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장 적야천경은 13장에서 계속 빌드업 쌓은 오딘이랑 경진의 대립이 끝나는 파트였음


여러 요소가 오밀조밀하게 얽혀 있는데 굵직한 요소는 총 두 개임


1. 지금까지 정체가 ???으로 나왔던 흑막의 정체

2. 오딘, 경진의 젖치기




흑막부터 다뤄보겠음


지능형 비스베인 둘을 하대하면서 정보를 수집하고

감병이 빠졌던 함정을 자기가 설치했었다고 말하는 흑막이 하나 있는데

경진이랑 아도민이 초반부에 이 녀석에 대한 이야기를 함


한편, 아도민이랑 경진이 조사를 위해 에너지층에 들어갔는데.

중간에 천통 엔진에 넣어둔 '에너지 심장'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음.

아도민이 앞서 적으로 만났던 오티스랑 라돈에 대한 이야기를 꺼냄.

오티스랑 라돈도 에너지 심장을 노리고 있었다, 라고 하니까 경진이 위와 같이 말함

'그들이 최근에 움직이기 시작한 건 결코 우연이 아니에요.'라고


아도민이 흑막이 지시를 내리고 있던 건지 묻자, 경진은 그렇다고 대답함.

정확히는 "에너지의 심장을 노리고 있어요."라고.

종합하면 어떤 존재가 곳곳에서 지능형 비스베인을 부려서 에너지 심장을 노리고 있다는 거고.


지금까지 '크눔'이라는 이름으로 에버베인에서 활동하던 코르그 직원이, 사실 크눔의 껍데기를 뒤집어 쓴 흑막임이 밝혀짐.


간략하게 정리하면, 아도민이 어떤 흔적을 보고 크눔의 평소 습관을 떠올리며, 크눔이 이상한 거 같다는 의혹을 제기함.

그 소식을 들은 오딘이 파라쿠스를 통해 그 진의를 파악하고, 크눔이 고의적으로 기록를 없앤 것을 확인.

그리고 오딘의 원격 지시로 아도민이 크눔의 정체를 까발리면서 크눔이 본모습을 드러냄


아도민은 고모리를 구한 게 너냐고 묻고, 크눔은 대강 인정함.

오히려 너무 쉽게 정체를 밝히는 감이 있다고 느낄 정도로 시원시원함.


그리고 능광이 공격하는데, 우스울 정도로 쉽게 공격을 막으면서 능광을 훨씬 압도하는 모습을 보임.

그리고 여기서 크눔이 아도민을 향해 몇 가지 이야기를 하는데


능광이 "당신을 막으면 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할 수 있을 거예요."라고 하자

흑막은 "사람의 목숨? 역설적이군. 난 순실을 줄이고 있고, 손실을 늘리는 쪽은 당신인데 말이야."

"너희가 끼어들지 않았다면 에버베인 철수가 끝났을 때 에버베인 전체에 인간과 모디파이어가 없었을 거야. 내 개인적인 일만 남겠지."

"하지만 너희가 순조롭게 진행되는 일을 망치고 말았어. 그래서 많은 존재가 혼란의 대가로 지워져 버렸지."

"난 혼란을 좋아하지 않아."


라는 식으로 너희가 내 정체를 까발려서 오히려 피해가 늘었다, 라고 말함.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됨.


흑막은 천통 엔진에 있는 '에너지 심장'을 노리고 있음.

그래서 천통 엔진을 향한 포격을 시작하고, 엄청난 수의 비스베인을 불러내는 '베인 쇼크'를 일으킴.

그래서 에버베인에 있던 사람들이 무차별로 공격당함.

여기까지는 크눔이 대학살자가 맞는데


원래 크눔. 그러니까 흑막은 곧 '빛의 궤도'를 통해 이곳에 있던 사람들을 전부 다른 지역으로 보내려고 했음.

사람들을 안심시키고 에버베인을 안정화하려는 경진과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는데,

묘하게 경진을 인정해주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함.


여기서부터 조금 의아했음.

지금까지 비스베인은 인간을 무작정 공격하는 괴물이었고

지능형 비스베인인 고모리도 13장에서 '인간은 어차피 초기화돼서 목숨도 가치가 없다.'라는 식으로 말했음.

그런데 정작 그 비스베인들을 통솔하는 흑막이 쓸데없는 손실을 줄이려고 사람들을 대피시키려 했었음.

물론, 수틀리자 인간들이 ㅈ되든 말든 걍 다 쓸어버리긴 하는데


말하고 싶은 건 '굳이 안 해도 되는 일'을 하려고 했다는 거임.

