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이어지는 내용.
https://arca.live/b/scottoberg/97712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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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부, 들립니까? 여기는 현장지휘 담당 금강입니다."

-금강, 여기는 사령부 오퍼레이터 정아랑. 제석이 오빠, 현장 상황은 어때?-

"사망자 여섯, 부상자 마흔일곱. 잡졸 괴인들에 고립되서 가스에 당하고 있는 경찰부대 포함, 구출이 필요한 인원은 백명 이상으로 추산됩니다. 가스 탓에 기절하는 사람이 많아지고있어서, 부상자와 고립된 사람은 더 늘 것으로 보입니다."

짙은 갈색의 하늘, 자욱하게 드리워진 가스를 뚫고 마스크를 쓴 채로 걸어오는 남성. 청자켓 위에 드리운 갈색 산발을 어께 뒤로 슥 쓸어넘기면서, 통신으로 현장의 브리핑을 했다. 코드네임 '금강'.  히어로 중 최강 최속이라고 일컬어지는 번개 능력자이다.

-최대한 빨리 사람을 구하는게 우선이겠네. 범인이 도희가 아니라는건 확인됐지만, 방귀 하나는 우리 도희 급으로 잘 뀌는것같아. 까다로운 싸움이 되겠어. 사문이 오빠는 어딨어?-

"망량도 방금 도착했습니다. 도희 씨 위치 파악됐다고 했지요?"

-어, 바로 그리로 출동하겠대. 일단은 추가적인 인명피해가 생기지 않게, 구출을 우선에 두자. 잡졸들하고 구출 문제가 해결되면 협공해서 끝내버리자고.-

"라져. 제 속도 쪽이 인명구조를 더 빨리 할 수 있을테니, 망량은 빌런 쪽으로 투입시키겠습니다."

-좋았어. 추가사항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고. 무운을 빌게, 금강.-

금강이 통신을 끊자, 검푸른 갑옷이 그의 주변에 나타나 장착되었다. 갑옷에 비하면 이질적이지만, 주황빛 날카로운 고글도 눈에 씌워지면서 파직, 하고 스파크가 주변에 조금씩 일었다.

금강이 출동 준비를 마치자 옆에서 야구배트 하나를 땅에 질질 끌면서, 그보다 키가 머리 하나는 작은듯한, 소년같은 외모의 히어로가 한명 걸어왔다. 가스마스크를 쓴 스트릿 패션에 캡모자를 눌러쓴, 도술을 부리는 도깨비 갱스터. 코드네임 '망량'이었다.

"무전 들었지, 사문아."

"그럼, 형. 도희 짭은...내가 붙잡고 있으면 된다는거지."

"정확해. 진짜 도희는 아니지만, 도희급 화력이라면 나조차도 이기기 힘드니까 말이야. 협공할 여건이 갖춰지기 전까진 시간을 끌어둬야 해."

"설마 우리 도희 방귀 정도 되는걸 적으로 만나게 되다니 말이야...이건 나조차도 긴장되는데."

둘의 분석은 정확했다. 도희의 화력은 히어로들 가운데에선 넘볼 수 있는 자가 없었다. 설령 위력적인 번개를 쏠 수 있는 최강의 히어로 금강이라곤 해도, 도희 앞에선 한수 접어줘야하니 말이다. 상대의 방귀도 가짜라는게 밝혀지기 전까진 정말 도희 본인이라고밖에 생각할수 없을 정도의 위력이었다.

마스크의 끈을 단단히 조인 두 사람은 서로 주먹을 가볍게 맞부딛쳤고, 금강은 번개가 되어 생존자들과 괴인들이 방귀냄새 아래 섞인 아비규환의 현장에, 망량은 구름을 타고 이 사건의 범인이 있는 곳으로 달려들었다.

#4. 불길한 바람

"꼬맹이까지 날 막으러 오다니, 히어로들도 별거 아니네."

