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색 파편은 자신을 뽐내지 못한다.>


갈색의 이상행동은 제쳐두고 종례가 끝나자 나는 버스를 타고 집 근처의 정류장에 내렸다. 오늘도 역시 평화로운것 같다. 그런데 갈색이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 악귀좀 작작잡아. 저기서 복수하려고 떼로 몰려오잖아."


아? 갈색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악귀들이 구름떼 처럼 날아오고 있었다. 이런... 저건 절대 못이긴다. 이렇게 죽는건가? 나는 겁에 질렸지만, 싸우다 죽겠다는 생각으로 검을 뽑아들었다. 


꽤 가까이 온 악귀들이 복수심이 가득한 표정을 하고 말했다. "너는 우리들을 수없이 학살했다. 정말 멍청한 짓이었지. 우리들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너를 죽일수밖에 없다."


"그러던가. 나는 내 소명을 다하는것 뿐이야." 겁에 질렸지만, 꽤나 당당한 어투로 말했다. 그러자 악귀가 음기를 모아 끔찍한 어둠의 구체를 나에게 날렸다. 악귀는 물리세계에 속하지 않는 존재이지만, 물리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 저걸 맞으면 맞은 부위가 터져나갈 것이다.


나는 몸을 굴려 구체를 피했다. 허공을 갈라 보도블럭에 맞은 구체는, 보도블럭을 박살냈다. 인근의 시민들은 깜짝 놀라서 도망갔다. ... 저 구체를 맞았으면 나는 죽었을 것이다.


악귀들은 작심한듯 나에게 구체들을 날리기 시작했다. 나는 검에 신력을 담아 검을 휘둘러서 구체들을 베어냈지만, 구체가 너무 많아서 다 베어내지는 못했다. 너무나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이윽고 구체 하나가 내 어깨에 맞았다. 어깨가 탈골될것 같은 고통에 나는 신음을 흘렸다. 너무나 무서웠다. 나는 이렇게 죽는건가? 그순간 갈색이 말했다.


"너. 보기보다 약하구나? 실망이네." 갈색의 표정에는 실망이 가득했다. 그 눈빛에 나는 매도당하는 느낌이 들어 묘하게 기분이 좋아졌다. 나는 외쳤다. "방어기술을 배우지 않아서 그런거라고!!!" 그러면서 검을 휘둘러 신력으로 이루어진 검격을 날렸다.


검격은 반달 모양으로 날아가 악귀들 무리의 중심을 와해시켰다. 검격에 맞은 악귀들이 성불된 것이다. 악귀가 놀라서 외쳤다. "모두! 방어진을!!!"


악귀들은 음기를 모아 자신들을 지키는 거대한 장막을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구체를 계속 날렸기에, 구체에 맞은 나는 극심한 고통을 느꼈다.


나는 분노에 찬 함성을 내지르며 검격을 수없이 날렸다. "죽어라!!!!" 그러나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며 날아간 여러개의 검격은 수천마리의 악귀들이 만들어낸 장막에 맞아 소멸되었다. 장막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제길!


악귀들의 수장으로 보이는 자가 말했다. "어이 시철. 혼자서 8000명의 적을 이길 수 있을리가 없잖아? 얌전히 죽어." 정말 짜증나는 음성이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나는 악귀들이 날리는 구체를 베어내야 했다.


그런데 갈색이 말했다. "시철아. 진짜 너가 이렇게 약할줄은 몰랐어." 그 특유의 빈정거리는 말투가 짜증났다. 나는 악에 받혀 말했다. "너는 이정도도 못하잖아!"


그러자 갈색이 말했다. "내 실력 보여줘?" 그러더니 갈색은 악귀들에게 비웃음을 보이며 처음보는, 원형의 진을 만들었다. 만화책에 나오는 마법진과 같은 형상이었다. 악귀들도 그걸 보고는 당황한듯 말했다. "저... 저게 뭐야?"


그 말은 악귀들의 유언이 되었다. 마법진에서 새빨간 불덩이가 나왔다. 그 거대하고 이글거리는 불덩이는 여러개로 갈라져 악귀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튀어나갔고 악귀들은 모조리 불타버렸다. 그 장대한 위용에도 불구하고 버스정류장은 불타지 않았다. 분명 버스정류장에도 불덩이가 날아갔는데...


갈색은 악귀 아니었던가. 왜 악귀를 잡은거지? 나는 궁금해져서 물었다. "너... 악귀 아니였어?" 그러자 갈색이 화가난듯 말했다. "악귀 아니야! 소망의 파편이라고!" 전에 처음 들었을때는 그냥 넘겼지만, 소망의 파편이 뭔지 궁금해졌다. 그러나 갈색은 두루뭉술하게 넘기고는 입을 다물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는 한복을 입은 귀신이 보였다. 그 귀신은 장발의 머리를 가지고있었고 14살 정도의 외관을 가졌으며 귀엽게 생긴 여자였다.


"무슨일로 온거야? 조선시대 귀신?" 그러자 귀신이 대답했다. "아... 한복은 그냥 입은거고, 그... 보드카를 마시다가 죽었어요. 너무 억울해요!" 뭐가 억울하단건지... 어린 외관과 달리 술마시다 죽었다는건 충격적이었다.


"제가 보드카를 마시고 있었는데 갑자기 죽었어요! 2병밖에 안먹었는데... 이거 타살 아닌가요?" 누가 독을 탄게 분명해요!" 황당했다. 나는 잠시 당황하다가 말했다.


"어린이는 보드카 2병 마시면 죽어." 그러자 소녀는 깨달았다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고마워요!" 그리고 성불되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