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arca.live/b/regrets/99489281 1화


https://arca.live/b/regrets/99551789 2화



깨질듯한 통증을 견디며 정신을 차리고 힙겹게 눈을 뜨니 병원이었다. 내 오른손에 어떤 무게감이 들어 고개를 돌려보니

놀랍게도 후순씨가 내 손을 두 손으로 꽉 잡고 있었다.


뭐지 꿈인가. 정신을 못차리고 있던 와중.


" 후,후붕씨 아니 여보 일어나셨어요? 다행이다..다행이다..

이럴때가 아니지 의사, 의사! 여보 잠시만요! "


그녀는 말을 끝으로 의사를 찾으러 병실을 나갔다. 이거 꿈이구나. 후순씨가 내게 여보라고 부르다니. 나쁘지는 않네. 꿈에서 깨어나기 위해 볼을 잡아 있는 힘껏 당겼다.


..아프다 ? 왜 아프지? 아프면 안되는데?


" 악..아윽... "


머릿속 통증이 가시지 않았는지 머리가 아려왔고 다시 정신을 잃을려고하던 때


" 깨어나셨군요 후붕씨, 천만다행입니다. "


어느샌가 병실로 들어온 김실장님이 내게 말을 꺼냈다.


" ...~~하게 된것입니다. "


김실장님의 말 덕분에 상황이 빠르게 이해가 되었다.


내가 남자들과 박터지게 싸우고 있던 도중 후순씨를 찾기전 보낸 메세지를 보신 김실장님이 급하게 후순씨의 위치를 알아내고 거의 군단급의 사람들을 이끌고 나타나 상황을 빠르게 종료시켰다고 한다. 만약 내가 그녀를 찾지 못했더라면...상상도 하기 싫다.


그렇게 통증이 점점 가시고 있던 도중 의사와 후순씨가 병실로 들어왔다.


" 흑.. 여보 다행이에요...정말 다행이야.. "


후순씨가 내게 달려와 내 품에 안겼다. 생각해보니 아마 이건 다 이미지 메이킹인거겠지. 그녀도 워낙 유명인이니깐. 괜히 기대했네.


몇 십분 뒤 나에게서 떨어질 기미가 안보이는 후순씨를 진정시키고 떨쳐냈다. 후순씨가 나에게서 절대 떨어지지 않을거라며 나를 더 꽉 붙잡아 나도 김실장도 의사도 애를 먹었지. 내 몸은 부서질 뻔 했고. 결국은 내 손을 잡고있는걸로 합의봤다. 하지만 후순씨는 말만 손을 잡는거지 거의 내 팔을 온몸으로 껴안고있었다. 아무리 이미지메이킹이라도 해도 마음도 없는 사람한테 이정도나 하다니. 대단하네..


의사의 말을 들어보니 내 몸의 뼈가 몇개씩 부서져 몇달간 입원을 해야한다고 했다. 치료비로 뱉어낼 돈의 액수가 생각나 한숨을 내쉬니 후순씨는 나의 생각을 알아차린건지, 치료비는 자기가 대신 내겠다고 아니 무조건 자신이 대신 낼거라고 소리쳤다.


그렇게 조금은 정신없던 밤을 보내고 아침이 밝았다. 후순씨는 내게 일 때문에 가야한다면서 틈틈히 병문안을 오겠다고 말했다. 내가 여기서 버벅거리면 후순씨가 민망할테니 어떻게든 진짜 부부처럼 후순씨에게 알겠다고 말을 해준 뒤. 그녀와 김실장님을 돌려보냈다.


8시에 나온 아침을 먹자 식곤증이라도 온건지 눈꺼플이 무거워 지길래 잠이라도 청하려고 했지만 담당의사의 호출에 힘겨운 몸을 들고 담당의사와의 상담을 하였다.


" 후붕씨가 머리에 큰 충격을 받아서 그런지 감정기능이 많이 손상되셨어요 "


" 그렇군요.. "


이 말을 들어도 딱히 엄청난 감정이 몰려오진 않았다. 그냥 나 자신이 안타깝다 정도? 