은빛 타이즈에 하늘하늘한 반투명 스커트. 검은 장발에, 마스크 위로 보이는 검은 눈동자까지. 표정이 가학적인 미소인것만 빼면 도희와 똑같아보이는 그녀가 말했다. 망량은 들고있던 배트를 어께에 올리며 대꾸했다.

"얕보다간 큰일날걸."

문답무용. 망량은 배트를 들고 그대로 빌런에게 달려들었다. 빌런은 여유롭게 웃으면서 뒤를 돌고는,

"그렇게 겁없이 다가오면...흐읍..!"

-뿌우우우우우우욱!!!!-

"어딜!"

망량은 그 행동의 의미가 무엇인지 아니만큼 재빠르게 달려들며, 빌런의 위로 공중제비를 돌았다. 조금만 늦었어도 빌런의 엉덩이에서 뿜어져나온 독가스에 삼켜질뻔한 아찔한 도박수. 그녀의 방귀가 지나간 궤적은 불결한 갈색으로 물들고, 후끈하고 독한 냄새가 아지랑이처럼 퍼져갔다. 표지판도 조금씩 부식될 정도였다.

빌런의 앞에 착지한 뒤, 그녀가 뒤를 돌 틈을 주지 않게 하기 위해 망량은 배트로 빠르게 공격을 가했다. 빌런이 제 공격을 막는데 정신팔리게 해서 방귀 뀔 틈을 주지 않으려는 망량의 의도는 완전히 적중했다. 방망이는 채찍처럼 늘어나기도 하고, 거대하게 커지기도 하며 다채롭게 공격을 이어나갔다. 빌런은 그저 뒤로 물러나면서 회피와 방어에만 집중할 수 있었을 뿐, 한번 뀌려면 큰 빈틈을 보여야 하는 방귀를 쏘기엔 무리로 보였다.

"꽤 하네..?"

"얕보지 말랬잖아?"

망량이 눈웃음을 지으면서 다시 공격을 이어가자, 빌런의 뒤에서 망량의 분신이 하나 나타나며 배트로 빌런의 뒤를 공격하는데 성공했다. 빌런의 금속질 슈트에 맞아 파박, 하고 스파크가 튀었다. 빌런은 주춤거리면서 얕게 신음을 흘렸고, 그 때를 놓치지 않은 망량은 배트를 들고 땅을 쾅, 하고 찍었다.

"지금부턴 좀 난폭해질거야, 나쁜 아가씨."

퍼벙, 하고 공중에서 폭죽이 터지는듯한 소리가 나며 분신이 셋 더 나타났다. 분신들은 칼바람을 일으키고, 불꽃을 날리며, 땅을 박차 바위들을 내던지며 빌런을 공격했다. 풍림화산이 어우러진 화려한 도술이 빌런에게 난무하자, 그녀는 이판사판이라는 듯 황급히 배에 힘을 주었다.

"에잇...!"

-뿌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억!!!!-

물리적인 피해를 주기엔 약한 방귀였지만, 그 흉취만큼은 위력적이었다. 분신들은 오류가 난 것마냥 치지직거리면서 행동을 멈추었고, 곧 녹아서 사라져버렸다. 땅에 떨어진 것은 종이가 탄듯한 검은 잿덩이 몇개 뿐. 분신과 함께 공격하기 위해 접근한 망량도 주춤거리면서 연신 기침을 내뱉었다.

"콜록, 콜록...커흑, 부적이..."

"휴우, 독하게 나와줘서 다행이야~♡ 흐으응!"

-뿌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빌런은 그 독방귀에 이어, 진짜로 제 아랫배에 힘을 가득 모아 망량에게 큰 방귀를 내질렀다. 도로의 포장이 벗겨지고, 자동차들은 밀려나고 날아가며 거리를 엉망으로 만들었다. 망량은 넘어지다못해 날아가, 이미 방귀바람에 넘어져 질질 밀려나고있던 버스에 쾅, 하고 쳐박혀버렸다. 독방귀를 두번이나 직격한 망량의 가스마스크는 녹아서 형체를 알아볼수도 없게 되었고, 버스에 부딛친 충격에 얼굴에서 떼어져 도로에 늘어붙었다. 전투용으로 특수제작된 스트릿 패션 코스튬도 벌써 이리저리 헤지고 엉망이 되어갔다.

