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는 안나올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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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락

깊은 밤 천이 스치는 소리가 방안에 울려퍼지며 한 남성이
몸을 일으켰다.

그 인기척에 옆에서 자고있던 여성도 잠에서 깨어나 남성을 향하여 
물었다.

"여보? 무슨일이에요?"

남성은 잠시 자신의 옆을 바라보더니 아내에게 입을 맞췄다.

"금방 다녀올게"

여성은 익숙한듯이 미소지어보였다.

"조심히 다녀와요"

남성은 엷게 웃어보이고 안개가되어 몸을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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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바앗?"

비유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그 뒤에 한수영의 목소리도 들렸다.

"김독자 정신차렸어? 그럼 빨리나와"

"비유? 너도 따라온거야?"

"아바앗?"

"혼내는거 아니야"

차에서 내리자 탁트인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잠깐 쉬어"

바닥에 주저앉은 한수영이 자신의 옆자리를 두드렸다.

"여긴 어디야?"

"몰라 뭔가 나올때까지 가는거지"

"...그래서 여기 뭐가 있긴 한거냐?"

한수영이 사탕을 꺼내며 대꾸했다.

"아니 운전하다가 허리부서질것 같아서"

"그래도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있어야지"

사탕을 문 한수영은 듣기싫다는 듯이 인상은 찌푸렸다.

"아무 대책도 없이 온줄알아?"

"그 대책이란게 확실한지ㄷ..!"

한수영은 입에있던 사탕을 빼서 내 입에 넣었다.

"조용히해"

난 입안에 퍼지는 레몬향을 느끼면서 입을 다물었다.

그래 어차피 돌아가자고 해봤자 안갈테니까
여기까지 온거 한수영을 믿기로 했다. 적어도 무모한짓을 벌이는 
녀석은 아니니까

"...참..넌 내가 입에 있던걸 줘도 별 반응이 없네?"

"무슨 반응을 원하는건데?"

"보통은 더러워하거나 부끄러워하지않냐?"

한수영은 주머니에서 또 사탕을 꺼내며 중얼거렸다.

도대체 저 주머니에는 얼마나많은 사탕이 있을까

뭐라고 중얼거리며 껍질을 벗기는 한수영의 옆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입에 물고있던 사탕을 뺐다.

"그래서 유중혁이...야 듣고있냐?"

한수영은 언젠가부터 호응이 없던 나를 향해서 고개를 돌렸고

"아까부터 왜 반응이...!"

난 들고있던 사탕을 입에다가 한수영의 입에 넣었다.

"그럴거면 새걸로 주던가"

그리고는 한수영의 손에 들려있던 새 사탕을 가져갔다.

"너 이 미친..."

한수영은 더럽다는 듯이 표정을 구겼지만 사탕을 뱉지는 않았고
얼굴이 살짝 붉어진 것 같았다.

"그건 무슨반응이냐?"

한수영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굳어서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웃으며 사탕을 녹여먹기 시작했다.

"한수영 이거 아까랑 같은 사탕맞아?"

"왜?"

한수영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어째 니가 빨아먹던것보다 레몬향이 덜한거 같은데?"

"허!"

한수영은 날 돌아보더니

"진짜 넌..."

한수영은 한숨을 쉬더니 일어나서 내 뒤통수를 후려치고 숲으로
들어갔다.

"어디가?"

내가 아픈 뒤통수를 문지르면서 묻자 한수영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답했다.

"애들 부르러간다!"

난 한수영이 어딘가 달라져 보였지만 이내 생각을 멈췄다.

시간이 지나고 어느새 사탕의 레몬향기는 사라지고 단맛만이 
남았을때쯤 어딘가에서 바람과 함께 레몬향기가 실려왔다.

그리고 몇초후 한수영이 풀숲을 해치고 다가왔다.

"저쪽으로 가자 애들 기다려"

나는 말없이 일어나 한수영에게 다가가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숲속을 지나는 동안에는 우리사이에 아무런 대화도 없었다.
사실 한수영이 대화를 피하는 거였지만

아까 장난으로 기분이 상한건가

나는 빠르게 사과해야겠다고 생각하며 풀들을 해치고 나아갔다.

