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은 강대한 국가였다.

그 국가가 주변국들을 병합하기 시작한 지 2년이 되는 해였다.

반항하는 소국들을 침략해, 

여자는 몰살하고 남자와 아이들은 노예로 삼는 일들이 이어지기를 2년.


중립을 선언한 북부 왕국은 전쟁의 화마를 피해갔지만

그 다음 희생양이 되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젊은 남왕男王 멜로스는 뛰는 가슴을 가까스로 가라앉혔다,

아니, 가라앉혀야만 했다.

단단한 가문비나무로 된 군함이 

조국의 해안가에 수십 척이나 늘어선 모습은 실로 위협적이고 강대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더욱 위협적인 것은 그 위에 걸린 깃발이었다.


제국의 황제 아테나의 붉은 깃발.


그녀의 입술만큼이나 붉고 

그녀가 불태운 도시의 화염만큼이나 뻘겋고


욕정에 달아오른 피부만큼 울긋불긋한 색깔. 


그는 회담장이 황제의 욕정으로 가득차 있음을 느꼈다.

사방에는 무장을 한 병사들이,


중앙에는 부드러운 모피를 걸친 아테나 황제가 오만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그녀의 눈이 멜로스의 푸른 왕실 튜닉 아래를 후벼파듯 들여다보았다.

황제가 여러 나라의 왕자들을 범했다는 소문이 익히 퍼져있었기에

그는 자신의 몸매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황제에게 예의를 차려야 한다는 것을 서글프게 여겼다.


"제가 이곳의 남왕男王 멜로스입니다. 이렇게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예의만 차린 빈말. 

그러나 멜로스는 신사답게 왕가의 반지를 낀 손을 내밀었고 

아테나가 허리를 숙여 그 위에 입을 맞추자 커다란 가슴이 모피 아래로 드러나보였다.


그녀의 입술이 손가락을 스치는 것을 느꼈지만

멜로스는 그 점을 지적하지 않았다. 


"먼 길을 직접 온 보람이 있군. 이런 미남을 만났으니."


아테나는 회담장의 의자에 오만한 자세로 걸터앉았다


"저는 이 자리에 남자로서 있는 것이 아니라, 국왕이자 특사로서 있는-"




"그것이 중요한가?"


황제의 언사에 왕은 입을 다물었다.


"고리타분한 명분이나 도덕에 대해 논하고자 온 게 아니야. 중요한 건...진솔한 대화지."


아테나는 이가 드러나게 웃음을 지어 보이고 

붉은 입술을 혀로 살짝 핥았다.


멜로스는 구역질이 날 것 같았지만 

위엄을 되찾고 상황을 파악했다.


"정말로 솔직한 대화를 원하신다면 우선 군대를 물려 주십시오. 그러고 나서야 대화가 있을 것입니다."


황제의 날카로운 눈이 그의 몸을 후벼파듯 궤뚫었다.

네까짓 것, 이란 뜻은 말로 하지 않아도 전달되었고


입에서 튀어나온 단어들 역시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


"나는 서른 여덟 척의 전함과 삼천 사백 명의 무장한 여자들을 데려왔다.

그리고 그들은 이 땅을 불태울 준비가 되어 있지."

"나는 그런 힘을 가지고 있는데도 대화에 응하러 나왔다. 대화를 응하지 않는다면 중단하겠다."



"그러나 내 군대는 목적을 이룰 때까지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황제는 젊은 멜로스의 눈동자가 당황과 절망으로 커진 모습을 안주삼아 와인을 홀짝였다.


"....현 상황 하에서의 회담 조건에 동의하겠습니다."


황제는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포도색 와인이 묻은 입술을 훔쳐냈다.

그녀는 조약문이 쓰인 양피지를 책상에 펼쳐놓았다.


"제국의 요구조건을 말하겠다. 나는 너희가 부부간의 관계에서 남편의 역할을 하길 바란다. 

내 전쟁을 위해 네 물자를 지원하고, 네 땅을 기지로 내놓고, 네 남자들을 보내 지친 병사들을 막사에서 위로하는 것이다. 

협상은 없다."


멜로스의 주먹을 쥔 손바닥을 손톱이 파고들었다.