" 그래도 재활 운동을 열심히 하다보면 다시 완치가 될수 있을겁니다. 우리 희망을 버리지 맙시다. "


" 네.. 그럼 저 이제 자도 되나요? "


" 아..네넵 그럼 편히 쉬세요. "


감정기능이 상실되었다... 아마 슬픈 상황이겠지만 나는 잘 모르겠다. 그냥 자고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사각..사각..


무언가 깎이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내 옆에 후순씨가 사과를 정성스럽게 깎고 있었다.


" 아, 여보 일어났어요? 오늘 일이 빨리 끝나서 헤헤 "


핸드폰을 열어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3시 30분.. 이 시간대면 후순씨는 가장 바쁘실 시간 일텐데. 핸드폰을 든 손은 핸드폰을 내려놓을 생각을 안 했고 나는 자연스레 뉴스를 확인했다.


" 아~ "


갑자기 입가에 수분기가 닿아 핸드폰에 집중하고 있던 고개를 돌려보니 후순씨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정성스레 깎은 사과를 내 입에 갖다대고있었다. 좀 부담스럽네.


아삭


그래도 민망하지 않게 사과를 한 입 베어무니


" 맛있어요? "


그녀가 내게 물었다. 근데 아직 그녀가 나에게 말을 하라고 하지 않아 말을 하지 못하는데.


" ? "


그녀가 대답을 재촉하듯, 웃으며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 그리고 몇분이 지났을까. 이내 자신이 세웠던 조건이 생각 난건지 그녀는 다급하게 내게 말했다.


" 아,아! 이제 말 편히 하셔도 돼요 여보. "


" ...네. 달콤하네요. "


" 아...다행이다 헤헤 "


후순씨는 볼을 붉히며 조금은 부끄럽다는 듯이 내 얼굴을 피했다.

지쳐보였다. 계속 연기를 하고있는 그녀가.


나는 얼굴을 그녀의 귀에 갖다대어 작게 말했다.


" 굳이 무리하셔서 연기하실 필요 없어요. "


이 정도면 그녀도 조금은 편해지겠지라고 생각 한 뒤 얼굴을 뒤로 빼니. 후순씨는 울상인 얼굴로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 아닌데...연기 아닌데.. " 라며 중얼거렸다. 이 사람이 진짜 왜 이러지. 어제부터 한번도 안하던 스킨쉽을하고 여보라 부르고, 그래놓고선 연기가 아니라니. 너무 연기에 몰입했나.


" 악..아윽.. " 갑자기 머리가 아파왔다. 별거 한 것도 없는데. 계속 이러다니. 한동안 일상생활은 못하겠네.


" 여,여보 괜찮아요? "


후순씨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날 천천히 눕혀세우고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 아프지마요... " 라며 말한다. 진짜 사람이 하루만에 바뀔 수 있는것인가. 물론 연기지만. 그래도 옛날이었으면 연기인 걸 알아도 좋아 죽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런 생각이 안 든다. 그냥 누우니깐 졸고싶은 생각만 든다. 딱히 할 것도 없으니 다시 잠을 청하기로 한다.








얼마나의 시간이 흘렀을까 잠들기 전까지만 해도 해가 화창하던 창문의 풍경이 금세 어두워져있었다. 화장실이라도 갈까. 움직이지 않는 몸뚱이를 일으켜 세우니


팔랑


어떤 종이가 바닥에 떨어져있었다. 종이를 주워 종이에 쓰여진 글씨를 보자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가봐요. 나중에 병문안올때 바라는거나 먹고싶은거 있음 메세지 보내요. 사랑해요.


                                                                - 아내 후순이가 -



라고 쓰여져있었다. 이런것까지 신경쓰다니. 이런건 아무도 신경 안쓰고 못 알아볼텐데. 그치만 이렇게 편지를 남겼는데 아무런 말도 안하면 예의에 어긋나겠지. 핸드폰을 켜 후순씨와의 메세지 창에 들어갔다. 막상 들어가보니 딱히 먹고싶은것도 바라는 것도 없는데..


