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비트 식당 부엌 -


츠쿠모

.......


츠쿠모

하앗!


인형옷으로 몸을 감싼 츠쿠모가,

슈파파팟 소리를 내며 솜씨좋게 식칼을 다루어 재료를 썰었다.



치마

와아...!


시라

굉장해요. 츠쿠모 씨!

엄청난 손재주세요.



<뽁!>


츠쿠모

흐흥─♪

이쯤이야 간단하지♪

인형옷을 입고도 생활에 어떤 불편함도 없도록 확실하게 특훈을 했단 말이지.


시라

....벗을 수는 없나요?


츠쿠모

이건 나의 후맨 님을 향한 사랑의 증거야!

벗는다니 터무니없어.

그리고, 언젠가 멋진 후맨 님이랑 나는 근사한 결혼을 할거야...♥

이것도 신부 수업이지♥


시라

네, 네에...


시라

(이쪽에선 몬스터? 인 후맨 씨를 좋아하는 건 평범한 걸까...)


시라

이번엔 감사했습니다.

저까지 부탁하느라...


츠쿠모

신경 쓸 필요 없어.

치마한테 요리를 가르쳐주는 김에 한명쯤 늘어도 똑같아.


치마

후후. 고맙습니다.

츠쿠모 선배.


시라

사이가 좋으신 건가요?


츠쿠모

어어. 사실 나랑 치마가 같은 학교 학생이거든.

뭐, 귀여운 후배의 부탁이니까. 도와줘야지.

특히 신부 수업을 하고 싶다는 여자아이의 부탁이라면 말할 것도 없어♪

자, 이번엔 둘이 직접 해봐!


시라

네!


치마

네에♪



시라

츠쿠모 씨. 이러면 될까요?


츠쿠모

응. 오케이오케이♪

시라, 기초가 탄탄하네.

이쪽 세계의 요리에 익숙해지면 문제 없겠어.


시라

후후, 감사합니다.


츠쿠모

아니, 식칼 쓰는건 애초에 나보다 나은 거 아니야?

치마를 좀 도와주면서 가르쳐줄래?


치마

아, 부탁할게요.


시라

아, 네.

그럼, 은행 썰기는....


츠쿠모

...응응.

후후, 사이좋게 잘 할 것 같네.


토키사다

어라, 왠지 떠들썩하다 했더니,

뭐야, 요리 스터디해?


츠쿠모

소녀의 정원에 인사도 없이 들어오는 거 아니야.


토키사다

기지식당의 부엌을 빌려놓고 그런 말 하기 있어?


토키사다

호오, 조림이구나. 맛있겠어.

괜찮다면 시식은 내가...


치마

드, 드시면 안돼요!


토키사다

어? 안돼?


치마

그치만...

이건 아직 연습으로 만든 거고, 그게...


토키사다

연습?

충분히 맛있어보이는데?


치마

정말...토키사다 씨는 심술쟁이...

맛없어도 전 몰라요...

자요...아...아앙─♥


토키사다

...어어, 응.

맛있어. 맛있어.


치마

아....아핫.

기뻐요♪


시라

토키사다 씨와 치마 씨는 굉장히 친밀하신 것 같아요.


츠쿠모

으음~, 쟤의 경우엔 좀 특수한데.

치마랑 토키사다는 뭐라 할까, 부부 놀이를 하는거야.


시라

부부 놀이...?


츠쿠모

그래그래. 부부가 아닌 사람이랑 D차지를 하면 말도 안된다, 같은 생각을 하다가─

그리고, 그러다가...절충안으로 부부 놀이를 하는 걸로 타협한 모양이라...

새삼 설명하려면 정신 나갈것같네.

딱잘라 말해서 토키사다가 엄청 변태같아.


츠쿠모

뭐어, 그러다가 부부 행세를 하고 있다는 건데,

사실 치마는 토키사다를 진심으로 좋아하는데도 그 부분에는 자각을 못한단 말이지─


츠쿠모

뭐가 됐든 참 좋지. 부부생활.

나도 언젠가는 후맨 님이랑...그흐흐흐♥


시라

부부생활...



치마

아앙─, 토키사다 씨♥


토키사다

응. 맛있어. 맛있어.


치마

에, 에헤헤...♥


시라

부부...


시라는 부부 놀이를 즐기는 둘을 왠지 멍하니 바라보았다.



- 후일 - 


오오야 씨

다 됐다. 감자조림 완성이야, 시라 쨩.


시라

와아, 감사합니다.

오오야 씨.


오오야 씨

으흐흐, 꼭 손자한테 색시가 생긴 것 같네.

그 애는 복이 많아.


시라

색시...

네!?

저, 저는 그런 게...


오오야 씨

어머? 그랬니?

으흐흐...♥


시라

네, 네.

저는 어디까지나 란스 님의 노예일 뿐...


오오야 씨

으흐흐. 그래그래.



란스

여어, 와있었냐. 시라.

...거기에 할망구까지.


오오야 씨

아아, 걱정은 하지 말어.

난 막 나가려고 했거든.

나머진 젊은 애들끼리...

으흐흐흐흐~~~~♥



란스

....기분나쁘게 웃으면서 사라졌어.


란스

알게 뭐냐.

그보다 그거 맛있겠네.

한입 줘봐.


시라

아, 네. 알겠습니다.

그럼...


그것은 란스와 시라의 생활에 있어 드물지도 않은 평소대로의 원 씬.


시라

아~~~~앙


란스

아앙.

