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사라졌다.
유서만을 남겼다.

리온, 너를 떠나보낸다.
떠나보낼 수 밖에 없다. 죽은 걸까? 넌 나와 네 어미와는 다르게 똑똑한 아이였으니까. 설마 신께서 널 당신의 곁에 두고 싶어 하신 걸까?

리온, 네가 떠나간다.
이제 기억 속에서만 남을 너는 나의 후계, 내 모든 것을 이을 나의 아들, 내 전부, 어디에서 왔을지 모를 기적이자 나의 마지막 기사다.

리온,
비극을 쓸 수 없는 이유는 그만큼의 슬픔을 겪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하더구나. 네가 떠난 내 삶은 이미 커다란 비극의 한 조각이 된 것 같다.....

아니, 생각해 보면 꽤 오래전부터 네 삶은 비극이었을 텐데. 

왜, 나는, 이 순간에야, 
그때의 네 표정이 기억나는 걸까.

시간을 붙잡을 수 없음에 슬퍼할 뿐이다.
이제 너에 대한 추억만큼은 붙들고 싶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시간을 흘릴 수 없음에 슬퍼할 뿐,
이제 당신에 대한 추억도 떠나보내고 싶습니다.

아버지, 늘 말씀하셨지요
우리 가문은 제국의 방패, "영원의 도시"를
수호하는 백작, 황제의 기사라고.

가문의 후계자인 너는 검, 당신의
자랑이자 사랑이라고.
믿고, 응원하며, 사랑하노라고.

혹시 제 표정을 보셨나요?
혹시 제가 기사가 되기를 싫어한 건 아시나요?
혹시 당신에게 수없이 말씀드린 건 기억이나 하시나요?

당신이 주는 사랑이, 내가 원하는 종류의 사랑이 아니라는 점은 관심이나 가지셨을까요?
당신이 파혼시킨 약혼녀와 제가 사실은
깊은 관계였다는 건?

우리의 비극을 여기서 끝내야 합니다.
우리는 죽어서 춤추는 망자의 무도회처럼
어딘가 모를 기괴함과 어쩔 수 없는 
위태로움에 살았기 때문입니다.

모두, 안녕히 계시길.

이제 저의 미천한 고백을 이 글에 남기고 갑니다. 적당히 사랑을, 적당히 희망을 품었지만
대부분의 마음에 원망을 담았던 나도 참 이기적이었다고.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달, 저 흩어진 별에 무언가를 

선고하듯이 고고한 달.
이런 상황에서 달이 예쁘다는 

생각이 드는 나도 참 중증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세상을 떠나보내지만, 세상은 여전히 아름답다.
사랑은 떠나보내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것처럼.

힘없이 생각해 본다.
슬픔을 바란다고
후회를 바란다고
반성을 바란다고

생각을 끝나자 나도 모르게 무릎이 풀린다.

그런데, 차마, 

그 장면을 내 눈으로 볼 수는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그가 내 삶의 큰 조각이기 때문일까.....



"가주니이임-"
아,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바람이 불어 저 소리가 먹히면 좋겠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기사가 죽었다. 스스로 떠났다
코스탄의 백작, 파울, 그는 전쟁의 영웅이자
황제의 측근이었지만 
제국신민은 그에게 이런 별명을 붙였다.

"마지막 기사"

마법과 과학이 뒤섞이는 시대다.
전차에 사라진 기사도의 자리를 욕망이 채우고
낭만을 사라지게 한 문명이 모든 곳에 들러붙은 시대다.

파울 백작은 이런 시대에 기사도와 낭만을 갖춘,
몇안되는 귀족이였다.

여튼 그의 부고는 수도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의 아들, 백작가의 유일한 자식, 리온,
그가 눈물 흘리는 걸 봤다는 소문이 퍼져도
그가 죽었다는 소문이 퍼져도,
그가 제 아비를 모욕했다는 소문이 퍼져도,

리온이 나타나지 않는 점이 이 사건을 더욱 들끓게 했다.


........

처음쓰는 글인데 평가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