인간들을 대피시키는 거.


흑막은 에너지의 심장을 노리고 있었고.

천통 엔진에 접근해서 에너지 심장을 빼내려면 큰 혼란이 일어나서 경진 일행이 갈팡질팡해야 일이 더 쉬워짐.

하지만 크눔은 남겠다는 반대파가 있음에도 다른 사람들만이라도 대피시키려 했었음.


이걸 보고 흑막의 정체가 혹시 '감찰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듬



여기서부터는 뇌피셜임






빗속의 난교 후편에서

오딘은 감찰자들이 '죽었는지, 휴면 중인지, 고장인지, 아니면 단순히 지친 건지, 코르그가 감찰자의 상황을 알고 있는지조차 몰루?'라고 언급함.


그런데 이 감찰자들은 앞선 두 번의 기원에서는 오딘과 경진한테 적극적으로 협력했던 것으로 나옴.

왜 갑자기 연락이 끊겼는지도 몰라서 아예 오리무중인데.



코르그 관계자인 파라쿠스는 오딘이 감찰자 얘기를 꺼내자마자 '감찰자의 모든 정보는 절대 유출할 수 없어.'라고 못 박음.

협력 관계였던 이들이 모습을 안 보이는 것도 ㅈㄴ 답답한데 유일하게 연락이 닿는 코르그도 저렇게 나오니 환장할 노릇임.

그런데 만약 이게 '말 해주지 않는다'가 아니라 '말 해줄 수 없는 거라면'?


낭교 후편 떡밥도 흥미진진하네 짧은 후기 - 에테르 게이저 채널 (arca.live)
이 글에서 감찰자가 갑자기 연락을 끊은 게 두 번의 실패 끝에 태초의 모디파이어가 아닌, 다른 방법을 찾으려는 거다. 라는 뇌피셜을 굴렸었는데


이번 파트 보고 '감찰자 중에 배신자가 나왔다'라는 생각이 들었음.

본래 감찰자들도 가이아를 관리하는 입장임.

그런데 두 번의 실패 끝에 '이대로는 불가능하다'라고 판단한 누군가가.

'모디파이어와 협력해서 사태를 해결'할 게 아닌, '비스베인 쪽으로 파고들어서 근원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그러니까 감찰자 중 하나가 흑화해서 동료를 다 죽이거나 가이아 세계에 간섭할 수 없게 만들고

혼자서 가이아 세계에 현신해 비스베인에게 접근한 게 아닐까, 하는 뇌피셜임.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오딘이 흑막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심각한 표정이 되어서 "기원, 공간의 틈... 튜링은..."이라고 중얼거림.

튜링이 흑막의 이름임.


여기서 나온 '기원', '공간의 틈'이라는 단어가

13장부터 계속 주제를 관통하는 핵심 단어들 중 하나임.

천원 스토리 파트에서 강조하는 것들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근원, 기원, 공간'을 많이 강조함.


그것들로 인해 가이아 세계가 뒤틀리고 있고, 그것들을 고칠 방법을 찾아야 경진의 건강도 고치고 세상도 안정화할 수 있기 때문.

오딘이 갑작스레 흑막의 존재를 듣자마자 저런 걸 떠올리는 부분이 상당히 의미심장함.


이걸 보니 흑막은 단순한 흑막이 아니라 '근원이나 '기원'에 가까운 존재 같음


또,

흑막은 크눔을 죽이고 그 몸을 빼앗았음.

그러면서 하는 말이 "나와 크눔은 서로 다른 개체야. 내가 차지한 건 그의 몸뿐이지." 라고 발언.


그런데 13장에 '???'이 처음 등장했을 때. 그러니까 고모리를 구하러 왔을 때를 생각해보면

육신이 없이 거대한 힘의 회오리 같은 게 와서 '모든 공격을 차단'하고 고모리를 데려갔음.

힘만 따로 보냈다기보다는 실체하는 육체가 없이 에너지 덩어리로 돌아다녔다, 라고 보는 게 더 맞는 거 같음.


그리고 12장에서 나온 '미지의 존재'도 아도민에게 접근했을 때도 유사함.

미지의 존재는 아도민을 직접 만나지 않고 가상의 세계로 초대했었음.

그리고 아직은 직접 만날 때가 아니다, 라고 하는데

이게 실제 육체가 지금도 존재하는 건지 아닌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음.


이 두 가지를 보니까

감찰자들은 '가이아 세계'에 왔을 때 현신할 육체가 없이, 영혼. 또는 에너지 덩어리인 상태로 돌아다니는 듯함.

