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피폐물 채널

 "하... 오늘도 야근이네...."

 오늘 하루 종일 일을 했는데도 끝나지 않아 결국 야근을 하게 되었다.

 "이 회사 진짜 내년이면 때려친다 진짜"

 그때, 갑자기 머리가 쪼이는 듯이 아팠고, 이내 나는 쓰러졌다.

 "여긴 어디야..."

 정신을 차렸을 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방만이 있었다. 손을 더듬어 보니 1~2평 정도밖에 돼보이지 않는 작은 방이었다. 어둠에 조금 적응이 되어서 둘러보려니, 한 여성이 보였다.

 "으으윽..."

그때 우리는 눈이 마주쳤다.

 "으앗! 아.. 안녕하세요. 저는 김성한이라고 합니다."

 "아 예...아 저는 한예림입니다."

 이대로 서먹서먹하게 있는 것이 싫어 나는 대화를 시도했다.

"그...혹시 실례가 안된다면 여기 오시기 전에 무슨 일을 하고 계셨는지 알 수 있을까요?"

 "저는 초등학교 교사였어요. 집에 들어와서 자료 정리를 하고 자려고 하는데 갑자기 두통이 밀려와서 쓰려졌어요. 그리고 눈을 떠보니 여기였죠. 혹시 그쪽은?

"아 저는 그냥 평범한 회사를 다니고 있습니다. 제 일이 너무 많아서 야근하고 있었는데 저도 똑같이 머리가 아파서 쓰러졌습니다. 당연히 일어나보니 여기였고요."

 "아, 그러셨군요.."

그리고 다시 우리에겐 침묵이 찾아왔다. 이러고 있을 바엔 차라리 여기를 둘러보는 게 나을 것 같아 그녀에게 물어보았다.

 "그... 여기에 앉아서 가만히 여기가 열리길 기다리는 것보단 차라리 여기를 둘러보는 게 더 나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

 "좋아요. 저도 마침 그럴 참이였는데."

 그러자 갑자기 한 스크린에서 빛이 났다.

 [둘 중 하나가 죽어야만 이 방의 문이 열립니다.]

 그리고 우리의 눈에 들어온 건 방 한가운데에 책상에 놓여있는 권총 한 자루였다. 그때 그녀는 다리의 힘이 풀렸는지 주저앉아버렸다.

 "말도...안..돼...우린 다 죽을 거야... 다 죽을 거라고! 힘들게 공부해서 선생님까지 됐는데!!! 이젠 다 끝이야.....아아아아악!!"

패닉에 빠져버린 그녀를 위로하기 위해 나는 애써 떨리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그녀에게 말했다.

 "괜찮아요. 아무도 죽지 않고 나갈 수 있을 거예요."

 "그럴....까요? 아무도 죽지 않을 수 있는 건가요?

 그렇게 말하고 결국 울어버린 그녀를 나는 그저 껴안아줬다.

 "그럼요. 다 괜찮아질 거예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내 손은 미친 듯이 떨리고 있었다. 아마 다른 방법이 없다는 걸 이미 머리로는 깨달았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매우 피로해진 우리는 잠에 들었다.

 둘째 날이 왔다. 우리는 방을 좀 더 탐색해보려 이 어둡고 좁은 방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조금 더 가까워져 말을 놓게 되었다. 하지만 이 탐색으로 얻은 것은 여기엔 식량은 커녕 수분조차 일절 없다는 절망적인 사실이었다. 우리는 배고픔을 잊으려 이틀을 굶어 매우 고통스러운 배를 부여잡고 애써 잠을 청했다.

 셋째 날이 다가온...것 같다. 어두컴컴한 공간에서만 있다보니 시간 감각조차 사라진 것 같다. 사람이 물 없이 버틸 수 있는 것 끽해야 나흘까지라던데... 이렇게라면 둘 다 죽어버릴 게 뻔했다. 그래서 결국 나는 결단을 내렸다.

 "그... 우리가 이틀 정도 되는 시간 동안 이 방을 살펴봤었잖아? 그러다가 우리 둘 다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 같아."

 "정말? 그게 뭔데?"

 "일단 너가 스크린 앞을 보고 가만히 서 있어."

