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말이야, 언젠가 멋진 기사님이 될거야!"


어릴 때의 내 꿈은 기사였다.

동화 속의 기사와 같이 못된 사람을 물리치고 싶었다.

소중한 사람들을 멋지게 지켜주고 싶었다.


"...엄마...?"


그러나 나는 기사가 되기에는 나약했고, 어리숙했다.

그렇게 난, 불이라는 괴물에게서 부모님을 구하지 못했다.


".....엄마..아빠.."


그 후, 내 삶은 그저 흘러갔다.

불을 싫어해서, 불이 원망스러워서,

그렇게, 어른이, 소방관이 되었다.

그러나, 진정 내 꿈이 뭐였는지는 잊어버렸다.


"선배님은 왜 소방관이 되셨습니까?"

"...불이 거지 같아서."

"저는 사람을 구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왔습니다, 멋있는 일 아닙니까?"

"..구한다라.."


내가 진정 구한다는 일에 어울리는 사람일까.

그런 질문이 매번 나를 향해 날아왔다.

그렇게 질문에는 답하지 못한 채로, 나는 다시금 그 거대한 불을 마주보았다.


"상황이 말이 아닌데."

"저기요! 소방관님! 제발..제발 좀 도와주세요!!"

"아주머니? 여기 계시면 안됩니다, 빨리 대피를.."

"지금 저희 딸이 저기 갇혀있어요! 제발..제발..저희 딸 좀 구해주세요!"

"...네?"


그리고, 나는 그 불의 아가리로 들어갔다.

재와 연기가 내 눈을 자극했고,

타버린 재의 향기는 그날의 절망을 떠오르게 했다.

그러나, 나는 이제 어른이었다.

아이처럼 공포와 절망에 울 수 없었다.


"꼬마야!! 어디있어 꼬마야!!!"


어딘가에 숨어있을 아이를 찾아야했다.

그러지 않으면 남아있는 가족들의 원망을 받으리라.

그러지 않으면 남아있는 아이는 타죽으리라.

그렇게 한참을 소리지르자, 덜컹거리는 옷장의 소리가 들려왔다.


"..! 꼬마..."


그러나, 그 옷장은 거의 불타가는 상태였다.

지금 당장 구하지 않으면 저 아이는 타죽을 것이었다.

그러나, 그 앞을 거대한 불이 막고 있었다.


"...이런 ㅆㅂ..."


내 목숨이냐, 아이의 목숨이냐.

내가 가지 않으면 아이는 죽을 터였다.

그러나 내가 가면 불길에 휩싸여 둘다 타죽을지도 몰랐다.


'..그래...둘보다는..하나가...'

"..빌어먹을."


연민이었을 지도, 충동이었을 지도 몰랐다.

나는 불 속으로 몸을 던졌다.


"끄으으윽...!!!'


피부가 열기에 익어가는 것이 생생히 느껴졌다.

온몸이 타들어가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나는 결국 옷장을 부수고 아이를 꺼내어냈다.


"소...소방관 아저씨..."

"...이제 나가자...이제 괜찮아..."


그렇게 아이를 품에 안은 채, 나는 건물 밖으로 나왔다.


"아이고, 아이고 아가!! 아가!!"

"엄마!!"


나오자마자 아이의 어머니가 달려와 아이를 끌어안았다.


"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 소방관님..."

"...."


아직도 나는 잘 모르겠다.

내가 왜 아이를 구했을까?

제 목숨 소중한 놈이, 화상에 죽어가면서, 왜..


"소방관 아저씨..."

"...응?'

"고마워요. 정말 기사님 같았어요!"

'...아.'


여전히 나는 기사가 되고 싶었구나.

사람을 구하는, 그런 기사.


"....."

"...아저씨...울어요?"


이제서야, 그토록 모르던 내 꿈을 이룬 듯한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