"...폐하, 저희는 귀국에 해를 끼친 적이 없습니다. 이것은 항복 문서이지, 중립국이 받아들일 조건이 아닙니다."


아테나는 와인이 묻은 손가락을 쪽 빨아먹고서 답했다.


"진정으로 평화를 원한다면 받아들일 수 있을 텐데."


멜로스가 이를 악물었다.

협상이란 그 규칙에서 도박과도 닮은 점이 있었다.

상대방의 요구에 기권하거나, 받아들이거나, 허세를 부리고 판돈을 올리거나. 


왕은 마지막 방법을 택했다.


"...평화를 원하다 해서 전쟁이 두려운 것은 아닙니다. 저희는 비록 소국이지만 끝까지 저항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폐하는 저희를 멸족하고 죽일 만큼 강대하십니다. 

그러나 저희를 지배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죽은 사람들을 지배할 수는 없으니까요."


멜로스가 판돈을 올렸다.


"저희 나라를 침공하시는 데 많은 자원을 쓰고 싶지 않은 것을 잘 압니다.

그러니 더 좋은 조건을 제공하시든가, 혹은 우리 국민들을 모두 죽여야 하실 겁니다.

산이 험하니 3년은 걸리겠지요. 그 시간이면 대륙을 통일하시는 데 차질이 되실 겁니다."


왕의 분노와 좌절감은 누구든 알 수 있을 정도로 잘 드러나 있었다.


그러나 황제는 그 아름다운 표정을 손톱만큼도 바꾸지 않고 잔을 비웠다.


단아한 목이 꿀꺽거리는 소리.

책상에 잔이 닿고서야 차분한 말이 이어졌다.


"하나 잘못 알고 있구나. 내가 3년이란 시간을 아까워할 거라고 생각하나?"


황제가 일어서자 모피 코트가 스르르 의자에 걸쳐졌다.

비단같이 가벼운 옷이었지만 무거운 소리가 났다.

아테나가 허리를 굽혀 붉은 눈동자를 들이대었고

그녀는 낮고 위협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내 병사들은 더욱 과감한 조치를 반길 것이다. 되려 즐길 수 있는 시간이 3년 늘어나는 것 뿐이지.

그 3년 안에, 네 왕국은 내 손에 완전히 집어삼켜질 것이다.

땅과 자원, 그리고 남자들을 마지막 한 푼까지 빼앗는 동안

너는 무기력하게 지켜보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황제의 눈동자는 형형하고도 맹렬한 결의로 빛나는 것 같았다.

대륙 전체를 지배하겠다는 계획 앞에서, 

그것을 저지할 방법이 아무것도 없다는 절망만이 젊은 남자의 등골을 타고 흘렀다.


허세와 공갈이 들통났다면 다음은 판돈이 바닥날 차례였다.


"선택에 따른 결과를 거부하다니. 남자 아니랄까봐 책임지는 법도 모르는구나. 좋다. 멸망을 준비해라."


황제의 목소리는 얼음같아서 흔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커다란 키와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남자 앞에 우뚝 서 있었다.


"지금 나에게 굴종하거나, 아니면 제국의 분노를 직면하거나, 내게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날카로운 붉은색 눈이 왕관 없는 왕을 응시했다.

판돈을 전부 긁은 것이 누구인지는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패자에게 남은 것은 악밖에 없었으니까.


"이토록 쉽게 불의로운 전쟁을 선택하신단 말입니까!

이기실 수야 있겠지요! 아무것도 자라지 못하는 땅을 원하신다면 그러십시오!

저는 당신이 호의를 쉽게 얻을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말하는 겁니다!'


멜로스의 모욕적인 말에 황제는 얼굴을 찌푸렸다.


"의도를 착각한 것 같군. 나는 거래를 그렇게 하지 않는다. 전부 갖거나, 전부 잃거나. 둘 중 하나일 뿐.

강자는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며, 약자는 그에 순응하는 것이다.


네 호의는 네 적대감보다 더 위험하다.

네 호의는 내가 무력하다는 증표로, 네 증오는 내가 강대하다는 증표로 이웃들에게 비춰질 테니까."