흠. 우물우물. 감자조림이냐.


시라

맛은 어떠세요?


란스

맛...맛은...

으으으음. 이, 이건...!


시라

두, 두근두근...


란스

따끈따끈굿맛굿맛이네.

그대로 계속 정진하라고.

가하하하하하하!


시라

아....



시라의 뇌내에 어제 있었던 토키사다, 치마의 참으로 화목했던 광경이 피드백된다.



시라

아아아아아아~~~~.....!


란스

뜨아악!?


시라

(나, 나...

지금까지 대체 무슨 짓을...!)


시라

죄송합니다...!

그럴 생각이 아니었어요!


란스

...뭐어?


시라

(새, 생각해보니, 나 지금까지...

란스 님한테 찰싹 붙어서 이거에 저거에 온갖 시중을...)


(밥 해드리고, 같이 목욕하고, 게, 게다가, 밤에는, 그거까지...)


(이건...소위 말하는 아내가 하는 일 아니야...?)


시라

그, 그럴수가...

부부...그런, 그런 건....

윽. 으으...


시라

저어...

오늘로 노예를 그만두려고 하는데요...


란스

갑자기 뭔 뜬금없는 소리야!?


시라

사표 쓸래요.


란스

사표쓰고 그만두는 노예가 세상에 어디있어!


시라

저, 정말로. 지금부턴 아앙 안할거에요.

가, 같이 목욕하면서 씻겨드리지도 않을거에요...

그, 그리고그리고, 그거...

...란스 님이랑 야한 것도 안할 거에요...


란스

뭐뭐뭐뭐, 뭐라─!?


시라

(아, 안돼. 얼굴이 뜨거워...!

아아, 난 지금껏 내내...)


(란스 님이랑 부, 부부같은 일만 하고 있었어...!

이, 이제야 깨닫다니...!)


(지금까지 얼마나 파렴치한 짓을 했던 거지...!)


(주인님이랑 노예의 관계인데, 이건, 정말로 잘못된 일인데...)


시라

아, 아무튼. 저는 그러니까.

란스 님의 곁에 있을, 수는....!


란스

..........


란스

에이.


<콩!>


시라

아야!


시라

아으...

란스 님. 왜그러세요...




란스

뭘─, 혼자서 난리치는거야.

알겠냐? 난 너를 노예로 삼아줬어.

이몸의 노예는 어─마어마하게 명예로운 거다.

그러니까 도중에 그만두는 것 따위는 안돼.

네가 대통령이든 간에,

초앙전사든 간에 그딴 건 상관없어.

뭘 하고 다니던 전부 부업이야.


란스

너는 이몸의 노예다.

평생 말이야.


시라

란스...님...


란스

서, 설마 내 노예를 하는 게 싫어진 건 아니겠지.


시라

그, 그럴리가요...!

가능하다면....

전 란스 님의 노예로 있고 싶어요...


란스

그럼 노예의 일을 해.

아앙해서 이몸에게 밥을 먹이는 것도, 목욕할때 이몸의 머리를 감기는 것도, 물록 섹스도 전부 노예의 일인 거다.


시라

네...?

그런 것들을 노예도 하는 건가요?


란스

다른 놈들의 노예가 어쩌고 다니는지 알게 뭐야.

관심도 없어.

내 노예의 일은 그런 거라는 거다.


시라

아...


란스

이몸은 노예를 풀어주는 일 같은건 없어.

특히 마음에 든 노예는 더더욱.

그러니까! 아무튼간에!

전 영원히 노예!

풀어줄 생각같은 거 없으니 그런 줄 알아!


시라

란스, 님...

으흑.


왜인지, 시라는 꽈악 가슴이 조여드는 기분을 느꼈다.



시라

네!

감사합니다.

저...계속...

언제까지고──란스 님의 노예로서..

열심히 할게요...


고민의 싹이 사라진 시라는,

빛나는 미소로 노예선언을 한 것이었다.



란스

나 참, 겨우 해결됐네.

시라는 가끔 이상한 소리를 해.

그런데, 어쩌다 갑자기 노예를 그만두겠다는 소리를...


란스

설마...

저녀석 노예 노릇이 싫어졌나...?

끄응. 실 녀석도 아니고.

그럴리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끄으으응...


란스

..........



란스

어─, 뭐야...

야, 이거 버리는 쓰레기야?


시라

아, 네. 맞아요.

죄송합니다. 거슬리셨죠.

금방 버리러...


란스

아니, 됐어.

가끔은 이정도는 해주지.

음음.


시라

네? 아앗...!



란스

으음. 이몸. 장하구나...너무 장해.

이걸로 시라도 기쁘게 노예를 계속할 게 틀림없어.

가끔은 잡은 물고기에게도 먹이를 줘야 하는거다.

옛다. 휙이다.

가하하하하하!


...........


.....



시라

란스 님. 란스 님....

집안일은 제가 할테니까.

제발...일을 빼앗지 말아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저는...

으윽, 훌쩍...으으...


란스

왜 쓰레기를 버리고 왔다고 우는거야─!



란스

──그러더란 말이지.

안하던 짓을 하는 게 아니구만.


나기

아하하. 그렇지─?



시라

흐흐흥─♪

오늘은 생선조림으로 해볼까─♪


오늘도 시라는 노예 생활을 콧노래를 부르며 즐긴 것이었다.




실에게 장기간 조교당한 나머지 주인과 노예의 주종관계의 인식이 완전히 뒤틀려있는 란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