"아 독자씨 일어나셨습니까?"

언제나처럼 방패를 들고있는 이현성이 날 맞았다.

"어..이게 무슨일이죠?"

평온하게 말하는 이현성의 뒤로 수많은 이름없는 것들의 시체가 
깔려있었다.

"이걸 전부 처리하신 겁니까?"

이정도 숫자라면 분명히 알아차렸을 것이다.

"아니요 저희가 이곳에 도착했을때는 이미 이런 상태였습니다"

그때 일행들과 함께 이지혜가 걸어오며 말했다.

"현성아저씨 주변 몇백미터정도가 초토화되어있어 아마도 
압도적인 차이를 가진 한명이 날뛴것 같아"

"근처에는 뭐가 없었어?"

한수영의 물음에 이지혜는 별일아니라는 듯이 대답했다.

"별거 없던데? 못믿겠으면 이길영이랑 신유승한테 물어봐"

"근처 벌레랑 동물 싹다풀어서 수색했는데 아무것도 없었어요"

유승이와 길영이가 못찾았다면 우리로썬 찾을방법이 없다.

"본인들끼리 싸움이라도 일어난걸까?"

"그럴수도 있지 근데 조금 이상하긴해"

일행들의 말을 듣고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러면 살아있는 개체가 조금이라도 남아있어야 하는거 아닌가?
그리고 아까부터 뭔가 빠진 느낌이 든다.

"잠깐만 근데 뭔가 이상한데?"

한수영이 시체사이를 뒤적여보다가 의문을 표했다.

"지금 이렇게 해가 쨍쨍한데.."

나도 그제야 내가 느낀 위화감의 정체를 깨달았다.

"왜 이 시체들에는 그림자가 없지?"

스으

갑자기 스산한 바람이 불어오더니 일행의 뒤로 누군가의 신형이 나타났다.

"...!"

내가 반응할 새도없이 다시한번 사라진 신형은 한수영의 옆으로 나타나 한수영의 옆구리에 주먹을 꽂았다.



금속이 울리는 소리와 함께 이현성이 막아섰지만 방패째로 들려 구석으로 쳐박혔다.

한수영이 붕대를 풀면서 달려들자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거리를 벌린 그림자가 입을 열었다.

"너희가 이녀석들의 우두머리인가?"

이십대후반쯤 되어보이는 목소리와 깊게 눌러쓴 검은색 후드티

내가 뭐라고 응대할 새도없이 유중혁의 파천검도가 남자의 머리를 노렸다.

"...어차피 끝장을 볼생각이였다만"

유중혁의 몸이 공중에서 잠깐 정지했다가 바닥에 쳐박혔다.

"명을 재촉하는군"


"이지혜! 유승이랑 길영이 뒤로물려!"

내 등에서 날개가 돋아남과 동시에 내 모든 설화들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날 선두로 일행들의 모든 설화가 그동안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느새 일어선 이현성이 방패를 앞세워 남자를 향해 돌진했다.

남자는 당황한 기색도 없이 가볍게 돌진을 피했지만 그 뒤에 숨어있던 누군가를 눈치채지는 못했다.

[화신 '정희원'이 '심판의 시간'의 발동을 요청합니다]

[화신 '이길영'이 심판에 찬성합니다.]
[화신 '신유승'이 심판에 찬성합니다.]
[화신 '이현성'이 심판에 찬성합니다.]
[화신 '이지혜'가 심판에 찬성합니다.]

[화신 '유중혁'이 심판에 찬성합니다.]

[성좌 '거짓종막의 설계자'가 심판에 찬성합니다.]
[성좌 '구원의 마왕'이 심판에 찬성합니다.]

['심판의 시간'이 발동됩니다!]

'심판의 검'에서 피어오른 화염이 남자를 덮쳤다.

이번만큼은 급해질수밖에 없었는지 남자는 순식간에 자세를 갖추고 몸을 감췄다.

검이 허공을 가르며 힘이 약해지자마자 남자는 정희원의 뒤를 노렸다.