그녀는 어떤 도전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자세로 그의 앞에 서 있었다.

천둥같이 쏟아지는 말에, 멜로스는 땅이 꺼질 듯한 절망을 느꼈다.


"이런 젠-"

"혀를 잘 관리하는 게 좋을 거다. 패배한 왕은 아무런 가치도 없으니까."


황제는 이제 흥겹다는 듯 이죽였다.

그러나 승자의 유머란 패자에겐 채찍과 같이 그를 압도했다.


"아니면 내가 너를 본보기로 만들길 원하느냐? 내게 적대하는 자가 어떤 결말을 맞게 되는지 정확히 보여주기 위해서?"


판돈을 모두 잃은 왕은 허탈하게 주저앉을 뿐이었다.


"멜로스, 네게는 세 가지 선택이 있다. 여기서 내게 복종하거나, 내가 맨손으로 네 왕국 전체를 무너뜨리는 것을 보거나."


그녀의 말이 회담장에 무겁게 가라앉았다.


숨을 몇 번 쉴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멜로스는 머릿속의 궁금증을 입 밖으로 꺼냈다.


"...세 번째는 무엇입니까?"


여자는 몸을 기울여 그의 귀에 얼굴을 갖다대었다.

차갑게 달뜬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뭐긴 씨발놈아. 따먹는거지."




아테나가 허리를 세우자 풍만한 가슴이 드러났다.

커다란 가슴만큼이나 가득한 색욕.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지만 그 의미는 분명했다.

귀족도 왕족도 없이 노리갯감으로 삼아 헐떡이게 하고 정복하겠다는 말.


"이- 이- 지금-"


멜로스의 얼굴은 새빨개져 있었다.


"더 이상 듣지 못하겠습니다. 일국의 왕을 창부娼夫처럼 취급하는 지배자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에게는 판돈과 함께 위엄도 남아있지 않았다.

비틀거리는 멜로스에게 비아냥이 떨어졌다.


"조약의 내용도 듣지 못하는 왕?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길 거부하는 왕?

그러면 자신의 무력함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에게 무엇이 일어나는지 보여 주겠다."


아테나가 다가오자 당당한 모습이 그를 덮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를 무시한 대가가 무엇인지 네 몸으로 알게 하겠다는 말 따위 하지 않겠다.

네 아비, 네 오라비, 네 아들들이 직접 깨닫게 될 테니까."


황제의 이가 드러나도록 웃자 붉은색 속옷이 살짝 비쳐 보였다.


멜로스는 그가 더 이상 젊은 남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나머지는 아테나의 말마따나, 그저 승자의 자비에 달린 것이었다.


그러므로 그는 처음으로 남자답게 행동했다. 

주저앉은 채로, 드러난 피부를 가리지 않고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제 순결의 대가로 정확히 원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현명한 분이시란 것을 잘 압니다. 단순히 몸보다 더 많은 것을 원하시겠지요.

그러니....거래를 제안합니다. 

원하시는 것을 말하시지요. 그리고 그 대가로 주실 것을요."



말은 그렇지만 이것은 거래가 아니었다.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취할 수 있는 자는 거래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멜로스의 판돈은 이미 바닥이 난 지 오래였다.


그가 원한 것은 개평이었을 뿐이다.

돈을 전부 날린 사람에게 푼돈을 돌려주는 것.



아테나는 그제서야 재미있다는 듯 히죽거렸다.

자신이 절대적인 우위에 있음을 알고서야 그녀는 계산적인 포식자의 얼굴로 그의 등을 바라보았다.


"좋아."


그녀는 심호흡을 하고 천천히 내뱉었다.


"나는 너를 원한다. 네 젊음, 네 활력, 때묻지 않은 아름다움 모두. 

나를 네 정복자로 삼아라.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마다 네 몸과 마음을 사용해라."


그녀는 몸을 더욱 가까이 기울였고, 목소리는 이제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낮아졌다.


"그 대가로....글쎄. 남자를 상납하는 것은 면제해 주지. 기쁘지 않으냐? 한 몸을 바쳐서 여러 사내들을 살리다니."


아테나는 재밌다는 듯 킥킥댔지만, 멜로스는 침을 꿀꺽였다.

