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7시


당연히 있어야할 옆자리를 껴안고 몸을 부비는데, 아무도 없음을 깨닫고 천천히 눈을 떴다.


졸린 눈을 비비며 기지개를 켜니 안방 안 화장실 안에서 작게 음악 소리와, 샤워를 하는 소리가 들린다.


속이 언뜻 비치는 잠옷차림 그대로 일어나 부엌으로 가서 물을 한잔 마신뒤 잠을 깼다.


급하게 남순이를 먹일 간단한 요깃거리를 만든다.


냉장고에서 베이컨과 달걀을 꺼내 조리하고, 우유를 따르고, 토스트를 굽는다.




오전 7시 30분



칼각의 오피스룩을 입은 남순이와 함께 식탁에서 아침 식사를 한 뒤, 출근하는 그녀에게 출근 키스를 찐하게 한다.


자고 일어나서 이도 안닦아서 부끄럽다고 하니, 남순이가 그래서 더 좋다고 놔주질 않았다.


그녀가 떠난 집 안은 고요하다. 


나는 천천히 아침 거리를 치우고, 잠깐 쉬다가 집안일을 하기 시작한다.



오전 10시


신도시로 들어와 새롭게 사귄 옆집 새댁, 남진이와 함께 신도시 문화센터 필라테스를 가기로 했다.


남순이가 차를 가져갔기에 남진이의 차를 얻어탔다.


오늘 나의 착장은 요즘 새댁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홀복에 가디건 조합이다. 

이거 너무 편해서 좋아한다.



센터에 도착하니 필라테스 강사는 의아하게도 갓 성인이 된 듯 앳된티가 나는 여성이었다. 

보통은 남성을 뽑지 않나? 


몸의 윤곽이 드러나는 운동복으로 갈아입은 우리는 강사의 말에 맞추어 몸을 쓰기 시작했다.


나는 몸을 쓰는 행위에 익숙하지 않았기에 고난도 동작에서 낑낑거리자 강사가 내게 다가와 밀착하여 내 자세를 봐주기 시작했다.


그런데 은근슬쩍 내 몸을 쓰다듬는다.

자세를 교정한다면서 허벅지와 엉덩이를 꾹꾹 누르고, 은근슬쩍 치골부위와 사타구니를 스치듯 훑는다.

몸에 달라붙는 운동복을 착용해서 그런가 그 손길은 더욱 자극적이었다.

발기할 것 같아 내 아래를 보지 못하도록 슬쩍 한쪽 다리를 꼬아 아랫도리를 숨겼다.


잠깐 강사와 눈이 마주쳤는데, 나를 보고 씨익 웃는다.




오전 12시



필라테스가 끝나고 남진이와 센터 앞 브런치 카페에서 점심을 간단히 먹었다.


서로 신혼 부부의 생활이나 신도시로 이사와서 겪는 애로사항, 아내에 대한 뒷담을 까다보니 시간이 훌쩍 지났다.



오후 2시


남진이는 자신은 볼일이 있다고 해서 먼저 가버렸다.


장을 보기로 하고, 근처 마트로 향했다.


요즘 그이 많이 피곤해보이는데, 보양식 밀키트를 카트에 담고, 우리가 주말에 같이 먹을 고기도 담았다.


생필품까지 사고 나니 나 혼자 들기엔 꽤 무겁네….


난처해서 주변을 둘러보니, 듬직하게 생긴 대학생이 내게 도움이 필요하냐고 말을 건네왔다.


집까지 이 짐을 들어줄 수 있냐고 물어보니, 흔쾌히 돕겟다는 답변을 들려주었다.


요즘 학생들은 참 착하네.




오후 2시 20분


집에 도착했다.


땀을 흘리고 있는 그녀가 안쓰러워 땀좀 식히게 잠깐 들어왔다 가라고 초대했다.



오후 2시 40분


지금 그녀는 내 위를 올라타고 있다.

흥분하면 욕을 하는 타입인건지

마트에 그딴 창놈같은 옷을 입고 왔을때부터 알아봤다는둥

키는 작으면서 자지는 존나 좋다는 둥

홀복 존나 꼴린다는 둥 나를 모욕하는 말을 쏟아냈다.


나는 사실 그냥 그랬다.


그녀는 아다였던건지 자신만을 위한 섹스를 하는 유형이다.

남자는 배려의 동물이라고.


아까 오전에 본 필라테스 강사를 생각하며 학생의 보지를 받아내주었다.


한 바탕 쏟아내고 내 위에서 쓰러져 헉헉대고 있는 학생에게 수고했다며 어깨를 살짝 두드려주었다.




오후 3시


학생이 떠났다. 


내 옷은 분비물로 엉망이 되었다.


빨래를 돌리고 너무 나른해서 잠깐 눈을 붙였다.




오후 5시


남순이를 위한 저녁식사를 준비한다.


오늘 저녁은 밀푀유나베.


속재료는 밀키트이긴하나, 육수는 내가 직접 우렸으니 내가 만든거다.


푹 끓이기만 하면 되는 상태로 조리해놓은다음 안방에서 삼각대를 가져와 거실에 설치했다.



오후 5시 40분


남순이의 핸드폰에 사진 한장이 도착했다.


알몸으로 앞치마만 입고 국자를 들고 유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자신의 소악마의 사진.


[오늘 저녁은 밀푀유나베🤍]

[빨리 와서 나도 따먹어줘🤍]


“남순씨? 뭘 그렇게 재밌게봐?”


팀장님이 그녀에게 슬쩍 붙는다.


남순이는 자연스럽게 핸드폰을 뒤로 숨겼다.


“아, 개인적인 거라서요 하하”


이 모습은 회사 그 누구에게도 보여줄 수 없다.


[7시까지 들어갈게.]


남순이는 회사에서 끓어오르는 마음으로 칼퇴를 결심했다



오후 7시


빛의 속도로 퇴근하고 집에 도착한 남순이는 긴장되는 마음으로 문을 열었다.


집의 불은 꺼져있었다.


“남붕아?”


거실 불을 켰는데도 아무도 없다. 부엌엔 정갈하게 담긴 따뜻한 밀푀유나베가 보인다.


안방으로 들어간다.


역시 불이 꺼져있는데, 누군가 있다.


남붕이다.


불을 키니


다 벗은 상태의 그는 조신하게 도게자 자세를 취하며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남붕이의 머리맡엔 아까 사진속에서 그녀에게 보인 앞치마가 가지런히 접혀 놓여있었고, 그 옆엔 정갈한 필체로 [얼른 따먹어주세요] 라고 적힌 종이가 있다.


너무 꼴려서 씨발-하고 작게 욕설을 내뱉으니


내 남편은 그 자세로 고개만 들어서 베시시 웃는다.


밀푀유나베는 오늘 못 먹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