"아까 네가 한 말 기억해, 땅꼬마?"

"끄아아아악..! 커헉, 케흡... 우욱, 쿨럭... 머리가..."

빌런이 다가오며 고혹적인 표정을 지었다. 아까와는 다르게 눈이 보랏빛이고, 머리 위엔 동물의 귀처럼 보이는게 생겼다. 망량은 그 무지막지한 흉취에 고통받으며 이리저리 비틀대면서도, 빌런의 변화를 어렴풋이 눈에 담았다.

'위장이란건, 대충 감을 잡긴 했지만...내 공격에 풀린건가...?'

그러거나 말거나, 빌런은 망량의 가슴팍을 콱, 걷어차 바닥에 쳐박아버리곤,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이제부터 좀 난폭해질거야, 나쁜 꼬맹아."

"무슨...우웁..!"

망량이 채 말을 잇기도 전에 빌런은 망량의 얼굴을 깔고 앉았다. 망량의 코가 볼기 사이에 정확히 맞아떨어져, 그 흉취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 잔향에 불과한 냄새라도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코에 직접 때려박히는 상황이니, 정말 죽을 노릇이었다.

'윽, 잔향만으로도 이정도라니...'

망량이 지독한 잔향만으로 정신이 아득해지기 직전, 빌런은 친절히도 망량을 깨워주었다.

"한 발, 흐으응..!"

-뿌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룹!!!! 부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륵...... 푸스으으으윽, 뿌후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습기 가득한 소리와 함께 뇌를 침식해오는 썩은내. 기분나쁜 시큼함마저 느껴지는 독극물의 내음이다.

"우웁..! 웁..! 우우웁...케흡, 우으윽..!"

"발버둥쳐도 소용없어, 꼬맹아~"

이리저리 고통에 몸서리치는 망량이었지만, 빌런의 악독한 방귀에 힘이 빠져 도무지 유의미한 피해를 줄 수가 없었다.  거기에 엉덩이로 짓누르는 힘도 힘이었던지라, 망량이 할수 있는건 그저 발버둥치는 일 뿐이었다.

"두발째, 쏜다아..? 흐으응~♡"

-뿌윗, 뿌으으으으으으으으으윽..! 뿌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륵..! 뿌우우웅,뿌부부부부부부부북...! 뿌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억!!!!-

"하으으으응..!♡ 어때..? 아프지, 독하지, 고통스럽지이..?"

고통에 신음하는 소리 탓에 대답 따윈 들려오지 않았지만, 빌런은 엉덩이를 살짝 들어 밑에 깔린 망량의 표정을 확인했다.

"허으읍...켈록, 커흡... 우웨에에엑...!"

"그래, 그거야...이런 얼굴을 보고싶었다구우..!"

헛구역질을 연달아 하는 망량을 내려다보며, 빌런의 보랏빛 눈동자는 거의 하트를 띄울 지경이었다. 도희로 변장한 탓에 그 어여쁜 외모를 그대로 가져왔는데, 가장 도희답지 않은 표정으로 자신에게 방귀를 쏴대며 내려다보는 빌런을 보니 망량은 어이없어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자아, 마지막으로 간다아..? 가장 고통스럽게 죽여줄테니 각오해..!"

황홀한 표정으로 망량의 얼굴을 다시 깔고 앉으려는 찰나에, 망량이 마지막 기운을 쥐어짜내며 대꾸했다.

"쿨럭...각오는, 너가 해야겠는걸..!"

"무슨 헛소리ㄹ... ...!"

하늘에 생겨난, 거대한 도깨비의 형상. 네온사인으로 그려진듯한 모습이 방망이를 들고 나타나 빌런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빌런은 급하게 일어나 엉덩이를 그 도깨비에 겨누려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난 상관없으니, 짓뭉개버려."

