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피폐물 채널


대충 뭐 주인공이랑 히로인이 둘 중 하나가 죽어야 나갈 수 있는 방에 갇혔다고 치자.


그 방은 깜깜하고 끽해봐야 1~2평정도 돼보이고 '둘 중 하나가 죽어야만 이 방의 문이 열립니다.' 라고 적혀있는 스크린만이 유유하게 빛을 발하고 있는거지.


방 한가운데에는 권총이 놓인 탁상 하나가 놓여있고 당연하게도 그것을 발견한 주인공과 히로인은 아무도 안 죽고 나갈 수 있을거라며 서로를 위로해.


그 과정에서 서로 껴안기도 할거고 뭐 육체적인 교감이 충분히 있을거야.


둘 중 하나가 정신상태가 불안정 하다면 패닉에 빠진 상대방을 달래주는 그림이 나올 수도 있겠네.


근데 당연하게도 나갈 방법 따위는 존재하지 않아. 단 한개만 빼고말야. 애써 부정하겠지.


하지만, 방 안에는 식량은 물론이고 수분도 일체 존재하지 않아.


하루, 이틀이 지나고 세번째 날이 오면 슬슬 한계에 부딪히기 시작해.


인간이 수분 없이 버틸 수 있는 한계치는 4일이라고 얘기하곤 하는데 이제 3일이면 죽음이 눈앞으로 다가온거지.


이렇게 가다간 당연히 둘 다 죽을 목숨이였기 때문에 주인공이 기지를 발휘해.


당연히 이틀 동안 놀고 먹...진 못하겠지만 아무튼 아무것도 안한게 아니라 방 안을 조사했기 때문에 주인공은 히로인에게 나갈 방법을 찾았다고 말하는거지.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한계에 몰려있던 히로인은 당연히 뛸듯이 기뻐하겠지.


그 모습을 보고 주인공은 더욱 각오를 다지게 돼.


먼저, 주인공은 히로인에게 스크린 아래, 문으로 추정되는 장소를 보고 서있으라고 지시해.


히로인은 뭔가 이상함을 느끼지만 3일동안 그 좁은 공간에서 쌓아온 신뢰가 괜히 쌓아온게 아니라는 듯 힘든 몸을 이끌고 따르겠지.


그리고 주인공이 '내가 지금! 이라고 외치면 두 귀를 세게 막아.' 같은 의도가 다분한 지시를 내려.


하지만 히로인은 이 악몽같은 상황을 벗어나는 유일한 이정표인 주인공을 믿어야만 하지.


평소였다면 무슨 의도인지 당연히 꿰뚫어봤을 말도 흐려진 판단으로 인해 혼란 스럽지만 두 팔을 들어올려 머리 옆에 둬.

'

주인공은 당연히 통하지도 않을 거짓말을 하기 시작해. 

그 문을 통하지 않아도 나갈 방법이 있다거나, 예상치 못할 변수가 생길수도 있으니 뒤를 돌아보지 말아달라던가... 그런 것들 말야.

문이 열리자마자 나가달라는 말도 덧붙여서.


그리고 히로인에게 짧게 유언을 몇마디 남기겠지.

내 하드는 전자레인지에 돌려달라는 그런거 말고 행복하게 살아달라거나 그 미소를 잃지 말아달라거나...


히로인이 의문을 제기하기도 전에 빠르게 주인공은 소리쳐. 

지금! 하고.


히로인은 무조건 반사적으로 두손을 귀에 대겠지만...

...총성은 말야. 그 소리의 크기로썬 땅이 뒤흔들리는 소리라고 표현 되곤 해. 히로인의 작은 손이 아무리 귀를 열심히 틀어막아도 그 날카로운 총성을 전부 막아냈을지는 미지수지.


이런, 야속하게도 히로인 앞에 문이 활짝 열려버렸네.


스크린에서 흘러나오는 희미한 불빛에 의존한 탓에 과하게 암적응 해버린 눈은 고통을 호소할지도 모르지만 그 빛은 자유의 빛임이 분명해.


그녀의 본능은 당장 앞으로 나아가라고 비명을 지르지만 아직 남아있는 총성의 메아리는 그녀를 사슬처럼 뒤로 끌어당기겠지.


하지만 히로인은 다리를 억지로 움직여 밖으로 나가야해. 무엇보다 살아야 했고... 주인공이 그렇게 부탁했으니까.


그 방밖으로 나와서 몇걸음 걷지 못해서 아직 뒤를 돌아보면 방이 선명하게 보일 위치지만 뒤를 돌아볼 수 있을리가.

히로인은 자신이 가장 두려워 하는 것에 대해 확인 할 수 없었어.


그때부터 히로인은 주인공이 애써 꾸며냈던 '문 외의 탈출 방법'으로 빠져나온 주인공을 상상 하겠지.


누구에게도 닿지 않을 혼잣말로 주인공의 이름을 작게 반복하며 모든게 괜찮을거라고 히로인을 안심시키는 목소리가 들려오길 기대하겠지만,

들려올리가.


안타깝게도 히로인은 그 자리에 주저 앉고 말았어.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는 모르지만 눈물이 더이상 나오지 않을때까지 울었을지도 몰라.


애써 일어날 힘을 모은 히로인은 움직이지도 않는 다리를 질질 끌며 집으로 향하겠지.


주변인의 무수한 노력 끝에 주인공은 히로인의 꿈을 몇년이고 괴롭히는 정도에서 그칠수도 있지만


어쩌면 일상이 망가질지도 모르겠네.


가만히 침대에 누워서 멍을 때리고 있으면 공황이 찾아오고 그 손틈 사이로 비집고 들어온 총성이 머릿속에 울려 퍼지며

주인공이 히로인을 원망하는 환각을 보고 있을수도...


그게 주인공이 하는 말 이라고 느낄 뿐이지 본인이 본인에게 하는 말 인지도 모른채로 말야.


그러다보면 주인공을 따라간다느니 속죄를 한다느니 뭐니 헛소리를 연발해대며 죽어버릴수도 있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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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이런 문체가 써보고 싶었음

일본 번역기 소설을 읽다보니까 뭔가 이런 문체가 땡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