흑막이 정체를 밝혔을 때도 크눔의 껍데기를 벗지 않고 단순히 선글라스만 벗는 걸 보면 본체가 따로 없는 거 같음.


즉, 감찰자가 가이아 세계에서 제대로 활동하려면 '누군가'의 몸에 빙의해야 한다라는 가설이 나오고.

이건 12장에서 나온 미지의 존재와 베르단디에게 빙의, 둘이 합쳐지면서 베르단디 이격이 나오는 가능성과도 이어짐.

이렇게 되면 베르단디가 신화 이름대로 '시간을 조작하는 능력'을 얻게 됨.

12장에서 나온 감찰자는 '시간'을 다루니까.


그리고 우리의 흑막 '튜링'은 공간을 다룸.



흑막의 능력을 두고

경진은 '단순히 공간을 왜곡할 수 있는 능력인 건가? 아니면 좀 더 넓은 의미의...'라고

아도민은 '화염이 냉각된.... 물리적 상식에서 보면 추상적일 수도 있지만 확실히 냉각된 상태였어요.'라고 언급함.


화염이 냉각됐다, 라는 게 존나 오묘한데.

이거 아마 우주처럼 공간을 절대영도로 만들어서 불꽃을 멈춘다거나, 그런 게 아닐까 싶음.

13장 고모리를 구했을 때도 보면 흑막이 공간에 관련된 능력을 다루는 건 거의 확실함.


사실 여기까지는 좀 약한데, 흑막 이름이 컴퓨터랑 연관이 많았음

흑막 자신이 밝힌 '튜링'이라는 이름임

이거 아마 '튜링 기계'에서 따온 이름인 거 같음.

혹은 그 기계를 만든 앨런 튜링에게서 따왔거나.


솔직히 튜링 기계가 정확히 뭔지는 잘 모르는데

위키에 '앨런 튜링이 알고리즘과 계념을 튜링 기계를 통해 컴퓨터 과학의 발전에 공헌했다'라고 언급되는 걸 보면 컴퓨터에 있어서 꽤 중요한 요소 같음.


에테르 게이저의 가이아 시스템이 컴퓨터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스토리인 만큼, 저런 인물도 당연히 핵심 인물이겠지.

감찰자거나 거기에 가까운 존재임은 틀림 없는듯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새끼 신력이랑 베인 에너지를 동시에 다룸.

지금까지 베인 에너지는 신력에 상반되는 개념처럼 다루어졌음.

인간을 침식하고, 세계마저 침식하는 부정적인 에너지로 다루어져서

거기에 침식 당한 사람은 비스베인화 돼서 '이로드'라고 불림


14장에서도 이로드를 직접 처리한 경진이 무덤을 만들고 작게나마 추모하는 장면이 나옴

여기서 뭔가 위화감이 들었었는데


감찰자-> 세계를 조작할 수 있는 힘을 지님.

베인 에너지-> 침식한 대상을 윤회에서 벗어나게 할 정도로 근본 자체를 변형시켜버림.


비스베인이 문제가 되는 이유가 가이아의 법칙에 상극이기 때문임.

비스베인이 판을 치면 그만큼 윤회하지 못하고 그대로 소멸하는 인간이 많아지니까.

그게 계속되면 다 소멸돼서 결국 남는 인간이 없겠지.


아직까지는 이 베인 에너지라는 게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음.

그런데 베인 에너지랑 감찰자의 능력이랑 유사한 점이 있음.

둘 다 '가이아의 힘'이 닿지 않는 상위의 힘이라는 거.


여기서 감찰자의 힘=베인 에너지라는 가설이 나옴.


만약 이 베인 에너지가 감찰자들이 가이아의 수치를 조절할 때 사용된 프로그램?이 힘으로 형상화한 거라면.

'튜링'이 신력이랑 베인 에너지를 동시에 다루는 것도.

베인 에너지에 당해 변형된 사람을 '신력'으로 되돌릴 수 없는 것도 설명 가능함.


베인 에너지가 수치를 변형시키는 힘이라면

'가이아 세계에 속한 신력'보다 상위의 힘이라 일반 모디파이어로는 절대 범접이 불가능하니까.

그 힘을 직접 다룰 수 있는 감찰자만이 양쪽 힘을 모두 다 다를 수 있겠지.



이 가설대로라면 12장에서 감찰자로 의심되는 미지의 존재가

오딘과 같은 태초의 모디파이어한테가 아니라 아도민한테만 접근한 것도 설명 가능함

아도민의 몸에 베인의 찌꺼기 비슷한 게 깃들어서

감찰자의 힘이 닿은 존재니, 모디파이어들보다 비교적 쉽게 간섭이 가능했던 거.


