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경고: 재미없어도 책임질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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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머리의 소녀, 요이사키 카나데는 오늘도 작곡에 여념이 없다. 악보 프로그램이 띄워진 모니터, 인쇄기, 키보드, 음악 서적으로 가득한 책장, 그리고 스피커와 헤드셋까지 작곡가의 필수품으로 가득찬 방. 소녀는 그 방에 부끄럽지 않을, 어쩌면 분에 넘치는 작곡가일지도 몰랐다. 


허나 드물게도, 오늘따라 집중이 안된다는 듯 그녀는 악보를 하염없이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유가 뭘까....'


스스로 되뇌이는 말, 그러나 껍데기뿐인 성찰로, 답은 이미 그녀도 알고 있었다. 카나데로선 생경하겠지만, 냉정하게 말해 그녀는 현재 이미 알고 있는 답을 무시하고 현실을 도피할 뿐이었다. 


이대로는 집중을 하지 못할 것이 분명하기에, 카나데는 헤드셋을 내려놓고 먼 허공을 바라보며 그녀가 발견한 기묘한 현상을 되새겨본다.


그녀의 주의를 끌고 있는 것은, 공연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일종의 '이상 소음' 이었다. 일반적으로 공연의 질이란 음악의 질, 부르는 사람의 방식, 가창력 등의 요소에 의해 좌우되지만 그것들은 연습을 거쳐 어느정도 평준화 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팬들의 평가 또한 충분히 그 수가 많아진다면 유사한 공연에는 유사한 반응이 나오게 되기 마련이다....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치카 씨, 호나미 씨, 미노리 씨, 에나의 남동생, 미즈키의 친구와 에나의 친구들의 사례를 보고 나선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분명 공연하는 사람들의 움직임과 가창에는 큰 차이가 없었어.'


그러나 팬들의 반응은 가끔 이상할 정도로 달라졌다. 이상 현상이 일어날 때는 평소보다 큰 호응을 이끌었던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때때로는 더 나쁜 평가를 받기도 했다. 같은 곡을 같은 인원이 같은 악기로, 목소리로, 안무로 재현하는데도 반응이 크게 달라졌다.


그 원인을 알 수 없다면 다른 사람을 구원할 음악이란 애초에 불가능할지도 모른다ㅡ 라는 생각으로, 그 같은 공연들을 최선을 다해 세심하게 다시 들어보며 차이를 파악한 결과, 아주 미세하고도 부자연스러운 챠밍음이 섞여 나는 것을 찾아냈다.


이 챠밍음만을 따로 사운드보드로 옮겨서 지우고 수정하는 작업을 가해 본 결과, 이 음이 어떤 특정한 패턴에 맞춰 나면 공연의 수준을 크게 끌어올려주는 효과가 있지만 거꾸로 여기서 약간만 틀려도 공연을 크게 실패시킨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정말 신경쓰고나서야 들릴 정도로 작은 소리였어.' 재능으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카나데마저 이렇게 평한 만큼, 지금까지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것도 이상하지 않았으리라.


이렇게 원인을 밝혀냈으나 이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엄밀히 말하면 이것은 그저 현상일 뿐, 소리가 제 발로 날 리는 없지 않은가? 누가, 어떻게, 그리고 왜 내는 소리인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그런 잔음이 섞일 만한 기기는 없었어.' 키보드, 베이스 및 일렉기타, 드럼, 스피커, 마이크, 그리고 정체불명의 로봇과 연출 소품들 모두 그런 소리가 날 물건이 아니었다. 작곡가의 경험에 따르면.


이 현실적인 사항을 전부 따져 봤는데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말은 이 현상이 명백히 비현실적이란 말이었고, 카나데가 알고 있는 가장 비현실적이지만 현실에 존재하는 개념은.....


'혹시 세카이와 관련된 일인가....?'


그러했다.


생각해보면, 세카이에는 이상한 일이 종종 있었다. 새로운 물품이 생기고 사라지는 일은 이제 놀랍지도 않지만 어떤 물건은 우리의 의도와 상관없이 생겼고 사라지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런 물건은 마치 우리를 위해 준비된 것처럼 도움이 되는 물건이었으며 그것 덕에 실력이 오르곤 했다. 그동안은 우리가 성장하면서 세카이에 생기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이게 생기면서 우리는 성장했다 보는게 맞았다.


'역시 미쿠에게 물어보는게 좋겠어.'


라고 생각하며, 카나데는 'Untitled' 를 재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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