고민의 고민 끝에 결국에는


' 주제넘는 부탁이겠지만, 후순씨가 남들처럼 감정이 풍부해졌으면 좋겠어요 ' 라고 쓴 뒤 보냈다. 뭐 이건 내가 바라기보단 김실장님이 바라는게 맞다고 해야겠지. 그래도 나 또한 그녀가 남들처럼 평범해지길 원하긴 하니..


화장실을 갔다오고 침대에 눕자 또 졸음이 몰려왔다. 사람이 무기력해지니 아무것도 하기싫다. 또 그저 눈을 감을 뿐이다.










후순씨는 뭐가 그리도 남의 시선이 두려워 이렇게까지 연기하는 것일까.



후순이 시점


" 이 때! 저~ 멀리서 백마 탄 왕자가 공주를 구하기 위해 나타났어요~ "


내 기억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정확히는 4학년 때 우리 집 가정부 언니가 동화책을 읽어주었던 것 부터 기억됐다. 가정부 언니의 혼신이 담긴 목소리 덕분에 재밌게 책을 읽었었지.


" 그렇게 공주와 왕자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


짝짝짝


동화가 끝나고, 나는 감동스러운 동화의 이야기의 작은 손으로 박수를 쳤다. 


" 후순이 그렇게 재미있었어? "


" 네! "


" 재미있었다니 다행이네~ " 가정부 언니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내게 말했다. 


" 저..언니! "


" 응? 왜 그래? "


"  어,언젠간 저한테도 백마 탄 왕자님이 나타나겠죠? "


어렸을때 여자아이들은 대부분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나도 그랬고. 하지만 나는 다른 여자아이들보다 그 생각, 아니 나에겐 소원이었지, 그 소원이 더욱 간절하였다. 나는 어렸을때부터 부모님의 무관심속에서 살아왔고 또래 애들에게는 시기 질투를 받았으니. 그런 무관심한 부모님에게 관심을 받기위해 노력하며 늘 좋은 성과를 얻어냈지만, 부모님은 이정도는 당연히 해야하는거라는 듯이 또 나를 신경쓰지 않으며 일에만 집중했고. 그런 부모님에게 관심을 받기 위해 더욱 노력 할 수록, 또래 여자아이들에 질투를 받았다. 그런 상황에 놓여서 인지 나는 아무런 속셈 없이, 오직 나를 위해 나타날 백마 탄 왕자님이 오길 간절히 빌었다. 언젠간 나를 구원해 줄 왕자님이 오길.


" 그럼~ 후순이가 편식도 안 하고, 낮잠도 잘 자고, 약도 잘 먹으면, 그런 후순이의 착한 마음에 반한 왕자님이 나타나실거야~ "


" 저,정말이죠? 정말 그런거죠? "


" 그럼~ 그럼 왕자님이 오시게 우리 후순이 떼 안 쓰고 가루약 먹으러 갈까? "


" 네! "


왕자님이 하루 빨리 나에게 나타나길 빌며, 가정부 언니를 따라갔었다.


" 자~ 한입에~ 꿀꺽~ "


꿀꺽


" 으윽..써.. "


원래도 먹던 가루약이었지만, 오늘은 왜인지 더욱 약이 썼다.

그래도 왕자님을 만나기 위한 공주의 시련이겠지. 나는 한입에 가루약을 털어넣었다.


" 아이 잘했어요~ 이렇게 떼 안 쓰고 약 잘 먹는 착한 후순이한테 왕자는 한 눈에 반하겠다~ "


" 헤헤...어... "


가정부 언니의 칭찬에 기분이 좋았던 것도 잠시, 갑자기 온 세상이 빙빙 돌고 어지러웠다. 갑자기 나타난 증상에 가정부 언니에게 도움을 청하려 말을 꺼냈지만.


" 어...언니.. 저 몸이 이상해... "


" 아유~우리 후순이 왕자님 빨리 보게 낮잠도 잘려고? 그래 편히 자~ "


가정부 언니는 평소완 다르게 나를 그대로 방치했고.



바닥에 넘어짐과 동시에 마지막으로 보였던건. 소름끼치게 입꼬리를 찢으며 밧줄을 들고있던 가정부 언니의 모습이었다.










