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삵. 나이는 한 살이다. 나는 저 붉은 산에서 내려왔다. 난 용맹하다. 개 용맹하다. 적어도 한반도 내에선 그러하다.

 

 “크앙!”

 

 호랑이와 스라소니 등, 맹수들이 모두 사라진 한국. 이 땅에선 내가 최고 포식자다. 난 멋진 털과 두툼한 꼬리를 지녔다. 

 

 “캬오!”

 

 하늘을 나는 까마귀도 들밭을 어지럽히는 쥐들도 내앞에선 무력하다. 모두 그러했다. 나는 무적이다. 그랬을진데,

 

 “호에에엥!”

 

 -붕-

 

 나의 몸이 공중에 떠버렸다. 이건 뭐지? 

 

 “아! 고양이다.”

 

 웬 얼빠진 여자 하나가 내 꼬리를 잡고 들었다. 

 

 “크아아앙!”

 “와, 쪼그만 게 되게 사납네. 왤케 홀쭉하니? 밥 못 먹었어?”

 

 이 여자가 뭐라는 거야. 난 산과 들을 지배하는 맹수라고!

 

 -대롱대롱-

 

 아앗. 어디로 날 들고 가는 거야.

 

 “이리 와. 배를 곯은 모양인가 본데. 지난 설날 때 고양이 데리고 왔던 이모 때문에 간식 남은 게 조금 있거든.”

 “크앙?”

 

 -바둥바둥-

 

 삵삵펀치를 먹이려고 했지만 닿지 않았다. 이 인간 여자의 팔이 나보다 길고 곧을 줄이야. 흥!

 

 -착-

 

 “그릉?”

 

 여자가 날 바닥에 내려놓았다. 여자야, 넌 방심해버렸어! 큭.

 

 “캬앙!”

 

 하고 발톱을 세우려는 순간, 여자가 밥그릇을 가져왔다.

 

 -탁-

 

 “먹어. 근데 너 고양이 맞지? 이마에 흰 줄이 쌍으로 나 있긴 한데. 뭐 우리나라에 표범이 있을 리 없으니까 고양이겠지.”

 “카앙?”

 

 이 무식한 여자야. 난 삵이라고! 어?

 

 -킁킁-

 

 이건 무슨 냄새지. 나오던 발톱이 쏙 들어갔다. 뭔가 생선과 쥐가 섞인 냄새 같은데. 밥그릇에서 나는 건가?

 

 -킁킁-

 

 “어? 반응한다. 그치? 먹어봐.”

 “카앙!”

 “정말 성깔이 장난 아닌 녀석이네. 귀엽게 생겼으면서 성격은 영 딴판이야.”

 

 내가 이 정도에 넘어갈 줄 알고? 츄릅. 참아야…, 참아야 한다.

 

 “얘가 왜 부들부들 떨지? 아픈 건 아니지? 아! 참 기다려봐. 짜서 먹이는 게 있었는데. 그게 더 고급이라고 했어.”

 

-후다닥-

 

 여자가 어딘가로 갔다. 지금 먹으면 모를 거야. 딱 한입만 먹어보자.

 

 “왕!”

 

 -우적우적-

 

 오물오물. 응? 이거 생각보다 먹을 만한데? 아냐, 마음 약해지면 안 돼. 난 겨우 이틀밖에 안 굶었어. 야생에서 이 정도는 약과라고!

 

 -후다닥-

 

 “어? 얘 밥 먹네. 괜히 가져왔나?”

 

 -질질-

 

 밥그릇을 뺏어가다니! 이 여자야!

 

 “가만 좀 있어 봐. 안 먹는 것처럼 하더니 내가 가니까 먹고 있네. 누나가 더 맛있는 걸 위에다 뿌려줄게.”

 “캬앙?”

 

 -찌익찍-

 

 앗! 이게 뭐지? 개맛있는 냄새가 난다. 

 

 -킁카킁카!-

 

 “캬앙! 우물우물! 와그작와그작!”

 “와. 너 천천히 좀 먹어. 그러다 탈 나겠다.” 

 

 나는 밥그릇을 깨끗하게 비워냈다. 흥! 네가 차려준 밥상이 고마워서 그런 게 아니라고. 야생에서 살아가려면 어쩔 수 없이 먹을 수 있을 때 최대한 먹어놔야 해.

 

 “어? 얘가 배를 까고 뒤집었네. 큭큭.”

 “갸르릉.”

 

 이 여자. 이렇게 누워서 가만 올려다보니까 좀 귀여운걸? 고등학생쯤 됐으려나?

 

 -덥석-

 

 “갸릉?”

 

 여자가 맨손으로 내 고추를 잡았다. 

 

 -슥슥-

 

 문질러 대기까지 한다. 

 

 -움찔움찔-

 

 그러면 고추가 서버린다곳! 왜 그러는 거야! 얌전하게 생겨선! 여자가 은근히 내게 속삭였다. 

 

 “먹었으면 값을 해야지? 나 사실 털박이야.”

 “호에에엥?”

 

 그리고 엉망진창으로 당했다. 내일 또 와야지. 착각하지 마라. 밥이 먹고 싶어서 오는 거다. 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