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아저씨, 나 물어보고 싶은거 있어"


집으로 향하고 있던 도중 아이가 내게 물었다.


"뭔데" 


"인간들은 우리 엘프 종족 무서워한다는데 왜 아저씨는 나 무서워하지 않아?"


꽤 분위기 잡고 말하길래 중요한 일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녀의 생각보다 단순한 질문에 헛웃음이 나왔다.


"하. 야, 그 조그마한 손으로 그럼 너가 날 헤칠 수는 있고?"


내 대답에 자신의 양손을 들어 확인하더니 수긍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그러네"


"그러니까 그냥 너는 내 집에서 잘 입고, 잘 자고, 잘 먹고, 잘 씻기만 하면 되니까 걱정 하덜덜 말고 따라와"


아무리 고사리 같은 손이지만 그녀가 내게 질문한 것도 일리 있는 일이었다. 엘프는 식인종이며 야만인이였다. 만약 자신의 왕국 근처에 마을이 생긴다면 그 마을을 침략해 모든 식량과 돈을 약탈한 뒤


인간들을 죽여 본보기로 세우겠다며 몇몇의 사람의 머리를 왕국 근처에 있는 나무에 달아놓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런 야만인들 조차도 종족애는 강한 편이었기에 같은 종족이라면 웬만한 일이 없는 이상 버리거나 홀로 두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아이는 이렇게 어린 나이에 왕국에서 쫓겨났다는 듯이 인간들의 왕국 근처에 있는 숲 속에 숨어 있었다.


그런 모든 의문들이 합쳐져 고개를 돌려 나를 따라오고 있는 아이에게 절로 시선이 갔다.


내부에서 전쟁이라도 났을 수 있다. 이 아이의 부모가 쓰레기라서 인간들의 숲에 버리고 간 것일수도 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별로 상관없다. 엘프의 특징을 특정하려면 귀 밖에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없기에 환영 마법서를 구매하면 되고 부모에게 사랑을 받지 못했다면 내가 사랑을 나눠주면 된다.


그런 판단을 내리며 그녀와 함께 지내게 될 집으로 향했다.


***


5년이 지났다.


처음엔 어느정도 공부를 시킨 뒤 식당이나 하나 줄려고 하였다. 하지만 생각보다 검술과 마법에 재능이 있었고


아카데미에 보내 공부를 시킨 적이 있다. 하지만 그녀의 재능은 또래에 비해 압도적인 재능이었고 이는 아이에게 독이 되어 학과 전체 시기의 대상이 되었었다.


결국 그녀의 성격은 삐뚤어지기 시작했고 그의 삐뚤어진 성격을 쏟아내는 대상은 내가 되었다.


"아저씨! 내 방 청소 하지 말라고 했잖아!!"


오늘도 여전히 대상은 나였다. 하지만 5년 전에 봤던 그녀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었고 5년간의 동거로 생긴 감정이 그녀를 떨쳐내지 못했다. 아니, 안했다.


그녀는 내가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해주는 유일한 이유다. 그러니 떨쳐내지 않는다.


"미, 미안해... 요즘 힘들어 보여서..내가 대신했는데 기분 나빴어...?"


그렇기에 비굴해진다. 그녀를 내 곁에 두게 하기 위해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내 노력을 알아봐주지 않았다. 한심하게 바라봤다. 아카데미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나를 매도했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보호자. 그녀가 어떤 짓을 하든 혼낼지언정 버리면 안되는 존재이다. 그렇기에 나는 그녀를 버린다는 선택지를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가 내게 '그' 말을 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리스, 잠시 얘기 좀 하자"


그녀의 문에 노크를 하며 말했다. 삐뚤어진 그녀라면 그런 내 말을 무시하겠지만 역시 오늘 그녀가 한 짓이 찔렸는지 순순히 문을 열고는 내가 앉아 있는 식탁 맞은편에 앉았다.