눈을 뜨자 보인것은


아무것도 안보이는 어둠이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공포에 가정부 언니를 부를려고 했지만.


" 읍!!읍읍!! "


내 입에는 무언가가 물려저 있었는지, 제대로 된 말을 못하고 짐승처럼 소리만 지르기만 하였다. 몸을 움직일려고 했지만 내 몸은 무언가로 묶여저 있었는지 도무지 움직여도 내 몸은 제자리에 고정 되있었다.


얼마나의 시간이 흘렀을까.


" 어머~ 그러니깐 참 발정난 개새끼같다~ "


드디어 사람의 목소리, 그리고 가장 듣고싶었던 가정부 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가정부 언니의 말은 알수없는 말이었다. 발정은 뭐지? 개새끼는 뭐고?


" 아 어차피 말 못하지. "


가정부 언니는 깔깔 웃다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 후순아. 백마탄 왕자님 이라는건 없어. 그냥 현실도피를 하고싶은 놈들의 망상이지. 만약 백마탄 왕자님이 진짜로 있었으면 지금 널 구하러 진작에 왔겠지. 뭐 그래도 지금은 니 목숨줄 잡고있는 내가 왕자일려나. "


푹찍


" 으읍!! "


무언가가 꽂히는 소리와 함께, 내 팔뚝이 미친듯이 아파왔다. 아마 영양제 주사같은거 였겠지.


" 니네 애미애비가 나를 사람취급이라도 제대로 해줬으면 이정도 까진 아니였을꺼야. 씨발년놈들이 돈이 차고 넘치면서도 그 쥐꼬리만한 월급을 몇달동안 미뤄? "


몇번의 주사가 더 끝난 후 거칠고 투박한 주사로 인해, 눈물이 흘렀다. 하지만 가정부 언니는 그런 나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부모님이 날 대하는 듯이.


" 하루에 한번 씩 또 주사 넣으러 올게, 똥이랑 오줌은 뭐.. 생각해볼게~ "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가정부 언니는 이 말을 끝으로 사라졌다.










시간이 얼마나 흘린지도 모르겠다. 치워지지 않은 똥과 오줌들로 인해 코에는 악취가 풍겼다. 그 뒤로 가정부 언니는 불규칙하게 나타나 내게 주사를 놓았고, 나는 가정부 언니가 없어질때마다 소리를 외치고 몸을 미친듯이 흔들어 댔다. 하지만 돌아오는건 지친 숨소리와 묶여진 밧줄에 미친듯이 몸을 비빈 탓에 마찰열이 일어나 화상을 입은것처럼 뜨거운 살가죽의 고통 뿐.


' 제발..왕자님 저 좀 구하러 와주세요.. '


하지만 나의 외침은 왕자님께 닿지 않았고, 밀려오는 졸음에 나는 모든것을 포기하며 잠에 들었다.










...왕자같은건 없어












쾅!


평소보다 거친 문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잠에서 깨어났다. 간간히 이런 일이 있었지. 이 문소리가 났었을 때는 가정부 언니는 평로보다 더욱 투박하고 거칠게 내게 주사를 놨고 나는 그 고통속에 눈물과 콧물, 오줌을 질질쌌다. 몸속에 각인 된 공포탓인지, 나는 다가올 공포에 오줌을 지렸다. 하지만 내게 가장 먼저 닿은 손길은 늘 주사를 맞던 팔이 아닌, 내 얼굴이었다.


그리고


스륵


무언가가 풀어지는 소리가 났고, 내 눈은 빛을 맞이했다.


나의 눈에 있던 무언가를 풀어준 사람은 오랜만에 빛을 맞이해 아직 익숙하지 않은 탓인지 형태가 잘 보여지지 않았지만 나와 같은 또래의 남자아이인 것 같았다. 


백마 탄 왕자님이 나타난 것이다.


' 아...왕자님.. '


왕자님이 나를 구하러 와줬다는것에 기쁜것도 잠시, 내 눈은 서서히 풀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본것은 뒤를 돌아보고있던 왕자님과, 딸기처럼 온 몸이 빨개져있고 가정부 언니의 머리채를 잡고 있던 김실장 아저씨의 모습이었다.