그녀에겐 단순히 여흥에 불과했지만, 그에게는 국민 여럿의 목숨을 살린 일이었으니까.

가진 것을 전부 내려놓고서야 생긴 일이라니, 역설적이면 역설적이었지만- 


"...또한, 폐하의 딸들이 제 왕국의 상속자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풋. 그래. 상관없다. 어차피 날 섬기게 될 것은 똑같으니까."


멜로스로서는 욕심을 부린 셈이었지만, 대국을 다스리는 황제는 크게 생각지 않는 듯했다.


"아주 공평한 거래같구나. 네 복종에 대한 대가로 상당한 양보를 했으니. 이제 값을 치를 차례다."


그녀는 마치 강아지를 쓰다듬듯 그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아테나의 목소리는 마치 명령과도 같아서, 이제 되돌릴 수 없음이 분명히 느껴졌다.


"기억해라, 내가 원할 때마다 네 몸은 내 것임을. 그리고 나를 마음 깊숙이 섬기며 내 명령을 따르기로 했음을."

"...몸은 가질 수 있을지언정, 마음마저 정복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황제가 코웃음을 치는 소리가 들렸다.


"아냐. 아냐. 멜로스. 나는 네 모든 것을 가질 것이다. 네 마음, 네 영혼, 네 본질마저도."


황제는 뱀과 같은 혓바닥을 그의 뺨에 들이댔다.

그녀가 더 가까워지자 숨결이 귓가에 뜨겁게 닿았다.

영혼을 찌르는 것 같은 목소리가 등골을 전율하게 만들었다.


"네가 남자라는 걸 모르는구나. 

남자들은 자길 정복할 여자에게서 벗어날 수 없는 법이야. 절대로

네 몸을 취하고, 한 뼘 한 뼘...내 색깔로 물들여 갈 때마다, 네 영혼마저 물드는 것을 너도 느낄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때 네 영혼을 꺾어 주마, 꽃을 꺾듯이."


아테나는 그의 귓바퀴를 치덕치덕 핥으며 말했다.

그녀는 분명 관능적이고 아름다웠다.

그러나 순결을 탐하는 여자의 목소리는 그에게 역겹게만 느껴져, 그는 미간을 찌푸리고 키스를 거부했다.

거래에 동의했을지언정, 사랑하지도 않은 여자에게 범해진다는 것은 남자로서 최대의 굴욕이었다.

일반적인 그리스 남자였다면 화산에 몸을 던질 정도로.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흔히 있는 일이라는 듯 자리를 피했고,

그녀는 더욱 그를 탐하며 완전히 말을 놓았다.


"왜, 싫어? 나 정도면 괜찮은데. 따먹어 달라는 왕자에 첩들이 줄을 섰는데. 하긴. 잘생기긴 했다."


그녀는 가는 손가락으로 남자의 뺨에 맺힌 땀을 훑어내리고 가볍게 윙크했다.


"눈을 감을 때마다 나만 떠오르는 몸으로 만들어 줄게."


벌써 옷을 풀어헤친 아테나는 색욕과 악의로 가득차 있는 눈을 가리지 않았다.

마치 그 눈이 신화 속 고르곤의 것처럼느껴졌다.


"...제게 보이는 것은 악의일 뿐입니다. 권력으로 남자들을 가지고 노는 더러운 욕망밖에 느껴지지 않습니다."


첫경험을 짓밟히게 된 그였지만, 조금의 냉소로 마지막 위엄을 지키고자 했다. 


"빨리 하시죠."


그러나 황제는 그 냉소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히죽였다.


"씨발놈, 존나 튕기네. 그래. 개같이 빨리 따먹어 줄게. 

내가 장담하는데, 인생에서 가장 수치스러운 일이 될 거다. 영혼에 대못을 박아넣는 것처럼."


그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그녀는 몸을 기울여 남자의 입술에 힘차게 자신의 붉은 입술을 댔다.

그녀의 힘과 악의가 남자를 압도하였고,

강제적인 입맞춤은 정말 그의 영혼을 깎아내리듯 우악스럽고도 숨이 막혔다.