하지만 그것도 직접 만나지 못하고 가상의 세계를 통해서였으니

흑화한 감찰자가 다른 감찰자들을 죽였거나, 봉인, 또는 가둬놨다고 볼 수도 있을듯



여기까지 뇌피셜 요약하면

1. 비스베인을 이끄는 흑막은 '흑화한 감찰자'의 가능성이 있다.

3. 이 가설이 맞으면 추후 '미지의 존재'랑 베르단디가 합쳐짐으로써 '시간 능력을 가진 s베르단디 이격'의 가능성이 있음.






그리고 오딘, 경진 파트인데

13장 전체에 걸쳐 쌓은 빌드업 중 첫 번째가 터지는 순간임.

그래서 떡밥보다는 상황 전개 위주로 흘러가서 스토리를 직접 보는 걸 추천함


아무튼, 꾸준히 오딘이랑 경진의 성향이 다름을 보여주면서 쌓은 빌드업이 이번에 터짐.



튜링이 등장하고 베인 쇼크가 일어나서 에버베인이 쑥밭이 됐을 때.

경진이랑 오딘은 의견이 갈림.


오딘 = "에버베인을 빛의 궤도를 통해 사람들을 대피시키자."라고 주장함.

에버베인을 포기하면 천통 엔진도, 그거 때문에 목숨을 갉아먹히는 경진 몸도 더는 혹사하지 않아도 됨.

걍 정착할 장소를 버리고 새로운 곳으로 가서 새출발을 하면 되는 문제.

그러나 경진은 완강하게 반대함.

물론, 타당한 이유가 있음.


경진 왈, "에버베인의 붕괴가 임계점을 넘어서서 가이아가 작동되지 않을 수도 있다."

즉, 에버베인의 붕괴가 '다음 초기화'를 못 하게 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주장.

여기서 에버베인을 구하지 못하면 그게 곧 종말로 이어진다는 추측임.


그래서 경진은 '애쉬'랑 '시리즈 코어'의 힘을 합쳐서 '에너지 심장'을 대체, 천통 엔진을 안정화시키려고 함.

그러나 그게 그냥 부품 교체하듯이 확 바꿀 수 있는 게 아닌가봄.

교체 작업을 하는 경진에게 상당한 부담이 되는 일인듯.

태초의 모디파이어인 자신만 할 수 있는 일이라면서 완강하게 밀고 나감.


그러자 오딘이 정색하면서 아래와 같이 말함.


"상황을 바꾸고 싶으면 더 이상의 피해를 허용하면 안 돼. 특히 우리는." 이라 언급.

즉, 태초의 모디파이어만큼 강한 존재는 지금 없음.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최대한 힘을 보존해서 이 다음의 싸움을 준비해야 한다, 는 주장임.


경진은 "우리는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아니다. 비스베인은 나날이 강해지나, 세계 전체의 균형은 유지되고 있다."고 반박함

즉, 어디선가 우리를 대체할 힘을 가진 존재들이 등장할 테니,

내가 지금 당장 여기서 죽거나 재기불능이 된다고 해서 세계가 망가질 일은 없다는 이야기임.


이런 식으로 둘이 서로 고집을 이어감.

이건 어느 한쪽이 잘못했다, 라기보다는

둘 다 각자 바라보고 있는 미래가 다르기 때문에 나오는 대립에 가까움.


그래서 결국 오딘이 힘으로 증명하라고 하면서 싸움이 시작됨




경진이 끝내 고집을 꺾지 않으니까 오딘이 젖부심 과시하더니 영역전개하면서 우위를 차지하고



그 다음에는 경진이 자신과 연결된 '에너지 심장'의 힘을 사용해서 오딘을 능가함


그래서 결국 이 싸움은 경진의 승리로 끝나고.

경진이 애쉬를 가지고 떠나려고 함.



오딘은 경진이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어쩔 셈이냐'며 경진의 생각을 물어봄


경진이 '세 번째 초기화'가 있음에도 목숨을 거는 분위기로 완강하게 나가는 이유가

'나에게 세 번째는 없다.'고 언급했기 때문임.

경진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금 기원에서 에버베인을 지키고 싶어함. 그 이유를 묻는 거.


경진은 앞에서 '자신과의 약속이다'라고 언급하는데

이건 단순히 약속 때문에 행하는 건 아닌 듯함.


앞에서, 경진은 시리즈 코어를 만든 장인, 촉을 자기 손으로 죽였다는 언급이 나옴.