왕자님의 목 뒤에, 하트와 비슷한 모양의 두개의 점들이 보였다.










눈을 떴을때는 병원이었다. 옆에는 김실장 아저씨가 보였다


" 아,,아가씨! 괜찮으십니까? "


" 이게.. 어떻게 된거에요? "


" 아...그게... 






아가씨가 실종되시고 며칠동안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아무런 진도가 나가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있었는데, 그 남자아이가 와 제게 '  친구랑 장난감 놀이 할려면 폐건물을 들어가 쇠파이프를 주워야 하는데 건물에서 여자아이 비명 소리가 나서 혼자 못 가겠어요 ' 라고 말하며 저를 데려갔습니다. 그런데 건물에서 후순씨와 비슷한 목소리의 비명이 들리더라고요. 그래서 미친듯이 그 건물을 뒤졌습니다. 생각보다 건물이 복잡해 계속 같은곳을 맴돌뻔했지만 남자아이가 건물의 위치를 잘 알아 쉽게 아가씨가 있는곳까지 갈수 있었어요. 벽 옆에서에서 비명소리가 들리자 벽을 부시고 나와 아가씨를 구할수 있었습니다. 천만다행이에요. 그나저나 아가씨 몸은 괜찮으신겁니까? 3일동안 깨어나지 않으셨어요! 더 안정을 취해야 하는것이 아닌ㅈ... "


" 왕,왕자님은 어디있어요? " 몸이 괜찮고 안 괜찮고가 문제가 아니다. 왕자님을 찾아야한다. 하지만


" 왕,왕자님이요? "


" 남자아이요! 목뒤에 점있는! "


" 아.. 그 아이라면 어느 순간 소리소문없이 사라져서... "


왕자님은 어느순간 사라졌다고 한다. 왕자님을 찾기위해 몇달동안 난리를 쳤지만 왕자님에 머리카락 한 올도 찾지 못했다


그 뒤로 나는 사람에 대한 불신이 생김과 동시에 누군가 나를 만지는것에 트라우마가 생겼다. 그렇게 날 보며 웃던 사람에게 이렇게 배신을 당했으니. 사람에 대한 불신이 생기자, 나는 점차 타인에게 다가서지 않게되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는 점점 혼자가 편해지고 감정을 표현하지 않게 되고 김실장을 제외한 사람들에게 감정을 표현할려 하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사람과의 교류가 없어지자 감정표현도 하지 않았고 어느샌가 감정표현을 하는 법도 서툴러졌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20대가 되었고. 이젠 사람들을 혐오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세상에는 별의 별 사람이 많았다. 내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하고있으면 그걸 왜 하고있냐고하고, 내가 시키지 않은 일을 하지 않고 있으면 왜 그 쉬운걸 할 줄 모르냐고 하는 선임부터, 나를 시기질투하며 낙하산이니, 부장이랑 연인이라니 뭐니 하는 회사 사람들, 은근슬쩍 딸 뻘인 내게 스퀸십을 하는 부장까지. 날 왜 이렇게 못 둬서 안달인지 모르겠다. 이런 사람들 사이에서 이리치이고 저리치이다 보니 그렇게 부서진 마음조각은 더욱 부서져 가루가 되었고 차갑게 흩어져 찾을수도 없게 되었다.


주위에서 내게 계속 대쉬를 하는 남자들이 생겨났다. 그런 남자들에 대쉬가 너무나도 싫었기에, 하루빨리 결혼이라도 해 철벽을 단단히 치자 마음먹고 최대한 빨리 결혼 할 수있는 사람들의 신상을 김실장에게 찾으라고 시켰다.


" 최대한 빨리 결혼 할 수있는게 7개월 뒤? 지금 장난해? "


" 어쩔수 없습니다 아가씨. 서로의 대한 마음도 확인하고, 또 양가부모님께 허락도 받ㄱ... "


" 아니 내가 지금 연애하겠다고 이러는게 아니잖아! 그리고 그냥 돈 몇푼 쥐어주면 그 누구라도 성향도 고려 안하고 무조건 오케이 한다고! 그리고 양가 부모님 허락 때문에 이러는거면 그냥 부모 없는 고아 데러오면 되잖아! 뭐 이리 센스가 없어? 안 그래도 요즘 찝쩍거리는 놈들 때문에 짜증나는데.. "


" ..최대한 빨리 조건에 맞는 사람을 찾아보겠습니다. "


결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절차가 생각보다 복잡했다. 안 그래도 요즘 찝쩍거리는 놈들이 생겨 하루 빨리 쳐내고 싶은데..