멜로스는 눈을 감았다. 

감긴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나왔다.

왕으로서의 품위를 지키는 것은 어려웠으나, 그는 그녀를 무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세상에 그것만큼 어려운 일이 없는 법이다.


"눈을 왜 감아. 눈 떠."


그녀는 얼굴을 꽉 잡고 입술을 벌려, 그 사이에 혀를 밀어넣고 입 안을 탐하기 시작했다.

가지런한 윗니, 부드러운 혀, 단단한 입천장까지.

침과 침이 섞이고 악의와 색욕이 입안에 가득차 토하고 싶어질 때쯤

그녀가 숨도 헐떡이지 않고 옷을 풀어헤쳤다.

그리스 여신과 같은 가슴이 폭력적으로 튀어나왔다.


그는 비로소 어머니를 대할 때와 같은 두려움을 느꼈다.


"...침....침대에서 해 주세요. 최소한...부탁드립니다."


그는 굴욕을 이기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었다.

그제서야 황제는 완전한 승자가 되었다는 듯, 요청을 듣고 미소를 지었다.


"하...그래. 좋지. 이제 좀 남자답네. 그러게 왜 튕겨? 너도 좋으면서."


해변가에 임시로 지은 회담장은 그의 숙소이기도 했으므로, 천막에 그럴싸한 침대가 준비되어 있었다.

저 신화의 영웅 페넬로페의 침대처럼 뿌리가 박힌 것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그는 우울하게 떠올렸다.

 

아테나는 그의 튜닉을 능숙하게 벗겨냈다.

언제든 최상의 남자는 최상의 포장지로 몸을 감싸고 있었으므로. 

그녀는 오만함과 욕정이 뒤섞인 눈으로 그의 몸을 바라다보았다.


그녀가 색을 즐기는 것은 드물지 않았지만, 적국 왕의 침소에서 남자 왕을 범하는 것은 처음이었으니까.

트로이 전쟁에 참가했다는 아마존의 남왕 펜테실레우스를 범한 여자와 같은 정도의 위업이었을 게 틀림없다.


그러나 그녀 앞에 있는 남자는, 신화 속의 영웅과 달리 오들오들 떠는 소년에 가까웠다.

아니, 장담컨대 아마존의 남왕 역시도 자신의 밑에 깔리면 이런 모습이 될 것이라고,

황제는 속으로 호언장담했다.


두 사람은 알몸이 되어 있었다.

호화로운 튜닉을 벗은 왕은 그저 남자에 불과할 뿐이었다.

이불로 몸을 가리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고

범해지기를 기다릴 뿐인 남자.


그리고 승자는 위풍당당하게 그의 위로 올라왔다.

황제는 익숙하게 그의 자지를 손에 쥐고는 가지고 놀았다.

엄지손가락으로는 귀두 아래쪽을 자극하고, 다른 손가락들로는 가볍게 기둥을 감싸쥐며

키스로 인해 강제로 발기해버린 자지를 이리저리 쓰다듬었다.


그는 마치 벌레가 올라온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면서도

그가 쾌락을 느끼고 있었다는 점만큼은 부정할 수 없어, 헐떡여야만 했다.


아테나가 그를 범하려고 들 때 그는 도망가려 들었다.

그러나 좁은 임시 침대 위에서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은 힘들었고,

벌레처럼 몸을 꿈틀거리게 된 것은 그였다.


황제는 어느덧 그의 위에 올라타 앉아, 보드라운 허벅지를 몸 위에 비벼댔다.

허벅지 사이에서는 뜨거운 열기가 흘러나와 피부를 달아오르게 했다.

촉촉하게 젖은 애액이 용암처럼 끈적하게 아랫도리를 덮어갔다.


아테나가 비웃듯 입꼬리를 올리고서 말했다.


"뭘 그렇게 억울한 표정을 하고 있어? 좋다고 세워놓고서."


그는 차마 대답할 거리를 찾지 못해, 굴욕에 찬 얼굴로 고개를 젖혔다.


"씨발놈아. 이쪽 보라고."


그러나 아테나는 그의 볼을 손으로 잡고서 기어코 눈을 마주치게 만들었다.