망량이 읊조리며 기절하자, 쾅, 하고 방망이가 빌런에게 내리찍혔다.

"끄아아아아아아악...!"

도깨비의 형상이 사라지면서 빌런의 변신이 완전히 풀렸다. 검은 동물귀와 검고 복슬복슬한 꼬리, 검은 단발머리와 보랏빛 눈동자. 도희의 것을 본딴 슈트도 사라져, 검은 셔츠와 미니스커트 차림만 남았다. 빌런은 부들부들 떨면서 간신히 일어났고, 정신을 잃은 망량을 노려보았다.

"이런...이런 수모를... 목표가 하나 깨져버렸잖아...!"

터덜터덜 망량에게 걸어가면서 그를 완전히 방귀로 죽여버리려던 찰나,

"그만..!"

들려오는 여성의 목소리. 은빛 슈트를 입은 채로 망량의 앞을 가로막고는, 빌런을 향해 엉덩이를 겨누는 그녀는,

"...납셨군, 황금의 바람..!"

최강의 방귀쟁이 히어로, 유도희였다.

#5. 질투

"항복해. ...더 이상 허튼 짓을 하면...뀌어버릴거니까."

"흥. 그런다고 순순히 무릎을 꿇을것같아? 너는 내가 가장 질투하는 녀석인데, 당연히 내 손으로 쓰러트려야지."

"질투..?"

도희는 빌런의 이야기를 듣고는, '나로 변장한 거랑 관련이 있나...' 라고 중얼거렸다.

"그래서 너로 변장한거야. 네 꿈을 깨고싶었거든."

"...어째서..?"

빌런은 머리를 쓸어올리며, 엉덩이를 내밀고 조금 뒤를 바라보고있는 도희와 눈을 마주쳤다. 그녀의 꼬리는 적을 경계하듯 바짝 솟아있었다.

"내 이름은 호시. 스컹크의 힘을 가진 아니마 성인이야."

아니마 성인, 동물의 형질을 랜덤하게 가지고 태어나는 지구외 생명체다. 모성의 환경이 지구와 비슷한 탓에 그들의 형질은 지구상의 동물과 유사하다. 호시의 경우에는 스컹크, 방귀로 유명한 그 동물의 형질을 가지고있었다.

"방귀나 잔뜩 뀌어대는 나를 동족들은 좋아하지 않았어. 하물며 향기로운 페로몬으로 의사소통하는 그들에게 내 방귀는 방해만 될 뿐이었지. 나는 더럽고 시끄럽고 불결한 년에 불과했던거야."

"..."

"그래서 삐뚤어졌어. 어차피 모두는 날 좋아해주지 못하니까, 고통받는게 나아."

"...그런 이유가, 사람을 죽이는걸 합리화하진 못해."

"아니, 너라면 가장 잘 알텐데?!"

눈을 희번득거리면서, 흥분한듯한 어투로 쏘아붙이는 호시. 도희는 그 일갈에 주춤하면서, 자세를 흐트러트렸다.

"방귀쟁이는 어딜 가도 사랑받지 못해, 항상 조심하고 억누르며 살아도 잔향처럼 따라붙는 시선이 괴롭혀와. 그럼에도 꿈에 취해서 영웅놀이를 하고있는 너랑 지구인들이 이상한거야."

"내 일을...꿈이라고 치부하지 마..!"

도희는 호시의 일갈에 동요하면서도, 분노하면서 적을 향해 포문을 겨누었다. 호시는 그 대답 삼아 꼬리를 치켜들고 도희에게 총구를 겨누었고, 두 방귀쟁이는 동시에 배에 힘을 주면서 격돌했다.

