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하길래 내 과제를 하는 겸사겸사 올려봐

일종의 레포트처럼 생각하고 작성해서 어조가 단단한게 아쉽지만 노력했으니 단점이 상쇄되기를 바래.


이 소설의 저자, 예브계니 쟈미찐은 러시아의 사회주의 혁명가였다. 그러나, 혁명이 성공한 이후 공산당은 문학 활동이 기존의 부르주아적 형태를 버리고 사회주의 리얼리즘만을 추구할 것을 요구하며 기존 작가들을 억압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쟈미찐은 이에 반박하는 수필을 투고하고, 정치적으로 숙청당했다.

자신이 몸담았던 공산당이 이전 정권처럼 폭주하는 것을 본 쟈미찐은 프랑스로 망명하였고, 6년 후 객사한다.

그는 이상을 위해 혁명에 투신했지만, 드높은 세계에서도 의심과 공포의 안개가 도사리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세간에 잘 알려지지 못한 초기 디스토피아 소설이기 때문이다. 1984는 가장 유명한 디스토피아 소설로 작중에 나오는 신어에 대한 해설도 연구가 되고, 멋진 신세계는 문학가들 사이에서 1984보다 더 암울한 사회라고 평가받는다. 김수영 시인이  “불평은 있지만 검열 때문에 불평을 말할 수 없는 『1984』보다 불평 자체를 느끼지도 못하는 『멋진 신세계』가 더 끔찍한 세계”라고 말한 것 같이. 그러나 ‘우리들’ 은 두 소설보다 먼저 발표되었음에도 아는 사람들이 비교적 적다. 나는 이 글을 통해, 조명받지 못한 명작을 형식에 맞추어 서술해 회자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주장하고 싶다.


이 소설의 서술상 특징은 주인공 스스로가 적어나가는 일기의 형식을 띄고 있으며, 처음에는 자유를 폄하하고 통제를 옹호하던 주인공이 한 여인을 만남으로써 사고의 변화가 일어나고 기존 체제에 반기를 드러낸다는 점이다.

다른 디스토피아 소설, 1984와 멋진 신세계는 처음부터 사회에 불만을 가진 주인공이 등장한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주인공의 내적 갈등이 타인과 대화할 때 영향을 주는 묘사도 빼놓을 수 없다. 주요 등장인물인 I-330이 주인공인 D-503을 “당신”이라고 부르지만, D-503은 I-330이 자신을 “그대”라고 부른다고 서술한다. 그리고 그 표현이 고대에 주인이 노예를 부를 때 사용한 표현이지만 그럼에도 좋다고 생각한다. 이 표현은 주인공이 고뇌할 때 자주 등장하며 이 서술이 쌓여갈수록 주인공은 잃어버린 자유에 대한 갈망이 축적되어 간다.


주인공이 살아가는 단일 제국의 연례 행사이자 투표현장인 ‘만장일치의 날’에, 주인공은 그가 사랑하게 된 여인 I-330이 그의 친구 R-13의 옆에 앉아있는 것을 본다 .그녀가 주인공의 요청을 수락하지 않아서기도 하고, R-13이 그녀가 주인공에게 한 행동을 안다는 듯 넌지시 주인공에게 말했기 때문에, 주인공은 큰 질투심을 느끼게 된다. ‘만장일치의 날’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거수선거에서, 원래대로라면 없어야 할 반대의 표가 나온다. 주인공은 자신의 뒤에 앉은 두 사람에게로 시선을 돌리고, R-13은 I-330을 안고 도망치고 있었다. 주인공은 그의 행동에 분노해 쫓아가 주먹을 휘둘렀다. 나는 이 사건이 전체 책에서, 어쩌면 혁명보다도 중요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주인공의 초반 서술은 체제에 대한 맹목적이고 확고한 믿음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그러나 I-330을 만나고 오류와 허점으로 가득하다고 생각한 과거의 문화들을 체험하며, I-330을 사랑하게 된다. 그러면서 사회에서 허락되지 않는 ‘번호(인간)에 대한 번호의 단일 소유’를 꿈꾸게 된다. 익숙하고 옳다고 여기던 통제 속에서 자유에 대한 갈망을 가지게 된 주인공이 자의적으로 사회의 규범을 깬 첫 순간이기에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고 나는 주장한다.


내가 소설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구절은 I-330이 D-503에게 말한 이 구절, “정복할 수 없는 것만 사랑받는 법이죠” 이다. D-503은 수학자이자 ‘완전체’ 개발 총책임자로, ‘완전체’는 현대의 로켓이다. D-503은 ‘완전체’가 온 우주에, 혹시 다른 행성에서 살아가는 생명들에게 단일 제국의 올바른 통제 체계를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지의 세계인 우주마저 정복하는 그였지만, 한 여인 I-330과 사랑에 빠져 그녀를 혐오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녀와 맺은 약속을 지키고 범법행위를 하기 시작한다.

D-503에게 있어 정복할 수 없어 사랑하는 대상이 I-330이라는 해석을 하면, 문학적으로 아주 아름다우면서도 지난 사건들을 요약하는 멋진 구절이 된다.


번외로, 내가 이 소설을 애호하는 이유는 한 가지 더 있다.

러시아 문학 고유의 자아성찰적 표현과 과거와 현재의 자신의 대조가 돋보이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덧칠된 작가의 표현법도 공학적 예술이 담겨있다.

[문과가 읽을 때에는 "너 T발 C야?" 라는 아우성과/이과가 읽을 때에는 '올바른 정보와 감정의 교류'라는 평가]가 공존할 법한 문체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당신이 삭막한 하늘을 보고 '달을 보지 않으려 대기를 흩뜨려 놓았구나' 라고 생각하던, '허파에 좋지 않으니 편의점에서 마스크를 사야겠어' 라고 생각하던, 당신이 사랑할 법한 문체를 가진 작품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나의 주장이 당신에게/그대에게 적절한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