그녀의 얼굴은 온통 악의와 욕정에 가득차 있었다.


그녀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것처럼, 자지를 보지 입구에 대고서

잠시 그를 내려다보았다가 서서히 그녀의 안으로 밀어넣었다.


"하...이거지."


짤막한 탄성. 진짜 왕이 타락하는 모습.

그녀는 처음에는 천천히 움직였지만, 금방 속도를 올렸다.

포피인 동정막이 귀두에서 벗겨지는 것을 느끼며 그녀는 황홀감에 빠졌다.

여느 왕족을 위해 준비된 자지. 

평생 좋은 것만 먹고 호화로운 침소에서 살았을 남자의 동정을 따먹는다는, 여자로서 최고의 쾌락.


동정이니만큼 첫 사정이 빠르리란 생각은 했지만, 그런 것 따위 신경쓰지 않고 

그녀는 쾌락에 가득차 속도를 올릴 수밖에 없었다.


"응? 씨발놈아, 좋아? 좋냐고. 대답 안 해?"

"좋...좋아요...흑. 흐...윽."

"이 씨발, 씨발게!"


굴복의 말을 들은 황제는 이제 흥분해 더욱더 속도를 올렸다.

당장 전쟁터가 될 지도 모르는 야전에서의 섹스.

금방 끝내야 한다는 생각은 더욱더 쾌락을 더할 뿐이었다.

그녀는 하반신을 움직이는 속도를 더욱 빠르게 했다.

보지 안에 들어가는 자지가 고문당하듯 이리저리 움직였다.


아테나의 보지 벽이 곽 조여대고, 그녀는 하반신 근육을 전부 써서 소중한 정액을 짜내는 데 성공했다.

불알에서 정액이 울컥거리며 그녀의 몸 안에 뿌려지는 걸 느낄수록

더욱더 표정이 만족스럽고 우쭐해졌다.


"씹도 아닌 게 자지만 커가지고. 대가리가 괜히 나쁜 게 아니네."


그녀는 소중한 씨앗 한 방울, 한 방울을 모아 선언하듯 그의 귀에 속삭였다.


범해진 남자가 할 수 있는 말은 많지 않았다.


"떨....어지세요. 끝났으면..."


그는 굴욕과 수치로 뭄을 부들거렸지만

이미 능욕당했다는 것은 두 사람 모두 알고 있었다.

황제는 일부러 손가락으로 그의 자지를 지분거리다 놓아주었다.


그녀는 보지에서 반짝거리는 액이 묻은 자지를 서서히 빼냈고

보지에서는 애액과 정액이 후두둑 하고 그의 몸 위로 떨어졌다.

그녀는 사정을 끝낸 남자가 얼마나 외로워하고 초라해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바로 그래서 그를 혼자 둘 생각이었다.


"재밌었어. 좀 쉬어."


연민과 경멸이 섞인 눈이 마지막으로 그를 내려보았다.

남자는 황제가 천막을 나가고 나서야 소리없는 울음을 터뜨렸다.




북부 왕국은 황제와의 조약에 따라 세금을 바치고 제국의 동맹국이 되었다.

그러나 다른 동맹국들과 달리 남자를 공남貢男으로 바치는 것은 면제받았고 일정한 자치를 누릴 수 있었다.


11년이 지나자, 대륙을 침공한 제국은 긴 전쟁에서 패배하였다.





기원전 416년, 멜로스의 대화 END









후기

*대회 참가하려고 고민하다 아이디어가 여러가지 있었는데 제일 재밌는 이거로 정해짐 

근데 사람이 없대서 나머지 단편도 가능한 써보려고함

** 제목과 내용은 펠로폰네소스 전쟁기 멜로스 공방전Siege of Melos에서 모티브를 땀

*** 오디세우스의 침대나 고르곤 세 자매, 펜테실레이아와 헤라클레스 이야기 등은 그리스 신화 이야기. 

**** 그리스인들의 남자 꼴포는 잘 빠진 허벅지. 자지가 작을수록 현명하고 크면 멍청하다는 인식이 있었음 

***** 퀄리티를 높이고 싶어서 하루종일 썼는데도 모자란 점들이 아쉽다 



읽어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