1주일이 지나고, 김실장은 내게 이 남자라면 가능한 1달내에 결혼이 가능할거라며 남자의 신상이 담긴 서류를 주었다.


이름은 임후붕. 나보다 2살 연하. 평범한 직장인에..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잃어 지금은 고아.


" ..이 남자 친척들은 없대? 뭐 키워주고 있는 양부모라던가. "


" 네 아가씨. 자세하게 찾아보긴 했으나 그 남자는 따로 키워주는 사람은 없고 이유는 모르겠으나 친척과의 교류도 없는것 같습니다. 아마 부모님을 잃은 뒤 혼자서 살아왔을겁니다. "


" ..맘에 드네. 고아라서 양가부모님 합의 그런건 신경 안써도 되고. 나보다 어려서 내가 리드 할 수 있을거같네. 고아라 돈더 없을테니 돈 몇푼 쥐어주면 바로 오겠고. 한 1000억 준비해서 데려와바. "


" 네 아가씨. 알겠습니다. "


그렇게 결혼, 정확히는 정략결혼이 빠르게 진행되었다.










임후붕이란 남자는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었다. 따로 속셈이 없이 그저 호의가 몸에 벤 사람이었고 나는 그에게서 편안함을 느꼈다. 최근에는 김실장을 제외하면 누구에게도 안했던 감정표현을 하기도 했다. 그만큼 그가 김실장처럼 편해진 것이겠지. 나름 만족스러운 결혼생활이다.


오랜만에 얻은 휴일, 임후붕씨는 오늘따라 오래 산책을 하고왔다. 7시가 넘어 배가 고팠기에 그에게 식사를 부탁하고 방을 돌아갔다.


위잉~ 위잉~


방으로 돌아온것도 잠시, 핸드폰에서 전화가왔다. 번호가 저장되있진 않았지만 010으로 시작하는것이 스팸은 아닐거같았기에 전화를 받았다.


" 여보세요? "


" 강후순씨 핸드폰 맞나요? "


성숙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목소리가 낯설지 않았다.


" 네 그런데요? "


" 후순이 맞구나~ 나 기억 안나? 어렸을때 니가 항상 언니하고 내 옆에 붙어있었잖아~ "


" 시발년이 무슨 낯짝으로 전화 한거야 " 


그년이었다. 어린아이를 납치하고도 아무런 죄책감도 못 느낀채 피해자에게 전화를 건 인간의 탈을 쓴 악마.


" 어머~ 후순아 말을 그렇게 거칠게 하면 왕자님이 후순이 안 찾아와~ 누가 그런 성질 더러운 여자랑 결혼하겠어~ "


" 아가리 닥치고, 용건이 뭐야. "


" 계집애가 말하는 싸가지 하곤, 별건 없고 언니가 후순이 어렸을때 찍은 사진이 있거든~ 물런 니가 감금 당했을테지만. 너희 집안이 이 사건을 완전 꽁꽁 숨겨놨더라? 하긴 그렇겠지 딸을 방치하고 납치당하게 냅둔 부모가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의 회장들이라니? "


" 빙빙 돌려 말하지 말고, 결론이 뭐야. "


" 참을성 없기는, 아무튼 결론은 이거 뿌리기 전에 입막음으로 돈 좀 달라고 이런 사건이 터지면 너희 그 잘난 집안도 휘청할걸? "


" ... "


" 왜 그래? 혹시 그때처럼 너무 무서워서 오줌이라도 지리는거야? "


" 아니, 너무 한결같아서 당신이란 사람은. "


" 뭐? "