[성흔 '칼의 노래'를 발동합니다!]

노를 빠르게 저어 나아가며 지자,현자등 각종총통을 마구쏘았다.
탄환이 폭풍우처럼 날아가자 적의 무리는 감히 쳐들어오지 못했다.

충무공의 글씨가 허공에 떠오르며 이지혜가 엄청난 속도로 남자를 가로막았다.

남자는 그럼에도 어디선가 단검을 꺼내며 수백의 참격을 쏟아냈다.

두두두두두

남자는 분명 검을 휘두를 뿐인데 땅이 진동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지혜는 칼에 깃든 문장들을 최대한 끌어올리며 정희원과 자신에게 날아오는 참격을 막아냈다.

성흔의 영향으로 몇십 몇백의 포탄들이 쏟아지며 이지혜를 도왔지만 점점 밀리는 쪽은 오히려 이지혜였다.

"뭐야 이게.."

이지혜는 이를 악물고 크게 검을 휘둘렀다.

촤악

한번의 반격시도만으로 이지혜의 오른팔이 넝마가 되어버렸다.

이지혜가 자신의 오른팔까지 내어주며 휘두른 반격을 가볍게 막은 남자는 이지혜의 목을 노렸지만 

자세를 추스른 정희원에게 가로막혔다.

남자는 잠시물러났지만 그 자리에는 유중혁과 내가 대기하고 있었다.

반토막난 부러지지않는 신념과 번뜩이는 흑천마도가 각각 전격과 파천검도를 머금고는 남자의 목과 심장을 노렸다.

이번공격은 어쩔수 없었는지 남자는 허공에서 믿을수없는 움직임으로 몸을 비틀며 옆구리만을 내주고 몸을 피헀다.

"일신의 무력으로는 우리중 이길사람이 없다"

나도 알고있다.

이럴때야말로 쪽수로 밀어야하건만 우리성운에서 물량전이 가능한 사람은 유승이와 길영이뿐이다.

"유승이랑 길영이는 지금 할수있는게 없어"

하지만 공단에 있는 괴수종과 충왕종을 끌고오기에는 무리가 있었기에 이곳에서 우리가 굴릴수있는 병력은 자기자신밖에 없었다.

"...김독자 무리하지마라 그런 상태로는 방해만 된다"

한번의 전인화로 꼴사납게 비틀거리는 나를 바라보며 유중혁은 충고했다.

"내가 알아서 조심할게"

젠장 이럴때일수록 멀쩡한척을 해야하는데 망할놈의 호흡이 돌아오지 않는다.

"...."

그사이 정희원과 이현성,한수영은 끈질기게 남자를 압박하며 따라붙었다.

수없이 불꽃이 튀고 폭발이 일어나며 주변의 땅을 갈아엎고 있었다.

거기에 생사환을 깨문 이지혜가 합세하자 남자도 슬슬 스텝이 밀리는 것이 보였다.

챙-

".....!"

이내 정희원이 남자의 가드를 부수며 옆으로 몸을 날렸다.

그 뒤로 곧바로 뛰어온 한수영이 남자의 심장부근에 손을 올리고 온 힘을 끌어모아서 근방을 전부 집어삼킬정도의 화염을 일으켰다.

남자는 몇십미터를 튕겨나가 바위에 쳐박혔다.

"...이쯤했으면 이만 죽어주지?"

한수영이 어이없다는 듯이 웃고 남자는 미처 사라지지않은 불씨를 털어내며 차가운 눈빛으로 일행을 바라보았다.

"...안되겠군"

남자가 후드를 벗으며 중얼거렸다.

"혼자서는 무리야"

"뭐 여기서 친구라도 부르시게?"

한수영이 빈정댔지만 남자는 표정하나 변하지않은채로 중얼거렸다.

"그림자군단의 군단장들은 들어라"

"잠깐만 뭔가 기운이 달라졌는데.."

이지혜가 걸어나오며 한수영에게 말을 걸었고

"일어나라"

"숙여 머저리야!"

한수영이 이지혜의 머리를 잡아누름과 동시에 남자의 그림자에서 폭발이 솟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