"흐으으으읍..!"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부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욱, 뿌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억!!!!!!!!-

황금의 바람이라는 이명에 걸맞게, 도희는 그 엉덩이로부터 유감없이 황금빛 지독한 폭풍을 쏟아냈다. 어제 먹었던 마늘치킨에 맥주 내음이 쿰쿰하게 섞인 독취가 무지막지한 세기로 뿜어져나오며, 주변의 공기를 재빠르게 오염시키며 호시의 방귀와 맞부딛쳤다.

"으흐으으응...!"

-뿌위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익...!!!!! 푸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릉!!! 뿌우우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릅!!! 뿌후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스컹크의 형질을 가진 수인답게, 호시의 무기도 만만찮은 강함을 가지고 있었다. 지형을 바꿀 정도의 도희의 방귀와 팽팽하게 부딛치면서도, 그 시큼하고 불결한 내음이 도희의 그것과 섞이고 휘말리면서 일반인이라면 맡자마자 기절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맹독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막상막하의 두 독풍은 오래도록 이어지다가 동시에 끊겼다. 호시는 가쁘게 숨을 몰아쉬다가 뒤돌아 도희에게 물었고, 도희도 뒤돌아 호시와 눈을 마주쳤다.

"황금의 바람, 너는...여지껏, 사람을 상처입힌 경험이 많아, 구한 경험이 많아?"

"......그건...!"

"당연히 전자겠지, 방귀쟁이 히어로의 소문이 들려온건 끽해야 5년정도밖에 되지 않았으니까. 그 전까지의 민간인이었던 넌, 사람들의 눈에 뭐였을까?"

호시는 손목에 찬, 다 부숴져가는 변장장치를 주먹으로 내리쳐 작동시켰다. 비록 노이즈가 끼고, 눈동자를 뺀 얼굴만 도희의 모습으로 변했지만, 도희에겐 심히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그래, 나는 너야. 너는 내가 아니었지만, 이제 내가 될거야."

"그...그런..."

"너는 악역이야. 히어로 따윈 될 수 없어. 사람들은 꿈에서 깨면, 다시 널 혐오하고 업신여기고 두려워할거야. 내가 아니더라도 그 꿈은 언젠간 깨질거고, 넌 내가 되는거야."

도희는 털석, 하고 주저앉으면서 울먹이기 시작했다. 그녀의 머릿속에 스쳐지나가는 수많은 기억들, 사소한 시선들은 밀물처럼 몰려와 그녀를 괴롭게 했다.

'사람은 좋은데, 좀... 뒷사정이 시끄러워서...'

'누구 하나 죽는거 아냐?'

'더는 쉬는시간에 창고에서 뀌게 해줄순 없단다, 애들이 너무 시끄럽대서.'

'베에, 뿡뿡이 아냐? 윽, 더러워~'

'케흡, 그만...! 그만 뀌어라...!'

'도희야...윽, 제발...그만...!'

손을 벌벌 떨면서 간신히 엉덩이를 호시에게 겨누고, 잔뜩 울먹이며 배에 힘을 줘보려는 도희였지만,

'...안돼, 안돼, 안돼...!'

무엇인가의 이변을 눈치채고는 절박하게, 제 배를 꾹꾹 누르기 시작했다.

'너무 무서워서...너무 슬퍼서...방귀가 안 나와....!'

호시는 그 모습을 보고는 광소하면서, 도희를 보며 말했다.

"잊고싶지만 잊을수 없지? 그 시선들을... 결국 너도 나랑 똑같단거야, 영영 거기서 벗어날수 없으니까!"

"흐윽...으읍, 그치만... 그치마안...으으응...!"

"너는 결국 나야, 나여야만 해...! 행복한 꿈따윈 막을 내리고, 지독한 현실에 파묻혀 죽어버리라고!"

호시는 다시 뒤돌아 도희에게 엉덩이를 겨누고는, 꼬리를 두어번 흔들면서 말했다.

"마무리야, 황금의 바람...! 흐으으으으응~♡"

-뿌롸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부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욱!!!!!!-

갈색을 넘어 보라색을 띄기 시작한 독방귀가 도희를 덮쳤다. 방귀쟁이로서 갖고 있던 방귀에 대한 내성도 한계에 다다를 지경의 아득한 흉취에, 점점 정신을 잃어가는 도희는, 바람에 눈물이 말라가면서도 중얼거렸다.