" 예전이랑 변한게 없구나, 돈에 미친거랑 뒤는 생각 안 하고 행동하는게, 그런 천성 때문에 크게 데여놓곤 같은 실수를 하다니... 대단할 정도로 멍청하네. 당신이 말했던 것처럼 이 잘난 집안이 휘청이면 큰 일 날테니 먼저 손 봐줄게. 이 잘난 집안이 ip 하나 추적 못하겠어? 넌 내가 3시간 안에 너 찾아내서 바다에 담근다. 기대해. "


" 뭐? 야 잠시ㅁ "



들을 가치도 없다고 생각해 전화를 끊고 김실장에게 그년의 전화번호를 보낸 뒤 ip 추적을 하라는 메세지를 보내고 핸드폰을 껐다. 조금은 심정이 복잡하다. 그년의 존재자체가 나에게 트라우마가 되었기 때문이겠지. 그때 일이 생각나자. 조금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 후순씨! 저녁 드세요! "


때마침, 임후붕씨가 저녁을 준비를 다했다며 나오라고 한다. 빨리 끼니를 떼우고 쉬어야지.라며 생각하고 밖으로 나왔다.


" ..무슨 일 이라도 있으세요? "


" 신경쓰지 마세요. "


방금전 일이 때문인지 조금은 신경질을 내며 그에게 말했다.

임후붕씨도 내 상태가 어떤지 알아차린건지, 그 뒤로 말을 안 했고 그렇게 저녁식사를 먹었다.




조금의 시간이 흐르고,


" 앗 뜨! "


멀리있는 반찬을 집으려다 그만 국그릇을 엎어버렸고 엎어진 굿그릇에 담겨저있던 뜨거운 국물이 내 손에 닿았다.

얼른 싱크대로 가 찬물에 손을 씻을려고 한지도 잠시,


" 괜찮아요 후순씨?! "


임후붕씨가 내 팔목을 휙 붙잡았다. 하필이면 감금을 당했을때 늘 주사맞던 곳을. 그와 동시에 임후붕씨의 얼굴이 그년의 얼굴로 바뀌어보였다. 날 보며 소름끼치게 웃고있던 얼굴. 그모습이 떠오르자 나도 모르게 손을 떼버렸다. 조금은 거칠게 그리고


" 아 씨, 제가 제 몸에 손대지 말라했죠! " 


" 아! "


거칠게 뺐던 손이 그의 뺨을 쳐버렸다. 사과를 할법도 했지만 감정이 주체가 안되어


" 진짜 제가 몇번이나 말해야 알아들어요? 제 몸에 손대지 말라고요! 이해가 잘 안되세요? 아님 뭐 일부로 사람 기분 엿같으라고 하는거에요?! "


" 무슨.. 저는 그저 후순씨가 걱정되어서.. "


" 제 걱정 하지 말라고요! 제가 알아서 할테니깐! 애초에 정략결혼이니깐 서로 상대방에게 신경쓰지 않기로 했잖아요. 제가 조금 신경 써주니깐 어떻게 해볼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는거에요? 그래서 제 마음이라도 홀려서 제 재산이라도 쓸 생각이에요? 주제 파악 좀 하세요. 부모도 없는 고아 거둬줬더니 주제도 모르고 진짜.. "


" 무슨 소리입니까?! 저는 후순씨 돈에 하나도 관심없어요! 그저 후순씨라는 사람이 좋아서 이러는겁니다! 그리고 부모도 없는 고아라뇨? 말이 너무 심하잖아요! 


" 제가 좋아서 이러시는거면 포기하세요. 저는 그쪽한테 관심도 없고 좋아하지도 않으니깐. 자기 기분 나빠지니깐 바로 언성 높이는거 진짜 역겹거든요? 조금 잘해주니깐 혼자 착각해서 이러는것도 기분 뭐같아요 알아요? "


" 지금 후순씨 말 엄청 모순적인거 아세요? 누가 먼저 화를 내었습니까. 누가 먼저 오해했습니까. 둘다 후순씨가 먼저하셨습니다! "


" 그럼 저한테 신경 끄세요! 모순적인 사람 말 듣지도 않고 얼마나 좋겠어요? 아니 애초에 처음부터 서로한테 신경쓰지 않기로 했는데 이 쉬운것도 못 지키다니. 교육을 못 받으셨어요? 이래서 고아를 거두는게 아닌데.. "


하아 하아


몇번의 언쟁을 한 뒤 이성을 되찾았다. 아. 방금 내가 한 말은 선을 넘었다. 이건 사과해야 한다. 사과를 하기 위해 그를 쳐다보았지만


" 아..저 임후붕씨.. 방금은 제가 실언ㅇ... "


그는 뺨을 때릴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리고


찰싹!