고모리가 한 발언을 보면, 촉은 '애쉬'에 접촉했다가 비스베인화된 모양임.

그래서 경진이 촉을 죽이는 걸 고모리가 직접 봤다, 라는 언급이 나옴.


경진은 지금까지의 선택을 후회하는 듯한 모습을 몇 번 보였음.

특히 기원이 초기화될 때 '더 나은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라고 사색하는 뉘앙스가 몇 번 있었는데


친한 친구이자 동료를 제 손으로 죽여가는, 이런 선택이 계속 쌓이고 쌓이면서

더는 미래를 이어가려고 미래와 누군가의 목숨을 양자택일하는 것보다는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지금 당장 내 주변 사람을 지키겠다, 라고 생각하는 걸지도 모르겠음.


오딘은 마지막으로

"혼자 떠안고 가는 건 관둬."

"나와 같이 천통 엔진에 가자. 엔진 문제를 서둘러 해결한 뒤에 튜링을 찾아가는 거야."

라고 권함.


하지만 경진은 역으로 자신이 애쉬와 에너지 심장을 교체한 직후, 에너지 심장의 수거 및 뒷수습을 부탁함.

그러면서 "먹고 싶은 게 있어?"라고 묻고.

오딘은 "이번에는... 매운 거 먹으러 가자."

"어차피 넌 다른 맛은 못 느끼잖아."

라고 말함.


오딘은 경진이 어떤 상태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는 듯함.

경진은 권능만이 아니라 몸의 감각도 서서히 사라져서

'맛'이 아닌 '통각'인 매운맛 밖에 못 느끼는 지경이 왔음.

뭔가를 마실 때에도 그 맛을 느끼지 못해 펄펄 끓는 '뜨거운 차'만 마심.


즉, 경진의 몸은 이미 되돌릴 수 없을 지경으로 엉망진창이 됐고.

경진은 태초부터 함께했던 친구의 도움도 마다하고 혼자 마무리 지으려고 떠남.


그리고 마지막으로 영패를 오딘한테 주며 자신을 대신해 사방원을 맡아달라고 부탁.

오딘은 마지못해 친구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주고.

경진은 "고마워..."

라는 말을 남기고 떠남.


오딘은 그 뒷모습을 보며 "아프네..."라고 중얼거림.

부상 자체는 크지 않았는데도 더욱 선명하게 느껴진다는 묘사가 나오는데

그만큼 마음이 아린다는 거겠지.


아까 오딘이 "혼자 떠안고 가는 건 관둬. 나랑 같이 천통 엔진에 가자."라고 하는데.

이걸 보면 오딘이 경진에게 얼마나 애착을 느끼는지 알 수 있었음.

오딘은 결국 경진과 '함께' 하고 싶어함.

아마도 세상이 안전해졌을 때, 경진이 옆에 있기를 원했겠지.


함께 태어나 주변 인물들이 초기화 되어 자신을 잊는 동안에도

오랜 세월 서로를 알고, 대립하거나 의지하면서 지냈으니까.

당연히 각별했을 거임.

마지막에 함께 가자고 권유하는 건 마치 어린 소녀로 돌아간 것 같은 모습 같기도 했음.


그런 자신의 마음을 두고 한 말인지는 모르겠는데


"첫 번째 기원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생각보다 변하지 않았네...."

라고 언급하면서 오딘 경진의 이야기가 마무리 됨.




그리고 이 뒤에 아도민과 베르단디가 맹장을 만나서 천통 엔진으로 향하는데

대폭발이 일어나고 아도민이 기절하면서 14장 적야천경이 끝남.







스쿨드도 그렇고 경진도 그렇고

용시가 희생과 책임에 관한 걸 상당히 강조하네.

스쿨드도 결국 자신이 몰고 온 재앙이라 생각에 모든 걸 책임지고 자신을 희생해 우르드를 무찌르고.

경진도 촉을 죽인 것, 지난 두 번의 기원이 실패해 초기화 된 걸 자신의 책임이라 여기며 스스로를 희생해서 에버베인을 지키려고 함.


처음에는 같은 목표를 뒀으나 실패와 상처가 쌓일수록

오딘은 "약간의 희생과 포기가 있더라도 내 힘을 최대한 비축해서 일을 해결해 남은 이들을 지키겠다."

경진은 "더 이상의 희생은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 선에서 끝내고 남은 건 후대에 맡기겠다."

라며 서로 의지하면서도 정반대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그 감정선을 잘 이끌어나가서 ㄹㅇ 괜찮았음.


다만 그게 해피엔딩이 아니라 배드엔딩으로 치닫는 거 같아서 아련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