"왜 그랬어"


오늘 왜 그랬는지 그녀에게서 다시 한 번 제대로 듣기 위해 질문했다. 하지만 막상 얘기 해볼려고 하니 자존심이 상했는지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왜 그랬냐고!!"


쾅!


식탁을 쾅치며 이번엔 차분한 목소리가 아닌 목을 쥐어짜낸 듯한 날카롭고 시끄러운 목소리로 질문했다.


"히익!"


5년 동안 전혀 보이지 않았던 내 분노한 모습에  당황했는지 작은소리로 신음소리를 내며 그저 내 시선을 피할 뿐이었다.


"하... 아니다. 이제 그만하자"


머리를 짚으며 그녀에게 더 이상 참지 못한 내 감정이 절로 나오기 시작했다.


내 말을 듣자 이리스가 놀란 듯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며 말한다.


"끝낸다니..? 뭘?" 


"뭐겠어 이제 우리 사이 끝내자고 그렇다고 아직 아카데미는 다니고 있는 몸이니까 지원이랑 자취방 하나는 구해주겠는데 오늘 저녁 내로 짐싸고 나가줘 아니, 나가" 


그녀에게 최소한의 배려를 표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의자가 넘어지는 소리와 함께 이리스가 무릎을 꿇었다.


"아, 아니죠? 장난이죠? 아저, 아빠.. 제발.... 제발... 죄송해요... 그러니까 제발 나가라고 하지 말아주세요..." 


그녀의 모습은 방금과는 달리 자존심을 세운 모습이 아닌 모든 자존심을 다 버려 버린 모습이었다.


"그래도 너한텐 고맙다고 생각한다 요즘 보육원 하나 차릴려고 했는데 꽤 걱정했거든 내가 제대로 보호자 행세를 할 수 있을까라고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너 정도도 커버했는데 어떤 애들이 오든 너보다는 나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녀의 모습은 이미 내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그녀의 마음에 대못으로 쑤셔박는 듯한 말을 서슴없이 내뱉었다.


"그럼, 오늘 저녁내로 빨리 짐 싸고 나가줘" 


그렇게 그녀를 무시한 채 방으로 올라가기 위해 계단을 밟던 그 순간 내 바지를 이리스가 잡고는 약하게 당겼다.


"제발...한 번만 더 기회를..딸이 되겠다고는 생각도 안할게요 그러니까 제발..뭐든 다할게요"


그런 처음 보는 그녀의 모습이 나의 전 모습에 대비될 정도의 비굴함이 보이자 알 수 없는 답답함이 느껴졌고 이 답답함 조차 짜증이 난 나는 결국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기로 했다.


"하...그러면 마지막으로 한 번만 기회준다 대신, 전과 같은 생활은 꿈도 꿀 생각 하지 않는게 좋을거야"


그렇게 오늘 간당간당하게 붙여잡고 있던 우리의 부녀지간 사이는 무너졌다.


***

"아침 준비 다 됐어요"


이리스가 내 방 문을 노크를 하며 말했다. 이리스가 나를 깨웠다. 평소 이리스가 일어나는 시간은 8시다. 평소 내가 할 게 있는 건 아니지만 늦잠 자는 거 만큼은 내가 용납하지 않았다.


그렇게 급하게 침대에 일어나 시간을 확인했다.


[7:30am]


생각보다 늦지 않은 시간이였다. 그렇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보인 것은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이리스였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애써 미소를 짓더니 함께 계단을 내려가 식탁에 앉혀진 음식들을 봤다.


여태 요리를 해 본 적이 없던 이리스가 생각보다 꽤 퀄리티가 있는 음식들을 내려놓자 웬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또한 이런 자신이 자랑스러웠는지 내게 칭찬해달라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미 우리 사이는 끝이었다. 더 이상 옛날과 같은 생활을 할 수 없었다. 내 칭찬을 들을 수 없었고, 내 걱정을 받을 수도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차려진 음식들을 무시한 채 문을 열어 평소처럼 조깅하러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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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스가 한 '그' 짓은 다음화에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