"...윤상 씨...아랑이 언니...망량 씨...모두들..."

그 무시무시한 소리에 귀마저 먹먹해지고, 도희에게는 그녀를 바라보던 냉소적인 시선들과 그녀의 독백만이 들릴 뿐이었다. 귀를 메운 수많은 절망들을 뒤로하며, 황금의 바람은 마지막으로 말했다.

"...미안해..."

그때였다. 공중에서 파직, 하고 번갯불이 타오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금강,충천 - !!!"

이윽고 그 방귀소리를 뚫고 번개가 치는 소리가 호시의 귓가에도 들려왔다. 최강 최속의 히어로, 금강이 마침내 모든 사람을 구해내고, 모든 괴인을 처치한 뒤 당도한 것이다.

"라이트닝 광선!!!!"

"이런...!!"

호시는 급하게 엉덩이를 위로 들어 금강의 공격을 막으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번개가 모여 생긴 순수한 에너지의 광선이 호시에게 직격, 그녀를 쓰러트리고 방귀를 멎게 했다.

"끄아아아아아아악...!!!"

금강은 도희의 앞에 내려앉고는, 가스마스크를 조여매며 만신창이가 된 호시를 노려보았다. 호시 역시 금강을 노려보다가는,

"두고 보자...!"

-뿌우우우우우우우우웅~!!!-

짙은 보라색의 가스로 연막을 치고는, 눈 깜짝할 새에 사라져버렸다. 금강은 한시름 놓은 듯 도희와 망량을 내려다보곤, 본부에 무전을 쳤다.

"...여기는 금강. 빌런은 큰 피해를 입고 도주, 도희 씨와 사문이가 부상이 심각합니다. 의료팀, 사후처리팀 투입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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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지않게 심각한 표정이네, 달링 뭐해?"

분홍 장발머리의 소녀가, 스마트폰을 뚫어져라 보고있는 주황빛 숏컷의 소녀를 힐긋 보면서 물었다.

"뉴스 봐. 황금의 바람이 졌대, 방귀쟁이 빌런에게."

"...진짜로?"

"응, 빌런은 우리 동족같진 않고...아니마 성인같아. 황금의 바람은 회복중이지만, 심리적으로 슬럼프에 봉착해서 잠시 히어로 활동을 그만둔다고 하고...지금부터 나타나는 황금의 바람은 빌런의 변장이니 속지 말라네."

주황머리는 휴우,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기억나? 이십년 전에 우리랑 놀았던 방귀쟁이 여자아이. 난 황금의 바람이 그 아이라고 생각해. 우릴 좋아하던 팬이었는데, 지금은 우리가 그 아이의 팬이 됐지."

"그지, 기억나. 우릴 따라하면서, 세트장을 부술뻔 했잖아? 엄청 귀여웠는걸. 그래서?"

주황머리는 이메일 앱에 들어가고는, 분홍머리를 보며 말했다.

"다시, 그 아이를 보러가자. 같이 놀면서, 마법과 용기를 불어넣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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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뒤, 히어로 협회엔 이메일이 도착했다. 그 내용은 이러했다.

'우리의 소녀팬이었던, 황금의 바람에게.

안녕, 우리는 너의 큰 팬이자, 너의 아이돌이기도 해. 뉴스로 네 소식을 접했어, 몸이랑 마음은 좀 괜찮니?

빛과 유리가 가득한 일터에서, 간만에 같이 놀자. 너를 위로해주고싶어. 진짜 너라면, 이 편지의 내용을 알거라고 믿어.

-너와 가장 닮은, 동심 속 너의 친구이자 아이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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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이라 많이 늦었다...효과음도 색 못칠했고 어정쩡한 부분이 많아서 미안해
그치만 방귀 히어로물 많이 사랑해다오...