" 꺄악! "


순간 머릿속에서 어떤 기억들이 스쳐지나갔다. 


" 나의 유전자를 받고도 이딴것도 못하다니, 넌 내 자식이 아니다! "


" 아빠 잘못했어요.. 이번엔 꼭 성공할게ㅇ.. "


" 입닥쳐! "


짝!


" 꺄악! "


초등학교 3학년짜리 애한테 고등수학을 배우게하고 문제를 못 풀자 회초리로 종아리를 몇십대씩 때린 아빠라는 작자.


" 그러게 잘 좀 하지 그랬어. 그럼 이런 일도 없잖니 "


나를 도와주기는 커녕 이미 혼나고 있는 나를 더 혼내고 있는 엄마라는 작자.


" 야야 재 무릎에 멍든거 봤어? 쟤 부모님한테 학대당한대 "


" 정말? 부모님이 그런 애랑은 어울리지 말랬는데.. "


그저 새로운 이야기거리에 좋아하며, 복도를 걷는 나를 보며 수근거리는 아이들.


" 백마탄 왕자같은 건 없어 후순아, 다 현실도피하고 싶은 놈들의 망상인거지. "


그리고 돈에 미쳐 어린아이를 납치한 악마.


김실장을 제외하곤 나의 주위엔 악마들 뿐이었다. 하지만 임후붕, 그만은 다를줄 알았다. 김실장과 같은 사람일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 이 행동을 봐라. 물론 먼저 부모님을 언급한 내 잘못도 있지만 온 힘을 다해 내 뺨을 때리는 그의 모습을 봐라. 나는 그가 폭력을 절대로 행사하지 않을거라고 장담했었다. 내가 본 임후붕이라는 사람은 절제있고 누구보다 이타적인 사람이었으니. 하지만 내가 잘못본것이다. 내가 지금따지 본 것은 임후붕이라는 사람이 아닌 그가 만든 가면이었던 것이었다. 그도 그저 나에게서 호감을 사지 위한 연기를 했던것이겠지. 날 납치하기 전까지 그년이 그랬던것처럼


" 아..아... 후순,후순씨 미안해요 괜찮아요?


제가 미쳤었나봐ㅇ "


구차하게 변명을 늘어놨지만 이미 늦었다. 난 악마하곤 상종을 안한다.


퍽!


" 커억! "


" ..씨발... "


그의 명치를 있는 힘껏 때린 후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궜다.


" 후,후순씨 미안해요, 정말 죄송합니다, 입이 백개라도 할 말이 없어ㅇ... " 밖에서 그가 사과한다. 하지만


" 이 집에서 제가 허락 할 때 까지 제게 말 꺼내지 마세요. 그리고 아무런 소리도 내지 마세요. 명령입니다. 한번이라도 이 말을 어겼다간 저도 가만 있지 않을거에요 " 나는 그와 상종하지 않을거라 마음 먹은 뒤였다.


" 아..아 후순씨 제발 한번만 대화를... "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나의 부서진 마음조각들은 차갑게 흩어져 사라진 뒤 였으니.




















생각보다 분량이 많아서 다음화에 후순이 후회가 나오겠네요. 후순이의 후회화 후붕이 시점 후순이의 행동이 왜 그런진 다음화에 자세하게 나올예정 입니다. 근데 후순이가 후붕이를 악마라고 생각하는게 제가 봐도 좀 억지같긴한데 그냥 후순이가 '그 때' 일로 조금 피해망상이 생겼다고 생각해주시고 넘어가주세요. 다음화에서 어찌저찌 맛있게 써볼랑께. 부족한 소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