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색 파편은 유감을 표한다.>


니언이는 의자에 앉아서 나를 무감정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감정한점 실리지 않은 눈에 나는 겁을 먹었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 말했다.


"니언아... 괜찮아?" 그러자 니언이가 대답했다. "그럼~ 괜찮고 말고. 하지만 나는 혼잣말 하는 친구를 죽여야해." 니언이는 잘못된 조언을 받아서 타락한 것이다. 나는 그 친구를 갱생시켜줄 의무가 있었다.


"니언아. 혼잣말하는 친구가 있으면, 딱히 뭘 해줄 필요는 없어. 그냥 평소처럼 친구로 지내면 좋은거야." 내가 들어도 훌륭한 조언이었다. 나는 흡족한 표정으로 니언이를 바라보았다.


"시철아. 알겠어. 나의 친구..." 니언이도 그제서야 마음의 고생을 더러낸듯 홀가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그런데 갈색이 내 앞에 나타났다. 


갈색 정장을 입고 하루하루 살아간다는 갈색 파편. 무슨 할말이라도 있는걸까? 갈색이 말했다. "오늘... 수행평가 있는데 공부 안해?" 아. 수행평가... 과학과목에 수행평가가 있었다. 식물의 성장과 관련있는...


"으으... 어떡하지? 이대로라면 7등급을 받고말거야!" 그러나 갈색이 말했다. "너의 친구 니언이도 너처럼 공부 못하잖아. 걔를 방해하면 운좋게 6등급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설득력 있었다. 전교2등도 1명이 깔리면 전교1등이 되지 않는가. 그래도 시행하기에는 양심이 찔렸다. "니언이는 내 친군데..." 그러자 갈색이 단호하게 말했다. "생각해봐. 니언이는 너를 죽이려 했다고!"


맞는 말이었다. 내 마음속 깊은곳에서부터 피가 끓어올랐다. 나는 당장 니언이에게 다가갔다. "니언아! 양파는 뿌리가 아니라 꽃받침이야!" 그러자 니언이가 놀란듯 되물었다. "갑자기 왜그래?" "으응? 오늘 과학 수행이라..." 


그러자 니언이는 순간 멈칫하더니 말했다. "고마워 시철아! 너 아니었으면 과학 수행인것도 모르고 시험봤겠다..." 그러더니 니언이는 과학책을 펴서 열심히 읽기 시작했다. "이... 이게 아닌데?"


나는 적에게 도움을 준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갈색은 나를 보더니 혀를 차며 말했다. "멍청이." 역시 저녀석은 악귀가 분명했다. 


그날 여느때와 같이 수행평가를 망쳤다. 그리고 그 화풀이로 근방의 악귀를 모조리 때려잡고서 집에 돌아가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