그녀는 약간 의아한 듯 싶었지만 이내 내 말을 따랐다.

 "그리고 내가 지금! 이라고 말을 하면 눈을 감고 귀를 힘껏 막아."

 그리고 나는 그녀에서 여러 말을 덧붙인 후 총 소리가 막히길 빌며 소리쳤다.







 .......

 우리가 방에 갇힌 지 사흘째 되는 날, 그는 나에게 지시를 내렸다. 문 같아 보이는 곳을 보고 서있으라는 것이었다. 나는 약간 의아했지만 사흘간 우리가 쌓아온 신뢰를 믿고 지친 몸을 이끌고 문 앞에 섰다. 그러자 그가 다음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내가 지금! 이라고 말하면 눈을 감고 귀를 힘껏 막아." 나는 이 방을 나갈 유일한 이정표인 그를 믿고 의도가 다분한 지시를 따라 머리 옆으로 손을 올렸다. 그러자 그가 그 문이 아니라도 나갈 방법이 있다, 혹시 모르니 뒤를 돌아보지 말아라, 문이 열리자마자 나가라느니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 그런 후 나에게 이런 말을 건넸다.

 "여기서 있었던 일들은 다 잊고 행복하게 살아. 학생들에게 늘 미소를 지어주는 좋은 선생님이 되어줘야지."

그 말을 내뱉은 후 그는 내가 의문을 제기하기도 전에 소리쳤다.

 "지금!"


 땅을 울리는 날카로운 총성이 내 손을 뚫고 들려왔다. 눈을 뜨자 내 앞에 있던 문은 활짝 열려있었다. 마치 나를 환영한다는 듯 밝은 빛을 쬐이며. 나는 그 빛이 자유의 빛일 거라 확신했다. 나의 본능은 그 빛을 따라 나가라고 소리치고 있었지만 내 귀에 메아리처럼 남아버린 총성은 사슬처럼 내 몸을 뒤로 당겼다. 그럼에도 나는 그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힘들게 다리를 움직였다. 그러나 나는 몇걸음 가지 못하고 멈춰버렸다. 그 거리면 나는 방을 충분히 볼 수 있었지만.... 나는 차마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에 대해 확인할 수 없었다. 그때부터 나는 나를 안심시킬 아주 조그마한 그의 목소리를 기다렸다. 그러나 현실을 직시한 나는 결국 주저앉아 버렸다.

 "만약 아까 그 말을 듣지 않았더라면, 무시했더라면, 그를 필사적으로 말렸더라면 그 사람을 만나지도 않았으면!....차라리 그 사람이랑 같이 죽었으면......이렇게 슬플 일도 없었을 텐데..."

 나는 그 자리에서 울부짖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내 눈에서 눈물마저 나오지 않게 되자 나는 애써 일어날 힘을 모아 억지로 빛을 따라 나갔다. 밖에 나가니 야속하게도 따스한 햇빛이 나를 감쌌다. 집에 도착해 학교에는 몸이 안좋아 쉬었다고 연락을 주고 다음 날 학교에 갔다. 자꾸 떠오르는 그의 모습을 애써 잊은 채 미소지으며 수업을 해나갔다. 퇴근 후 집에 가 침대에 누우니 그 사람이 자꾸 머리에 맴돌아 결국 일어나서 일을 했다.


 그 방을 탈출한 지 1년이 되었다. 그 동안 나는 행복하게 살려 노력했지만 날이 가면 갈수록 그에 대한 나의 그리움은 커져만 갔고, 결국엔 나는 이번 년도까지만 수업을 하기로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마지막 수업을 하게 되었고, 그 수업이 끝난 후 나는 한적한 도시의 한 건물에 들어가 옥상에 올라간 후 소리쳤다.

 "나 혼자 그렇게 두고 가면 난 어떻게 살라고! 행복하게 미소 지으며 살라고? 그게 가능하겠어? 사람이 내 바로 앞에서 죽었는데? 가능하겠냐고! 이 무책임한...."

 슬픔에 말문이 막힌 나는 이내 하늘에 몸을 맡겼다. 이러면 그에게 속죄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눈을 감았다.







얼마 전에 올라온 글 참고했음. 처음 써본 거라 좀 부족함. 피드백 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