얕게나마 배웠습니다.

그리고 노 대통령에 대해서도 깊은 호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된지가 1년이 채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친노임에도 불구하고 관련 정보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하지만 제가 인터넷 문화를 접한 것은 매우 오래되었고,

그만큼 더러운 물도 많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땐 철도 없었으니 그런 것들에 대한 흡수력도 더 빨랐죠.

필터링이 없이 정보를 흡수하다보니, 국내 커뮤니티 중 가장 추악한 사이트인 '일베'의 정보까지도 모르는 새에 흡수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일베가 양산해내는 정보들은 정말 극도로 자극적입니다.

생명의 가치와 존엄성까지도 유머 코드로 만들어버리는 그들이다보니 그렇죠.

결국 사고가 깬 후에 와서야 그것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되었지만요.

 

노 대통령의 퇴임 후 연설은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야 기분좋다' 발언으로 유명한 연설입니다.

유튜브로 그 영상을 보았습니다.

저는 경상도 사투리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그래도 같은 부산사람이란 점은 어쩔 수 없이 통하나 봅니다.

'야 기분좋다'라는 말이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걸쭉하게 끌어올리는 그 소박한 감탄사가 그의 인간성과 함께 전달되어 제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대통령님의 사투리는 너무 평범했습니다. 목소리 톤도 그냥 평범했습니다. 정말 옆집 아저씨 같았습니다.

 

'야 기분좋다', '이기야',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와 같은 발언이 그런 고인드립으로 악이용된 이유는 단지 그의 '직업적 특수성'밖에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만약 이 발언들을 그냥 지나가던 경상도 아저씨가 했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냥 평범한 경상도 사투리니까요.

이런 사실들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의 사투리는 기분이 좋습니다.

하지만 자꾸 나쁜 생각이 듭니다.

기억 속에서 지워버리고 싶지만 지워지지 않는,

그 자극적이고 흉악한 쓰레기 정보들이 저의 좋은 기분을 방해합니다.

 

세상에 이 정도로 상식이 통하지 않는 곳이 있다는 사실이 슬픕니다.

이럴 때마다 그들은 물론이고 저 자신까지도 혐오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